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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5/26 09:46:29수정됨
Name   배워보자
Subject   영업사원의 삶이란?
막 대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병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직종이 하나 있습니다.
네 바로 '영업직'이죠.

'영업직'이라고 하면 왠지 전문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는 능글맞은 아저씨가 술접대를 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혹은 새파랗게 젊은 나에게 암보험, 종신 보험을 매우 친절하게(?) 권해주시는 어머니 친구분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마지못해 자리에 나온 사람에게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무언가를 강권하는 일, 혹은 현란한 말솜씨로 남들의 뒤통수를 치고 혼자 이득을 챙기는 일.
일상생활을 통해서 이런 이미지가 굳어버린 상황에서 '영업직'이란 자연스럽게 신입사원들의 기피대상 1호가 되기 쉽습니다.

그런 영업을 한 19년 정도 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성격과 잘 맞는 일은 아닌데 '하다 보니' 계속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기업영업' 혹은 B2B 영업이라고 하는 분야인데 개인이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일입니다.
제 경우에는 주로 하이엔드 컴퓨터나 기업용 S/W 등을 판매해 왔지요.

영업직의 단점, 비애에 대해서는 정보가 차고 넘치니 오늘은 장점에 대해서도 한 번 이야기 해 보려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우선 시장에서 수요가 많다는 것이겠지요.
세간의 시선이야 어떻던지 간에 기업에서 영업은 엄연히 목소리가 크고 중요한 직종 중 하나입니다.
기업의 목표인 이윤의 창출을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가 팔려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영업활동'이 필요하니까요.
물론 '애플'이나  '구글' 처럼 영업따위가 없이도 근사한 마케팅과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잡스'와 '래리 페이지'가 없다면 영업조직은 필요합니다.
따라서 경험많고 노련한, 혹은 패기넘치고 스마트한 영업사원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직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고 의외로 오랫동안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 장점은 주도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고객사의 누구를 어떤 타이밍에 만나서 어떻게 우리의 제품을 프로모션 할 것인가?  
효과적인 프로모션을 위해서 내부의 다양한 resource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가격은 얼마를 제시할 것이고 향 후 어떠한 협상전략을 가져갈 것인가?
이러한 고민들과 그에 따른 계획과 실행은 오롯이 영업의 역할이며 그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업무와 조직을 이끌어 나아가게 됩니다.
저도 돌이켜보면 대리를 막 달았을 때 부터 영업과 관련한 주요 의사 결정을 하고 조직내부의 지원조직에 있는 과,차장급 resource 들에게 역할을 분담하면서 업무를 진행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세번째 장점은 은근히 전문직이라는 것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대충' 하려면야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잘'하려면 여러가지 지식과 경험, 자질이 필요합니다.
기업의 여러 업무 중에서 영업만큼 개인의 성과가 명확하게 숫자화 되는 곳이 없다 보니 매우 냉정하고 빈번하게 평가가 내려지고 어느 수준이상으로 잘하지 못하면 쉽게 도태되기도 합니다. 대충 월급도둑을 하면서 조직의 성과에 기대어 프리라이딩하는 것이 상대적을 더 어려운 직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정 수준이상으로 성과를 내는 영업사원에 대해서는 회사에서나 업계에서 제법 대우가 괜찮은 편입니다.

네번째 장점은 두번째 장점과 연결되어 있는데 시간 활용이 타 직군에 비해서 훨씬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막말로 성과만 계속 만들어 낸다면 회사에 출근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영업직이지요.
하루종일 데스크에 앉아있는 것에 비해서 유연하게 일정을 짜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영업의 작은 장점 중  한 가지입니다.
제 경우에는 날씨 좋을 때에 세상 구경하러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더군요.

마지막으로 영업을 기피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인 '갑질'과 '접대'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세상이 좋아지면서 기업의 의사결정 및 구매 프로세스가 계속 투명해지고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생겨나면서 영업 활동은 훨씬 쾌적(?)해 지고 있습니다. 제 경우도 운이 좋아서 인지 예전에 비해서 소위 '접대'라고 하는 술자리는 거의 없습니다. 주로 점심식사, 커피한잔 정도이고 아주 가끔 저녁식사와 그에 이어지는 맥주 한,두잔 정도가 '접대'의 전부입니다.
영업직에서 연상되는 잦은 술자리와 부조리한 접대 문화는 많이 줄어들었거나 사라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업직에 관심이 있거나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위에서 나온거 빼고는 다 단점아니냐고요?

하하하...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6-1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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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고 또 해당 직업군이 갖는 능동성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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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ist*
그래서 영업직 입장에서 김영란 법은 어떤 의미에선 참 좋지요... ㅋㅋㅋ 비싼 거 안해도 되게 딱 정해주는 바람이 ㅋㅋㅋ

영업직의 최고 압박은 역시 실적이겠지요.. ㅎ;;
배워보자
네 김영란 법 참 좋습니다.
법 규정 자체도 좋지만 쨋든 일부 진상 '갑'들에게 접대요청이나 뭔가 받아먹으려는 행위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강력하게 족쇄를 걸어 주었으니까요.ㅎ
*alchemist*
맞아요 ㅋㅋㅋㅋㅋ
영업직을 배워보자

