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7/19 18:20:01
Name   호라타래
Subject   대학 생활 경험은 사회 계층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 김미란(2014) 대학생들은 부모의 사회계층에 따라 어떻게 다른 대학생활을 경험하고 있는가?: 서울의 한 여자대학교 학생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교육사회학 연구, 24(2), 25-65.(http://scholar.dkyobobook.co.kr/searchDetail.laf?barcode=4010023766320)의 소개입니다.
- 오픈 소스도 아니고, 번역도 아니다 보니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최대한 '소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쓰고자 했어요.
- 재미있게 보셨다면 링크한 논문의 다운 및 인용을 한 번이라도 더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들어가며

대학 진학, 혹은 '명문대' 진학의 보상 감소는 교육을 통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재생산이 약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대학 진학의 경제적 효과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3년 고졸 가구주 대비 전문대졸 이상 가구주의 소득은 135였으나, 2016년에는 125로 하락했습니다.1) 대학 진학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떠한 대학에 진학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반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벌 없는 사회' 단체가 더 이상 '학벌'이 의미가 없다며 해산을 선언했듯이 우리는 '명문대학 졸업장'도 사회적 성공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존 교육사회학 분야의 많은 연구들은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진학하는 대학의 위세와 깊은 연관을 맺는다고 지적합니다(예를 들어, 김위정·김양분, 2013). 이 과정을 통해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교육을 통해 재생산된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었지요. 그렇다면 대학 혹은 위세 높은 대학 진학의 보상이 감소한 것은 교육을 통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재생산이 약화된 것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변화를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동일한 대학 내에서 사회경제적인 배경에 따라 발생하는 학생들 간의 차이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이는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낮은 학생들이 기회균등 혹은 사회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제공되는 기회를 바탕으로(아니면 순수한 재능을 바탕으로) '괜찮은' 대학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졸업 후 상향이동(upward mobility)에는 이르지 못하는 이유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둘째,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높은 학생들이 대학의 위세 그 자체와는 별개로 고등교육 내에서 지닐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인지, 이것이 그들의 졸업 후 상향이동 혹은 사회경제적 지위 재생산과 어떠한 연관을 맺고 있을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학벌'의 효과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교육을 통해 재생산되는 과정을 밝힐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김미란 선생님의 논문은 같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사회경제적인 배경에 따라 서로 간 대학생활 경험이 달라지고, 상이한 생애 계획(life planning) 및 태도를 지니게 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학 수업 경험, 친구관계, 대외활동 등 대학 생활 전반에 걸친 학생들 간의 차이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차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활 과정에서 형성된 미래 기대는 생애 계획의 차이를 형성하고, 학생들의 현재 삶에 다시 투영됩니다.

방법론 소개

서울의 한 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19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중심으로 수행한 질적 연구입니다. 사회계층별 대학 경험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연구의 목적에 따라 사회계층이 높은 학생 10명, 사회계층이 낮은 학생 9명을 의도적으로 표집했습니다.2) 학생들의 전공은 교육, 어문으로 한정하여 계열에 따른 차이는 제한하였습니다.

