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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10/31 01:54:18수정됨
Name   Danial Plainview
Subject   Case Study : 포드 핀토(Ford Pinto)에 관련한 세 가지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jltnBOrCB7I
Milton Friedman justifies not recalling the ford pinto




학생: 이 질문은 Ford Pinto (바로 위에 있는 자동차)에 관한 것입니다. 최근 이 자동차 생산에 관한 자료를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포드는 13달러짜리 플라스틱 장치를 연료 탱크 앞에 장착하지 않았을 때 후방 충돌 시 연료 탱크 폭발의 가능성이 있음을 알았으며, 이는 1년에 200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개개인의 목숨은 약 20만 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예측했고, 이를 토대로 200명의 목숨은 플라스틱 장치를 자동차에 장착시키는 것만큼 비싸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7년 간 이 자동차는 1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제가 보기에 포드는 당신의 생각과 굉장히 똑같은 것 같습니다만,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프리드먼: 제가 질문 한 번 해보겠습니다. 만약 개개인의 목숨이 10억달러였다면, 포드는 장치를 장착했어야 했을까요?

학생: ...

프리드먼: 학생은 현재 가격에 대해서만 논지를 전개하지 본질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웅성웅성)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무도 개개인 목숨에 무제한적인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본질은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렇게 하려면, 돈이 아닌 무제한적인 자원을 어디에선가 가져와야되는데 그걸 어디서 가져오겠다는 겁니까? 사람들은 제한된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를 원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100만명이 단 한 사람을 위해 제작된 완벽하게 안전한 차를 위해 굶주려도 된다고 보지 않아요.

학생: 맞긴 하지만..

프리드먼: 그러니 본질에 대해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어요. 학생은 그저, 포드가 20만달러라는 가치를 부여한 게 맞는 숫자인지 아닌지 물어보는 것 아닙니까?

학생: 아니에요.

프리드먼: 그럼 2억 달러라고 해봅시다.

학생: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프리드먼: 2억 달러라고 했으면, 포드는 뭘 했어야 했을까요?

학생: 뭘 위한 2억달러죠?

프리드먼: 만약 목숨 하나를 구하는 데 2억달러나 든다고 따져봅시다. 그렇다면 포드는 2억달러를 썼어야 했을까요?

학생: 제 질문이 아닌데요.

프리드먼: 학생 질문이 맞잖아요! 그게 당신이 묻던 거 아닙니까?

학생: 포드는 그렇게 해야겠지요.

프리드먼: 그거야 말로 유일한 본질이죠. 포드가 옳은 결정을 내렸는지는 몰라요. 학생은 내가 인명의 가치가 2억 달러라는 걸 제시했다는 것 자체에 동의함으로써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다시 돌아가서...

학생: 그것에 대해 다시 말해도 되겠습니까? 만약 포드가 그 플라스틱 장치 하나의 가격 때문에 특정 경제 계층에 차를 판매할 수 없었다면, 이는 다른 질문이겠죠. 포드는 아마 자동차 전체를 다시 디자인함으로써 총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고려해봤을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얘기하는 건 장점과 본질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아닙니까?

프리드먼: 그렇죠, 그리고 그게 바로 학생이...

학생: 잠시만요. 전 낙태에 찬성하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인명이 신성하다고 믿지는 않아요. 전 단지 본질을 우선시할 수 없다고 봐요. 하지만 전 포드가 1년에 200명의 목숨과 13달러를 맞바꾸는 게 어떻게 본질에 기반한 결정인지 이해가 안갑니다.  

프리드먼: 만약 그게 1년에 한 명의 목숨이라면요. 그리고 한 명의 목숨이 4천만 달러라면요. 그렇다면 포드가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어도 괜찮을까요?

학생: 당신은 자동차의 내부 결함으로 인해 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예측할 수 없잖아요. 이는 아주 명확...

프리드먼: 알아요! 하지만 이는 본질을 회피하는 겁니다.

학생: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건 그들은 차를 생산하기 전에 이미 내부에 결함이 있다는 걸 알았다는...

프리드먼: 잠시만요! 이미 자동차를 구입할 때 당신은 Pinto를 몰다 사망할 확률이 트럭을 몰다 사망할 확률보다 높다는 걸 알잖습니까?

학생: 아닌데요. 연료탱크가 부서질 수 있다는 건 모르잖아요!

