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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Plainview 24/12/31 01:30:54
요즘 오랜만에 다시 예전 철학책들을 읽고 있음. 사르트르, 헤겔, 마르크스, 푸코 같은 것들... 물론 원전을 읽을 수준은 안되고, 요약본이나 쉽게 설명해 놓은 책 같은 거.

타자와 조우하며 투쟁하는 자기인식self-knowledge의 과정, 라캉이 이야기하는 주체가 자신을 객체로 바라보는 순간이자 자신이 스스로에게 타자가 되는 거울단계, 사르트르가 말하는 본질, 신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만이 현실인 개인성이 유일한 관측 지점이며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 같은 것들을 볼 때 아, 그래 예전에 이런 개념도 있었지... 끄덕끄덕 하면서 읽게 됨.

그리고 역설적으로, 나의 개념체계에서 이런 철학자들의 이론들이 뇌과학 및 호르몬들로 <완전히 대체>되었음을 깨달음. 어느샌가 나는 내 행동을 테스테스테론, 도파민, 세로토닌으로 설명하고 있지 즉자와 대자 사이의 변증법 따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음...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니 이제 사설 같은 데서도 푸코나 들뢰즈, 하버마스를 언급하는 사설조차 보이지 않음. 즉 나에게, 혹은 세상에게 철학은 완전히 뇌과학에게 따였다는 것...

현재 철학의 마지막 보루는 페미니즘인 듯... 하지만 여기도 여전히 여초집단의 행동을 진화심리학과 뇌과학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는 움직임이 있는 듯한데 이 둘은 대체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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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Plainview
이게 바람직한가? 하면 이 모든건 테스테스테론 때문이야! 하는 앤드류 테이트 같은 사이비 얼치기들도 양산하고, 트럼프나 머스크 같은 자들도 만들어 내는 흐름이긴 한데,

나에게는 지젝이나 테이트나 둘 다 똑같이 해롭긴 마찬가지임. 하나는 아무도 못 알아듣는 소리 하면서 현학적인 소리 하는 놈이고 하나는 유사과학 들고와서 개념의 오용을 하는 자.

그래도 나에게는 철학자보다는 뇌과학자 쪽이 더 와닿는 듯. 티벳 불교 격언에 "두 철학자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철학자 중 하나는 가짜고, 두 성자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성자 중... 더 보기
이게 바람직한가? 하면 이 모든건 테스테스테론 때문이야! 하는 앤드류 테이트 같은 사이비 얼치기들도 양산하고, 트럼프나 머스크 같은 자들도 만들어 내는 흐름이긴 한데,

나에게는 지젝이나 테이트나 둘 다 똑같이 해롭긴 마찬가지임. 하나는 아무도 못 알아듣는 소리 하면서 현학적인 소리 하는 놈이고 하나는 유사과학 들고와서 개념의 오용을 하는 자.

그래도 나에게는 철학자보다는 뇌과학자 쪽이 더 와닿는 듯. 티벳 불교 격언에 "두 철학자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철학자 중 하나는 가짜고, 두 성자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성자 중 하나는 가짜다."라는 말이 있음.

즉, 철학자들은 자신만의 개념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럼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는 논쟁이 될수밖에 없음. 페미니즘만 해도 결국 자아와 타자의 변증법을 통해 여성은 이미 정해진 방법으로 자신을 묘사하기 때문에 이타성의 운명 안에 갇혀있다는 - 과학적인 방법으로 반증이 불가능한 가부장제의 굴레- 주장을 펴는데, 최소한 뇌과학은 우리 신경계와 호르몬을 탐구함으로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에 대한 공통된 설명을 이끌어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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