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12/15 19:22:05
Name   우럭광어
Subject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하며 시작하는 노래 가사가 있어요. 일요일 아침, 누군가는 상쾌하게 시작했겠지만, 저는 그런 기분과 함께 일어났어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항상 그런 기분이 가슴 한 구석에 스멀스멀 남아 있습니다. 집에 있으면, 주말인데 방구석에 처박혀서 보내면은 안될거같은 그런 기분. 이렇게 글로 쓰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 기분이 커져서 잠기기 시작하면, 그때는 정말 어찌할 수 없을 거 같은 그런 두려움이에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2D 횡스크롤 게임인데, 오른쪽으로 빨리 적들을 해치우며 나아가지 않으면, 왼쪽에서 점점 누군가가 쫒아와서, 결국 잡히게 되면 게임 오버가 되는.

그래서 일어나 뒹굴거리지도 못하고 금방 씻고 나갈 채비를 합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다시 막막해지는 거에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지? 하고요. 이것저것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에요. 영화도 보러 가보고, 쇼핑을 하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가보거나, 물론 다 혼자서요. 친구를 만나는 편이 가장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천성이 아웃사이더라, 그리고 재미없는, 재미 이전에 말 수가 거의 없는 인간이라, 누군가에게 만나자고 연락하는 것도 부담스럽거든요. 만나서 재미없으면 어쩌지 하고 벌써부터 미안하다니까요. 결국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건, 어디를 가든, '아 여기 있으면 안 될 거 같은데, 저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들, 연인들 있는 곳에 내가 있는 게 어울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에요.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페달을 밟고 바람을 맞으며 나아가는, 그 기분이 좋은것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는 동안에는 어디에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거에요. 여기 있으면 안 될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 리가 없으니까요.

결국 고민하다 꽤 높은 확률로, 출근해서 주중에 못다한 일을 하게 됩니다. 일은 해도 해도 없어질 리가 없으니까요. 사실 주말보다 평일이 더 좋아요. 무슨 스폰지밥처럼 월요일이 너무 좋아! 하면서 월요일송을 부르는 건 아니지만요. 평일에는 모두가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잖아요?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거잖아요? 이렇게 쓰고 보니까 쪼오끔 미친 사람 같네요. 저 미친 사람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그럼 왜 이런 정신나간 글을 쓰냐고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거든요. 크리스마스에는 대체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가입인사 후 쓰는 첫 글이 이런 이상한 이야기라 죄송합니당. 진심이 아니에요. 아마도...



13
  • 첫글은 추천
  • 첫글은 ㅊㅊ
  • 첫글 ㅊㅋㅊㅋ!!
  • 첫글은 ㅊㅊ
이 게시판에 등록된 우럭광어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84 일상/생각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5 우럭광어 19/12/15 5480 13
10075 일상/생각겨울 밤 길가에 내려놓기 2 거소 19/12/13 6310 7
10074 일상/생각아픈 것은 죄가 아닙니다. 27 해유 19/12/13 5706 29
10071 일상/생각충치 18 알료사 19/12/11 6126 9
10067 일상/생각도미노 인생 4 사이시옷 19/12/10 5811 21
10066 일상/생각먼지 쌓인 단어 6 무더니 19/12/10 6674 13
10062 일상/생각집문제로 스트레스 받아서 넋두리 남깁니다. 35 미스터주 19/12/09 7363 18
10056 일상/생각그땐 정말 무서웠지 4 19/12/06 6984 34
10050 일상/생각[사고영상][약혐...]교통사고 처리 힘드네요... 7 No.42 19/12/05 6584 3
10048 일상/생각관점의 전복 - 약자의 강함 16 necessary evil 19/12/03 7615 19
10044 일상/생각내가 이러려고 결혼하나 자괴감이 들어.. 32 염깨비 19/12/02 7763 0
10042 일상/생각빼빼로 배달부 24 Jace.WoM 19/12/01 6436 10
10038 일상/생각깨끗한 성욕이라는게 존재하는가? 26 타키투스 19/11/28 8629 5
10032 일상/생각나의 남혐 7 알료사 19/11/27 7917 28
10031 일상/생각하루 삼십 분 지각의 효과 13 소고 19/11/26 7014 24
10030 일상/생각나는 다시 살을 뺄 수 있을까?? 29 원스 19/11/26 6101 0
10027 일상/생각홍콩 소식을 들으면서 하는 생각(+기사와 의견 추가) 33 흑마법사 19/11/25 7448 17
10026 일상/생각조롱만은 아니 보았으면 45 호타루 19/11/25 7235 9
10013 일상/생각아빠 직업은 무역업.. 근데 제 직업은 아닌데요.. 38 집에가고파요 19/11/22 7233 6
10012 일상/생각거지같은 인간은 거지같은 인간일 뿐 9 necessary evil 19/11/22 7629 7
10009 일상/생각미국이 더 이상 한국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 20 MANAGYST 19/11/22 8096 11
10007 일상/생각나이 9 사이시옷 19/11/20 5312 5
10004 일상/생각내 디지로그 연대기. 1 당나귀 19/11/19 6511 2
10003 일상/생각내년에 26살이 되는 청년입니다. 16 하리보와와 19/11/19 5383 6
9993 일상/생각와 진짜 갈등 때립니다. 3 집에가고파요 19/11/15 4675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