프리드먼: 이 강당에 있는 모든 이들은 아마 특정한 값을 지불하면 내일 당장 죽을 확률을 줄일 수도 있죠. 간단하게 무단횡단을 안하면 됩니다. 문제는 당신이 사망율 감소를 위해 얼마를 지불한 것인지죠. 학생이 물어봤어야할 것은 포드가 다음과 같은 경고문을 부착하지 않아도 되는 지였습니다. "우리는 이 자동차를 13불 더 싸게 만들었고, 그 댓가로 1% 더 위험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본질에 접근하는 질문이겠죠.

학생: 왜 그래야 되죠? 그거야말로 당신이 광신하는 자유경제에 위배되는 거 아닙니까?

프리드먼: 절대 아니죠!

학생: 왜 아니죠?

프리드먼: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그들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부담하고 싶은 지에 대해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13달러를 더 지불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야죠. 만약 13달러를 지불하기 싫다면...

학생: 그렇다면 정부는 회사들로부터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아야하는 게 아닙니까?

프리드먼: 아니요. 정부는 기업들이 고의적으로 관련 정보를 은닉하는 걸 사기죄로 소송을 걸어 무거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원을 제공할 권리가 있죠. 그리고 그거야말로 시장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가 학생에게 얘기하고자 하는 건 이런 것들은 학생이 초면에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더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간단한 답을 구할 수 없는 이유는 그런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내면에 감춰진 본질을 호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본질은 사람들은 그들의 사망 확률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돈을 쏟아붓고 싶은 지에 대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아마 그렇게 많은 자원을 붓지 않으려고 할 거고요. 전 이를 굉장히 비논리적이라고 봅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다 흡연자에요. 아마 흡연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거에요. 난 물론 그들이 흡연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바보같다는 거죠. (방청객 웃음) 그리고 제가 그들이 바보 같다는 이유는 전 18년 전에 관련 증거들을 통해 금연에 성공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거야말로 제대로 된 사고방식이죠. 만약 포드를 비판하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비판을 해야지 그들이 단순히 잘못된 계산을 했다고 비판을 해서는 안됩니다.*


***

포드 핀토(Ford Pinto)에 관련된 내용들은 보통 기업 윤리에 대해 다루는 수업에서 등장합니다. 위에도 설명되어 있지만, 추가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추가적으로 생기는 인명 피해로 인한 소송 비용을 비교한 일종의 편익 분석 이후, 포드 社는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고 그로 인해 인명 피해를 경시한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엄청난 오명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봅시다. 포드 社가 무언가 잘못한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이것은 얼마나 비윤리적인 행위이며 왜 비윤리적일까요? 예컨대 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들이 생명을 더 살리기 위해 반드시 추가 안전 장치를 설치해야만 했다면, 더 안전한 자동차를 위해 더 푹신한 시트는 왜 필요하지 않을까요? 푹신한 시트를 설치했다면 더 안전한 차를 위해 강판의 두께는 더 두꺼워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런 과정의 끝은 어디까지 가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결국 이런 선택지들이 나옵니다.

포드 社가 진짜로 잘못했던 것은 무엇인가.
1)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13달러짜리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했음에도 하지 않았다
2) 사람의 목숨을 20만달러로 낮게 계산하는 실수를 했다.
3) 13달러짜리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난 리스크를 고지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생명의 가치를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건강보험만 해도 사람의 가치를 무한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험은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일하지 않고, 그 사람의 수입이나 현재의 건강 상태에 좌우될 수 있는 변수라고 생각하죠.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반론을 할 것입니다. 타인의 목숨은 유한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저에게 내 자신의 생명의 가치는 무한하다구요! 일견 이 말은 옳은 말처럼 보입니다.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의미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자기 자신의 목숨을 무한하다고 생각하나요?

