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6/04/22 16:12:48
Name   눈시
Subject   일본 창작물 내에서의 임진왜란
+) 다 써놓고 보니 기분 좋을 내용은 아니군요 ㅡ .ㅡa 가려서 봐주시길. 제목을 거창하게 썼지만 많이 본 건 아닙니다. 드라마 세 편과 코에이 게임 정도?

영화...는 없고 드라마, 소설, 만화 게임까지 다 통틀어 말할 단어가 뭐가 있을까요? 쓰려니 생각이 안 나네요 ( '-');

일본에서 임진왜란은 얘기하기엔 재미없는 내용입니다. 정한론부터 犬일본제국(늘 말하지만 발음은 훈독으로 합시다) 때야 히데요시를 띄워줬죠. 막부 대신 관백으로 조정의 정치를 복원했다는 점도 있지만요. 하지만 그 이후는? 임진왜란은 일본 만세가 나올 부분은 극초반 뿐, 일본을 좋게 얘기하기에는 정말 극한의 왜곡이 필요합니다. 일본 국내는 둘째치고 한중에서 가만히 있을 게 아니죠.

애초에 내부에서도 많은 반대가 있었고 아무 소득 없이 피해만 컸으며 결국 도요토미 정권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니 뭘 다룰 수 있을 리가요. 최대한 안 다룹니다. 그나마 역사를 연구할 때는 몰라도 창작물에서는? 주인공이 잘나야 되는 상황에서 왜 해요.

하지만 마냥 빼놓을 순 없습니다. 어쨌든 있었던 일이니까요. 세키가하라까지 가려면 무조건 지나가야 돼요. 물론 게임... 네 코에이의 게임에서는 이것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갑니다만 -_-a 드라마에서도 그럴 순 없죠.

작품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합니다. 시작과 끝이 모두 말이죠.

시작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바로 히데요시의 광기, 혹은 노망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히데요시는 정말 이상한 모습만을 보여줍니다. 여러가지로 해석합니다. 원래부터 과대망상이 있었다, 평민으로 천하인이 된만큼 과대망상이 생긴 거다, 오히려 그 열등감 때문에 더 큰 업적을 세워야 된다고 생각한 거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런 과대망상 외에 한 가지 더 볼 부분은 있습니다. 후계 문제 말이죠.

자식이 없었던 상황에서 히데요시는 후계자 후보를 여럿 만듭니다. 누나의 장남 히데츠구, 아내 네네의 오빠의 아들 히데아키, 우키타 나오이에라는 다이묘의 아들이었던 우키타 히데이에죠. 이들을 양아들로 했고 히데츠구를 간파쿠로 임명하면서 그를 후계자로 삼습니다.

문제는... 아들이 태어나버렸던 것이죠. -_-;


차차는 노부나가의 여동생 오이치와 노부나가를 배신한 아자이 나가마사의 딸입니다. 오이치를 짝사랑했던 히데요시는 그 딸내미라도 얻겠다고 나섰고, 결국 차차를 얻게 되죠. 그녀가 츠루마츠라는 아들을 낳아줍니다. 후에 요도도노, 요도기미로 불리구요.

+) 정작 오이치는 히데요시를 평민 출신이라고 경멸했고, 남편 나가마사를 죽인 공을 세워서 증오합니다. 결국 시바타 가츠이에와 재혼해서 히데요시와 맞서는데 그마저 히데요시에게 패하고 같이 자살하죠.

이렇게 되면서 양아들들의 운명은 알 수 없게 되었죠. 일단 다른 애들은 다른 가문에 보냅니다. (히데아키를 고바야카와 가에 보내는데, 나중에 세키가하라 때 정말 큰 공을 세우죠 (...)) 문제는 간파쿠까지 올린 히데츠구... 다행히(?) 91년에 츠루마츠가 죽어버립니다. 히데요시는 여기에 크나큰 충격을 받고 상투까지 잘라버렸다고 하고, 그동안 준비했던 임진왜란에 광적으로 매달렸다 합니다.

그런데 또 93년에 차차가 아들을 또 낳아줬으니... 후의 도요토미 히데요리죠. 이 때문에 둘 다 히데요시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뭐 이전에도 자식이 있긴 했다는 사료가 발견돼 현재는 부정당하고 있다네요.

