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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1/16 21:05:46수정됨 |
Name | 메존일각 |
Subject |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의 간단 정리 |
이번에 손혜원 의원 사태로 시끌시끌합니다. 각종 기사를 보면 등록문화재란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시겠단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간단히 몇 자 적어보고 싶습니다. 글의 취지상 디테일한 부분은 많이 생략시켰음을 전제합니다. 들어가며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문화재는 대상의 '보호'(protection)가 최우선 목표로 설정됩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일단 지키고 보자는 겁니다. 등록문화재에 앞서 지정 문화재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정 문화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거나 학술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 대상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데요. 국가지정문화재(국보, 보물, 사적 등)와 지방지정문화재(유형문화재, 기념물 등)로 구분이 됩니다. 신청 주체가 문화재청장이냐 광역지자체장이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오랜기간 문화재위원회의 심도 있는 심의를 거쳐 지정이 됩니다. 한데 등록문화재는 지정 문화재가 아닙니다. 등록문화재 제도는 기존 문화재 보호법의 바운더리에 포함되지 않던, 보호받지 못하는 대상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지정'(指定)이 아닌 '등록'(登錄)이라는 부분이 핵심입니다. 등록문화재는 주로 50년 이상 지난 대상물(반드시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은 아닙니다)을 개인(또는 단체)에서 등록신청을 하면 심의절차를 거치게 되는데요. 이 프로세스가 지정 문화재에 비해 간소하고 심의 수준도 까다롭지 않습니다. 가까운 예로는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을 기념하며 등록한 스케이트화가 있겠네요. 때문에 산학계에는 엄밀히 따졌을 때 등록문화재를 문화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많지요. 지정문화재는 원칙적으로 원형을 변형하는(현상변경이라고 표현합니다) 행위가 일체 금지되어 있습니다. 경미한 수리(예를 들어 살림집에서 등을 고쳐 단다거나) 정도를 제외하면 모조리 문화재현상변경 심의절차를 통해 변형의 가부여부가 결정납니다. 때문에 굳이 현상을 변경해야 할 중대한 명분이 있지 않는 이상, 통과가 잘 안 됩니다. 그러나 등록문화재는 외형을 보존하며 이를 활용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외형을 크게 변경시키는 선이 아니라면 내부 정도는 상당히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등록문화재는 기존 지정 문화재 중에서 지정될 수는 없고, 나중에 여러 이유로 등록문화재 중에서 지정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이때 등록문화재의 등록은 말소됩니다. 요약하면 등록문화재 제도는 주로 쉽게 헐릴 수 있는 근대 문화재를 대상으로 서두에 언급한 '보호'에 무게감을 두고 운영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대신 원형 보존의 원칙을 지정 문화재만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겁니다. 참고로 지정문화재나 등록문화재 모두 매매나 교환 등의 거래가 자유롭게 허용됩니다. 개인 또는 단체 간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소재지 변경과도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문화재청에 사후 신고만 해주면 됩니다. 장물 등 불법 취득 문화재에 거래가 허용되지 않을 뿐이죠. * 토비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2-01 15:4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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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ㅎㅎ 등록 -> 지정으로 넘어가는 심의과정에서 역학 관계가 많이 들어오겠네요.
딱 댓글 달고 보니 동해안 GP 문화재 등록 추진 기사가 뜨네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170600065&code=910303&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1_2&C). 덕분에 이해하기 편했습니당
딱 댓글 달고 보니 동해안 GP 문화재 등록 추진 기사가 뜨네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170600065&code=910303&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1_2&C). 덕분에 이해하기 편했습니당
일단 지정 또는 등록이 되면 관리 당사자로서는 불편한 상황에 많이 직면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재산권 행사에 적극적인 사인들은 문화재 지정 또는 등록에 소극적이고, 국가나 공공성을 지닌 기관, 단체 등은 적극적입니다. 단체에는 종교집단이나 자신들의 조상 알리기에 적극적인 종친회 등도 포함됩니다.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는 제도가 정립된 배경이 판이하기 때문에 등록문화재가 지정문화재로 넘어가는 사례가 아주 빈번하거나 한 건 아닙니다. 다만, 대상물의 가치가 잠재적으로 매우 크다고 판단되나 학술적 연구 등이 미미한 경우 기존에는 지방유형문화재 등으로 지정해놓고 국가지정문화재(보물이나 국보)로 격을 올리는 방법이 주로 사용됐으나, 요즘엔 등록문화재로 일단 등록해두는 방법도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는 제도가 정립된 배경이 판이하기 때문에 등록문화재가 지정문화재로 넘어가는 사례가 아주 빈번하거나 한 건 아닙니다. 다만, 대상물의 가치가 잠재적으로 매우 크다고 판단되나 학술적 연구 등이 미미한 경우 기존에는 지방유형문화재 등으로 지정해놓고 국가지정문화재(보물이나 국보)로 격을 올리는 방법이 주로 사용됐으나, 요즘엔 등록문화재로 일단 등록해두는 방법도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트랙도 다르고 위계도 있습니다. 격의 차이라고 하지요.
누구도 국보와 지방유형문화재를 같은 급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요.
여기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제도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또 묘하게 되었습니다만. 크크.
누구도 국보와 지방유형문화재를 같은 급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요.
여기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제도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또 묘하게 되었습니다만. 크크.
