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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밀복검 23/07/11 13:15:52

'참하다'를 들으면 곧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하급자나 만만한(중립적으로는 편한)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낱말이라는 겁니다. 물론 아랫 사람 전용이라는 그 자체로는 꼭 나쁜 건 아니죠. 하지만 이게 또 여성 전용 표현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간단치가 않죠. 남성에게 참하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보통은 '믿음직스럽다' 정도겠죠.

그러면 '참하다'는 '믿음직스럽다'의 단순히 여성 전용 동사일까요.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믿음직스럽다'는 완전히 동격인 동업자나 협력자, 친구 사이에서도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심지어 캐주얼한 관계라면 상급자에게도 종종 쓰일 수 있죠. '참하다'도 그럴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빈도와 확률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죠. 이 '양적 차이'가 중요합니다. 쓸 수 있다 쓸 수 없다가 아니라 몇 % 확률로 몇 건의 빈도로 쓸 수 있냐가 중요한 겁니다. 세상은 OX가 아니라 확률 게임이기 때문이죠.

또한 '믿음직스럽다'에는 청자에 대한 화자의 신뢰도가 높아서 어지간한 일은 본인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처리해도 된다는 함의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업자나 상급자 상대로도 쓸 수 있는 거고요. 말하자면 '믿음직스럽다'는 상대의 lead로서의 역량을 인정하는 겁니다. 반면 '참하다'는 그렇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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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로서의 역량을 인정하기보다는 주니어(며느리) 비슷한 사람의 헌신과 성실함을 칭찬할 때 쓸 경우가 많죠. '확률상' 말이죠. 여기까지 동의한다면 왜 '참하다'가 성역할이나 편견과 결부되어 있는지도 쉬운 거고요.

듣자마자 감각할 수 있는 영역임 이건
알료사
https://youtu.be/sZUhF8_YQP4
2023 07 11 12 44 34


제가 최근에 본 여자중에 가장 <참하다>라는 의미에 부합되는 모습인데

중요한 게임을 져서 하루종일 시청자들한테 혼나고 담당 선생님한테 혼나고 느즈막한 새벽 겨우 조금의 위로를 받고 눈물이 차오르지만 이 악물고 참으면서 얼굴에는 가득 미소를 채우고 있는 아이.. ㅋㅋ

나는 너한테 힘들고 싫은걸 가르치고 요구할테지만 너는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줘, 라는 희망을 충족시켜줄 사람..

역겨운 요소... 더 보기
https://youtu.be/sZUhF8_YQP4
2023 07 11 12 44 34


제가 최근에 본 여자중에 가장 <참하다>라는 의미에 부합되는 모습인데

중요한 게임을 져서 하루종일 시청자들한테 혼나고 담당 선생님한테 혼나고 느즈막한 새벽 겨우 조금의 위로를 받고 눈물이 차오르지만 이 악물고 참으면서 얼굴에는 가득 미소를 채우고 있는 아이.. ㅋㅋ

나는 너한테 힘들고 싫은걸 가르치고 요구할테지만 너는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줘, 라는 희망을 충족시켜줄 사람..

역겨운 요소가 분명히 많은데

이상하게 여기에 여성성이 깃들면 묘한 매력이 피어오른단 말이죠.. ㅋ
뉴클레오타이드
얼굴 보니까 진짜 [참하다]의 전형이네요. 근데 설명 들으니까 이건 [짠하다]인데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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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사
짠하다 -> 우수깃든 얼굴

이거 가산점이 어마어마합니다..
ㅋㅋ 주니어의 매력이란 게 있죠. 여성 주니어도 그럴 수 있고요.
남성 주니어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된다면/여성 시니어의 '믿음직스러움'도 동등하게 인정된다면 그럭저럭 문제는 없다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듯 싶군요.
소년에게 참하다고 하지 않는 건 갠적으로 소년에게 어느 정도 다들 위협감을 받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잠재력 있는 이놈이 참하게 잘 크면 참해지는 게 아니라 날 잡아먹겠지 생각하는 거죠. 바꿔 말하면 여성을 '안전지대'로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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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절대 아님. 참하다 용례를 과하게 해석하는 거.

할매 할배 단어 같지만 가치중립적인 칭찬이지 저 처자 상황을를지칭하는 건 아니에요.

‘아따 아무개네 몇째 딸 참 참하다’ 라는 건 전통적인 성 역할 충실도 보다는 현명함에 가깝죠.

시스템 순응적인 평가면 모를까 저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건 참하다와는 1도 관계 없는, 못생기고 관리1도 안하는 몸매 개판인 배불뚝이 남성과 상대적 (게임판)약자인 젊고 예쁜 여성만 보이는거지 참한 인간은 보이질 않네요.

