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5/06/13 22:42:29
Name   난커피가더좋아
Subject   [나기홍석2탄]\'역오디션 현상\'과 맹기용
https://namu.wiki/w/%EB%A7%B9%EA%B8%B0%EC%9A%A9

[나무는 기록하고 홍차넷은 분석/해석한다], [나기홍석] 2탄입니다.

역시나 인터넷 핫 이슈 중 하나인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자 맹기용씨 얘기를 들고 왔습니다.

뭐 홍차넷에서도 프로그램리뷰 형식으로 글이 한 번 올라왔던 거 같네요.

---------------------------------
핫 한 이슈이니 만큼 역시 많은 분석이 나왔습니다.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만 한다는 '장인'의 영역에도

'금수저'(사실 은수저가 맞는 표현인데, 요샌 그냥 이렇게 쓰더군요)가 통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얘기도 있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반발이라는 얘기도 있으며, '셰프직'이라는 특성과 요리인들의 삶을 알고 그러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절절한 비판이라는 말도 합니다. 뭐 다 일리가 있습니다.

역시 새로운 분석을 추구하는 나기홍석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고자 합니다.

저는 현재 예능의 대세를 '역오디션'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때 전 방송사를 강타했던 오디션 형식(전문가가 일반인을 평가하는)이 저물고 그 역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거죠.

그 최초 형식이 저는 '나가수'라고 보는데요, 일단 나중에 거하게 망하지만

그래도 타방송사의 불후의 명곡으로 이어집니다.

또 마스터 셰프로 대변되는 오디션 쿡방쪽에서도 이런 변화는 나타납니다.

그 대표격인 프로그램이 바로 냉장고를 부탁해 입니다.

한식대첩의 경우 출연자도 전문가 심사자도 전문가라서, 처음에는 평범한 오디션 프로그램 느낌이었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양쪽 다 평등해보이는 구조인 듯 합니다.

왜 방송에서 이렇게 '역오디션'이 일어나는지도 사실 흥미롭지만(어차피 민주주의라는 완벽한(?) 역오디션 정치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그건 이 글의 핵심이 아니니 빼도록 하겠습니다.

'역 오디션'의 묘미는 '권력관계의 역전'입니다. 분명 요리를 막 배우는 사람이, 혹은 평범한 사람이,

또는 노래를 막 연습하는 일반인이 전문가로부터 꾸지람을 듣거나 조언을 받아야 하는데

일반인들이 전문가를 평가하는 형식에서는 당연히 그 반대방향으로 이뤄지죠.

그런데! 이게 권력관계를 반대로 뒤집는 거 이외에도 훨씬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출연하는 전문가 집단이 "대중들로부터 기본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역오디션 개념'이 재미있어 지기 때문입니다. 누가봐도 전문가, 누가봐도 최고인 사람들이

긴장하고 벌벌떠는 게 재미있는거지, 누가 봐도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벌벌 떠는 건 전혀 재미가 없고 짜증이 나는 거죠.

'전문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성립된 역 오디션 제도이기에,

승부에서 진 전문가 역시 타격이 별로 없습니다.

자존심은 좀 상할 수 있지만, 금방 회복 되죠.

그래서 '공정성'이라는 개념보다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냉장고를 부탁해 역시평가 자체는 게스트 취향을 타기 때문에 '딱히 공정하다'고 할 수 없고요,

가수들의 역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현장빨', '순서빨', '노래빨'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냥 오디션 프로그램보다는 '공정성'에는 취약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오디션 시스템은 '평가받을 자격=전문가(고수) 인정'의 개념이기 때문에 누가 평가를 받을 것인가 자체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실 역오디션 개념은 사실 굉장히 즐거운 예능입니다.

특히 한국에서요. 왜냐. 구조적으로 그 누구도 '낙오'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가수가 프로그램에서 낙오됐다고 해서 그가 앞으로 꿈을 못이루거나, 엄청난 타격을 받는 것도 아니고

요리프로 승부에서 졌다고 해서 셰프의 레스토랑이, 그의 실력이 폄하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청자나 일반인(비전문가) 출연자, 평가자 역시 평가자로서 '구조적인 우위'에 있기에 이 또한 즐겁습니다.

