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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9 16:15:15
Name   Velma Kelly
Subject   체스에 대해 배워봅시다 2편! [수읽기]
1편 - 행마와 규칙 (https://kongcha.net/pb/pb.php?id=recommended&no=1035)

안녕하세요 벨마 켈리입니다

우선 1편의 반응과 과분한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원래는 더 일찍 이걸 쓸 생각이었는데 현생이 바쁘고 이번에 쓴 부분이 설명하기 참 힘든 부분이 많아서 오래 걸렸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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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선 체스의 기본, 수읽기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설명의 대부분이 기보로 되어있으니 기보에 익숙하지 않다면 꼭 1편을 읽어주세요. 

이 시리즈를 쓰기로 마음먹고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인데요, 수읽기라는게 체스 그 자체이고, 체스를 조금만 둔다 해도 아주 자연스럽게 매 수마다 하게 되는 기본기이다보니 초보분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가 어렵거든요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수읽기를 발전시키는 방법은 경험뿐입니다. 체스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가 ‘상대가 이렇게 둔다면?’ ‘상대가 여기로 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하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손해를 안 볼까?’ 같은 수읽기를 매 수마다 해내는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생초보인데 그게 된다고요? 한 20년 뒤에 당신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제 2의 [퀸즈 갬빗]이 쓰여질 겁니다. 

그래서 이 편은 자주 마주하는 상황을 스샷으로 보여드리고, 최선의 수를 찾는 문제 방식으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편과는 달리, 최대한 불친절하게(?) 느껴질 텐데요, 첫 장면만 스샷을 올리고 나머지는 기보로만 설명을 할 거거든요. 절대로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수학 문제 풀어보셨죠? 세상 어려운 문제도 답을 보면서 하면 나도 가우스나 오일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근데 답을 보면서 문제를 풀면(?) 하나도 느는 게 없어요. 당장 같은 문제에서 숫자만 바꿔도 풀 줄을 몰라요. 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릿속으로 말을 움직여서 체스판의 다음 상황을 그리는 것이 수읽기인데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일단 움직이고 나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처음 상황만을 보고 '내가 여기로 둔다면 상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끝없이 묻는 능력이 수읽기입니다. 이게 처음 해보면 머리가 빠개질 거 같고, 전 나름 잘 둔다고 자부하지만 그래도 복잡한 상황이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거든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이것만큼 실력이 느는 부분도 없으니 노력해 보시길 바래요! 여러분의 뇌세포를 믿습니다 +_+




1. 교환/이득교환
체스의 목적은 상대의 킹을 체크메이트 시키는 것이고, 체크메이트로 가는 길 중 가장 쉬운 것은 상대보다 더 많은/더 좋은 기물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상대의 말을 따내는 과정에서 내가 이득을 봐야 합니다.

이걸 계산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이렇습니다.
1. 어떤 말이 공격받는지 찾아낸다
2. 그 말을 공격하는 다른 말이 몇 개인지 센다
3. 그 말을 보호하는 다른 말이 몇 개인지 센다

보호 기물의 수가 공격 기물과 같거나 많다면 공격자는 그 말을 공격해서 일방적인 이득을 볼 수 없습니다. 반대로 공격 기물이 더 많다면 공격자가 이득을 보게 됩니다.



다음 장면에서 백은 칠해진 칸의 비숍을 공격해서 이득교환을 볼 수 있을까요?



정답은 밑으로 드래그 하시면 보입니다!

Nxe6 xe6
Bxe6
으로 백은 폰 하나만큼의 이득을 봅니다.


다음 장면에서 백이 폰을 d4로 올리면 손해를 볼까요?


정답:

손해가 아닙니다.
d4 exd4
cxd4 로 서로 폰 하나씩을 따냅니다. 이후 흑은 폰에게 공격받는 c5의 비숍을 움직여야겠죠?

흑이 만약 (분수를 모르고)…Nxd4로 계속한다면,
Nxd4 Bxd4
Qxd4로 백이 마이너 피스 하나를 이득봐서 크게 앞서게 됩니다.


흑이 …Re4로 백의 h폰을 공격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백이 폰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

Reh1 (백의 룩 둘 다 h1으로 갈 수 있지만 e열에 있는 룩이 h1로 간다는 뜻입니다)
만약 흑이 (미쳐서) …Rxh4를 두면,
Rxh4 Rxh4
Rxh4로, 흑은 룩 두개를 다 잃고 망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다음 장면에서 백이 f7의 폰을 따내면 이득교환일까요?


정답:

손해입니다.
Nxf7 Rxf7
Bxf7 Kxf7
비숍과 나이트, 룩과 폰은 점수로만 치면 동일한 6점이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마이너 피스 둘의 가치가 더 높습니다. 비슷한 예로, 마이너 피스 하나는 대개 폰 셋보다 가치가 높다고 여겨집니다.


번외입니다. 다음 장면에서 백은 f7의 폰을 공격해 이득을 볼 수 있을까요?


정답:

얼핏 보면 보호 기물(퀸, 킹)이 공격 기물(비숍, 나이트)와 수가 같으니 흑의 입장에서 수비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퀸의 가치는 너무나도 높아서 비숍과 나이트를 둘 다 잡아도 흑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Nxf7 Qxf7
Bxf7 Kxf7
세상에 예외 없는 규칙 없다고, 단순히 기물의 숫자만 센다고 정답이 아님을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교환은 기본기 중의 기본기고, 체스 게임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체스를 제대로 두기 시작하면 지금 당장 이득을 볼 수 있는지, 다음 수에 이득교환을 하려면 뭘 해야 하는지, 상대의 공격을 어떻게 수비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지를 게임 내내 고민하게 됩니다. 당장은 제가 보여드린 문제들이 어렵더라도 실전을 계속하면서 고민을 할 때마다 실력이 는다고 장담합니다.