위에서 프리드먼이 예로 들었던 무단 횡단이나 흡연의 예를 생각해 보죠. 우리는 무단 횡단을 함으로써 더 빠르게 도착한다는 약간의 효용을 얻는 대신 우리의 생명이 좀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숨의 가치를 A, 횡단보도가 아니라 무단횡단을 함으로써 얻은 효용을 B라고 하고 무단횡단으로 인해 증가한 죽을 확률을 p라고 한다면, 우리 행동의 이유는 우리가 B > A x p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A가 무한하다면 B > A x p라는 부등식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흡연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므로 우리 자신도 사실은 우리 자신의 목숨을 유한하다고 판단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당장 내 목숨을 버리는 댓가로 천억을 준다고 해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우리의 목숨이 무한하기 때문일까요? 만약 시한부 인생이라면 어떨까요. 만약 앞으로 살 날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남은 한 달을 일찍 떠나는 대신 내 가족들이 천억을 받는다면 해 볼 만한 딜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왜 발생할까요? 그것은 시한부인 경우 이미 자신의 죽음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limited하고 finite한 상황에서 우리는 가치를 저울질하기 시작하죠.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자신 스스로 확정된 손실을 택하는 것을 꺼리는 것 뿐** 우리의 생명을 무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20만달러로 낮게 계산하는 실수를 했다는 논점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아마 세 가지 선택지 중 가장 건조한 답변이었을 텐데, 프리드먼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바꿉니다. 만약에 1년에 2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1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그 생명의 가치가 4천만 달러라면 그래도 여전히 포드 社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는가? 

B/C분석을 하면 포드 社는 여전히 13달러짜리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똑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며, 우리는 포드 핀토가 팔림으로써 1년에 한 명의 추가 희생자를 낳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는 심리적인 충격은 200명보다 확실히 덜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포드 핀토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사람을 유한한 가치로 봤다거나 그 정보를 미리 고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야기할 인명의 피해가 더 많기 때문에 혹은 사람의 생명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닐까요? 


그럼 이제 마지막 주제로 넘어가서, 포드 社가 진정으로 잘못했던 것은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차가 값싼 대신 소비자들은 어떤 리스크risk를 짊어져야 하는지 고지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경제학만 놓고 보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시장 친화적인 아이디어들은 개인이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자유롭게 선택할 때 후생이 최대화된다고 생각하고, 예컨대 무분별한 지대(rent)추구나 과도한 세금, 보조금 등은 이런 선택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좀 더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다룬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컨대 오늘 나온 일제 시대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포드 핀토의 사례와 비슷하다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실 건가요?

오늘의 판결로 인해 만약 한일 관계가 냉각된다면 무역마찰이나 자본유출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다른 한국인들이 지겠죠. 이제 한분밖에 남지 않은 강제징용 피해자분을 위해서 한국은 얼만큼의 손해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혹은 그 손해를 감당하게 될 다른 한국인들을 위해 "이번 판결은 여러분의 속을 시원하게 하는 대신, 당신에게 평균 십만원의 손해를 입힙니다." 라고 고지해야 할까요?

물론 이 판결은 비용과 편익의 분석이 아니라, 법리를 두고 다투는 옳고 그름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감정의 대가의 문제이기도 하죠. 누군가는 올바른 일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기업인은 그깟 과거사 때문에 지금 내 회사가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 기업인이 이번 판결에 대해 비난한다면 우리는 그를 윤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요?

저는 예전부터 한일 과거사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들이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더 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소외되고 고통받는 소수에 관한 이야기이죠. 저는 세 번 정도 수요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이성적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할머니들을 실제로 마주하면 먹먹해지곤 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 전체에게 위안부에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고 국민들에게 지지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악화된 한일 관계가 지속적으로 야기하는 피해는 반일감정으로 모두 덮고, 끝나지 않고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해서 해야 할까?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 이 대본은 과거 방문하던 블로그에서 긁어온 건데 현재는 없어져서 출처를 표기하기 어렵습니다. 대본의 출처를 아신다면 표기하겠습니다.
** 손실 회피 성향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Loss_aversion 
***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 행복한 유토피아를 유지하기 위해 단 한 사람의 극단적인 희생이 필요한 사회를 다룬 우화 격의 단편입니다. 원문은 http://cs.sungshin.ac.kr/~dkim/omelas.html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수정했습니다. 저는 이 중 어떤 입장을 옹호하거나 반대하려고 쓴 건 아니고, 각자의 입장 모두 약간의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조금 더 글쓰기가 수월하네요.
    


