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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31 16:20:37
Name   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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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 / 서머싯 몸


유명 작가들 보면 저희가 모르는 작품이나 이력이 있어서 종종 놀랄 때가 있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가 SF 장편소설을 다수 출간했다든가, 괴테가 맛집, 멋집 탐방을 중심으로 한 작품 <이탈리아 기행> 같은 여행기를 냈다는 사실 등이 그렇죠.
이는 작가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다양한 글을 써야 먹고 살 수 있었던 현실, 또한 작가가 되기 전이나 작품을 집필하지 않았던 동안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본작 <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도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서머싯 몸은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 등을 쓴 영국 작가죠. 그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파리에서 성장한 뒤 독일어 교육을 받고, 런던에서 의과대학을 다녀 의사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양성애자로서 첫 연애를 동성애로 시작하고, 남녀 번갈아 염문을 뿌리면서도 한 여자를 오랫동안 사랑했던 점 등 연애사도 복잡한 편이었습니다. 남의 소문과 추문,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열심히 모아서 작품에 바로 바로 내버리는 탓에 욕을 많이 먹은 점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어쨌든 창작은 요리와 같아서 재료가 많으면 유리합니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지만 잘 할 수 없는 특이한 경험, 일테면 귀하고 신선한 재료면 더더욱 좋죠. 그래서 그렇게들 무언가 경험하고, 많이 알려고 합니다. 서머싯 몸은 연극, 뮤지컬 등 대중용 공연은 물론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본격 문학 집필에도 성공하면서 자신의 다양한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전 사실 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서머싯 몸이 자전적 첩보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어요.


서머싯 몸은 1차 대전 중 영국 정보부의 제의로 신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유럽을 돌아다니며 연락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백색 요원으로 활동합니다. 본작의 일화는 원래 31편이었는데 공공 비밀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윈스턴 처칠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열네 개는 파기했다네요.
작품은 비인간적이면서 드라마틱한 면은 전혀 없고 그저 일상 업무처럼 처리되는 비밀공작의 단편, 터키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영국과 독일의 노력, 러시아 혁명 전 혼란스러운 상황, 세계 최초로 공산화가 된 러시아의 모습, 영국 정보 요원을 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정보원에게 보복하는 모습 등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인간을 오랫동안 관찰해 나온 혜안을 통해 당시 긴박했던 국제 정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건조하게 묘사합니다. 재밌습니다.
서머싯 몸의 원래 팬인 분, 서머싯 몸을 좀 더 알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 드립니다. 부담 없이 쉽고 흥미로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분에게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007 시리즈처럼 큰 스케일 속에서 액션과 음모를 보여주는 작품을 좋아하는 분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실 만합니다. 본격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에게도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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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싯서잇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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