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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8/08 22:48:05
Name   다시갑시다
Link #1   https://gizmodo.com/exclusive-heres-the-full-10-page-anti-diversity-screed-1797564320
Link #2   https://medium.com/@yonatanzunger/so-about-this-googlers-manifesto-1e3773ed1788
Subject   실리콘밸리의 좁은 상상력
https://gizmodo.com/exclusive-heres-the-full-10-page-anti-diversity-screed-1797564320
지난 일주일여간 실리콘밸리를 뒤집어 놓고있는 한 메모에 대한 기사입니다. 메모 전문이 포함되어있는데 사실 10페이지나 되어서 저도 꼼꼼히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구글직원중 하나가 내부문서로 저 메모를 공유해서 구글 내부에서 난리가 나고, 결국엔 그 소동이 외부 언론사들의 귀에까지 들어가면서 공개가 된건데요.

메모의 시작은 상대적으로 얌전한(?)편입니다.
"I value diversity and inclusion, am not denying that sexism exists, and don’t endorse using stereotypes. When addressing the gap in representation in the population, we need to look at population level differences in distributions."
"난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합니다, 성차별이 존재한다는것을 부정하려는것도 아니고, 스테레오타입의 사용을 옹호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회사/산업)의 인구분포와 전체인구분포의 차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각그룹간의 능력분포에 차이가있음을 인지해야합니다."

그리고서는 10페이지에 걸쳐서 두가지 논지를 펼칩니다.
1. "소수자들, 특히 여성들은 결국엔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에 구글을 위한 최상의/훌륭한 엔지니어가 될수 없음을 인정해야한다"
수정: Paft Dunk님의 댓글에서 좋은 지적이 나와서 추가합니다.
{http://archive.is/jJ6mk 이게 citation까지 포함된 원문입니다.
다시 읽어봐도 [1. "소수자들, 특히 여성들은 결국엔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에 구글을 위한 최상의/훌륭한 엔지니어가 될수 없음을 인정해야한다" ]
이런 말은 없군요. 수정 부탁드립니다.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인 차이와 성향은 분명히 존재하니 기계적인 성비를 50/50으로 맞추는 등의 다양성을 추구하는건 생산성의 저하가 된다.' 정도로 읽히네요. }
2. "구글은 이러한 생각의 다양성이 존중/보호 받을수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뭐 보통 이런 스캔들의 원인보다 훨씬 긴 문서라는 점말고는 그렇게까지 특별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몇년간 계속 불거지고있는 실리콘밸리의 성차별 문제가 구글에서도 터졌을뿐인겁니다. 저도 글의 길이에 비해서 인용하는 근거와 논리가 그렇게 다양하거나 획기적이지도 않기에 끝까지 꼼꼼하게 읽지 못하고 그냥 대충 넘겨버렸습니다. 물론 실리콘 밸리의 초특급 헤비웨이트인 구글에서 터졌기에 구글의 반응이 업계 전체에 파급력을 무시할수는 없을겁니다.

요즘 트렌드죠, 반PC한 발언을 하면서 (대쵸적으로 성차별/인종차별) 자신의 발언에 대한 반발을 예상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 받을 권리를 동시에 주장하는 유형입니다. 이제 성차별에 관한 반박은 제 주위에서는 특별하게 다루지도 않는듯합니다. 좀 "아니 아직도 이런 쌍팔년도 얘기를한단 말야?" 류의 반응이 주를 이루는것 같더라구요. 물론 저런 반응은 제가 학부도 대학원도 미국에서 극좌성향으로 유명한 공대를 졸업/재학중임을 감안해야할겁니다.