연구에서 김미란 선생님도 한계라며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연구 대상은 서울의 한 여자대학교 학생들입니다. 추측하건데 김미란 선생님이 속해있는 숙명여대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이 점을 고려하면 본문에서 상위계층의 연구참여자 학생들이 자신의 대학 진학 결과에 지니는 감정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질적 연구의 특징에 대한 간략한 소개
 양적 연구는 기존 이론을 기반으로 삼아 가설을 설정하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요인들을 분리하고, 실험 혹은 설문을 통해 드러난 값들 사이의 관계를(인과, 상관) 밝혀낸 후, 그 관계가 일반화가 가능한지(모수과 표본)를 통계적인 원칙에 기반하여 검증합니다. 양적 연구가 기반에 깔고 있는 철학적 가정은 연구 대상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험적인 연구를 통해 얻어진 지식은 객관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는 안정되어 있고, 관찰할 수 있으며, 측정 가능합니다. 다분히 연역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질적 연구는 양적 연구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양적 연구와 달리 질적 연구는 그 내부에 구체적인 방법이 다양합니다. 다만 공통적인 것은 질적 연구는 귀납적으로 연구를 실행하고자 하고, 연구의 대상을 고정되어 있거나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실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해석적인 과정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회과학은 질적 연구가 유용한 영역인데, 인간의 사회적 세계는 상호작용하는 각 개인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질적 연구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사람들이 구성한 의미'이지요. 또한 질적 연구는 가설의 증명, 검증, 일반화가 아니라, 현실을 기술하고/이론과 연계하여 분석해서 우리가 우리의 삶을, 타인의 관점을 더 잘 이해하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어떻게?'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 배경  - 후기 청소년의 미래 계획

이론적 배경 중 흥미로웠던 '후기 청소년의 미래 계획' 부분을 소개합니다.

연구의 대상이자, 고등교육의 주 참여자인 대학생들은 '후기청소년'이라는 용어로 부를 수 있습니다. '후기청소년'이라는 관점은 성인기 이행이 지연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생애단계입니다. 연구에서는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후기청소년 생애 단계의 출현은 고등교육의 확장(혹은 중등교육까지도)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지요.

후기 청소년의 삶과 경험을 이해하는 관점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개별화된 생애경험을 통한 행위자의 선택지가 확장되었다고 보는 후기근대화론과, 계층간 상이한 성찰과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는 사회불평등론"(p. 29)이 그것이지요.

1) 후기근대화론의 입장: 울리히 벡이나, 지그문트 바우만 등의 입장에 근거하는 후기근대화론은 개인화(individualization)과 성찰성(reflexivity)에 주목합니다. 산업사회에 존재했던 표준적인 생애과정이 붕괴하고, 고용 불안정 등에 따라 삶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각 개인은 스스로의 삶을 항해(navigating)해야 할 필요가 커집니다. 성찰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기획-실행-수정하고 그 결과 개인화 된 생애과정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지요. 울리히 벡이 지적하듯이, 이러한 성찰에의 압력은 각 개인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전통적으로 존재했던 사회적 규범이나, 역할의 압력을 줄이기도 하지요. 후기청소년기는 성인으로서 주어지는 역할압력을 유예하고 있는 단계이자, 학생으로서 주어졌던 역할 압력이 중/고등학교 시기보다는 줄어든 단계입니다. 그래서 Arnett(2001, 2006)은 후기 청소년기를 '자아정체성을 탐색'하고, '사랑과 일에서 가능성'을 시도할 수 있는 자유가 존재하는 시기라 보기도 합니다.

2) 사회불평등론의 입장: 사회불평등론에서는 후기근대화론이 강조하는 개인화/성찰성이 사회불평등의 구조적 차원을 경시한다고 비판합니다. 분명 사회변화가 개인의 선택을 증진시킨 것은 맞지만, 여전히 개인의 생애경로는 사회계층에 따라 차별화 됩니다. 첫째, 후기청소년의 생애계획은 사회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노동계층에 가까울 수록 자신의 미래를 추상적으로 모호하게 생각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자원과 정보가 적습니다. 또한 미래 기대와 포부는 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중산계층 학생들은 부모의 경제력, 사회적/문화적 자본을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체계적, 구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다양한 사회경험, 자아실현을 추구하고 교육, 자기계발, 주체적인 삶의 선택을 강조합니다. 둘째, 사회 계층은 경제적인 배경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며, 젠더, 인종, 지역 등 다양한 요소들이 중층적으로 작용하여 사회불평등의 조건을 재생산합니다. 여성 후기청소년에 관한 연구들은 노동계층 출신의 여학생들은 빠른 취업을 통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성인 역할을 맡지만 불안정한 소득 때문에 가족에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많으며, 반면에 중산계층 출신의 여학생은 가족의 경제적인 지원에 힘입어 '여성'이라는 사회적 역할기대로부터 자유로운 생활경험과 생애계획을 추구한다는 주장들을 하고 있습니다. 독립적이지만 의존적이고 노동계층 출신 여성, 의존적이지만 독립적인 중산계층 출신 여성들의 이러한 모습은 가족 내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전통적인 역할(정서적 지지, 부차적인 소득원 등)과 비교하여 이해를 심화할 수 있습니다.

