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4/02 17:47:58
Name   싸펑피펑
Subject   저는 소를 키웁니다.
저희 집에는 한우 암소 한 마리가 있습니다.
이름은 하쿠나 마타타입니다.

이 녀석이 가족의 일원이 된 후로 의도치 않게 배운게 많습니다.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놈이 아니라서 산책도 시키고, 마당에서 풀 뜯으라고 줄을 길게 해서 내놓는데요, 통제를 하려면 코뚜레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가정에서 소품용으로 만든 것만 팔아서 직접 사용할만한 코뚜레는 찾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직접 코뚜레를 만들고, 달아주었지요.
더불어, 쇠죽을 끓이는 방법이라거나 사과를 약간의 설탕을 첨부해서 졸여 먹이거나 이것저것 많이 배우게 되더군요.

덕분에 일상에 소소한 재미거리가 생겼습니다.
근데, 이 녀석이 좀 돌+아이 입니다.
제가 외양간을 직접 목조로 지었는데요, 놈이 드나들 수 있는 큰 문과
먹이를 주는 작은 창을 만들어놓았습니다.
근데, 이 녀석이 그 작은 창에 못 나오게 박아놓은 통나무를 밀어가지고
뜯고는 탈출을 4번이나 했습니다. 풀 뜯으라고 마당에 내놨더니 줄 끊고 도망친건 3번 정도되구요.
힘으로 밀면 통나무 바리게이트가 떨어져나가는 수준은 아닌데, 몇 칠을 꾸준히 밀어대면 부러지는듯 싶더군요.

뒷 집에서 소가 집 앞으로 지나갔다고 연락이 와서 뛰쳐나간 횟수가 꽤 됩니다.
밭에 마늘이랑, 양파 심어 놓았더니 밟고다녀 초토화를 시키지않나, 대단한 녀석입니다.

지난 번에는 전봇대 와이파이 줄을 되새김질 해대며 씹어버려서 하루 반 나절 동안 정보통신망이 무력화 되었습니다.
눈치가 보여, KT 기사님에게는 소가 씹어버려서 저래됐다고는 차마 솔직하게 말하지 못 하고 산짐승이 물어뜯은 것 같다고 거짓말했습니다.
죄송한 마음입니다.....................그래서 방문만족도인가요? 그거 최고점 드렸습니다.

지지난주에는 집안에 가족이 다 모여있는데, 어머니가 마당에서 헐레벌떡 뛰어들오시더니 '소, 저년 또 탈출했다!!!'
하셔서 온 가족이 출동했었습니다. 강아지들 밥주러 나가셨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집 뒷편을 향해 짖어대길래 보았더니
소가 휙 지나가더랍니다. 근데, 이 녀석이 잡으려고 길목을 다 막고 사람이 버티고 서면 사람을 향해 무섭게 돌진을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건 비켜서지않고 버티고 서있으면 코앞에서 멈추고는 뒤돌아 도망갑니다. 달리는 속도가 제법 납니다.
소사인 볼트.........

뭐 그래서 몇 번이나 잡아왔었네요.

소 말고도 저희는 강아지 두 마리를 키웁니다.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데, 두 마리 중 어린놈이 소랑 잘 지냅니다.
이 녀석 허구헌날 소의 코를 핥아대는데(아무래도 콧물을 먹는건지;) 한참 핥아대다가 소가 응수하면 기겁을 하고 도망갑니다.
소혀가 엄청 까칠하거든요. 저도 마당 수로 청소한다고 수로 내려가있다가 소에게 머리를 빨렸습니다만, 소 핥은 머리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실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소가 제법 똑똑합니다. 말귀도 다 알아듣고 밖에 나갔다 오면 아는체 한다고 우렁차게 울어댑니다.
밥 때 되면 울어대는건 뭐 예삿일이고요. 울음 소리는 움메~보다는 우어어어에 가깝습니다.
아 그리고....집도 찾아옵니다. 전에는 탈출한지도 모르고 있다가 저녁에 현관을 나서는데 이 놈이 마실 갔다가 느릿느릿 마당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더군요.......그러더니 집안으로 들어가 드러눕는다는....(너.........소 아니지....?)

뭐 쨌든, 키울 맛 난다 뭐 그런 얘기였습니다.
다음 주에는 닭을 분양 받습니다. 유정란 맛나게 먹을 생각입니다. 크하하.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4-16 08:0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8
  • 맛이가 있는 소는 언제나 추천
  • 맛이 가 있는 침투력 무엇...
  • 춫천
  • 추천er들...너어네들은...지인짜아...나쁜사람들이다아....
  • 애완용 한우
  • 읽으면서 힐링되는 느낌입니다. 어렸을 때 제가 소를 키웠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더 좋았습니다. 앞으로 소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 으아.. 여름 되면 냇가로 목욕 시키러 가고 그러나요 ㅠㅠㅠ
이 게시판에 등록된 싸펑피펑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09 일상/생각저는 소를 키웁니다. 26 싸펑피펑 18/04/02 6395 48
1316 일상/생각우리 엄마 분투기 8 dolmusa 23/08/01 2784 47
1125 일상/생각손님들#2 - 할매 고객님과 자존심을 건 대결 27 Regenbogen 21/09/09 5269 47
1014 기타30개월 아들 이야기 25 쉬군 20/10/05 5795 47
882 의료/건강마음의 병에도 골든 타임이 있습니다. 12 김독자 19/10/31 6908 47
749 의료/건강저의 정신과 병력에 대한 고백 15 April_fool 18/12/29 8695 47
551 일상/생각고3, 그 봄, 그 겨울 19 aqua 17/11/21 6908 47
1173 기타깃털의 비밀 - 친구 없는 새 구별하는 방법 11 비형 22/03/03 4798 46
1145 문화/예술회사 식당에서 만난 박수근 12 순수한글닉 21/11/19 6192 46
979 일상/생각집밥의 이상과 현실 42 이그나티우스 20/07/06 5975 46
809 문화/예술알라딘은 인도인일까? 28 구밀복검 19/05/28 9839 46
776 일상/생각가난한 마음은 늘 가성비를 찾았다 18 멍청똑똑이 19/03/04 6830 46
712 일상/생각고해성사 19 새벽하늘 18/10/12 5347 46
549 일상/생각그래도 지구는 돈다. 40 세인트 17/11/20 6559 46
338 일상/생각홍차넷 10000플 업적달성 전기 123 파란아게하 17/01/05 8324 46
1288 일상/생각전두환의 손자와 개돼지 3 당근매니아 23/03/30 3314 45
1168 일상/생각길 잃은 노인 분을 만났습니다. 6 nothing 22/02/18 4333 45
935 의료/건강자존감은 꼭 높아야 하나요? 42 호라타래 20/03/20 8090 45
601 일상/생각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않겠다! 35 얼그레이 18/03/06 7194 45
1311 일상/생각(기이함 주의)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부모와의 분리를 적극 주장하는 이유 45 골든햄스 23/07/12 3372 44
1250 일상/생각7년동안 끊은 술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32 비사금 22/11/10 4656 44
1195 정치/사회검경수사권 조정- 국가수사총량은 얼마나 증발하였나 36 집에 가는 제로스 22/05/02 5018 44
1099 기타 찢어진 다섯살 유치원생의 편지 유게글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41 Peekaboo 21/06/22 5969 44
1047 일상/생각열아홉, 그리고 스물셋 15 우리온 21/01/01 5643 44
807 역사모택동 사진 하나 디벼봅시다 18 기아트윈스 19/05/24 8044 4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