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4/15 19:11:17수정됨
Name   투윗투후산와머니
Subject   전격 기숙사 탈출 대작전Z
※정말 인생에 아무 도움 안되는 뻘글입니다※
※예, 제목은 오마주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철학자를 굳이 뽑는다면 푸코이겠습니다. 그가 자기 저서인 <광기의 역사>에서 무심하듯 시크하게 휘갈긴 "확실한 건, 광기와 물은 깊은 연관을 맺어왔다는 것이다."가 달과 물이 좋은 우리 학교의 본모습을 일찌감치 볼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에요. 하나 아쉬운건 기숙사에서 살기로 사인한 다음날에 이 책을 봤다는 것이지요. 이 쓸모없는 놈.

아.. 그리고 재학생 중 아무도 저의 기대를 저버리는 분이 없었죠. 지금부터 그 예시를 몇 들어보겠습니다.

1.기숙사 전반
저희 기숙사는 사감쌤 머리에 느낌표 뜨기 쉽게 사감실을 시•청각적 중심으로 놓고 디자인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싸움의 단초가 생기자마자 눈앞엔 사감쌤이, 머릿속엔 encounter가 나오는 것이고, 당연히 싸움이 잘 안 납니다. 문제는 학생들이 아닙니다. 춤과 노래에 열정이 있는 선생님입니다. 이런 선생님들은 매점 추가 이용 시간을 걸고 춤과 노래를 맞부딪치게 합니다. 그 시간엔 배고픈 학생들이 많고요. 그래서 그 시각 어딘가에서는 씨쓰붐빠가 들리고, 어딘가에선 꼭두각시 춤을 추고 있어요. 옆에서 소리를 그렇게 꽥 지르면 정서불안이 안 올수가 없습니다. 펜 잡은 손이 달달달 떨리면서 리히터 계수기맹키로 그 날의 진도를 따라가는 것이지요.(저는 기숙사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학생놈들..!%&#^! 대체 뭐에 그렇게 굶주린건지 쉬는 시간이 되면 서로의 옷을 벗기려고 듭니다. 왜죠? 남고에서? 하지만 다들 생각은 내려놓고 모두 서로의 근육을 햝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 이거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봤습니다. 왜 이걸 여기서 보죠? 친구는 품번 박힌 성인물 안 다행감(euphoria)으로 포착되었고(본인은 괜찮았다고 합니다.) 저는 뽀얀 속살을 여친보다 먼저 학우들에게 깠습니다.(저는 안 괜찮습니다.)최근에 알아보니 어째선지 둘 다 기숙사의 유구한 전통이 되어서 후배들이 더 심하게 하고 있더군요. 모교의 미래가 밝습니다.
2.해의 아이 사건
*1.과 이어집니다*
위에서 사감실 중심의 디자인 이야기가 나왔었죠, 그걸 보복용으로 쓴 친구가 한명 있었습니다. A군이 룸메 B군의 가방에서 두유를 목격합니다. 마침 아침운동 이후라 목도 마르고, 왠지 두유가 땡기는 날이라 방에 먼저 온 겸 해서 슬쩍합니다. 먹고 두유 본체는 쓰레기통에 쑤셔놔 감췄지만 B가 워낙에 폭팔력이 강한 친구라 A군, 왠지 신경쓰입니다. 30분 후 들어온 눈치빠른 B군은 쎄한 분위기 때문에 가방-쓰레기통-쓰레기통 바닥 순으로 몸이 움직인 후, A군의 팬티를 훔쳐 달려가며 C군을 부릅니다.C군의 왼발과 B군의 오른발이 팬티를 매개로 순식간에 합체, 복도를 뛰어다니며 선생님을 부르러 갑니다. C군의 현란한 말솜씨, 끄덕이시는 선생님 고개, 햄버거 파티 및 화장실 청소 영구 담당. (셋 다 화해하고 지금은 베프입니다.)(C가 접니다.) 나중에 국어 선생님이 <향연>의 남성+남성 모양 인간에서 따와 이 사건의 명칭을 해의 아이 사건이라고 지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국어 선생님이랑 친해졌습니다.
나머지는 나중에 적겠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했지만 다 알고보면 좋은 놈들이였기에 웃으면서 지냈습니다.
그렇다고요.
...
안 울었습니다.



2
    이 게시판에 등록된 투윗투후산와머니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675 일상/생각JK롤링, 해리포터·헤르미온느와 설전.."트랜스젠더는 여성 아냐" 11 토끼모자를쓴펭귄 20/06/12 8077 2
    10657 경제지난 주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장에서 뭘 많이 순매수했을까 7 존보글 20/06/06 5892 2
    10651 기타정은경 "보건연구원은 R&D 컨트롤타워, 정책 및 역학 연구는 질병관리청" 6 공기반술이반 20/06/05 5297 2
    10643 의료/건강정형외과 치료 이야기 4 옐빠 20/06/02 5566 2
    10634 일상/생각노약자석으로 보는 도덕의 외주화가 불러오는 폐단 6 sisyphus 20/05/30 4864 2
    10624 일상/생각한국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의 세대 차이 17 cogitate 20/05/26 5130 2
    10942 문화/예술추천하는 최신 애니메이션 OST 2 이그나티우스 20/09/09 6712 2
    10606 일상/생각동시성의 상대성 6 시뮬라시옹 20/05/21 5399 2
    10587 철학/종교유교(儒敎)에 대한 비판 83 ar15Lover 20/05/14 9343 2
    10583 기타로큰롤의 선구자 리틀 리차드의 사망소식과 그의 음악들 2 김치찌개 20/05/14 5426 2
    10963 IT/컴퓨터애플워치 라인업이 새롭게 정리되었습니다. 3 Leeka 20/09/16 5278 2
    10564 스포츠NC는 어떻게 미국 최고 인기 구단이 되었나 12 Leeka 20/05/08 5926 2
    10571 일상/생각불나방(하) => 불나방 에세이 전체 합본 4 시뮬라시옹 20/05/10 5143 2
    10902 창작[자작시] 무제 1 Merrlen 20/08/31 5718 2
    10569 일상/생각불나방(중_b) 시뮬라시옹 20/05/09 4893 2
    10568 음악Colorful Han river 3 롤백 20/05/09 5952 2
    10552 일상/생각온라인 수업하는 딸에게 빼앗긴 것들 10 집에가고파요 20/05/05 6396 2
    10526 스포츠시대의 변화를 느끼다 9 안경쓴녀석 20/04/24 5469 2
    10507 도서/문학무라카미 하루키라 쓰고 상실의 시대라 읽는다. 3 렐랴 20/04/17 4712 2
    10504 오프모임칭9랑 싸운 기념 4/17 17:15 서울대입구역 저녁 15 달콤한망고 20/04/17 4748 2
    10503 정치짧은 생각. 25 다키스트서클 20/04/17 5785 2
    10498 일상/생각전격 기숙사 탈출 대작전Z 3 투윗투후산와머니 20/04/15 5209 2
    12150 사회유나바머를 언급한 터커 칼슨 1 mchvp 21/10/09 4244 2
    10467 게임외국인들과 테라포밍마스 4인플한 이야기 18 토비 20/04/07 8087 2
    10461 일상/생각고강도 '선택적' 거리두기 2주 연장확정 소식과 이상한 의문점들 54 호에로펜 20/04/04 7314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