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게시판입니다.
Date | 15/06/06 15:48:53 |
Name | kpark |
Subject | [스탯] 쟤는 볼 때마다 털리는거 같은데 왜 성적이 좋지? - LOB% |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입니다. 적어도 한국에서, 아니 적어도 한국 프로 스포츠 중 제가 아는 한, 야구만큼 기록을 갖고 놀기 좋은 공놀이는 없습니다. 나이와 함께 불어나는 뱃살 때문에 몸 대신 머리로 스포츠를 즐기는 아재들에게 이만큼 좋은 공놀이도 드뭅니다. 근데 TV로 야구를 보다 보면 그 머리가 잘 돌아가다 이상한 데서 막히는 지점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우리 팀 선발투수 중에 내가 볼 때마다 마운드에서 진창 땀을 쏟아내는 선수가 있습니다. 선두타자 볼넷은 예사고 2아웃에서 안타-볼넷-안타로 만루 채우는 게 주특기입니다. 볼 때마다 내 수명을 10년씩 깎아먹는 이 선수, 근데 요상한 타이틀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바로 ‘ERA(평균자책점) 1위’입니다. … 뭐? ERA, 평균자책점, 방어율. 이게 다 무엇입니까? 야덕 입문자 시절 친구한테 선동열급 학점의 의미를 물어봤습니다. 방어율이 뭔고 하니 [9회를 던진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적으로 내주는 실점]이라고 합니다. 실점하고 자책점이란 부분에서 친구가 틀렸지만 대충 비슷하다고 무시하기로 했고. 어쨌든 듣고 보니 감은 오네요. 아, 한 경기가 9회니까 투수 한 놈이 끝까지 던지면 내주는 점수구만! 그러고 보니 86년 선동열의 ERA는 1이 안 된다던데. 그러니까 한 경기에 1점도 안 내줬다 이건가. 뭐야 이 치트키 같은 멍게는? ![]() [누군가 그랬습니다. 감독 선동열은 까도 선수 선동열은 깔 수 없다고.] 잠시 샜던 회상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이상합니다. 저렇게 맨날 장작을 쌓는데 ERA 1위라고?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 천인공노할 역적놈이 그렇게 학점 관리를… 아니 점수 관리를 잘 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상대 타자가 1사 만루에서 배트를 휘두릅니다. 유격수! 유격수! 고앵민 고앵민! 넵 병살타… 아아 이 익숙한 느낌.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놈은 끝내주게 운이 좋거나, 코너에서 초사이어인이 되거나 둘 중 하나구나. [LOB%](Left On Base Percentage)는 이런 선수들의 성적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도구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잔루율’, 조금 더 정확히 말해 ‘잔루 처리율’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투수가 내보낸 주자 중 잔루한, 즉 득점하지 못한 주자들의 비율’을 뜻합니다. 더 거칠게 요약하자면 쌓은 장작들 중 불이 나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계산 식은 어떻게 될까요? 생각보다 구하는 방법은 쉽습니다. LOB% = (H+BB+HBP-R)/(H+BB+HBP-1.4*HR) H=피안타, BB=볼넷, HBP=사구(몸에 맞는 공), R=실점, HR=홈런 공식을 해석하자면 [홈런 대비 득점이 많아질수록 값이 내려가고, 적어질수록 득점이 내려갑니다.] 이렇게 설계된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사실 공식만 보면 이게 무슨 수치인지, 어느 값 정도가 되어야 평균인지, 값이 얼마 정도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감이 안 옵니다. 그래서 대강의 기준선은 주어져 있습니다. 70% - 평균 70% 이상 - 운이 좋다. 장작(주자)을 쌓아도 잘 삭제한다. 70% 이하 - 운이 나쁘다. 장작(주자)을 쌓아서 점수가 잘 된다! 70%라는 기준선은 메이저리그의 누적된 기록을 통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준입니다. 우리나라 기록에 맞춰봐도 잘 맞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KBO리그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는 [양현종] 선수는 [ERA 1.48]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양현종 선수는 [LOB% 89.8%]라는 믿기 힘든 값을 찍고 있습니다. 설명한대로라면 그냥 한가운데 공을 던져도 병살타가 될 정도로 신기에 가까운 주자 삭제 능력을 갖고 있거나, 자신을 구원하러 등판한 불펜 투수들이 죄다 오승환처럼 상대를 얼음으로 만들거나 하는, 그런 상황이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고 해석이 됩니다. [양현종: 내 사전에 불운이란 없다.] 그렇다면, 만약 양현종 선수가 평균인 70%의 LOB%를 갖는다면, 혹은 불운해서 60%라는 LOB%를 갖는다면 지금 성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LOB% 60: 42.6실점 LOB% 70: 33.3실점 LOB% 80: 24.1실점 실제 올 시즌 실점은 15점, 자책점은 13점이니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납니다. 