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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들 주식을 시작했더라고요. 저도 그렇고요. 그런데 저는 살면서 재테크라고는 은행에 넣어두는 것 말고는 안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살았을 정도로 안정 지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어쩌다 주식에 입문하게 되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 기억이 아직 살아 있을 때 한번 정리해두고 싶습니다.
시작은 지난 달 초에 아버지께서 대뜸 cma에 넣어두라고 제 기준(현재 저는 사실상 백수 잉여 대학원생입니다 ㅠㅠ 논문이 안 써져요...) 거금 500을 던져주신 것이었습니다. 그중 100을 주식에 넣어뒀는데, 주식 수익금이 훨씬 좋길래 야금야금 주식 비중을 높여봤습니다. 엊그제 결국 주식 100 대 cma 0이 되었네요.
물론 주식 비중 확대는 수익률이 다행히 만족스럽게(대충 시장수익률 정도 나온 것 같습니다?) 나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아버지 감사합니다 ㅠㅠ) 피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 두려움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어쩌다 저 돈을 주식에 넣을 생각을 했느냐 하면, 아쉽게도 주변에서 너도나도 주식을 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친구가 없지는 않지만, 많지도 않고, 그중에 주식을 하는 친구도 없거든요. 그냥 작년 4월에 주식에서 좋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첨부한 거래내역입니다.
그럼 작년에는 왜 주식을 했느냐... 돈이 너무 없었거든요. 작년 봄에 소집해제 후 복학을 했는데, 결국 해당 학기 학위논문 작성을 포기했고, 잔고는 비어가고, 잔고와 함께 멘탈도 바닥을 드러내고... 그래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바도 여러 곳 지원하고(결국 5월부터 여름까지 알바를 구해서 작년은 잘 보냈습니다 ㅎㅎ), 없는 잔고를 정말 탈탈 털어서 주식 투자도 시도해보게 된 것입니다.
주식 계좌는 4월 2일에 오후에 개설했습니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니 참 신기하더라고요. 이게 진짜 되는 건가 싶어서 1500원을 입금해보고, mts 어플에서 확인해봤습니다. 진짜 되더라고요. 그래서 5만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큐브엔터 주식을 몇 주 샀습니다. 동시호가니, 장후 시간외 거래니, 단일가매매니, 공부할 게 너무 많아 실시간으로 죽어라 구글링을 하면서요.
그때 저는 이런 원칙을 세웠습니다. '내가 모르는 바닥은 사지 말자. 적어도 왜 사는지는 알고 사자.' 아쉽게도 저는 국제정치 전공자이고, 그것도 상당히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한 제 전공이 돈 버는 데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취미로 덕질을 꽤 열심히 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엔터기업들 위주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떄 저는 막 (여자)아이들에 입덕한 참이었고, 그들의 월드투어가 취소되었다는 소식도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당시 기준으로 무려 한 달도 넘은 소식이었네요). 당시 상황을 보면 3월 23일 정도에 국내 주가가 바닥을 쳤다가 다시 약간 반등했고, (여자)아이들의 소속사인 큐브엔터도 물론 그랬습니다. 대부분의 업종이 그렇겠습니다만, 팬들을 만남으로써 먹고 사는 엔터테인먼트는 특히 타격이 컸습니다. 팬싸인회, 콘서트, 공방(음악방송 참관) 등등 덕후들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이 전부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어버렸으니까요. 하지만 당시에도 이미 어떤 그룹은 영상통화 이벤트,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시도한 참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그래도 괜찮은 대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소된 월드투어는 어떻게든 다시 진행할 것이고, 이틀 후 있을 컴백에서도 전소연은 역시나 재능을 빛낼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투자의견을 보더라도 목표 주가가 다들 5천원에 육박했으니, 아무리 항상 매수 의견을 낸다는 사람들의 말이라도 괜찮겠구나 싶었습니다.
뭐 이건 그냥 제가 왜 샀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고, 왜 올랐냐에 대한 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3월 대폭락 이후로 다같이 올랐으니까요. 어지간하면 뭘 샀어도 벌었겠죠. 하지만 이건 주식시장 분석이 아니라 그냥 제 일지 같은 거니까요 ㅎㅎ
하여튼 그렇게 첫 종목을 매수하고, 다음날에는 놀랍게도 코스피 지수를 따라서 알아서 운용해준다는 etf를 사봤습니다. 내가 고생해서 포트폴리오를 짜지 않아도 알아서 짜준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KODEX 200을 하나 담았습니다. 그렇게 5만원을 담아두니 숫자가 커지더라구요. 약간 자신감이 붙어서, 이미 탈탈 털은 통장을 더 쥐어짜서 5만원을 추가 입금하고,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때 800~950원 정도에서 항상 높은 거래량과 대단한 변동성을 보여주던 판타지오가 기어이 1천원을 뚫어버리더군요. 찾아보니 이젠 기억이 나지 않는 뭔 이슈가 있었습니다(무슨 협력이나 투자였던 것 같은데...). 어차피 얼마 하지도 않는거~ 하면서 몇 주 사자마자 하락. [아 이게 '그거'구나.] 무서워서 호다닥 손절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트와이스의 JYP를 매수. 차트와 제 덕력을 조합해서 분석해본 결과, 딱히 떨어질 이유가 없는데 떨어진 것 같길래 조심스레 두 주를 샀습니다.
또 코로나로 인한 위축은 결국 사라질 것이고, 방콕에 싫증을 내던 사람들이 재난기본소득을 받으면서 '돈을 쓰러'+'다닐' 것이라 생각해 KODEX 경기소비재와 운송을 샀습니다. 그땐 etf가 어떤 종목들을 운용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으니 다소 묻지마였습니다만(물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더 보내니 제가 넣은 10만원이 11만원이 되어 있더라구요. [와 내가 주식으로 커피 두 잔을 벌다니! 돈을 1.1배로 불리다니!]라는 기쁜 마음으로 후딱 익절하고 출금했습니다. 그때 정말 잔고가 바닥이라 멘탈적으로 많이 힘들었거든요. '제가 번 돈'으로 커피 사마시면서 멘탈 충전 잘 했습니다 ㅎㅎ (근데 아직도, '내가 뭘 잘했다고 나한테 커피 두 잔이 주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주 명부에 이름 몇 번 썼다 지운 게 그렇게 가치가 큰 일이었을까요?)
그렇게 제 생애 첫 투자는 [대충 2주 사이에 10% 수익]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로 끝났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약간의 회의감을 갖고 있었고, 지금 와서 보면 더욱 그렇지만, (1) 시장 상황이 좋았고, (2) 그런 상황에 진입하는 운이 있었고, (3) 그래놓고 떨어지는 종목을 고르지 않는 운이 있었다는 점을 명심해야겠습니다만, 그래도 (1) 내가 고민해서 고른 주식이 (2) 올라서 (3) 돈을 벌었다는 점은 어쨌든 뿌듯했습니다. 이게 6월의 2차 주식시장 찍먹(사실 기억도 안 났습니다... 내가 언제 저랬지... ㅎㄷㄷㄷ)과 12월의 좀 더 본격적인 진입의 심리적 기반이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다음 편은 언제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생각보다 많이 길어진 이번처럼 길게 쓰진 않고 싶기도 하고, 아주 작정하고 구구절절이 써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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