* Toby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11-20 12:2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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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happy dagger
    그런 선택을 함으로서 인명을 경시하는 비윤리적인 기업이라는 그런 오명을 뒤집어 쓸것인지, 그것에 의해서 생길 손실이 얼마나 될지는 계산하지는 않았던 건가요?
    Danial Plainview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486517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또 걸렸기 때문에...
    o happy dagger
    글쿤요. 그럼 편익계산을 잘못했다고 봐야겠네요. 그리고 필요한 장치를 넣고는 가격을 그 만큼 더 올려서 받았을때 판매량 감소도 고려해야할것 같은데... 생각보다 복잡하게 생각해야 하는건 맞는것 같아요.
    CONTAXS2
    그리고 한분 살아계시지만 소송당사자가 죽어도 소송수계인이 있는 경우는 소송은 승계되는 것이라는군요.... (지엽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저 청구권문제는 문제는 생각할게 넘나 많아서 따로 한번 어떤 분이 불판을 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Danial Plainview
    소송이 승계된다는 이야기는 처음 안 사실이지만, 큰 차이가 있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이렇게 계속 나서는 이유는 실제 당사자의 피해를 달래 주어야 한다는 감정적인 신원伸寃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아마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그런 감정적인 동력이 많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CONTAXS2
    이번에 김명수대법원장도 친절하게 설명한 '위자료'라고 설명하던데. 이것도 신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차피 해결이라는걸 못하는게 슬픔이니까. 돈으로'라도' 달래주는거? 아비 잃은 슬픔, 자식 먼저 여읜 슬픔을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해결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돈으로라도.. ㅠ
    벤쟈민
    경제학은 차가운 학문이죠 그래서..
    김우라만
    포드의 잘 못은 분석자료를 남겨둔 거죠. 분석한 거 보다 문제가 커졌으면 몽땅 폐기하고 몰랐다고 잡아뗐어야...
    1
    Erzenico
    생명윤리 가치관과 경제학 관점에서의 비용편익계산의 끔찍한 혼종이 불러온 착각이죠. 아무리 사람의 가치가 무한하다고 믿는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계산해야 되는 시점에서는 사람의 생명에 일정 수준의 가치를 매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팩터가 되는 케이스에서 계산 자체가 되지 않을테니까요.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그러한 계산과 치환에 익숙해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에는 일정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 관점을 모든 상황에 적용하는 것 또한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일이지요.
    이렇게 말하면 결론은 또 진리의... 더 보기
    생명윤리 가치관과 경제학 관점에서의 비용편익계산의 끔찍한 혼종이 불러온 착각이죠. 아무리 사람의 가치가 무한하다고 믿는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계산해야 되는 시점에서는 사람의 생명에 일정 수준의 가치를 매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팩터가 되는 케이스에서 계산 자체가 되지 않을테니까요.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그러한 계산과 치환에 익숙해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에는 일정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 관점을 모든 상황에 적용하는 것 또한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일이지요.
    이렇게 말하면 결론은 또 진리의 케바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그런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 포드가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어야 한다는 관점은, 여전히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인데요.
    하나는, 대부분의 제품은 제조와 출시 사이에 이루어지는 검증 과정을 통해 결코 모든 위험을 인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말은, 위의 케이스에 적용한다면, 그 [설계상 의도된 결함]이 해당 부분 (연료탱크) 에만 영향을 미칠 지 출시 시점에서는 알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위험에 대한 고지를 했더라도 그 위험도가 제대로 검증된 것이라고 믿고 결정을 하는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그런 선택을 소비자에게 어디까지 맡기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기준은 일견 자유주의 관점에서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이 기준선이 하향될수록 기업의 제품에 대한 책임을 거의 무제한으로 면제하는 효과를 가져옴으로서 기업의 모랄 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자동차는 구동계와 파워, 조향장치 및 제동장치만 있으면 된다는 개념하에 안전벨트, 에어백, ABS, TCS등이 모두 없는 차를 만들고 이로 인한 사망률이 종전에 비해 가령 50% 증가한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모든 제조사가 이를 업계표준으로 삼아 대체재가 없다면? 물론 극단적인 예에 지나지 않지만 그런 면죄부가 주어질 가능성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자동차는 근현대 산업의 총아와도 같은 제품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적어도 이를 만드는 기업이라면 얼마나 이윤을 내느냐 못지 않게 자신들의 제품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얼마나 편리한 차를 만들고 얼마나 더 안전한 차를 만들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향상심과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한명의 차 마니아로서 생각하고 실제로 그러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이 케이스에서 기업들이 합리화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저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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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ial Plainview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사실 이 케이스에서 다뤘던 것은 진정으로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를 파고들면 조금씩 어긋나고 뒤틀린 부분들이 생겨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데(글을 약간 수정함으로써 좀 더 명확하게 썼습니다) 우리는 그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가 제 입장에서도 약간씩 헷갈리는 점이 있었습니다. 쓰신 부분들은 저도 크게 무리 없이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묻고 싶은 것은, 포드가 진정으로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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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zenico
    진정, 본질, 핵심...이런 단어를 반복해서 쓸 때 논점이 분명해지기보다 오히려 논점을 흐리고 궤변처럼 되어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저는 진정 잘못한 것이라는 표현은 지양하고자 합니다.
    다만, 저는 포드가 잘못한 것은 '돈 때문에 목숨을 저버렸다'거나 '목숨을 돈으로 계산을 해?', 또는 '어떻게 그런 것을 감출 수가 있어?'의 문제보다도 '비용절감을 그딴 식으로 밖에 못하냐?'라는 어찌보면 이상론 적인 의문에서 찾고 싶습니다.