만약 양현종 선수가 LOB% 70%일 때의 기대값인 33.3점을 실점했다고 가정해보죠.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책점은 실점보다 2점 낮다고 생각해 31점이라고 하면, ERA는 1.48이 아닌 3.53이 됩니다. 2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차이고, ERA 순위는 1위에서 7위로 곤두박질칩니다. 여기서 더 운이 따르지 않아 주자가 쌓이는 족족 실점해서, LOB%가 60%였다면? 실점 42점, 자책점 40점이라고 계산하면 ERA는 4.56이 됩니다. 순식간에 세 배나 늘었네요. 순위는 19위로 떨어졌습니다. 소름… 계산과정에서 눈에 띄는 건 피안타, 볼넷, 사구, 홈런이란 변수는 변하지 않더라도, 실점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 만으로도 LOB%의 값이 크게 요동친다는 겁니다. 또 홈런 숫자 대비 실점이 1.4배만 된다면, 가령 홈런 10개를 맞았는데 실점은 14점 밖에 안 된다면 LOB%는 100%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공식 뒤에 숨어있는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 홈런의 개수와 상관없이 실점이 많아지면 LOB%는 낮아진다. 2) 홈런을 많이 맞더라도 실점이 적다면, LOB%는 높은 값을 갖는다. 즉 ‘운이 좋다’고 해석될 수 있다. 3) 홈런을 적게 맞더라도 실점이 많다면, LOB%는 낮은 값을 갖는다. 즉 ‘운이 나쁘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를 해석하면? LOB%라는 공식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홈런이 아닌 실점은 운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가끔 포수의 리드 탓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 홈런이란 건 투수에게 책임을 크게 묻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다른 실점은? 보이지 않는 실책, 텍사스 안타, 공을 빠트리는 포수 등 투수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의해 결과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박찬호 선수는 [땅볼을 유도했는데 안타가 되는 것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만루에서 땅볼을 유도해도 어떤 때는 병살타가, 어떤 때는 야수 사이로 빠져나가는 안타가 나오기도 합니다. 혹은 주자를 쌓고 내려오는 족족 구원 투수가 불을 질러서 ERA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은 투수의 손에서 벗어난 영역이라고, LOB%의 공식은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LOB%라는 하나의 스탯을 가지고 지나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 금물입니다. 70%면 평균이다, 80%면 운이 좋은 거다, 60%면 억세게 불운한 거다 이런 가정은 다 [일반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거지, 선수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른 투구를 펼치기 때문에 실점이 정말로 운 탓인지 투수의 능력 탓인지는 칼로 자르듯이 명확하게 책임을 나눌 수 없는 것입니다. 누가 그랬잖아요. 야구에 만약은 없다고. ![]() [넵, 야만없.] 다만 앞서 말한 대로 평균적으로는 맞아 들어가는 얘기이기 때문에 보통 투수의 향후 성적을 예측할 때는 유용한 지표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일반론이지만 지금 양현종 선수가 찍고 있는 성적은 89.8이라는 기괴한 LOB%를 감안할 때 시즌 끝까지 유지될 거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물론 2013년에 이미 82.1%라는 LOB%를 기록한 적 있기 때문에, 양현종 선수가 ‘위기에 강한 남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양현종 선수처럼 ‘억세게 운이 좋은 남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두산의 마야 선수는 LOB%가 45.1에 달하는 엽기적인 불운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_-;; 주자가 나갔다 하면 실점이라는 건데… 다만 이건 최근 약세를 보이는 두산 불펜진의 책임도 조금은 있겠지만,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이 0.388에 달하는 마야 선수의 책임도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 [표정만 봐도 불운한 남자, 마야] 또 NC의 손민한 선수는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마야 선수에 이어 2번째로 LOB%가 낮습니다(61.9). 그럼에도 ERA는 3.79를 찍고 있는데, LOB%가 70이었다면 이 수치가 3.01으로 낮아졌을 겁니다. 갓민한 찬양해! ![]() [운빨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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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보고 좀 더 찾아보니 신기한게 많네요.
