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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8 13:57:48
Name   코리몬테아스
Subject   경찰사와 영국성
현대 경찰의 모태는 누가 뭐라해도 광역경찰(MPS)이에요. 1829년 런던에서 설립된 이 조직은 군과 분리된 치안전담 조직이라는 현대경찰제도의 전신이 되고, 이 모델은 전세계로 수출돼요. 이 현대적인 경찰제를 처음 시작했다는 이미지와 사회급변없이 안정적으로 발전해온 영국식 전통에 대한 환상은 광역경찰 이전의 영국을 잊게 만들어요.

  이런건 당대의 문학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대혁명을 겪은 프랑스는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영국은 질서와 조화가 존재하는 곳으로 그려진 18세기를 묘사하는 19세기의 영문학들이 그러하죠. 두 도시 이야기를 보면 혁명하는 프랑스놈들은 완죤 상종못할 야만인들임 ㅋㅋ

하지만, 대혁명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비하면 프랑스의 치안은 안정적이었어요. '군과 별도의 치안전담조직'이라는 현대경찰의 기준에는 못미치더라도, 왕명을 받아 군사업무와 첩보, 치안을 담당하는 준경찰조직이 프랑스사에서는 16세기부터 존재해왔거든요. 정식명칭은 connétablie et maréchaussée de France이고, 그냥 Maréchaussée라고 불리는 조직이에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그 이전부터 존재해온 connétablie와 Maréchaussée를 통합한거죠.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Constabulary와 Marshalcy에요. 전자는 Constable의 조직을 의미해요. Constable은 라틴어원을 따지면, 마굿간지기라는 의미를 가졌고, 궁정에서 왕의 말을 관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시대가 바뀌며 프랑스에서는 왕의 다음가는 군권을 지니는 이라는 의미가 되었죠. 무관장으로도 번역돼요. 후자는 Marshal의 조직을 뜻하고요. 흔히 육군원수로 번역되는 이 말은, 게르만어 버전의 마굿간지기에요. 서로 다른 언어에서 같은 의미를 가지는 단어가, 비슷한 변천과정을 거쳐 비슷한 직위를 뜻함 ㅋㅋ.. 사실 경찰과 아무 상관없는 내용인데 재밌는 부분이니까 ㅋㅋ 현대에서 constable과 marshal은 모두 경찰조직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기도 했고요.

아무튼 이 16세기의 통합된 치안조직은 질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비밀경찰 역할도 해서 프랑스 궁정의 권력안정에 기여했어요. 그만큼 악명도 쌓아서 당연히 혁명과 함께 폐지되었죠. 그러나, 수 세기 동안 익숙해진 치안조직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중세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죠. 이름은 폐지했지만 조직의 편제와 역할은 유지하여 National Gendarmerie(국가헌병대)로 재탄생했고, 이는 프랑스 경찰의 전신이 되어요. 이게 1791이니 영국보다 약 40년을 앞선 셈. 물론 번역명에서 알 수 있듯이 군사조직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현대경찰의 전신'이란 영광은 누리지 못하지만요. 더불어서 19세기 초부터 국가헌병대와 공존하게 된 민간수사조직 Sûreté(=security) 덕분에 프랑스는 1941년까지 국가주도의 비군사 경찰조직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 떄가 되서야 Sûreté를 국유화했죠.

  그래서 프랑스는 이런 경찰사 덕분에 통제와 더불어 안전함을 누렸어요. 그럼, 대혁명이 없었던 '질서'의 세계인 영국은 광역경찰 이전에 치안을 누렸을까요? ㄴㄴ 영국은 어떤 통일된 편제를 가진 치안유지조직이 없었어요. 안전이란 면에서 야만은 영국에게 훨씬 어울렸어요. 18세기 헨리필딩 이전, 길게보면 19세기 광역경찰 전까지 영국의 경찰제도는 고대 앵글로색슨적 전통에 의지하던걸 조금 수정하는 형태였어요.

고대의 치안유지조직은 자치기구였어요. 100가구 단위로 Constable(신비로운 어원의 세계)이라는 치안전담장을 뽑았고, 이들이 모여서 reeve를 선출해 치안을 담당했죠. 이 reeve는 각 shire를 관할했는데, shire reeve는 오늘날의 sheriff의 전신이에요. 미국에서 투표로 경찰을 뽑는 전통은 여기서 발원하는 것. 시대가 지나면서 선출직이었던 reeve는 중앙정부에서 파견하는 형태로 바뀌고, constable도 나라가 보내주는 형식으로 바뀌지만 근본이 치안자치기구임은 변하지 않아요. 우두머리만 선출직에서 임명직이 되었을 뿐. 여기서 등장하는 악명높은 영국정부의 '자치책임'제는 죄인을 잡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각 constable이나 shire의 구성원에게 물었어요.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잔뜩 쥐어준 이 조직이 얼마나 기형적으로 작동하여 삶을 망쳤을 지 상상할 수 있나요?

지역단위 연대책임은 13세기 윈체스터법이 개정되면서 나아져요.  이 때 부터 영국은 모든 백성(정확히는 도시의 백성)들에게 Watch and Ward(야경)과  Hue and Cry(체포)의 의무를 부과해요. 그래서 선량한 성인남성들은 모두 무기를 구비하여 국가의 치안유지 의무에 동참해야하는데, 다시 말하면 '니 안전은 니가 책임지셈 ^^'. 내 안전은 내가 지키겠다며 총기들고 범죄자를 불심검문하겠다는 정신의 기원이 보이시나요? 공원에서 조깅하는 흑인 남성에게 샷건을 들이댄 부자는 13세기 영국의 나비날개짓..

그 뒤 교구경찰 등 자잘한 변화가 있었으나 윈체스터법의 자치치안이란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어요. 게다가 교구가 선출하는 constable들은 무능한 걸로 악명높았고요.

이런 제도 속에서 영국은 끝없는 범죄로 고통받았고, 산업화와 더불어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문제는 심각해져요. 도중에 옆나라 프랑스와 같은 치안전담 기구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없던 건 아니에요. 군대로 나라를 평정하고 다니던 호국경은 치안을 담당하는 헌병조직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그런 조직은 국가원수의 절대권력을 공고히하고 끔찍한 감시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거부했죠. 호국경의 제안을 거부한 이 귀족들의 논리는 산업화되어 도시가 된 런던시민들에게도 잘 교육되어 ㅋㅋ.. 런던시민들이 오랫동안 경찰조직을 반대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어요.

18세기 중반, 이 상황을 보다못한 소설가 헨리필딩은 치안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절도체포대를 추진하여 설립해요. 그리고 이 때 경험한 끔찍한 영국의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소설이 소설 아밀리아. 필딩의 역작으로 꼽히는 톰 존스에 비해 에밀리아는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이라고 알려져있어요. 전 읽어보지 않음.

19세기, 런던의 치안이 보다못할 지경에 이르고, 여전히 왕의 명령을 받은 군대가 관리하는 도시에 대한 거부감은 팽배했어요. 그렇게 탄생한게 광역경찰이에요. 군대와 분리되는 조직으로서 치안만을 전담하는 시민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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