    기업의 목표가 이윤추구라고는 하나, 이 건에서처럼 원래 있던 기술을 빼면서 기술적으로 퇴보하는 ... 더 보기
    진정, 본질, 핵심...이런 단어를 반복해서 쓸 때 논점이 분명해지기보다 오히려 논점을 흐리고 궤변처럼 되어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저는 진정 잘못한 것이라는 표현은 지양하고자 합니다.
    다만, 저는 포드가 잘못한 것은 '돈 때문에 목숨을 저버렸다'거나 '목숨을 돈으로 계산을 해?', 또는 '어떻게 그런 것을 감출 수가 있어?'의 문제보다도 '비용절감을 그딴 식으로 밖에 못하냐?'라는 어찌보면 이상론 적인 의문에서 찾고 싶습니다.

    기업의 목표가 이윤추구라고는 하나, 이 건에서처럼 원래 있던 기술을 빼면서 기술적으로 퇴보하는 결정을 하면서 이윤추구를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비용절감이라는 것이지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가며 적어도 기존 기술보다 더 열등하지 않은 기능을 담보하는 새로운 기술을 찾는 것이 저는 원가절감을 하고자 하는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기업이 기술 중심의 산업을 하는 기업이라면요.
    Danial Plainview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좀 더 생각해볼 만한 질문인 것 같네요.
    Erzenico
    사실 제 의견도 그럼 기술개발에 드는 R&D 비용 때문에 더 비싸지는 걸 어떻게 감당할거냐 하고 반론 펼치실 분들이 많이 계실 수 있습니다. 제가 거기에 딱히 반론으로 내세울 수 있는 얘기도 없긴 하구요 ㅎㅎ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정도죠
    Danial Plainview
    저는 반대로 베트남이나 인도의 차량은 이미 충분히 감안하고 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었습니다만 ㅋㅋㅋ 능력이 못 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인지...
    Erzenico
    베트남 차는 제가 아는 한에서는 수입 반조립차라서 논할 대상이 안되는 것 같고요
    인도 자동차는 '우리 것 우리 손으로' 수준으로 보아야...

    그리고 밑에 쓰신 한일 관계에 대한 문제는, 말씀하신대로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전쟁피해를 입은 우리나라가 오히려 해결되지 않은 일제 피해 청산 문제로 이차 피해를 걱정해야 된다는 점이 답답한 일이기는 합니다. 저의 생각은 개인이 일본과 일본 기업에 위자료를 요구하는 것보다는, 강제징용 피해보상금을 받아서 경제발전을 시킨 것을 국가에서 인정한다면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응당 그 보상을 국가... 더 보기
    베트남 차는 제가 아는 한에서는 수입 반조립차라서 논할 대상이 안되는 것 같고요
    인도 자동차는 '우리 것 우리 손으로' 수준으로 보아야...