이렇게 되자 히데츠구의 운명은 끝이 납니다. 그 자신도 이래저래 문제가 있었다고는 합니다만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죠. 히데요시는 그를 죽이고는 그와 관계된 자들을 처참히 숙청합니다. 그리고는 히데요리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온갖 애를 씁니다. 전쟁 초반에는 직접 바다를 건너겠다고 해놓고 국내의 상황에 더 열중했던 것이죠.

또 하나 볼 수 있는 건 측근들의 계속되는 죽음, 86년엔 오랜 친구였던 하치스카 마사카츠가 죽습니다. (임진왜란 때 온 하치스카 이에마사가 그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91년엔 배 다른 동생이자 도요토미 정권의 일등공신인 히데나가가 죽습니다. 그가 있었다면 임진왜란을 막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이 와중에 그의 어머니까지 죽습니다. 여기에 센노 리큐라는 다도(차) 선생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여버립니다. 전쟁을 반대해서 죽였다는 말이 많습니다.

이런 죽음들과 아들들의 죽음들... 히데요시가 이런 것 때문에 미쳐갔다... 혹은 미치진 않았더라도 이것 때문에 도요토미 정권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서둘렀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이죠. 그걸 막을만한 사람들도 죽어버렸구요. 아래에서 다루듯 임진왜란의 주역은 자신의 최측근들이니까요. 오히려 정권의 힘을 약화시켰지만요.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했으니 조선은 알아서 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고니시 유키나가와 그의 사위이자 대마도를 다스리는 소 요시토시를 시켜서 조선을 굴복시키게 했죠. 히데요시의 권력은 최강이었고, 이들은 거부하지 못하고 꼼수를 씁니다. 조선에는 그냥 일본 통일을 축하하는 통신사를 보내달라 했고, 히데요시에게는 조선이 항복하고 명을 치는데 협조하겠다는 사자가 온다고 해 버린 것이죠. 그 결과야 뭐... 이런 상황에서 회견 자리에 어린 츠루마츠를 데리고 오고 애가 오줌도 싸 버리고... 참 황당한 모습을 보이죠. 일본에서도 말도 안 되는 무례였습니다. 별 거 아니라는 김성일의 평가가 아무 이유없이 나온 건 아니라는 거죠.


애니 효게모노에서의 모습

군사 간베에에서도 나오는데 유투브에는 없군요


토시이에와 마츠, 주인공 마에다 토시이에는 히데요시와 절친이었습니다. 젊은 배우가 나와서 끝까지 가서 늙은 모습은 좀 어색합니다. 토시이에랑 같이 히데요시 말리는 인물이 이에야스입니다. 어색어색.
이 전편 마지막에서 늦게 겨우 얻은 아들 츠루마츠가 죽는데, 그 분노로 조선과 명을 치겠다고 끝이 납니다. 가족들도 말리고 부하들도 말리고... 토시이에가 이에야스랑 같이 가서 말리니까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나라를 더 번영시켜야 한다 -> 땅을 더 넓혀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30분 전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나중엔 한 부하가 전하께서는 여우에 홀리셨다, 조선을 불바다로 만들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히데요시에게 맞서기도 합니다만, 나머지 부분은 은근슬쩍 넘어갑니다. 조선에서 뭔 일이 일어나는지는 거의 안 나오고 히데요시가 히데요리를 토시이에에게 부탁하고 죽어가는 모습만 나오죠. 친구라서 그런지 마무리도 훈훈합니다.


공명의 갈림길, 히데요시의 가신이었던 야마우치 카즈토요가 주인공입니다. 죽은 후에는 이에야스 편을 들어서 시코쿠의 도사번의 다이묘가 되었죠. 그보다는 아내 치요의 내조가 더 유명합니다. 아무튼 가신이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노년의 배우가 청년부터 맡습니다. 역시 어색합니다. (...) 대신 노년 때의 연기는 최고죠. 위의 드라마와 연결 안 시키려고 토시이에가 거의 안 나오는데, 히데요시 죽을 때쯤 가서 위의 배우가 그대로 특별출연합니다. ( '-');;; 그리고 위에서 히데요시로 나온 배우는 여기서 주인공 치요를 도와주는 닌자로 나오구요.
아무튼... 3분부터 화장한 츠루마츠의 유골함을 안고 오열하는 히데요시를 볼 수 있습니다. 아예 상투를 자르죠. 부하들은 뭔 죄라고 같이 자르고 (...) 그리고 8분부터 보시면 "대명을 치겠다! 쳐서 명의 수도를 내 것으로 하겠다! 츠루마츠 보고 있거라!" 뭐 이럽니다. 아내 네네가 정신 나갔냐고 하지만 그럴려면 바다를 건널 준비를 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간베에를 부르며 나가버리죠. 토시이에와 달리 카즈토요는 짬이 안 돼서 반대 뭐 그런 건 못 합니다.


