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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3 16:12:42수정됨 |
Name | Velma Kelly |
Subject | The Last of Us part 2 리뷰: 너티독은 너무 오만했던게 아닐까? (스포 있음) |
0. 저는 라스트 오브 어스 1편을 역대 최고 수준의 갓겜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에게 플스가 있으면 빌려서 해봐야 하고, 돈이 된다면 이 게임 하나를 위해서 플스를 사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트 2가 출시되고 혹평이 이어질 때도 전 용케 스포를 피하고 이제 엔딩을 봤습니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으로 왜 [라오어 사태]가 일어났는지, 게임의 전체적인 퀄리티는 어떤지에 대해 의견을 써보려 합니다. 1. 라스트 오브 어스 1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탐라에 많이 썼지만 저는 라오어 1편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사골이 될 때까지 우려먹은 좀비물 + 흔해빠진 캐릭터성 + 80% 이상 예측 가능한 스토리 + 새로울 것 없는 게임요소가 합쳐져 만들어진 갓겜] 저 중에서 흔해빠진 캐릭터성에 주목해 봅시다. 라오어 1편은 상실을 겪고 마음을 여는 법을 잊어버린 조엘이, 세상 무서울 것 없지만 버려져서 혼자가 되는 것만을 두려워하는 엘리를 만나 자신이 잃은 딸의 모습을 보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종의 치유물입니다. 이 스토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두가지가 필요합니다. 1. 플레이어가 조엘을 좋아할 것 2. 플레이어가 엘리를 좋아할 것 그리고 너티독은 훌륭하게 성공했습니다. 마음 속에 선을 그어두고 그 누구도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둔 조엘, 그리고 그 선을 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엘리와의 티키타카는 둘에게 현실성과 매력적인 캐릭터성을 부여했고, 테스, 빌, 헨리, 데이빗 등의 조연들의 등장과 퇴장은 둘이 얼마나 힘든 역경을 넘는데 함께했는지 보여줍니다. 심지어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던 토미와의 재회 부분에서는 오히려 조엘-엘리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는 신기에 가까운 템포 조절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엔딩에 이를때쯤이면 플레이어는 인류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저버릴지라도 엘리를 선택한 조엘의 판단을 보면서도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너티독에게 조련당한 상태입니다. 2. 라오어 2편 - 복수라는 주제에 대하여 엘리: "I'm gonna find...and I'm gonna kill...every. last. one of them." (마지막 하나까지 찾아서 죽이고 말겠어요.) 1편의 단순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은 복수라는 주제를 듣고 크게 두가지를 예상했을 겁니다. 첫째: 피비린내 나는 상처뿐인 복수를 했지만 마지막엔 공허감만을 느끼는 엘리. 둘째: 복수를 이행하던 도중 적들도 사정이 있음을 알게되고, 복수가 부질없는 악순환임을 깨닫고 그만두는 엔딩 개발자의 입장에서 1번 엔딩은 더 쉽습니다. 엘리는 끝에 가서 공허감을 느낄지라도 우리가 아끼던 조엘에 대한 복수는 됐으니까요. 게이머로서의 최소한의 만족감은 주어지는 겁니다. 최소한 조엘을 죽인 나쁜놈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꼴은 안 보는거죠. (사족: 이걸 제대로 하려면 매력적인 아군 조연들이 우수수 죽어나가고 엘리만 남아야 할 거 같은데 그건 그거대로 무섭네요) 결국 너티독은 2번을 선택했습니다. 전 이게 너티독의 첫번째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테스: "Guess what, we're shitty people, Joel. It's been that way for a long time." (우린 개새끼들이야, 조엘. 그렇게 된 지는 한참 됐다고.) 1편의 조엘, 그러니까 플레이어는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조엘은 자기 사람들에겐 사무적으로 잘 대해줄지언정 적이라면 인정사정없이 고문을 하고, 과거에는 약탈자 무리에 있었다는 암시도 있죠. 이런 플레이어들에게 "복수는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같은 선인적 교훈을 준다? 절대 쉬운 일일 수가 없었고,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3. 너티독의 오만 엘리: "I swear to god, I get you out of this, you're so singing for me." (여기서 살아나가면 나한테 노래 한곡 해줘야돼요) 2번의 스토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애비를 좋아해야 하고, 애비의 친구들에게 매력을 느껴서 엘리로 플레이하는동안 그들을 죽일 때 약간이나마 죄책감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너티독은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라오어 1편 막바지의 [엘리를 살리기 위해 치워야 하는 방해물]에 불과했던 의사에게 스토리를 부여하고, 새 캐릭터인 애비에게 자기 편과 적 양쪽에게 버림받고 방랑자가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플롯을 선사합니다. 