사회불평등에 주목한다는 것은 사회불평등이 개인의 삶에서 발현되는 경로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이 논문에서는 문화적인 요소에 초점을 두어 시간에 따른 경험의 연속성이 개인의 미래 기대를 조형하는 과정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은 수업, 친구관계 등 대학생활에서 이전의 경험과 의미를 재해석하게 되며, 미래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하게 된다. 이들의 미래에 대한 인식은 그들이 처한 조건에서 과거, 현재 삶의 경험을 협상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진로와 직업선택이라는 구체적 행위는 현재의 경험을 통한 과거의 해석, 과거를 통한 현재의 의미구성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p. 29)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현재 생활세계를 바탕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미래를 인식하는' 학생들의 삶에는 각자가 처해있는 사회계층이 뚜렷히 드러납니다. 본문의 내용을 추상적인 차원에서 밝히면서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문

학생들의 성장과정은 어떠한가?


연구참여자 학생들의 성장과정은 사회계층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하위계층 출신 학생들에게서는 독립적인 성장과정, 성실에 대한 부모님의 강조가 두드러집니다. 상위계층 학생들에게는 부모의 폭넓은 관심, 적극적 지원, 개입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특징은 김미란 선생님이 주목하는 학생들의 경험 뿐만 아니라 미국 사례에서도(예를 들어, Lareau, 2012), 한국 어머니들의 경험에서도(예를 들어, 박혜경, 2009) 여러 번 반복해서 드러나는 것이지요.

제가 흥미롭게 느꼈던 것은 '서울 A 여자대학교'에서 짐작할 수 있는 대학의 위세가 암시하듯이, 이 대학에 진학한 연구참여자 상위계층 학생들은 부모의 집중적인 관여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잘 진학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상위계층 학생들은 대부분 외고3) 출신이었지요.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이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자신감을 상실하거나, 소외감을 느끼거나, 부모에게 반발하거나,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 현재의 대학에 최종적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이 부모의 집중적인 관여로 인해 뚜렷하게 확보한 '영어 자본'은 이후 대학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학 생활은 어떠한가?

연구참여자들의 대학 생활도 계층에 따라 상이하며, 이는 각자가 자신의 과거를 다르게 재해석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연구에서 학생들의 전공을 교육, 어문에 주목해서 취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 중 상위 계층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대학 생활은 진학 당시 '일류대'에 가지 못했다는 부정적 정서를 완화시키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학교의 '원어민' 수업에서 부각되는 자신의 영어 능력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할 때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기에 충분합니다. 반대로 연구참여자 하위 계층 학생들은 그런 '외고 출신', '서울 출신', '강남 출신'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지닌 한계를 느낍니다. 이 하위계층 학생들은 모두 중-고등학교 당시에는 자신의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었습니다. 자신의 진학 결과에도 만족스러운 편이었지요. 하지만 같은 공간 내 존재하는 자신과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 지나간 자신의 과거를 '무능력'과 '열등감'으로 재구성하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참여자들 사이에서 계층에 따른 차이는 수업 외에서도 드러나고, 이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맺는 인간관계가 의식적/무의식적인 선택을 통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배경으로 분화되는 원인으로 보입니다. 소비와 취향, 학업에 대한 태도 등 일상적인 수준에서 드러나는 차이는 명백합니다. 하위계층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영역은 소비수준의 격차입니다. "밥 한끼" 먹는 비용, "브랜드 있는 옷차림" 등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모든 영역에서 하위계층과 상위계층 학생들 사이에는 차이가 나타나지요. 또한 오로지 대학을 목표로 죽어라 공부만 했던" 하위계층 학생들과 "할 거 다 하면서" 폭넒은 문화를 경험했던 상위계층 학생들이 학업에 관해 지니는 태도도 차이가 납니다. 그러면서도 상위계층 학생들은 영어 수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지요. 하위계층 학생들은 이러한 상위계층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 자신의 지난 과거에 관한 상실감을 지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분화가 나타납니다.