 자막이 없으니 한 6분 정도부터 느낌만 보세요 ( '-');

나머지는 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초반에 잘 나간 것, 나중에 안 풀리는 것 등이 언급은 됩니다만, 기본적으로 히데요시 주변 이야기입니다. 다른 게 있다면, 히데요시가 망가지는 과정이 더 자세하게 나온다는 것이죠. 부하들 보는 데서 오줌 싸고, 차차는 죽음의 냄새가 난다면서 멀리합니다. 충격 먹은 히데요시는 울면서 또 오줌 지리고요. -.-; 죽을 때도 원숭이라고 부르면서 조롱하죠. 죽은 후에 네네가 히데요시의 사세구(절명시)를 읊으면서 슬퍼하고 이에야스가 기다렸다면서 질질 짜는 모습은 명장면입니다만.



그나마 군사 간베에에서는 좀 자세하게 다룬 편입니다. 50화 중 6화 정도를 썼으니까요. 아들 구로다 나가마사가 3번대로 황해도까지 갔고 자신도 여러번 조선에 왔었거든요. 지금까지 나온 대하드라마에서 조선에 제대로 가 본 주인공이라는 거죠. (다테 마사무네 같은 경우는 수도 적고 점만 찍은 수준이죠) 애초에 토시이에와 카즈토요는 관찰자 위치지만 간베에는 다릅니다. 주고쿠 대회군을 주도해 히데요시를 천하인으로 만들어 준 인물이니까요.
드라마의 주제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만들자입니다. 그럴려고 천하인 만들어줬더니만 이 양반이 노망 나서 전쟁을 계속 일으키네... 뭐 이런 식입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반대했다고 하고) 아주 강하게 반대하다가 눈 밖에 나고, 나중엔 조선에 직접 가서 고니시 유키나가와 심유경이 했던 사기극을 직접 계획한 걸로 묘사됩니다. 안 그래도 천하인이 된 후 간베에를 경계하던 히데요시에게 계속 밉보이면서 말이죠.

초반에 승승장구했지만 의병과 관군이 반격하고, 수군 때문에 보급이 끊기고, 장수들은 서로 싸우고 명나라는 구원 오고... 대체 이런 명분 없는 전쟁을 왜 하고 있냐, 아군(일본군)의 피해만 늘어갈 뿐이다, 조선 백성들도 우리를 적대한다, 빨리 철군해야 한다... 이런 패턴으로 갑니다. 간베에의 입을 통해 확실히 비판하고 있죠. 꽤 괜찮게 다룬 편입니다. 다만 여기저기서 나온 학살극은 나오지 않습니다. 공중파 대하드라마라서 그런 걸지도요.

+) 참고로 간베에는 여기서 둘째아들을 잃습니다. 조선 건너오다가 바다에서 사고로 죽었다는군요

나머지 패턴은 똑같습니다. 히데요시는 망가져 갔고, 죽기 직전엔 간베에를 불러 울면서 손을 잡고 히데요리를 부탁합니다. 근데 간베에는 손을 빼죠. (...) 거기에 충격받는 히데요시의 얼굴, 결국 납득하고 니가 바라던 천하인이 못 돼서 미안하다고 하는 히데요시... 히데요시를 맡은 배우가 예전 히데요시가 주인공으로 나온 대하드라마에서도 히데요시였고, 국민 히데요시 배우라고 불린다 합니다. 근데 그 때는 말년의 망가진 모습을 안 다뤄서 히데요시의 어두운 모습을 다루지 못 해서 아쉬웠다 했는데 여기서 소원을 이뤘죠. 궁예가 죽고 태조 왕건이 심심해졌듯 히데요시가 죽으니 드라마가 좀 심심해집니다.

군사 간베에에서 다룬 게 가장 자세히 다룬 것일 정도로 묘사는 적습니다. 뭐 그래도 다 전쟁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오는 게 다행이죠. 그리고 히데요시가 얼마나 망가졌는가를 나타내는 장치로 쓰입니다. 일본 내부에서 일어나던 노망난 모습보다도 비중이 적고 말이죠. 이 때 히데요시를 다루는 모습은 마치 한국에서 연산군을 보는 시각 같습니다. 광기에 차며 무너져가는 모습이요. 하긴 일본인들한텐 그게 더 중요하겠죠

-------------------------------------------------------------------------

임진왜란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끝은? 히데요시가 키웠던 젊은 가신들의 분열입니다.