표현의 자유쪽에서는 조금 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는것 같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는 정부가 개인/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 못하게한다는 것이지 개인과 개인의 사이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라던가, 표현의 자유가있다고해서 니가 하고 싶은말 아무말이나 하고 다녀도 되는거 아니다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예로 표현의 자유가있어도 공항에서 "BOMB!"이라고 소리치면 경찰한테 총맞고 잡혀가도 당연한거다, 이런 예시가있죠), 부터 표현의 자유와 무관하게 모든 표현과 의견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v 비전문가의 대립 등). 뭐 좀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있고, 이런 논의를 보고있는지 최소 일년은 된것 같은데 제 친구들은 물론이고 친구들이 인용하는 기자나 전문가들의 의견도 조금씩 발전/변하는것 같기도해서 꽤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흥미를 느낀 반응은 바로 두번째 링크입니다.
https://medium.com/@yonatanzunger/so-about-this-googlers-manifesto-1e3773ed1788

최근에 본인의 꿈을 쫒아서 구글을 떠난, 전씨니어 엔지니어의 반응입니다. 구글에있을때 상사의 위치에서 이러한 일들을 내부적으로 처리했어야하지만, 이제는 구글소속이 아니여서 기밀정보가 없으니 그냥 자기 반응을 써내린것이죠.

그는 자신의 포인트를 간략하게 3줄로 요약합니다.
1. 굉장히 권위있게 말을 하지만 메모의 저자는 젠더가 무엇인지 이해를 못하고있다
2. 더 흥미로울수있는 점은, 메모의 저자는 공학이 무엇인지도 이해를 못한다
3. 가장 중요하게도, 메모의 저자는 본인의 행동이 어떠한 남들은 물론이고 본인에게도 파장효과를 지니고있을지 전혀 이해 못하고있다.

1번은 간단합니다. 메모에서 진실처럼 언급되는 젠더에 대한 발언중 다수는 지난 십여년간 연구결과와는 상반된 이야기로 알고있다. 난 이쪽 전문가가 아니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않겠지만, 전문가들 말 찾아보는거 어려운 세상도 아닌데 [공부 좀 하자].

2번은 제가 흥미를 많이 느꼈기에 일단 뒤로 미루고,

3번를 짧게 요약하자면. [사회생활 좀 배워라]입니다. 본문을 조금 줄여서 의역하자면:
"아무리 소수라도, 회사에서 의미있는 숫자의 사람들이 속해있는 그룹(여성) 전체의 능력을 의심하고 배척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하는건 동료들에게 굉장히 무례하고 불쾌한것은 물론이고 너 본인의 커리어에도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일이다. 단적으로 내가 너 상사라면 도대체 이제 널 어떤 팀에 넣어야겠냐? 어떤 일을 하든 결국엔 어떻게든 여성과 일을 할수밖에 없을텐데 도대체 그들중에서 누가 너랑 일을 하고 싶겠냐고. 그럼 넌 일도 못하는데 회사에 어떻게 남을래?"

2번과 3번은 사실 겹치는 부분이있는데요, 역시 제가 본문을 줄여서 의역을 좀 해보자면:
"신입 엔지니어에게 좋은 엔지니어란 단순히 코드를 잘짜는 것 처럼 기술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보일수있다. 그러나, 회사에서 승진을하고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때 결국에 중요해지는건 기술적 능력이 아니다. 기술적인건 누구든지 시간만 주어지면 마스터할수있는 것이다. 경험이있는 원숙한 엔지니어의 일은 다양한 팀원들이 일을 최대한 잘할수있는 인적시스템을 구축해주는 것이다. 메모의 저자가 '여성적'이고 엔지니어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언급한 그러한 사회적 능력들이 정말로 좋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거다."
[engineering is all about cooperation, collaboration, and empathy for both your colleagues and your customers.]
[엔지니어링은 동료, 고객들과 공감하고 협력하는 일이다.]

이과생으로서 결국에 과학/공학도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라는거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바이기도하지만, 이번에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은 "신입인것 같은데..."라는 논지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최근 자주 느끼는 감정과 같기 때문일겁니다.

홍차넷을 제외한다면 제가 인터넷에서 주로 활동하는 장은 10~20대의 어린 남성들이 주를 이루고있을겁니다, 잘해야 30대 초중반들이 좀 있을까요? 이공계 + 축구 쪽으로 돌다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경향이 크죠. 상당히 남초인 관심사인데다가 인터넷의 특성상 연령대도 일정수준 이하로 편향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그리고 이게 보면 볼수록 인터넷 담론의 한계에 큰영향을 끼치지 않나 싶습니다. 한미를 불구하고 이 나이대의 어린 남성들은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약합니다. 안그래도 남자애들의 사회성을 길러주는데 둔감한 사회인데, 고등학교, 학부생활 (한국남성의 경우 군대포함) 까지 모두가 함께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일차원적인것 이상의 세상을 경험해보지는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나이가 차서 사고방식은 어느정도 원숙해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주어진 정보로 나름대로 말이되는것 같은 세계관을 구축할수있는데, 본인이 지니고있는 정보의 양이 굉장히 적고 편협하다는걸 인지하지는 못하는 상황인거죠.