진행이 좀 날림이고 서두른 감이 있지만, 만약 다른 게임이었다면 충분히 해 볼만한 스토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성공하기 위해선 플레이어가 애비를 좋아해야 하고, 애비의 친구들에게 매력을 느껴야 합니다. 너티독은 여기서 완전히 잘못 짚었습니다. 애비의 사연이 얼마나 절절하고 얼마나 큰 역경을 헤쳐나왔든 간에, 조엘과 엘리 둘 중 하나도 넘을 순 없어요. 비꼼 없이 정말 의도가 궁금합니다. 정말로 플레이어가 애비를 좋아할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역대 최고의 게임 내내 함께한 조엘을 무자비하게 때려죽인 애비를? 애비가 엘리를 두드려 패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사람들을 배신하고 친구들을 잃은 애비에게 안타까움을 느꼈어야 하는걸까요? 만약 그랬다면 이건 너티독이 캐릭터 만드는 능력을 과신해도 한참 과신한 겁니다. 전 블러드본 7회차부터 별별 빡치는 게임을 다해봤지만 생전 처음으로 그 부분에서 컨트롤러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만약 그 장면 (플레이어가 엘리를 적대하는)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배신감/불쾌감이 의도된 거라면 정말 말도 안되는 거고요. 전 이 부분 전까지만 해도 혹평이 과하다 싶었는데 이 전투를 끝내고 낮은 플레이어 평점이 100% 공감이 됐습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선 분노할 만 해요. 사족: 꺼무위키에 보면 "적 잡병들은 무차별 학살하면서 복수는 나쁘다고 하는건 위선이다!" 라는 의견도 있던데 전 이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적 잡병 신경쓸거면 네이선 드레이크는 당장 교수형 당했겠죠. 4. 기타 요소 * 회상씬이 많습니다. 굉장히 많아요. 엘리 파트를 끝내고 애비 파트로 가는 것도 회상이라면 회상인데, 이건 어차피 애비는 살아남고 오웬/멜은 죽는걸 아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긴장이 탁 풀릴 수밖엔 없어요. 오웬/멜/애비 삼각관계는 플레이어가 보기엔 갈등이 전혀 없잖아요? 어차피 둘 다 죽을 걸 아는데. 물론 엘리 파트를 하는 도중 애비 파트로 가고 왔다갔다 하면 몰입감이 더 떨어지겠죠. 전 딱히 대안을 생각 못하겠지만 아무튼 비판할만한 점인건 분명합니다. 라오어 1편에서 회상 없이 중간중간에 틱틱 던져주는 대사만으로도 캐릭터성을 발전시킨 모습에 비하면 많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 1편의 마지막 대사 3줄은 이렇습니다. 엘리: "Swear to me that everything you said about the Fireflies is true." (파이어플라이에 대해 내게 말해준 모든 게 사실이었다고 맹세해요.) 조엘: "I swear." (맹세하마.) 엘리: "......Okay." (알았어요.) 이 엔딩에 대한 대다수의 의견은 이랬습니다. 엘리의 대사가 "당신이 방금 그랬듯이 온 세상을 저버릴지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함께할 수 있다고 해달라" 라는 것이죠. 1편에서 토미와 함께 가라는 조엘의 말만 듣고 조엘의 내적갈등을 단번에 간파한 엘리의 눈치를 고려했을 때, 타당한 해석입니다. ...그리고 파트 2는 이걸 완전히 부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애비 vs 엘리 전투 다음으로 불만인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뭔가 빠뜨린 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스토리 진행에 있어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라서 왜 굳이 1편의 엔딩(의 해석)을 부정했는지 더 이해가 안됐습니다. * 꺼무위키에는 "애비는 몸 멀쩡히 살게 됐으니 승자다"는 내용이 있던데 애비는 감염자들에게 물려서 곧 죽는 거 아니었나요? 마지막 부분 수감자 중 하나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 사람이 틀린건지 아니면 제가 뭘 놓친게 있는지 궁금하네요 * PC 논란은 왜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애비의 "강한 여성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애비 캐릭터 자체가 문제같은데 말이죠. 애비가 남자였어도 스토리상 똑같이 욕을 먹었을 거 같은데... 요즘 논란들 보면 누가 진짜 불편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애틀 무지개색 깃발인지 뭔지는 보지도 못했네요 * 얼마 전 탐라에 썼듯, 기술적 진보는 굉장합니다. E3 트레일러만큼은 아니지만 역대 어떤 게임에서도 본 적 없는 수준의 상호작용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5. 끝으로 라오어 1편이 끝나고 후속작 소식을 들었을 때 (성격상)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는데, 결국 여러모로 기대 이하의 작품이 나왔습니다. 객관적으로 역대 최악의 똥겜 운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론 2회차를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네요. 간만에 라오어 1편이나 다시 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사람이 살면서 똥볼 잘못 차서 자살골 넣을 수도 있는거지. 언차티드 시리즈 포함 너티독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작품들은 분발해서 더 나은 게임들을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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