본문에 써뒀습니다만 문화재는 (가격을 밝히지는 않지만) 거래가 됩니다. 다만 소유한다고 해서 소유물을 마음대로 변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동산(=움직일 수 있는)문화재라면 약간 결이 다르겠으나 부동산문화재는 개인의 입장에서 골치가 아픈 거죠.
일례로 문화재로 지정된 살림집에서 거주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노인이 많은데 문지방을 건너기도 힘들지, 집은 춥지, 구조도 안 좋지, 초가집이면 매년 지붕이기도 해줘야지 요새 편리한 집 구조에 비하면 아주 불편한 것 투성입니다. 그런데 절대 마음대로 수리하거나 개조를 할 수 없죠. 그래서 ... 더 보기
일례로 문화재로 지정된 살림집에서 거주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노인이 많은데 문지방을 건너기도 힘들지, 집은 춥지, 구조도 안 좋지, 초가집이면 매년 지붕이기도 해줘야지 요새 편리한 집 구조에 비하면 아주 불편한 것 투성입니다. 그런데 절대 마음대로 수리하거나 개조를 할 수 없죠. 그래서 ... 더 보기
본문에 써뒀습니다만 문화재는 (가격을 밝히지는 않지만) 거래가 됩니다. 다만 소유한다고 해서 소유물을 마음대로 변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동산(=움직일 수 있는)문화재라면 약간 결이 다르겠으나 부동산문화재는 개인의 입장에서 골치가 아픈 거죠.
일례로 문화재로 지정된 살림집에서 거주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노인이 많은데 문지방을 건너기도 힘들지, 집은 춥지, 구조도 안 좋지, 초가집이면 매년 지붕이기도 해줘야지 요새 편리한 집 구조에 비하면 아주 불편한 것 투성입니다. 그런데 절대 마음대로 수리하거나 개조를 할 수 없죠. 그래서 노인분들이 아파트 같은 데로 이사를 가고 고택은 한 번씩 와서 문이나 열어두고 다음날 와서 닫든가 그냥 버려두든가 하는 형편입니다. 돈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사는 거고요.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닌 거죠.
국가나 공공기관은 문화재를 가지고 재산권을 행사할 일이 거의 없으니 제외해도 될 것 같고,
사찰이나 종친회 같은 경우는 좀 다릅니다. 민감한 얘긴 안 건들고 말하자면 사찰은 국가지정문화재 수가 많을수록 보조금을 받기가 유리하고 이는 신도가 많이 방문하는 것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비지정문화재는 지정문화재로, 유형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요. 종친회의 경우도 지정된 대상물의 계기가 된 조상의 격을 더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여기엔 파워게임도 상당히 작용합니다. 양반들이 많았던 지역들은 한 문중의 대상물이 뭘로 지정됐다 이러면 다른 문중에서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일례로 문화재로 지정된 살림집에서 거주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노인이 많은데 문지방을 건너기도 힘들지, 집은 춥지, 구조도 안 좋지, 초가집이면 매년 지붕이기도 해줘야지 요새 편리한 집 구조에 비하면 아주 불편한 것 투성입니다. 그런데 절대 마음대로 수리하거나 개조를 할 수 없죠. 그래서 노인분들이 아파트 같은 데로 이사를 가고 고택은 한 번씩 와서 문이나 열어두고 다음날 와서 닫든가 그냥 버려두든가 하는 형편입니다. 돈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사는 거고요.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닌 거죠.
국가나 공공기관은 문화재를 가지고 재산권을 행사할 일이 거의 없으니 제외해도 될 것 같고,
사찰이나 종친회 같은 경우는 좀 다릅니다. 민감한 얘긴 안 건들고 말하자면 사찰은 국가지정문화재 수가 많을수록 보조금을 받기가 유리하고 이는 신도가 많이 방문하는 것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비지정문화재는 지정문화재로, 유형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요. 종친회의 경우도 지정된 대상물의 계기가 된 조상의 격을 더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여기엔 파워게임도 상당히 작용합니다. 양반들이 많았던 지역들은 한 문중의 대상물이 뭘로 지정됐다 이러면 다른 문중에서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음... 간단히 말하면, 희소성에 따른 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보시면 될까요?
우리나라 문화재는 국보만 해도 300개를 훨씬 넘습니다. 한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3개입니다(전세계에는 1000여개 수준)입니다.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고, 개별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을 따로 둬야 하고...
별개의 제도이지만 격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보존철학도 90년대 초반 불국사와 석굴암... 더 보기
우리나라 문화재는 국보만 해도 300개를 훨씬 넘습니다. 한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3개입니다(전세계에는 1000여개 수준)입니다.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고, 개별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을 따로 둬야 하고...
별개의 제도이지만 격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보존철학도 90년대 초반 불국사와 석굴암... 더 보기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음... 간단히 말하면, 희소성에 따른 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보시면 될까요?
우리나라 문화재는 국보만 해도 300개를 훨씬 넘습니다. 한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3개입니다(전세계에는 1000여개 수준)입니다.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고, 개별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을 따로 둬야 하고...
별개의 제도이지만 격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보존철학도 90년대 초반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준비하며 세계의 기준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지자체장들이 우리지역의 어떤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 이런 걸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하고(...야래야래).
우리나라 문화재는 국보만 해도 300개를 훨씬 넘습니다. 한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3개입니다(전세계에는 1000여개 수준)입니다.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고, 개별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을 따로 둬야 하고...
별개의 제도이지만 격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보존철학도 90년대 초반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준비하며 세계의 기준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지자체장들이 우리지역의 어떤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 이런 걸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하고(...야래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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