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1/21 10:16:01
Name   다람쥐
Subject   미군 기지촌 위안부 사건이 법원에서 일부 인용되었습니다
아직 판결문을 보지 못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정말 중요한 일이고 저도 느끼는 게 많아서 티타임에 글을 올려봅니다.

홍차넷 유저 여러분들은 양공주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는 어릴때에 미군이랑 사귀는 여성을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어요

물론 나중엔 그런 뜻까지 확장되기도 했지만
양공주, 양갈보라 불리던 여성들은 미군 부대 인근(기지촌)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던 여성을 말하는 것이었죠


그리고 몇 년 전부터, 그 기지촌 성매매를 박정희 정부가 관리하고 있었다는 증언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곳에 있는 여성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상당했고
또 인신매매로 잡혀 온 여성도 많았습니다
그런 여성들을 데리고 박정희 정부에서는 미군의 요구대로 일종의 "위안소"를 조성한 것이지요

박정희인가 정부기관 누군가가 직접 와서 여성들을 모아놓고 너희가 "달러벌이 역군"이라고 격려하기도 하였다는 문건도 찾았고
박정희가 여성들을 수용하기 위해 양공주 전용 아파트를 만드는 것을 허가하는 서류도 찾았다고 해요

결국 공창제를 폐지한 국가가 나서서 미군을 위해 포주 노릇을 해 준 셈이죠
그 안에 미성년자와 인신매매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알았을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 "미군 위안부"들의 권리를 찾고자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청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어려웠고 주목도 받지 못했고
무엇보다 그 "위안부"라는 존재를 인정받는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미군 기지촌 위안부를 "자발적 창녀"로 생각했거든요

결국 오랜 투쟁 끝에 일부 원고들에게 일부 손해배상이 인용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배상액은 1인당 500만원.


일부에게만 배상이 나온 이유는 무엇이냐면
기지촌에는 낙검자 수용소라는것이 있었어요
이게 성병 예방 치료를 목적으로 여성들을 수시로 검사해서 성병 비슷한게 나오거나 의심이 가거나 미군이 저 여자한테 성병옮았다고 지목을 하면,
낙검자 수용소라는데에 끌고가서 무작정 페니실린을 주입하는거였습니다
얼마나 자주 검사가 뜨고 악명이 높았던지
낙검자 수용소로 끌려가는 버스에서 여성들이 뛰어내리기도 했대요
특별한 증상 없이도 미군의 지명으로 수용소 끌려갔던 여성도 있고
수용소에서도 체계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수용소 여성들 중 상당수는 페니실린 과다투여로 인한 쇼크로 사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낙검자 수용소가 법에 근거가 없었어요.

후에는 전염병예방법개정으로 근거가 생겼지만
그전까진 그냥 불법 수용소였던 것이죠

성병검사도 너무나 많은 인원을 기계적으로 검사하다 보니
여성들을 그냥 하체를 모두 벗은 상태로 차폐막도 없이 의료인들 앞에 일렬로 줄 서서 대기하게 해서 한명씩 빨리빨리 봤다고 해요.

이번에 항소심에서 일부 인용된 부분은, 법적 근거가 생기기 전에 낙검자 수용소에 수용되었음이 확인된 여성들에게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그래도 이번 판결은 최초로 '미군 위안부' 라는 존재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우리 역사의 수치스러운 면이지만 반드시 알고 기억해야 해요
아베놈이 10억엔을 던지고 외면하는 것에 분노만 하지 말고, 우리도 박정희 때 "달러벌이 역군"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수 많은 어리고 젊은 여성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박정희가 이룬 경제 성장은 미군의 포주 노릇을 해서 세워진 것인가요. 참 속상하네요..

5백만원
정말 적은 돈이지만 이제 이것이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봅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1-30 01:2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1
  • 좋은글은 춫천
  • 의미 있는 글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887 32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660 31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934 20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1763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945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4 심해냉장고 24/10/20 1569 40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1876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958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236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087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430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064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1995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611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452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1923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699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596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2800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873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088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1938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092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657 29
139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4 danielbard 24/05/13 2062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