손민한은 LOB%도 비정상적이지만 HR/9도 0.33으로 비정상적입니다. 둘의 상승 하강을 퉁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게 era는 3.79이고 fip는 3.49네요 크크
니퍼트는 HR/9는 0.34인데 babip가 0.351;;
양현종은 HR/9도 0.46, babip도 0.271로 규정이닝 최상위, LOB%도 최하위... 어떻게 봐도 플루크인데... 기아팬분 얘기로는 fip 자체가 최근에 좋아지는 추세라고 하니 era와 fip중 어느쪽으로 수렴 될런지 매우 흥미롭네요 ... 더 보기
손민한은 LOB%도 비정상적이지만 HR/9도 0.33으로 비정상적입니다. 둘의 상승 하강을 퉁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게 era는 3.79이고 fip는 3.49네요 크크
니퍼트는 HR/9는 0.34인데 babip가 0.351;;
양현종은 HR/9도 0.46, babip도 0.271로 규정이닝 최상위, LOB%도 최하위... 어떻게 봐도 플루크인데... 기아팬분 얘기로는 fip 자체가 최근에 좋아지는 추세라고 하니 era와 fip중 어느쪽으로 수렴 될런지 매우 흥미롭네요 ... 더 보기
이 글 보고 좀 더 찾아보니 신기한게 많네요.
손민한은 LOB%도 비정상적이지만 HR/9도 0.33으로 비정상적입니다. 둘의 상승 하강을 퉁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게 era는 3.79이고 fip는 3.49네요 크크
니퍼트는 HR/9는 0.34인데 babip가 0.351;;
양현종은 HR/9도 0.46, babip도 0.271로 규정이닝 최상위, LOB%도 최하위... 어떻게 봐도 플루크인데... 기아팬분 얘기로는 fip 자체가 최근에 좋아지는 추세라고 하니 era와 fip중 어느쪽으로 수렴 될런지 매우 흥미롭네요 크크
babip 최하위 탑3가 마야-니퍼트-장원준이란건 두산 수비가 헬게이트란 소리인거고...
소사의 BB/9가 1.61이란건 넥팬으로써 충공깽......
진짜 재밌습니다 이래서 개야구 못 끊는거죠 하...
손민한은 LOB%도 비정상적이지만 HR/9도 0.33으로 비정상적입니다. 둘의 상승 하강을 퉁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게 era는 3.79이고 fip는 3.49네요 크크
니퍼트는 HR/9는 0.34인데 babip가 0.351;;
양현종은 HR/9도 0.46, babip도 0.271로 규정이닝 최상위, LOB%도 최하위... 어떻게 봐도 플루크인데... 기아팬분 얘기로는 fip 자체가 최근에 좋아지는 추세라고 하니 era와 fip중 어느쪽으로 수렴 될런지 매우 흥미롭네요 크크
babip 최하위 탑3가 마야-니퍼트-장원준이란건 두산 수비가 헬게이트란 소리인거고...
소사의 BB/9가 1.61이란건 넥팬으로써 충공깽......