저도 학부졸업을하고 대학원을 바로 왔기에 미숙한점이 많지만, 대학원생들의 연령분포도는 학부생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기도하고, 직장에 뛰어든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아주 큰 차이점은 "주위사람"의 연령대가 확 넓어진다는것이 하나라고봅니다.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에서도 대여섯살 차이만 나도 엄청 어색한 상황이 연출될수있지만, 사회에서는 훨씬 덜하죠. 다섯살은 물론이요, 당연히 나랑 20, 30살 차이도 나는 사람이랑도 매일같이 보고 일해야하는 상황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저 관계가 편해지지 않을수는있지만 적어도 내가 서있는 삶의 시점과는 굉장히 다른 시점에 서있는 사람의 삶을 주기적으로 간접적으로 경험할수있다는건 본인의 세계관을 넓히는데 일조하죠.

다시 어린남성들로 돌아와서, 그렇기에 인터넷에서 나오는 많은 이야기는 상상력의 한계를 지니고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실존하고, 사실 숫자로 따져보면
인구의 대부분은 이미/현재 경험하고있는 과정이지만 인터넷에서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삶의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상상하고 의논할수있는 능력이 굉장히 낮다고봅니다. 어린남성들의 경우 특히나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그룹에서의 사회적인 역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상당히 힘들어합니다. 다년씩 매일 봐야하는 회사생활내에서 사람들관의 관계, 진지한 연애 또는 결혼생활, 그리고 이것들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등이 대표적이겠죠. 학교 다닐때 큰 프로젝트라고해봐야 학기 프로젝트면 마지막 한달 동안하면 양반일테고, 학위논문이라고해도 저도 잘해봤자 두달 정도나 썻으려나요, 크게 다르지는 않을겁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삶의 주기가 전부다 그렇게 짧게 끊기는게 아니기에 그에 맞추어서 변화가 이루어져야하는데 그걸 상상하기 힘들어하는거죠. 예를 들어서 연애를 학기단위로 끊어서 급할때 조금씩만 노력하는거라고 생각하면 장기연애나 결혼생활은 최소 굉장히 힘들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거죠.

이런 문제가 생기는건 공교육 시스템, 야근문화, 성차별적인 스테레오타입등 굉장히 많은 원인이있는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나이 한살한살의 차이가 굉장히 크기에 같은 성취목표를 지니고 경쟁시킬수는 없지만, 그외의 사회성적인면에서는 다양한 나이와 나이대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과 지속적 교류가 권장되지 않는 학교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해볼법한거죠. 자연스럽게 어른으로서의 롤모델이 되어야할 부모님은 잦은 야근이나, 획일화된 아이들의 학업성취를 뽑아내려는 공장이 되어서 다양한 삶을 상상할수있는 기본적인 교감의 시간조차 없고. 남성들의 경우 타인의 감정과 삶에 공감하는 능력을 중요시하지 않는게 은연중에있으면 성장해서도 사회성면에서 더 힘들어할수밖에 없겠죠.

참고로 오늘 아침 구글은 문제의 메모의 저자를 회사에서 성차별을 조장하고 동료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고합니다. 최근 가장 핫한 회사인 우버의 전CEO가 비슷하게 회사내에서 성차별적인 환경을 조성했다고 사임했던것에 이어서 올해에만 실리콘 밸리의 대형기업에서 성차별을 중심으로 두번의 큰 사건이 터진거죠.  다음에 어떤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미국진보의 대표지역인 실리콘 밸리의 뿌리깊은 성차별적 성향이 결국에 어떻게 결론이 날지 봐야겠네요.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8-21 08:16)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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