    그리고 밑에 쓰신 한일 관계에 대한 문제는, 말씀하신대로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전쟁피해를 입은 우리나라가 오히려 해결되지 않은 일제 피해 청산 문제로 이차 피해를 걱정해야 된다는 점이 답답한 일이기는 합니다. 저의 생각은 개인이 일본과 일본 기업에 위자료를 요구하는 것보다는, 강제징용 피해보상금을 받아서 경제발전을 시킨 것을 국가에서 인정한다면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응당 그 보상을 국가에서 다시 개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일본 기업과 얘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 밖의 이야기입니다만, 이러한 법정에서의 판결을 바탕으로 역사적 정의를 관철한다거나 일본에서 주장하는 바처럼 역사를 왜곡한다(?)는 개념은 매우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강제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은, 최근 들어서도 속속 등장하는 월급대장 등의 사료를 통해 학계에서 충분히 논의할 사항이지 법관이 피해를 보상하라 땅땅땅 했다고 해서 역사적 정의가 실현되었다? 이건 법정 만능주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1
    영원한초보
    그건 교환가치를 잘못 정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화폐가치에 대한 시대보정? 죽을 날 얼마 안남았는데 돈의 가치평가는 기존과 많이 달라집니다.
    AGuyWithGlasses
    B/C분석은 만능이 아니죠.
    제가 평소 생각하던 것과 관점이 비슷하네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이념은 선언이자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생명의 가치에 대한 저울질이 필수적이죠. 테러단체에 납치된 민간인이 1명 있는데 이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으로 최소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리라 예상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예상 사망자가 2명, 혹은 50명이라면? 그 인질이 전과 12범의 중범죄자이거나 전 국민에게 존경 받는 훌륭한 기업가라면? 본문에서 언급하신 건강보험의 경우도 좀 더 냉정하게 생명을 화폐가치로 환산해서 계산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시스템이고요.
    구밀복검
    이 문제는 얼핏 경제학과 윤리의 충돌로 보입니다만, 이것이 가리키는 지점을 슬쩍 휘저어보면 좀 더 근원적인 긴장에 둘러싸여 있다 싶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보편과 타당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사실 현실적으로 볼 때는 포드와 같은 경제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지요. 굳이 이렇게 말할 것도 없이 이미 세금이든 복지든 보험이든 전 사회적 시스템이 저러한 계산을 당연한 상식으로 간주하여 작동하고 있고요. 만물의 이치고 세상의 원리이지요. 그게 보편입니다. 본문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혹자들은 돈으로는 인격을 규정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애시당초 고전경제학 시절부터 돈은 노동의 등가물이었고 노동은 인... 더 보기
    이 문제는 얼핏 경제학과 윤리의 충돌로 보입니다만, 이것이 가리키는 지점을 슬쩍 휘저어보면 좀 더 근원적인 긴장에 둘러싸여 있다 싶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보편과 타당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사실 현실적으로 볼 때는 포드와 같은 경제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지요. 굳이 이렇게 말할 것도 없이 이미 세금이든 복지든 보험이든 전 사회적 시스템이 저러한 계산을 당연한 상식으로 간주하여 작동하고 있고요. 만물의 이치고 세상의 원리이지요. 그게 보편입니다. 본문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혹자들은 돈으로는 인격을 규정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애시당초 고전경제학 시절부터 돈은 노동의 등가물이었고 노동은 인격이자 인간 그 자체였지요. 곧 돈이 인간입니다. 누군가에게 돈을 받았다면, 상대의 인격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죠. 상대는 돈을 벌기 위해 인격을 희생했을 테고 자신의 인격의 대가를 나에게 준 셈입니다. 그러니까 '남의 돈 타내기란 어렵다'란 말이 있는 거고요. 이점에서 인본주의와 화폐의 대립은 많은 경우 허상입니다. 돈을 버는 것은 천박해뵈지만,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과 일치할 때가 많죠.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코믹스 '도박 묵시록 카이지'의 토네가와란 인물은 모두가 돈을 얻기 위해 시간과 생명을 소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돈은 사실상 인간이라고 지적하는데, 딱 그 짝이지요.
    http://eunicelee.tistory.com/489