이하 다른 예시들은 사실 모두 이득교환 개념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2. 핀/포크
핀은 직선으로 공격하는 기물이 상대의 말 하나와 그 뒤의 말을 공격할 때 쓰이는 용어입니다. 그러므로 직선으로 공격하는 룩, 비숍, 퀸이 핀을 걸 수 있습니다.



위 상황은 실전에서 정말 자주 나오는 핀입니다. g5에 있는 백의 비숍은 당장은 흑의 나이트를 공격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흑이 나이트를 움직이면 백은 Bxd8로 흑의 퀸을 잡아서 개이득을 보게 됩니다. 이걸 피하기 위해 흑은 나이트를 움직이기 전에 Be7 같은 수로 퀸을 보호하거나 퀸을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 장면에선 g7의 폰과 d8의 퀸이 나이트를 보호하고 있지만, 보호받지 않은 기물이 핀에 걸리면 얄짤없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다음 상황에서 백은 어떻게 하면 이득을 볼 수 있을까요?


정답:

백이 Rb4+를 두면 흑의 룩을 공짜로 따내게 됩니다.
흑은 무조건 킹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 뒤 Rxf4를 두면 백의 룩은 백의 킹에게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흑만 룩을 잃습니다.



엔드게임 상황입니다. 흑백 둘 다 룩을 하나씩 갖고 있지만 백이 폰 숫자에서 크게 앞서기 때문에 룩-룩 교환만 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백은 어떻게 하면 교환을 강제할 수 있을까요?

정답:

Rd5
흑의 룩과 킹이 핀에 걸렸기 때문에 흑의 룩은 도망칠 수 없습니다.




포크는 기물 하나가 [두 방향]의 상대 기물을 동시에 공격할 때 쓰이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사실 모든 기물이 포크를 거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별 상관은 없는 얘기지만, 나이트를 활용한 포크가 흔한 편입니다. 나이트의 공격경로는 다른 어떤 말과도 겹치치 않기 때문이죠.


꽤 자주 나오는 미드게임 상황입니다. 백이 Nd5로 흑의 퀸을 공격하는 상황인데요, 여기서 흑이 손해를 보지 않는 수는 하나 뿐입니다.


정답:

...Qd8
퀸이 다른 곳으로 움직인다면 (Qg6이라던가) Nxc7+로 흑의 룩과 킹이 동시에 공격받아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흔히 나오는 상황입니다. 백이 Nd5로 공격적인 자리를 잡았는데요, 여기서 흑이 만약 교환한답시고 Nxd5를 둔다면 큰 실책이 됩니다. 왜일까요?


정답:

exd5로 흑의 비숍과 나이트가 동시에 공격받아서 하나는 죽게 됩니다.



제가 바로 엊그제 둔 게임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백이 건방지게 흑의 f7 폰을 공격하겠답시고 Raf2를 둔 상황입니다. 흑의 최선은 무엇일까요?


정답:

...Nb5를 두면 백의 룩과 퀸 둘 중 하나는 죽게 됩니다.





3. 상대의 수 강제
체스에서 상대의 수를 문자 그대로 [강제]하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퀸을 공짜로 버리든, 폰 하나를 얻기 위해 마이너 피스를 죄다 꼴아박든 다 자유거든요. 다만 킹이 공격받는 상황(체크)은 절대적입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체크를 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킹을 움직이든, 체크를 건 말의 앞을 가로막든, 체크를 건 말을 잡아먹든 뭔가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수들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선택지를 다 읽을 수 있다면 (상대의 선택지가 적다면 더더욱!) 이득을 보기 수월해집니다.

초보에게든 고수에게든 꽤나 고난이도의 스킬입니다. 상대가 어디로 갈지를 죄다 계산하는 건 말이 쉽지, 무슨 기상천외한 응수가 나올지 모르니까요. 단 한 수라 할지라도 계산 밖의 수가 나오면 틀린 수읽기가 되는 셈입니다.

아래는 레갈 트랩 (Légal trap) 으로 불리는 유명한 함정수입니다.


백이 Nxe5를 둔 상황입니다. 근데 보시면 핀에 걸렸던 나이트가 움직이는 바람에 h5에 있는 흑의 비숍이 백의 퀸을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백이 미친 걸까요???
정답:

흑이 퀸을 잡겠다고 …Bxd1을 두는 순간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그 뒤로는
Bxf7+ Ke7 (e5의 나이트 때문에 잡을 순 없죠? 같은 이유로 Kd7을 둘 수도 없습니다)
Nd5++ (잘 보시면 킹 주변의 빈칸이 전부 공격받는 상황입니다.)






위 장면의 흑 킹은 나름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 백이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

Nf7+ Kg8
Nh6+ Kh8
Qg8+ Rxg8 (킹이 잡을 수는 없습니다)
Nf7++

처음 Nf7부터 흑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 주세요!



글을 읽는 분들께나 저한테나 가장 어려운, 수읽기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처음에 썼듯이, 초보분들은 읽으면서 도대체 이게 왜 말이 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요. 수읽기 능력을 늘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경험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드립니다. 언제나 피드백과 의견, 질문 모두 감사히 받겠습니다! 오타 지적 꼭 해주세요!

다음 편에는 오프닝에 들어가기에 앞서 더블 폰, 아웃포스트 같은 자잘한 체스 용어에 대해 설명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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