진짜 재밌습니다 이래서 개야구 못 끊는거죠 하...
http://baseball-lab.com/2015/06/01/story_n_2869
위 글에서 인용하면
\"마야는 올 시즌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을 때의 성적이 매우 좋지 못하다. 이는 마야의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그런 것이다. 위기관리능력이라고 불리는 그 애매모호한 것은 대부분 행운, 불운에서 기인한다. 만약 주자가 나갔을 때 시리얼을 먹은 호랑이처럼 기운이 펄펄 솟아나는 투수가 있다면, 이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땐 똑바로 던지지 않는다고 욕을 먹어야 정상이지 위기관리능력이 있다고 칭찬받아서는 안 된다.\"
라고 하네요
위 글에서 인용하면
\"마야는 올 시즌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을 때의 성적이 매우 좋지 못하다. 이는 마야의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그런 것이다. 위기관리능력이라고 불리는 그 애매모호한 것은 대부분 행운, 불운에서 기인한다. 만약 주자가 나갔을 때 시리얼을 먹은 호랑이처럼 기운이 펄펄 솟아나는 투수가 있다면, 이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땐 똑바로 던지지 않는다고 욕을 먹어야 정상이지 위기관리능력이 있다고 칭찬받아서는 안 된다.\"
라고 하네요
장작을 쌓고 실점을 잘 안한다면 LOB%는 높은 값을 기록하게 됩니다. 실제로 류현진은 KBO에서 7년을 뛰면서 통산 77.8%라는 높은 LOB%를 기록했습니다. 기량이 절정에 달했던 2010년에는 85.8%라는 엽기적인 LOB%를 찍었습니다. 뭐 당시 경기 내용을 되새겨보면 당연해보이기도 하네요...
여하튼 말씀하신 것처럼 장작이 쌓였을때 각성해서 장판파를 시전하는데 성공한다면, LOB%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홈런 아니면 어지간해선 실점 안한다는 뜻이니까요. 홈런에 비해 실점이 적으면 LOB%는 자동으로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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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말씀하신 것처럼 장작이 쌓였을때 각성해서 장판파를 시전하는데 성공한다면, LOB%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홈런 아니면 어지간해선 실점 안한다는 뜻이니까요. 홈런에 비해 실점이 적으면 LOB%는 자동으로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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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을 쌓고 실점을 잘 안한다면 LOB%는 높은 값을 기록하게 됩니다. 실제로 류현진은 KBO에서 7년을 뛰면서 통산 77.8%라는 높은 LOB%를 기록했습니다. 기량이 절정에 달했던 2010년에는 85.8%라는 엽기적인 LOB%를 찍었습니다. 뭐 당시 경기 내용을 되새겨보면 당연해보이기도 하네요...
여하튼 말씀하신 것처럼 장작이 쌓였을때 각성해서 장판파를 시전하는데 성공한다면, LOB%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홈런 아니면 어지간해선 실점 안한다는 뜻이니까요. 홈런에 비해 실점이 적으면 LOB%는 자동으로 높아집니다.
근데 그냥 잘하는 선수들은 보통 LOB%가 높게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죠. 애초에 너무 잘해서 주자가 잘 안나갑니다. 주자가 나가도 너무 잘하니까 점수 내기도 어려워요. 홈런 아니면 점수 낼 방법이 거의 없는 선수들, 이런 선수들은 당연히 LOB%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커쇼라던가 그레인키라던가... 이런 선수들은 운빨이 아니라 실력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크크
여하튼 말씀하신 것처럼 장작이 쌓였을때 각성해서 장판파를 시전하는데 성공한다면, LOB%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홈런 아니면 어지간해선 실점 안한다는 뜻이니까요. 홈런에 비해 실점이 적으면 LOB%는 자동으로 높아집니다.
근데 그냥 잘하는 선수들은 보통 LOB%가 높게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죠. 애초에 너무 잘해서 주자가 잘 안나갑니다. 주자가 나가도 너무 잘하니까 점수 내기도 어려워요. 홈런 아니면 점수 낼 방법이 거의 없는 선수들, 이런 선수들은 당연히 LOB%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커쇼라던가 그레인키라던가... 이런 선수들은 운빨이 아니라 실력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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