    하지만 그렇다고 돈이 전부는 아니긴 합니다. 방금 말한 것처럼 화폐는 모든 상품의 가치를 대표하지만, 사람들은 돈이 아닌 현물로 선물을 교환하는 것을 더 선호하며 여기며, '진심어린 감사'를 돈으로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격의 없고 허물없는 사이에서는 관계를 화폐로 처리하는 것에 반발합니다. 물론 이것은 돈에 대한 엄숙주의의 영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돈이라는 '평균값'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관계와 애정은 고유한 것이고 고유해야하기에, 평균화 되어서는 안 된다는 본능이 있는 것이죠. 보편적 교환으로서의 화폐의 확립은 개별적이고 산발적이며 예측불가능한 물물교환을 대체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까지 물물교환의 비등가성을 원한다는 것이죠. 그 비등가성이야말로 원초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것이기에. 공교롭게도 후쿠모토 노부유키는 '은과 금'에서 그 비슷한 것을 긴지라는 인물의 입을 빌려 위와 상반되는 논지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https://i.imgur.com/GVlpjuZ.jpg
    https://i.imgur.com/UhT0jqM.jpg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우리는 국가의 공민으로서 준법이 상식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범법을 행하죠. 그건 도덕성이나 준법의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법만으로는 불충분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화폐가 상품의 가치를 평균화시켜서 교환에 대해 보편적 원칙을 내놓듯, 법 역시도 인격의 권리를 평균화 시켜 시비에 대해 보편적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죠. 이렇듯 평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만큼, 구체적인 개인의 고유한 갈망이나 감정과는 거리가 있을 때가 많지요. 자신의 아이를 죽인 원수에게 보복을 가하는 부모는 사악해서 그런 일을 행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법적 판단이라는 평균값으로 해소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앙금이 있기에 그런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사회적 질서를 교란하기에 단죄되어야 하는 사적 집행입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편 차원의 관점일 뿐, 어쨌든 우리는 태중에서부터 법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니까요. 이것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 꼭 개별 개체에게 최선이 아닌 것, 개체의 관점에서는 그에 불복하고 자신만의 전략을 선택하여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는 것과 궤가 같을 겁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인간의 세상이란 꽤나 분열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쪽에는 과학/정치/행정/법률/경제/역사 등등이 결합된, 보편성의 세계가 있죠. 이것은 '상식', '룰', '원칙'이란 이름으로 유지되는 유물적 세계입니다. 거시세계가 유지되기 위한 제도와 구조의 영역이죠. 보편적 편익, '공리'가 목표가 됩니다. 당연히 아주아주 환원적이고요. 과학도 법도 화폐도 모든 가치를 일원적으로 환산하지요. 그리고 반대쪽에는 타당성의 세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보편과 평균과 일반과 불화하며 타협 불가능한 특수와 구체와 고유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예술의 세계이지요. 혹은 종교나 이념이나 윤리 등을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을 테고요. 여하간 관념적 세계입니다. 공리가 아닌 정언과 당위를 말하고, 불가역적이며 환원불가한 개체마다의 고유성을 강조하죠. 과학이든 법이든 화폐든 뭐든 외재적인 측면에 대한 계량일 뿐, 각자가 가진 본질과 핵심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리버럴들은 양자가 결합되어 있으며 결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교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본문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양세계는 상시적으로 불화하며 긴장 상태에 놓여 있죠. 전자가 크레온의 세계라면 후자는 안티고네의 세계입니다. 들뢰즈 식으로 말하자면 전자는 역사가 흘러가는 높이의 층위고 후자는 생성이 일어나는 깊이의 층위이죠. 사건이라는 표면에서 맞닿지만 결코 화합할 수 없습니다. 혹은 홍상수의 '첩첩산중'을 인용하자면, 전자가 전 선생(문성근 분)의 입장이고 후자가 미숙(정유미 분)의 입장이지요.

    https://youtu.be/dpIqATCXg4Q?t=617
    Lost in the Mountains

    (10분 17초-12분 3초)

    미숙은 양다리를 걸친 전 선생에게 '나쁜 놈' '미친 놈이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쩜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사람이' '난 이제 누구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야'라고 노성을 토합니다. 지극히 정언적이고 환원 불가능한, 물물교환의 수사들이죠. 전 선생도 진영 언니도 바꿔칠 수 없었던 '의미'이기에 사태의 수습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죠. 그에 반해 전 선생은 '니 감정이 아니라 사실이 중요해 사실이 왜 지 감정에 미쳐서 난리야', '니가 뭔데 나한테 이러냐?', '오바하지마 넌 어떤 사람이니?'라고 대꾸합니다. 전 선생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애정 관계의 효용과 편익과 감가상각이며, 미숙도, 진영도, 나아가 본인 역시도 무언가로 교환 가능한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이죠. 미숙은 타당한 고유성을 논하고 전 선생은 보편적 자유시장을 논합니다. 따라서 양자 간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고유한 의미에서 출발하는 이와 그런 것이 없다는 이가 무슨 언어로 일치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저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넋두리가 휴대폰이라는 인위적 허상을 울릴 뿐이죠. 포드와 피해자들의 대화가 불가능하듯. 일전에 나누었던 대화가 문득 기억이 납니다.