좋은글 감사합니다 ㅎㅎ
롱런하시길 빌겠습니다
그저그런
크... 회사의 꽃인 영업이시군요! 그것도 B2B.. 대단하십니다!
사나남편
진짜 현실적인 글이십니다. 전문직이라는데 정말 동의합니다. 5년넘어가면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6
메존일각
미묘한 노하우들이 쌓이면 누구나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전문직으로 발돋움하지요.
계속 건승하시길!
CONTAXND
저도 처음 건설회사 입사할 때 지원직종이 기술영업이었는데 현장 보내졌습니다. 흑흑 ㅠ
김영란법은 을의 입장이든 갑의 입장이든 40대 초반까지는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하더라고요. (50대 이상은 만나본 적이 없어서...ㅎ)
레카미에
Sales-oriented 조직에서는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분들이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이 확실하신 것 같아서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언급하지 않은(?) 단점들도 잘 극복하실 것 같고
또 그런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잘 알려주시리라 믿습니다.^^
배워보자
그냥 먹고사니즘의 압박에 밥벌이하는 한 사람의 가장에 불과합니다.
본문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하다보니' 계속하는 것이지요
다시 커리어를 시작한다면 영업말고 다른 것 하지 싶습니다 ㅎ
영업팀에 소속된 직원이 아니더라도 영업은 하는거죠.
개인적으로 영업 업무를 맡으신분이 기술적으로 통달하고 있으면 더욱 믿음이 갑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셨네요
사실 지원조직 혹은 Delivery 조직에서 영업을 '극혐' 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아무것도 모르는 영업사원이 고객과 X싸놓고는 수습을 떠 넘길 때' 입니다.
제품과 솔루션 특히나 Delivery 상의 특징/주의할 점 등을 감안하지 않고 (혹은 몰라서 무대뽀로) 제안을 하고는 '아몰랑~' 하는 영업사원에게 크게 데인 엔지니어나 PM들의 사연을 듣고 있으면 몸둘바를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영업사원들도 아주 깊게는 아니더라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mayfly0000
영업직이 시간 활용에 유연하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짬 안될 땐 그렇다 치더라도, 어느 정도 실력과 연차가 쌓이면
스케줄 조절이 가능한가보군요. 그리고 영업직은 전문직인 거,
200% 동감합니다. 협상, 아무나 하는 거 아니죠ㅎㅎ
제일 큰 단점인 실적 압박만 없으면 조케따....
배워보자
ㅎㅎ 실적 압박이 없으면 꿀빠는 직종이 될 수 있지요
그래서 업계가 호황일 때의 영업사원은 그야말로 땡보직이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호황이란 없으니...
사이시옷
영업직이었다가 사무직인 마케팅으로 옮겼는데
영업할때는 그렇게 싫었던게 영업이었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돌아가고 싶네요.

물론 압박도 심했지만
자유로운 시간관리
영업 실적을 통한 정확한 인사 평가..

그립습니다 ^^
배워보자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오락가락합니다. ㅎ
저도 19년째 영업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 중 2.5 년은 마케팅을 했었습니다.
영업 8년차 쯔음에 지겨워져서 마케팅으로 넘어갔다가 여차저차 해서 다시 영업을 계속하고 있네요.
원래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거 아니겠습니까?
꿈꾸는늑대
영업직 5년차입니다.
연구원하다가 시약냄새 짜증나서 영업직으로 이직했는데
이제는 내근을 할 수 없는 몸이 되버렸네요;;;

매출압박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정말 심하지만..
거래처가 저만 보고 맡겨줄때 & 계약 할 때 & 계산서 발행할 때의 뽕맛때문에 계속 영업할거 같습니다. 흐..
배워보자
ㅎㅎㅎ 그 맛에 영업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터프한 필드이지만 항상 건승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한달살이
얼마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만약 내 직업을 다시 고를 수 있다면 어떤거?
내 자식의 직업을 골라줄수 있다면 어떤거?

전 '영업'을 택했습니다. 경력이 쌓일수록 그 끝이 영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배워보자
대단하시네요.
제 주변에서 다시 커리어를 시작해도 영업을 택하시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진짜 영업의 고수이면서도 본인들의 일을 즐기시는 분들입니다. 항상 건승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한달살이
대단할수가 없는게, 전 영업직이 아닙니다.
엔지니어입니다. ㅠㅠ

처음에 그렇게 고생하고 힘들어하던 매형이 지금 얼마나 탄탄한 위치에 가 있는가를 보고서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
Hannah GK
구매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영업사원분들 수도없이 만나는데, 잘하시는 분들은 참 다릅니다.
티가 납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더라구요.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다 보이거든요.
설명이, 태도가, 자료가 다릅니다.
메일 하나 보내더라도 받는 사람이 보기 편하게 줍니다.

물론 못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간도 못지키고, 말바뀌고, 거짓말하고, 껄렁껄렁 하는 분들 있어요.
근데 그런분들은 자연도태 되더라구요. 어느 순간 사라져있어요.

제가 본 영업직의 가장 큰 장점은 (본인이 잘한다는 가정하에)
... 더 보기
구매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영업사원분들 수도없이 만나는데, 잘하시는 분들은 참 다릅니다.
티가 납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더라구요.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다 보이거든요.
설명이, 태도가, 자료가 다릅니다.
메일 하나 보내더라도 받는 사람이 보기 편하게 줍니다.

물론 못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간도 못지키고, 말바뀌고, 거짓말하고, 껄렁껄렁 하는 분들 있어요.
근데 그런분들은 자연도태 되더라구요. 어느 순간 사라져있어요.

제가 본 영업직의 가장 큰 장점은 (본인이 잘한다는 가정하에)
회사 내 엘리트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지원직군에 비해 짧은 시간 내에 승진이 가능하다는 점.
향후 본인 사업할 기회가 많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급하신 갑질, 접대 요새 진짜 없습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일하는게 아니고, 회사 대 회사로 일하는 건데 갑질이라뇨.
구매팀원들도 말나올까봐 엄청 조심합니다.
배워보자
구매팀 입장에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참 식상한 얘기같지만 결국 성실 겸손 공부와 같은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롱런하는 분들의 공통점이더군요.
자영업자들의 기본소양이 영업이죠...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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