물론 하위계층 학생들이 상위계층 학생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학생들은 대학교가 아닌 고등학교 혹은 동네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착하고 순수한" 고향친구들과 "약삭빠르고 계산적이며 자기생각만 하는" 대학 친구들을 비교하며,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낭만적인 시각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혹은 현실에 "그냥 눌러사는" 고향친구들을 무기력하게 인식하면서 대학 친구들을 따라 자신을 바꾸고자 하는 학생도 있지요. 이러한 학생들은 경제적 영역을 보완하기 위한 아르바이트와, 제도권에서 요구하는 학업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상위계층 학생들은 지금 대학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만족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학생들은 현재 대학에 대한 소속감이 낮습니다. "일류대에 간 외고동창들만 보면 승질이" 나고, "치열하게 사는 애들 보면 왜 저러나"싶어 현재 대학에 있는 친구들과는 거리를 둡니다. 대신 '교환학생', '어학연수' 등의 대외활동 혹은 외고동창 모임과 같은 다른 집단에서 사회적인 관계를 찾습니다. 본문에서는 직접적으로 지적하지 않지만, 이 학생들의 준거집단은 고등학교 동창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따라서 다른 상징적 자본을 획득하여 그들과의 '수준'을 맞추려고 하는 시도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가며

이 글에서는 논문의 반절에 해당하는 여기까지만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논문의 남은 장에서는 연구참여자 중 각 계층에 속한 학생들이 어떠한 미래 계획을 구성하고, 그것이 현재의 대학 생활 구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힙니다. 이후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논의를 빌려 생애경험의 누적으로 인해 형성되는 '후기청소년' 사이의 계층 간 문화 차이를 분석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계층별 생애경로의 차이를 정리합니다.

김미란 선생님은 명시적으로 지적하시고 있지 않지만, 저는 처음에 언급했듯이 대학의 위세와는 별개로 고등교육 경험이 사회경제적인 지위의 재생산을 추동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낮은 학생들이 고등교육 기회를 얻는다 할지라도 그 가능성은 실질적인 수준에서(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 상징적인 수준에서(적당한 곳에 빠르게 취업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것) 제한됩니다.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높은 학생들이 위세가 낮은 대학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후기청소년 시기에 주어지는 가능성을 하위계층의 학생들보다는 더 넓게 활용합니다. 실질적인 수준에서(영어자본, 가족의 지원금) 그리고 상징적인 수준("명문대"에 진학한 고등학교 친구들만큼 상징적인 자본을 획득해야 한다는 동기, 빠르게 졸업하지 않고 어떠한 경로로 사회에 나아갈지 천천히 탐색하는 여유)에서 말이지요.

이 논문이 각자의 대학 진학 과정은 어떠셨는지, 대학에서의 경험은 어떠한지, 그리고 자신이 사회로 진입하는 시기에 그 경험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한 번씩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계층의 외투는 상당히 두껍다는 점도 함께요.

각주

1) 국가통계포털 - '가구주 교육정도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전국,2인이상)' (http://kosis.kr/statisticsList/statisticsList_01List.jsp?vwcd=MT_ZTITLE&parmTabId=M_01_01#SubCont)
2) 목적표집, 의도적 표집, 유의표집(purposive sampling)이라 부릅니다.
3) 상위계층 학생들은 2013년에 인터뷰를 실시했고, 따라서 2008-2012년 사이의 '외고'의 위상을 고려해야 합니다. 자사고가 부각된 현재와는 약간 다르지요.

