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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2/18 15:43:07
Name   호타루
Subject   어느 마작사와의 대화
단편 픽션입니다. 문학이라는 걸 써 보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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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 치면서 제일 두려운 게 누군지 아나? 프로? 틀렸어! 프로는 차라리 털리고 개박살이 나고 종국에는 아예 점수를 몽땅 빼앗길 걸 미리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라도 하지.

가장 두려운 건 마작을 처음 두는 사람이야. 농담이 아닐세. 이게 말이지, 처음 마작을 두는 사람을 잘 보면, 어디선가 신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지.

이 마작의 신이라는 게 말이지, 참으로 악랄해. 처음 마작을 치는 사람에게 상상할 수 없는 행운을 안겨주고, 자기에게 그런 상상할 수 없는 행운이 잘 따른다는 환상을 심어줘. 마작의 신에게 사랑받는 사람! 마치 자기가 그런 사람이 된 것마냥 그 달콤하고도 독한 사탕을 하나 딱 던져주고, 그리고서는 안 줘. 그러다가 지쳐갈 때쯤 그런 사탕을 또 던져주는 걸세.

그 마수에서 빠져나오면 되지 않냐고? 이봐, 이봐! 자네는 도박이라는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나? 천 원을 걸어 오천 원이라도 땄을 때의 그 희열을 느껴보았냔 말일세! 오천 원을 따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쁜데, 이 독한 사탕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끝장인 숨막히는 싸움에서 마치 몇천만원 정도는 딴 듯한 기쁨을 던져준단 말야! 한 번 그 맛을 본 순간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그 달콤한 맛을 잊지를 못하네. 애시당초 패보라는 게 왜 나오며 리플레이가 왜 나오는가? 그 희열의 발끝만치, 아니 그 발끝의 아주 작은 티끌만치라도 그 달콤한 맛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나오는 발버둥이란 말야!

그런 이 세상에 둘도 없을 달콤한 사탕을, 마작의 신은 꼭 초보자들에게 내리더란 말일세. 초보자, 그것도 아무 생각없이, 족보가 뭔지도 모르는 초보자와 마작 둬 봤나? 내 단단히 일러두는데, 뒷목 엄청 잡을 걸세. 발에 혼일색이라고 해서 안심했더니 까 보니까 녹일색 역만이야. 핸드폰 마작게임을 알려줬더니,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좀 붙잡더니만 사암각이 뭐에요? 하고 물어보더라고! 치또이츠 론입니다 해서 봤더니만 자일색 대칠성인 경우는 또 어떻고!

그렇게 초보자가 마작의 신에게 포로가 되고, 그리고 그 초보자는 일생을 마작의 신에게 저당잡힌다네. 게임으로 즐기는 선에서 끝나면 그나마 요행일세. 개중에는 꼭 마작의 신이 경고하는 선을 넘어서 도박판에 몸을 담았다가 어느 이름없는 나라로 팔려가고, 노예가 되고, 심지어는 바닷속 깊이 가라앉아 실종 처리되는 경우도 있지. 어쩌면 마작의 신이 원하는 건 그런 공물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네. 소름끼치는 일이 아닌가!

아, 나는 그런 적 없었냐고? 핫핫핫핫... 이봐 나라고 그런 적이 없었을 리가 있겠나? 내 살면서 가장 큰 자랑이 있다면 소사희를 몰라서 날려먹고 역만보다 힘들다는 3연속 가깡 산깡쯔 혼일색 백패에 도라5 삼배만으로 오라스 일발 대역전한 게임일세. 뭣도 모르고 치던 그 시절에도 이건 드문 거다 하고 영상을 저장해 놓은 게 남아 있더군. 한번 보겠나? 내 살면서 역만은 국사무쌍 딱 한 번 내어 봤네만, 그 국사무쌍도 삼배만 판에 비할 바가 못 되지.

그 때 알았어야 했네. 마작의 신, 아니 그 악마의 속삭임을 멈추려면 그 때가 마지막 기회였다는 걸 말이야. 마작의 마가 麻가 아닌 魔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네. 으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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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휴대폰 사암각은 제 후배 실화고(옆에서 봤습니다) 삼배만 론 직격은 제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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