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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8 01:07:30 |
Name | 태양연어 |
Subject | [소설] R.I.P Romance |
R.I.P Romance 구울 소년이 사는 곳은 던 위치 시립공동묘지의 지하무덤입니다. 소년의 몸은 균류로 뒤덮혀 있고, 소년의 왼쪽 눈에는 귀여운 구더기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 구더기의 이름은 닉 이랍니다!) 소년이 사망선고를 받은 지 사흘 만에 눈을 떴을 때, 소년은 이미 강철관 속에 누워 있었습니다. 강철관 속의 공기는 희박했지만 다행히도 소년은 호흡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소년의 혈액은 이미 차가웠고, 더 이상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았거든요. 소년은 한동안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습니다. 하긴 자기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헷갈렸을 테니까요. 그렇게 멍하게 있다가 배가 고파진 소년은 관 뚜껑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식육점을 둘러보는 느낌으로 여러 단계 숙성된 고기들을 구경하던 소년은 몇 개월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오촌당숙의 열린 가슴 사이로 드러난 반쯤 썩은 허파를 선택했고, 이날 생애 최초로 썩은 허파의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구더기를 툭툭 털어내고 허파고기를 입에 넣는 순간 톡톡 터지는 허파꽈리와 흥건한 부패한 피가 소년의 입맛을 자극했습니다. 소년의 몸은 점점 썩어갔고, 지하묘지속의 시체도 점점 줄어 갔습니다. 소년은 목덜미를 긁으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 지하묘지의 시체가 다 떨어지고 나면 나는 뭘 먹고 살지?’ 손에 살점이 흥건하게 묻을 때 까지 소년은 생각을 멈추지 않았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시체가 다 떨어졌고, 소년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소년에게 지상은 그다지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습니다. 수수하게 빛나는 도깨비불도 없었고, 자극적인 시체 썩는 냄새도 없었죠. 태양은 대지를 뜨겁게 달궜고, 너무 더워서 소년의 몸에선 진물이 흥건하게 흘러내렸습니다. 흘러내리는 진물을 닦기 위해 뒤통수를 문지르자, 뒤통수에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박힌 썩은 살점이 묻어 나왔습니다. 늘 차가운 지하에만 살던 소년에게 지상의 태양은 너무나도 가혹했습니다. 그는 비석에 기대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해가 지고, 소년은 무덤 안의 시체를 먹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손은 이미 흐물흐물 거의 다 썩어버려 땅을 팔수가 없었습니다. 소년은 배가고파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어떤 소녀가 죽은 개를 안고 공동묘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온 힘을 다해 소녀를 불렀습니다. “밥......좀......줘.......” “응 뭐야? 말하는 시체네? 어머, 귀여워! 어께에 난 광대버섯 좀 봐! 너무 예쁘다!” 소녀는 안고 있는 강아지의 시체를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소년은 강아지의 시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소녀는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안녕? 러브 래프트야. 줄여서 러브! 만나서 반가워!” “우걱- 우걱- 내 이름은 구울 소년이야! 나도 만나서 반가워.” 알고 보니 러브는 키우던 개가 죽어 묘지에 묻으러 온 것 이었습니다. 이때까지 묘지에서 걸어 다니고 말을 하던 것 이라곤 자신뿐이던 구울 소년은 러브와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구울 소년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고, 러브에게 자주 놀러 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러브는 밤마다 공동묘지로 놀러왔고,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루는 구울 소년은 러브를 따라 던 위치로 내려갔습니다. 정육점을 지나던 소년은 정육점에 걸린 소의 시체를 보고는 이성을 잃고 크게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러자 소의 시체가 되살아나 꿈틀꿈틀 거렸습니다. 물론 정육점 아저씨는 화를 냈지만, 구울 소년은 그 소의 시체를 러브에게 선물했습니다. “어쩜! 고깃덩어리가 꿈틀거려! 집에 데리고 가서 엄마한테 보여드려야지!” 러브와 소년은 살아 움직이는 소의 시체를 끌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곧 소녀의 집에 도착을 했고, 구울 소년은 러브의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머? 너 남자구나? 어머나 우리 딸한테 남자친구가 생기다니. 호호 아무튼 반갑다 얘! 우리 딸하고 잘 지내주렴” 러브는 구울 소년이 준 살아 움직이는 소의 시체를 자랑했습니다. “엄마! 이것 봐!” “응? 이건 왠 거니?” “쟤가 나한테 줬어.” “잘됐구나! 마침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서 적적했는데, 이걸 강아지 대신 키우면 되겠다.” 구울 소년과 러브는 하루하루 애정을 키워나갔습니다. (사랑인지 우정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소년은 러브를 만날 때 마다 배가 고팠고, 그래서 둘은 대부분 정육점에서 만나곤 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러브의 몸에서 뿌연 솜털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왼쪽 무릎에 돋아나더니, 이내 온몸으로 번져갔습니다. 러브는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습니다. 이미 러브의 몸 구석구석에, 묘지에서 피어나는 살을 파먹는 곰팡이가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곰팡이는 점점 크게 자랐고, 러브의 등에 커다란 포자낭이 생겨 버렸습니다. 어느 가을비가 처량하게 내리던 날, 러브의 등에 있던 포자낭은 펑 하고 터졌고, 러브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러브의 장례식 날, 구울 소년은 애가 탔습니다. 러브의 시신에 다가가서 한번만 깨물어주면 러브가 되살아 날 텐데. (비록 심장은 뛰지 않겠지만) 애석하게도 구울은 장례식장 안에 들어갈 수 없었죠. 결국 러브는 공동묘지로 옮겨져 차가운 바닥에 묻혔고, 구울 소년은 어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구울 소년은 러브의 무덤 곁에서 자신이 썩어문드러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틈틈히 글을 쓰고는 있는데, 생업이 바빠 꾸준히 쓰지는 못하네요 하하 부족한 점 많은 글이니, 고견을 주십시오 꾸지람은 언제나 달게 받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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