참고문헌 + 본문에서 인용해서 같이 재인용한 문헌

김위정, & 김양분. (2013). 대학진학에 대한 가정배경의 누적적 매개 효과 분석. 한국사회학, 47(4), 263–302.
박혜경. (2009). 한국 중산층의 자녀교육 경쟁과 “전업 어머니” 정체성. 한국여성학, 25(3), 5–33.
Arnett, J.J.(2001). Conception of transition to adulthood: perspectives from adolescence through midlife. Journal of Adult Development, 8(2), 133-143.
Arnett, J.J.(2006). Emerging adulthood in Europe: a response to Bynner. Journal of Youth Studies, 9( I}, 111-123
Lareau, A. 박상은 역. (2012). 『불평등한 어린시절』. 서울: 에코리브르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7-31 08:21)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1
  • 햄볶음밥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1 일상/생각생명의 서(書) - 병원 임상 실습을 돌면서 느낀 점 31 삼공파일 15/07/24 8804 0
474 문학저 면접 못갑니다. 편의점 알바 때문에요. 20 알료사 17/07/19 8802 18
425 정치/사회[펌] 대선후보자제 성추행사건에 부쳐 112 기아트윈스 17/05/04 8801 14
510 일상/생각이별의 종류. 6 tannenbaum 17/09/16 8794 19
597 경제'식근론'에 대한 단상, 한국은 독립국이 맞는가? 25 hojai 18/02/23 8793 6
982 요리/음식토마토 파스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40 나루 20/07/13 8778 28
230 기타종이모형을 아시나요? (데이터 주의!!!) 35 볕뉘 16/07/08 8768 13
300 의료/건강화병과 우울증 4 모모스 16/11/12 8762 8
148 영화레버넌트와 서바이벌 17 Moira 16/01/31 8748 3
789 과학화학 전공하면서 들은 위험했던 썰 몇가지 36 Velma Kelly 19/04/05 8744 18
682 정치/사회넷상에서 선동이 얼마나 쉬운가 보여주는 사례 16 tannenbaum 18/08/14 8740 9
763 여행그저그런의 일본항공 일등석 탑승 후기 (1) 46 그저그런 19/01/24 8710 26
1001 일상/생각타임라인에서 공부한 의료파업에 대한 생각정리 43 거소 20/08/25 8687 82
625 일상/생각한국의 EPC(해외 플랜트)는 왜 망하는가. 49 CONTAXS2 18/05/02 8678 18
349 게임'헌티드 맨션' 후기 18 별비 17/01/21 8663 32
68 정치/사회‘메르스갤’로 대표되는 인터넷 여성주의에 대한 몇 가지 고찰 134 삼공파일 15/09/07 8662 7
749 의료/건강저의 정신과 병력에 대한 고백 15 April_fool 18/12/29 8653 47
476 일상/생각대학 생활 경험은 사회 계층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47 호라타래 17/07/19 8651 11
1383 정치/사회의대 증원과 사회보험, 지대에 대하여...(펌) 45 cummings 24/04/04 8646 37
372 의료/건강우울은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38 깊은잠 17/02/22 8629 22
640 꿀팁/강좌[사진]꿀팁. 내가 써본 보정하기 좋은 어플순위 13 사슴도치 18/05/31 8625 14
24 정치/사회[나기홍석2탄]'역오디션 현상'과 맹기용 20 난커피가더좋아 15/06/13 8622 0
757 철학/종교율법주의 : 최후의 유혹 34 구밀복검 19/01/11 8620 28
369 역사솔까 절세미남 자랑 좀 하겠습니다 31 파란아게하 17/02/18 8608 15
142 요리/음식탕수기 제작기 28 Toby 16/01/11 8602 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