    https://redtea.kr/?b=31&n=56145&c=344805

    이쯤에서 적당히 '봉합'을 짓자면, 거시세계로서의 사회에 속한 이로서 계산을 인정치 않을 도리는 없습니다. 그것이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이지요. 촌락 공동체 단위에서는 당연한 윤리처럼 여겨지는 관념일지라도, 국가와 국제와 지구 단위의 차원에서 바라볼 때는 전체적인 시스템의 매커니즘을 방해하는 억지일 수도 있지요. 특히나 현대 사회는 뒤르켕이 지적한대로 개별적인 분업적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고도로 결합되어 의존하고 있는 상호 공조적 체제고, 따라서 당장의 시선으로 보기에 비효율적이거나 비합리적이거나 비윤리적으로 비친다는 이유로 톱니바퀴 하나를 빼버리면 풍선효과 따위에 의해 기계로서의 사회 자체가 정지되지요. 협소한 영역에서의 거악이 보편 차원에서 보면 트레이드 오프 위한 반대급부로서의 소선小善에 불과할 때가 많은 것입니다. CJ의 폭력적인 내수 독점이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한 서비스를 덤핑가에 일괄적으로 공급해주는 밑거름이 된다든가, 요식 진료가 상궤에 어긋난 수가 제도를 떠받치기 위한 필연적인 대가이듯이.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게, 예측과 통제가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오로지 계산입니다. 일반 규범은 그래야 마땅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면적 부분이며 결코 우리의 내적 본질이 될 수 없습니다. 법도 정치도 역사도 풍요도 영혼을 구원하지는 못하죠. 애시당초 요구하는 바가 다르고요. 결국 어떤 문제들은 영원히, '인정'만 된 채 납득 불가능한 상태로 각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그저 나름의 이해와 항변과 의문과 상념으로만 홀연히 떠돌 수밖에 없는 내재적이고 내생적인 것들이 있고, '계산서'의 힘은 거기까지 미칠 수 없을 겁니다. 포드가 어떤 계산을 내놓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것이고, 본디 시장과 광장은 적당선에서 절충하면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 납득불가능한 심연을 납득하기 위해, 스스로 유有를 구하기 전에는 물리적인 타산에 분해될 수밖에 없는 무無 자체인 인세人世를 납득하기 위해 각자의 도리를 행할 뿐이겠지요.



    * 덧붙이는 이야기지만, 포드식 계산은 지극히 불충분한 셈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최소한 '이것이 보도 될 확률' '보도 되었을 시 범 사회적 화제가 될 확률' '화제가 되었을 시의 손실' '보도되지 않거나 조용히 지나가거나 할 경우의 확률' 등등을 고려해서 새로운 계산식을 내놓아야하지 않을까요. 본문에서 언급된, '만약에 1년에 2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1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그 생명의 가치가 4천만 달러라면 그래도 여전히 포드 社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는가? B/C분석을 하면 포드 社는 여전히 13달러짜리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똑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며, 우리는 포드 핀토가 팔림으로써 1년에 한 명의 추가 희생자를 낳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는 심리적인 충격은 200명보다 확실히 덜하지 않을까요?'라는 부분에 우리는 결국 계량화가 폭로되었을 때의 대한 반감 역시도 어느 정도는 계량 가능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계산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납득하지 못하지만 다른 계산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있어요. 설혹 '평균값'은 똑같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즉 포드는 '분명히 실재하는, 사람들이 납득 가능한 지점'을 잘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그 점에서 다른 의미로 계산을 잘못한 거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테고요. 요약하자면 사람들의 도덕적 반응'이란 변수가 금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주먹구구로라도 헤아려 보는 것이 기본적인 보편적 환원주의자의 화폐적 태도란 생각이 듭니다.
    9
    호라타래
    본문 댓글 모두 재미있게 읽었어요. 포드식 계산이 불충분한 셈법이라는 댓글들의 지적에 공감하고, 동시에 그 계산이 수행가능한 것인가는 의문이 남아요. 어떠한 지점에서는 당위 간의 경합이 사람들의 반응에 영향을 준다고 느끼거든요. 당위 간의 경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각자가 얼마나 내적 완결성을 지니는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추어지는가, 전달할 수 있는 매체(ex: 매스미디어)의 성격과 영향력은 어떠한가 등에 따라 다를 거고요. 저는 윤리를 둘러싼 정치와 동원에 관심이 가네요.
    영원한초보
    포드 입장에서는 사람 값이 중요한게 아니라 영업이익이 중요한거 아닌가요
    그런데 소비자가 포드 입장을 생각할 필요 없죠.
    결론은 사회적 합의 재조정이 발생할 것이고
    가중치 상수는 패러다임 전환마다 바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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