참한 사람의 정의가 참 왜곡되었다고 보겠네요.
집에 가는 제로스수정됨
믿음직스럽다가 참하다 전용은 아닌거 같고(말씀하신대로 두가지는 의미가 다른데, 남성어 여성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르죠) '순하다'에 가깝죠. 애초에 믿음직스럽다는 하급자에게만 쓰는 말이 아니라 적으신대로 상급자한테도 쓰는데 별로 비슷하지 않은 단어를 가져다 비교하시면서 남녀 차이를 읽으시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믿음직스럽다는 말에 외모적인 평가는 들어가지도 않잖아요?

참하다는 '순하다+예쁘다' 정도의 의미랄까
순한데 예쁘지는 않으면 '순박하다'라고 하고
구밀복검
외모가 참하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업무 기능적인 의미에서 '참하다'고 말할 때가 많죠. 외모가 참하다고 할 때도 말씀하신 것처럼 '양순하게 어른들 시킬 일 잘할 만한 외모'라는 뜻이고요. 즉 참하다가 외모 평가라는 것도 결국은 일꾼으로서의 평가와 연동되어 있는 겁니다. 정말 순수한 성격/외관 평가인 '순하다'와는 그래서 페어가 안 되는 거고요.
그래서 남성에게도 종부로서의 덕목이 요구되는 사회였다면 아마 남자도 참하다 소리 많이 들었을 거라 추측할 수 있죠.
집에 가는 제로스
글쎄요 순하다에 업무기능적인 평가가 전혀 없다고 보기도 그렇지만
참하다에 업무기능적인 연동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믿음직스럽다에 외모평가적 연동이 없으니까 그렇게 페어가 안된다는 겁니다.
1. '믿음직한 외모' 같은 표현만 해도 대단히 흔한, 적어도 시킨 일 잘한다, 일 열심히 한다는 의미로 '순하다'고 하는 것보다는 양적으로 많을 것 같습니다. 즉 믿음직스럽다에 외모평가적 연동이 있다고 볼 수 있음.
2. 믿음직스럽다에 외모평가적 연동이 없다손 치더라도 문제가 크게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결국 요는 '참하다'가 편성적으로 쓰인다는 건데, 왜 편성적으로 쓰이는지 결국 따져 보면 '여성적 덕목'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니까요. 근데 그 '여성적 덕목'이란 게 결국은 현모양처 착실한 며느리 노릇이 성역할의 디폴트로 되어 ... 더 보기
1. '믿음직한 외모' 같은 표현만 해도 대단히 흔한, 적어도 시킨 일 잘한다, 일 열심히 한다는 의미로 '순하다'고 하는 것보다는 양적으로 많을 것 같습니다. 즉 믿음직스럽다에 외모평가적 연동이 있다고 볼 수 있음.
2. 믿음직스럽다에 외모평가적 연동이 없다손 치더라도 문제가 크게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결국 요는 '참하다'가 편성적으로 쓰인다는 건데, 왜 편성적으로 쓰이는지 결국 따져 보면 '여성적 덕목'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니까요. 근데 그 '여성적 덕목'이란 게 결국은 현모양처 착실한 며느리 노릇이 성역할의 디폴트로 되어 있을 때의 이야기인 거고. 외모평가는 결국 그래서 핵심이 될 수 없어요. 그런 성역할을 잘 수행할 것 같이 생긴 '외모'인 거니까요. 이미지고 외피를 지칭하는 거죠.

이렇게 보면 '참하다'가 청년층으로 내려올수록 점점 사용량이 줄면서 어르신용 단어가 되고 있는 이유도 일관적으로 설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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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저녁놀
믿음직스럽다와 참하다가 대응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믿음직스럽다도 참하다 만큼이나 상급자에게 쓰기 어려운 말 같습니다만, 그나마 쓸 수 있고 빈도가 더 많다고 하면 믿음직스럽다는 참하다와 달리 단순히 외모나 성격이 아닌 업무 역량과 업무 태도에 기인한 거라 가능합니다. 굳이 비슷한 느낌의 말을 찾아보자면 '믿음직스럽다' 보다는 '장군감이다'가 더 맞지 않을까요?
예, 근데 장군감이다는 이제 성인 상대로는 사어가 되었다 싶어서.. 참하다는 결혼감을 전제로 하고 쓰는 성인용 낱말인데 장군감은 어린이용이라 혼인과는 거리가 멀어졌죠.
tannenbaum
참한 남녀의 정의가 요샌 이런가 보네요.
구밀복검
뭐 그래서 요즘은 자연스럽게 잘 안 쓰죠. 굳이 이런 미묘한 사안을 따지지 않아도 구태의연한 표현이란 인상 확 주니. 그러면 '왜 구태의연한 표현이 되었을까?'를 따져볼 수 있고 따져 들어가면 결국 본문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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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enbaum
아랫 사람 지칭 칭찬이란 건 동의하지만 여성전용이라거나 남성에겐 안쓴다는건 반례가 너무 많아여 삼춘.

뭐 디게 올드한 표현은 맞지만.
구밀복검
예. 그래서 양의 차이를 짚어 본 거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말이든 어떤 식으로든 쓰이기 마련이지만 빈도와 확률을 따져 보면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
tannenbaum
그건 그럼.
빈도와 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