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0/25 20:29:24수정됨
Name   저녁의바람내음
File #1   746603F5_42D9_4B89_B02B_F086C841E75F.jpeg (314.2 KB), Download : 38
File #2   0A1184F1_34F3_4533_B4BD_06B9FD283263.png (445.3 KB), Download : 30
Subject   1984 원서를 간신히 완독했습니다.




솔직히 마음 먹으면 훨씬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는데, 책이 너무 어려워서 흥미를 잃기를 여러차례, 결국 한달 반만에 겨우겨우 낑낑대며 완독했네요.

평소부터 보고 싶던 책이라, 뭣도 모르고 객기 부려서 원서로 읽기를 도전했는데 알고보니까 이거 네이티브 중학생들한테도 쉽지 않을만한 책이라더군요. 다음 책은 좀 쉬운걸로 봐야겠습니다.

아무튼.. 윈스턴의 정신이 점점 무너지는 후반부 묘사가 일품이네요. 초중반에는 솔직히 되게 터무니없는 세계관이라 생각했거든요. 당이 절대로 틀린적이 없도록 하기 위해, 당의 예측이 잘못되었다는게 밝혀지는 순간, 전국의 모든 가판대의 신문 기존 발행분을 몰래 가져다가 위조해서 다시 가져다둔다던지..

근데 고문씬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오히려 상당히 리얼하다는 느낌을 주네요. "자네는 형이상학과는 거리가 멀어. 과거라는 것이 지금 어딘가에 실존하는 물체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과거를 증명해줄 수 있는 것이 기록물들과 인간의 기억 뿐이라면, 기록물과 인간의 기억을 통제하는 우리 당이야말로 과거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저도 흠칫 설득당할뻔 했으니까요.

여담으로 고문 씬이 상당히 잔인하네요. 작가가 고문에 대해 너무 잘 묘사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윈스턴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계를 이용해서 윈스턴의 허리를 반대로 꺾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장면에서는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되면서 제발 오브라이언이 레버를 돌리지 말라고, 제발 윈스턴의 허리가 부러지고 척수액이 흘러나와 장애인이 되게 하지는 말아달라고 진심으로 빌고 있었고, 식인 쥐들을 얼굴에 가져다대서 얼굴과 눈과 혀를 파먹어버리게 하겠다는 협박을 볼때는 진짜 제 눈이 파먹히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섬뜩하덥디다.

아무튼 더럽게 어렵긴 했지만 재미 하나는 확실히 있는 책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책들도 큰 어려움 없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만한 날이 와야 할텐데요.




14
  • 존경합니다.
  • 멋지십니당
이 게시판에 등록된 저녁의바람내음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25 1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293 2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218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8 트린 25/12/03 459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67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59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51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514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44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46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700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905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692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28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53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72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60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18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78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16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47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73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77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13 2
15854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 육회한분석가 25/11/17 565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