그런데 맹기용씨는 이 '역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균형과 즐거움을 다 흩트러뜨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1)'평가받을 수 있는 권리와 자격'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됩니다.
2) 1)과 연결되는 지점도 있는데, '젊은 청년이 그래도 열심히 도전하는데 너무 뭐라하지 마라'라는 방어도 나옵니다. 근데 이러면 역오디션이 성립을 못합니다.
3) 시청자나 비 전문가의 평가가 힘을 잃는 듯한 결과(두번째 방송)혹은 느낌이 생기면서 이 역시 균형을 깨는 것 같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인기있는 예능프로그램이고, 요리를 즐기는 많은이들, 실제로 요리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는 프로이긴 하지만,

왜 그리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일까. 왜 이리 이 프로는 핫할까? 왜 맹씨를 둘러싼 논란이 이렇게 클까를 고민하다가,

앞에서도 서술한바 있는 다양한 분석도 있지만, 또한 이렇게 볼 부분도 있다 정도의 글이었습니다.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Tob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06-17 15:4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7 기타[空知] 녹차넷을 엽니다. 78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4/01 8326 9
    651 문화/예술[강철의 연금술사] 소년만화가 육체를 바라보는 관점(스압) 4 자일리톨 18/06/23 8944 18
    629 여행[괌간토비] 가족여행지로 괌을 선택한 이유 17 Toby 18/05/08 7969 18
    1184 문학[그림책] 누가 진짜 엄마야? 3 늘쩡 22/04/13 3535 12
    18 정치/사회[나기홍석1탄: 여시사태]호명과 소명, call과 calling 9 난커피가더좋아 15/06/10 8927 0
    24 정치/사회[나기홍석2탄]'역오디션 현상'과 맹기용 20 난커피가더좋아 15/06/13 8695 0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2018 12
    841 일상/생각[단상] 결혼을 수선하다. 35 다람쥐 19/08/08 6640 93
    799 문학[단편] 어느 게임 마니아의 일상생활 18 트린 19/04/29 7206 14
    942 정치/사회[데이빋 런시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권력의 본성을 드러냈다. 10 기아트윈스 20/04/02 6182 22
    267 기타[마르크스 사상사 시리즈] 1. 맑스?마르크스? 29 nickyo 16/09/21 7412 5
    952 정치/사회[번역-뉴욕타임스] 삼성에 대한 외로운 싸움 6 자공진 20/04/22 5583 25
    947 문화/예술[번역] 오피니언 : 코로나 19와 동선추적-우리의 개인적 자유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 39 步いても步いても 20/04/13 6186 6
    936 역사[번역] 유발 노아 하라리: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 13 기아트윈스 20/03/21 8113 33
    837 과학[번역] 인종 평등을 위한 과학적 기초 上 17 구밀복검 19/07/27 7083 10
    561 음악[번외] Jazz For Christmas Time -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를 중심으로 (3) 4 Erzenico 17/12/11 7034 3
    1215 여행[베트남 붕따우 여행] 중장년 분들에게 추천하는 여행지. 긴글주의 18 사이공 독거 노총각 22/06/19 4227 15
    770 체육/스포츠[사이클] 랜스 암스트롱 (1) - It's not about the bike. 12 AGuyWithGlasses 19/02/17 6222 9
    422 과학[사진]광학렌즈의 제조와 비구면렌즈(부제 : 렌즈는 왜 비싼가) 9 사슴도치 17/05/01 8291 8
    640 꿀팁/강좌[사진]꿀팁. 내가 써본 보정하기 좋은 어플순위 13 사슴도치 18/05/31 8748 14
    365 꿀팁/강좌[사진]노출의 3요소와 PSAM 27 사슴도치 17/02/15 9234 13
    1019 꿀팁/강좌[사진]노출차이가 큰 풍경사진 찍기 - GND필터 사용하기 9 사슴도치 20/10/18 4617 5
    443 꿀팁/강좌[사진]을 찍는 자세 20 사슴도치 17/06/02 8646 6
    644 꿀팁/강좌[사진]이미지의 품질 12 사슴도치 18/06/07 6994 10
    420 꿀팁/강좌[사진]인물 사진의 기초 - '앵글'을 알아봅시다. 14 사슴도치 17/04/26 8341 8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