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흘려보낼 짧은 글을 편하게 남기는 공간입니다.
- 가치가 있는 정보가 담긴 글은 티타임 게시판에 써주세요.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5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바보왕 24/03/11 17:49:00
소극적 인종 차별이라고 공격받는 사례 중 상당수가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내재된 편견이 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가해자 쪽(이라고 찍힌 사람)이 인종 자체를 염두에 그냥 안 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런데 현실에 실제로 발생하는 인간소외/정체성 배격은 그럼 다 뭐냐?

그냥 안 친해서 그런 겁니다. 낯설고 불편한 것뿐이죠. 그런데요. 말하자면 외지인을 배격하는 건데, 그 외지인이란 게 싹 다 "특정한 공통점을 가지는 사람들"이라,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면 그 사람들 역시 가해자에겐 외지인이 되는 거기도 함.

그리고 인종 차별이라고 하면 대번에 눈에 라이트가 들어오는 사람들도 막상 그 뿌리에 있는 [외지인 배격]에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거는 인간의 본능이라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말이죠.

한 마디로 인종 어쩌고 이전에 사회 단절 자체가 더 큰 문제이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만 평생 살다 뒤지겠다는 아집]이 인종차별 같은 레이블 붙은 악보다 더한 사태의 원흉이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종차별 어쩌고로 달아오르는 미국 어딘가나 지구촌 온갖 온오프 라인의 작은 사회들이나 돌아가는 모습 보면 딱히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5
5
바보왕
나와 남을 구분하고 선과 악을 구분하고 호와 오를 구분하고 지금의 나를 과거 미래와 뚝 떼놓은 채 '남이 아닌 나 자신' '내가 가진 현재의 속성' ' 내가 바라는 이상적 상태'를 고집하는 한 (그리고 이런 식의 접근은 말이죠, 인종 차별 가해자만이 아니라 반대자에게도 똑같은 위험요소가 있다는 결론을 끌어내게 됩니다) 앞으로도 발생할 그 '소극적 인종 차별'의 발생을 저지 혹은 감소시킬 수가 없습니다.

저건 다른 인종 이전에, 다른 성별 이전에, 다른 국가 구성원 이전에... "내 이웃이 아니고 내 이웃이 될 수도 없는 무언가"란 말이죠. 내가 남을 배격하겠다는데 왜 니들이 나한테 간섭함? 껒여! ...이 따구로 지껄이는 사람들한테, 똑같이 후드 속에 길들여진 우리가 뭐 무슨 말을 할 겁니까?
그런 의미에서 xx쿼터제란 것도 효능의 관점에서는 꽤 유용한 정책 같기도 합니다. 질서를 파괴하고 사회에 단기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대신 교류와 단절타파라는 효과를 발휘하는 거니까, 얻고 잃는 가치들에 개인마다 부여할 가중치의 우선순위라는 부분을 빼고 보자면, 등가교환 정도는 가능한 조치 아니냔 거죠.

아니, 기계적 교류라는 효과를 꼭 얻고자 한다면 지금 적용되는 대상을 넘어, 더 광범위한 범주에서 더 강력히 시행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파트로 치면 임대층과 분양층 분리 금지 법안 같은 거 만들어서 어기면 건설사를 엎어버리고 분양층 거주민들한테 주민부담금 엿을 멕인다든가.
바보왕
더 나아가면 우리 개인 간에 추구해야 할 가치의 우선순위는 뭔지, 바라는 이상향을 위해서 한국 사회는 어느 정도의 지불용의를 갖고 있는지, 소위 윤리적인 결과를 위해 사회에 폭력을 행사하는 게 과연 정말 옳은 건지......

먼저 파악을 다 같이 했으면 합니다만, 커뮤니티를 보나 정부 하는 꼬라지를 보나 다들 "틀린 너"와 의견교환은 하기 싫고, 여기서 지금 당장 "옳은 나"를 위한 결과가 나오기만 바라니......

......그렇게 사회의 성숙을 사람들이 수확할 때는 하루하루 늦어만 간다고 봅니다. 아니 뭐 씨도 안 뿌리고 땅도 안 가는데 열매는 조상님이 맺어주심?
1
바보왕
한토막 요약 : 가족파티인데 가족만 부르는 게 나쁜 거냐? 교내에서 친구끼리만 동아리 굴리는 게 나쁜 거냐? 행사에서 일부러 지인 불러서 지인끼리만 둥개둥개하는 게 나쁜 거냐?

......동네잔치가 아니고 가족파티인 게, 동아리에 친구만 데려와서 가입시킨 게, 행사에 참석자와 안면 틀 생각을 안 하고 구면인 사람을 구우우욷이 불러들이겠다는 게, 그 자체로는 잘못되지 않았어도, 옳았어도, 장차 그릇됨을 부르게 될 씨앗이 될 가능성 또한 있다는 얘기.

죄종을 다른 말로는 원죄, 혹은 대죄라고 하죠. 죄가 아닌데 죄보다 나쁜 일도 세상엔 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미 롤즈에서 샌델 식의 윤리관으로 시대가 부른 윤리관이 바뀐 것만 보아도 … 저도 인간이 그런 근본적 원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