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게시판입니다.
Date 15/10/27 01:05:32
Name   kpark
Subject   2015 월드시리즈: 파이어볼러 vs 안티-파이어볼러
김형준 칼럼에서 종합적인 월드시리즈 프리뷰를 해버리는 바람에 종합적인 건 배제하고 한 가지 테마에만 집중해본 프리뷰입니다.

월드시리즈까지 보실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두 팀의 전력을 가볍게 요약해서 비교해보면

컨택트: 캔자스시티 우세
파워: 메츠 약우세
도루: 캔자스시티 우세
수비: 캔자스시티 우세
불펜: 캔자스시티 우세
선발: 메츠 압승

대충 이렇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일방적으로 캔자스시티 win인 것 같지만 야구는 게임이 아니니까요~

월드시리즈는 한국 시간으로 수요일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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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켓 팀들의 대결이 아니기에 미디어의 주목도는 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2015년 월드시리즈는 ‘모순’이란 고사를 떠올리는 듯한 기묘한 두 팀이 맞붙게 됐습니다. 바로 ‘최강의 창’ 캔자스시티와 ‘최강의 방패’ 메츠가 만납니다.


‘최강의 창’ 캔자스시티

흔히 야구에서 빼어난 공격력이라 하면 홈런으로 대표되는 장타 위주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캔자스시티는 그 극단에 있는 갖다 맞히기, 컨택트 히터의 팀입니다. 컨택트 히팅에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어느 곳도 캔자스시티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캔자스시티의 타율은 디트로이트(0.270)에 이은 리그 2위(0.269)입니다. 리그 평균 0.254에 비해 굉장히 빼어난 성적입니다. Z-score(평균 대비 표준편차의 몇 배수만큼 뛰어난지 나타낸 수치, 높을 수록 평균보다 크며 낮을수록 평균보다 낮음)는 1.79인데 평균에 비하면 상위 3.7%에 속하는 큰 차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숫자로는 감이 안 올 수 있으니 그래프를 보면… (가로축은 30개 팀인데, 귀찮아서 생략하고 캔자스시티만 표시했습니다.)



더 경이로운 부분은 삼진 비율(K%)입니다. 올해 정규시즌 평균 K%는 20.4%입니다. 그런데 캔자스시티의 K%는 15.9%에 불과합니다. 리그에서 가장 낮은 건 당연하고, 다시 Z-score를 꺼내봤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우측의 땅을 파고 들어갈 것 같은 막대가 캔자스시티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가장 놀라운 건 시속 95마일 이상 강속구를 상대로 성적을 냈을 때입니다. 타율은 0.284, OPS는 0.783으로 1위/2위이며 K%는 전체 성적보다도 훨씬 낮은 13.0%입니다. 당연히 K%는 리그 1위인데 평균이 23.5%입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다시 Z-score를 꺼내보겠습니다.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에는 최고의 투수들이 나섭니다. 또 최고의 투수들도 구속을 평소보다 더 끌어올려 공을 던집니다. 그러나 캔자스시티는 상대의 ‘파워업’에 가장 강력한 저항력을 지닌 팀입니다. 최강의 창이란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팀입니다.


‘최강의 방패’ 메츠

야수의 수비력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야구지만, 역시 수비의 시작과 끝은 투수의 손에 달렸습니다. 메츠의 선발진은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10개 팀 중 최고의 두터움과 강력함을 자랑합니다(그나마 다저스 듀오가 비벼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일찍 사요나라…).

제이콥 디그롬, 노아 신더가드, 맷 하비, 그리고 새롭게 가세한 스티븐 마츠까지 4명의 선발이 모두 시속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뿌릴 수 있습니다. 이 4인방의 무서움은 단순히 최고 구속이 높은 게 아니라 경기 중 시도 때도 없이 그 강속구를 던진다는데 있습니다.

이 4명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모두 시속 94 마일을 넘습니다. 그 비중도 대단히 높습니다. 시속95마일이 넘는 공의 비중이 40%가 넘습니다. 포스트시즌에는 더 높아졌습니다. 투수진 전체로 봐도 정규시즌에는 22%였고, 선발의 비중이 높아진 포스트시즌에는 37%에 달합니다.



마무리 쥬리스 파밀리아도 시속 95마일이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데 그 비중이 50%가 넘습니다. 산 넘어 산이라고 만약 메츠 선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라도 한다면 상대는 1회에서 9회까지 이어지는 경기 내내 강속구를 상대해야 합니다. 캔자스시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허리는 선발로 뛰던 바톨로 콜론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네 명의 선발 투수는 가을 9경기에서 55.1이닝을 던져 삼진 71개를 잡아냈습니다. 막내 마츠의 성적을 뺀 세 선배의 평균 이닝, 삼진 수는 더 높습니다. 수비, 쉬프트가 있기 전에 야구는 투수가 잘해야 하는 종목입니다. 타자의 방망이를 힘으로 눌러버리는 메츠는 최강의 방패 그 자체입니다.


창 대 방패, 힘 대 힘

캔자스시티가 정규 시즌에 빠른 공을 잘 치긴 했지만, 가을에는 그 성적이 살짝 꺾였습니다(타율 .256). 반면 메츠 선발 투수들은 정규 시즌의 좋은 성적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캔자스시티가 상대한 휴스턴 - 토론토 선수들은 이 정도로 빠른 공을 많이 던지지 않았습니다. 캔자스시티 입장에선 차원이 다른 강속구 특급을 상대해야 합니다.

물론 메츠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츠가 상대한 다저스 - 컵스는 시즌 중 시속 95마일 이상 투구 상대 타율이 18위, 21위로 좋지 않았습니다. 전체 K%도 20.7%, 24.5%로 좋지 않았고(컵스는 전체 꼴찌입니다) 95마일 이상의 공을 상대로는 23.3%, 28.3%로 더 좋지 않았습니다. 반면 캔자스시티 타자들은 두 팀 타자들과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메츠 투수들은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두 팀은 상대에게 가장 상성이 좋은 타자들과 이전에 볼 수 없던 압도적인 빠르기를 가지고 맞붙는 셈입니다. 창과 방패가 맞붙는다고 했지만, 서로의 강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니 힘과 힘의 대결이라 해도 좋은 대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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