이시다 미츠나리


가토 기요마사


후쿠시마 마사노리

이들에 비해 인기가 너무 떨어져서 그렇지 빼놓을 수 없는 고니시 유키나가까지... 아 한국에서는 고니시가 제일 유명하죠.

평민 출신이던 히데요시의 최대 약점은 가신들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다이묘를 위해서 배도 가를 수 있는 가신 말이죠. 초반엔 가족들을 끌어모읍니다. 배 다른 동생인 히데나가를 시작으로 말이죠. 어릴때부터 가신을 목표로 키웠던 이들 중 유명한 게 바로 가토 기요마사와 후쿠시마 마사노리입니다. 마사노리는 히데요시의 여동생의 아들, 기요마사는 히데요시의 어머니의 사촌 여동생의 아들 (...);; 입니다. 혈연으로는 마사노리가 더 가까워서 기요마사보다 대접이 좋았지만, 평가는 기요마사가 더 좋은 편이죠.

노부나가를 죽인 아케치 미츠히데를 잡고, 필두 가로였던 시바타 가츠이에와의 일본을 건 싸움, 거기서 자기가 키웠던 무장들을 띄워줍니다. 이들을 시즈카타케의 7본창이라 부릅니다. 저기에 포함된 인물이 바로 와키자카 야스하루입니다. 유명하진 않지만 가토 요시아키도 여기 포함되고 임진왜란 때도 왔구요. 이렇게 어릴 때부터 키워온 이들을 [오와리파]라고도 부릅니다. 노부나가의 원래 근거지였던 오와리에서 키웠던 이들이죠.

후에 히데요시가 아자이 나가마사를 잡고 (위에서 말했던 차차의 아버지) 그 땅을 받아 다이묘가 됐을 때, 히데요시는 최대한 가신들을 긁어모읍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이시다 미츠나리입니다. 이 땅이 오우미라서 [오우미파]라고도 불리죠.

가토 기요마사 등은 전장에서 뛴 무장, 반면 이시다 미츠나리는 히데요시 밑에서 실무를 도맡아했습니다. 일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관vs무장들의 대립이 있죠. 히데요시가 천하를 잡으면서 그들도 작게나마 다이묘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갈등은 차츰 커졌죠. 미츠나리는 히데요시의 최측근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히데요시에게 갈 불만이 다 미츠나리에게 가는 위치였습니다. 여기에 꼬장꼬장하고 적을 많이 만드는 성격이었죠. 한편 기요마사의 영지는 규슈가 됩니다. 현재 지진이 난 구마모토죠. (그가 지은 구마모토성이 지진으로 좀 무너졌다는군요) 하지만 그 땅을 온전히 준 게 아니고 반을 갈라줬는데 그 나머지 절반을 준 것이 고니시 유키나가였습니다. 히데요시는 선의의 경쟁을 원했겠지만... 이 유키나가도 무장이긴 했지만 상인 출신이었습니다.

임진왜란을 준비하고 전쟁을 지속하면서 이건 더 심해졌습니다. 미츠나리는 계속 조선과 일본을 들락날락하면서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히데요시의 눈과 귀가 되어서 말이죠. 이 과정에서 미츠나리-유키나가 vs 기요마사-마사노리의 대립은 커져만 갔죠. 당장 한양 점령을 경쟁했던 둘의 대결에서 미츠나리는 철저히 고니시 편을 듭니다. -_-a 사실 가토가 잘못한 거긴 했습니다만.


위에서 올린 군사 간베에에서 나온 모습. 처음부터 싸웁니다. -.- 중간에도 싸우고 계속 싸웁니다

히데요시 얘기를 하자면 기요마사와 마사노리는 필수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게 분량이 많다는 건 아닙니다. 히데요시가 천하를 잡았을 때 본격적으로 컸지만, 이미 천하가 평정돼 더 클 수가 없었거든요. 자기 최측근이라고 영지 마구 늘려줬다간 기존의 다이묘들이 반발합니다. 고니시와 가토, 여기에 구로다 간베에의 아들 구로다 나가마사까지... 이들을 규슈로 보낸 이유는 혼슈에서는 나눠줄 영지가 적었기 때문이 첫번째 이유일 겁니다. 반항했던 규슈에 측근을 박아두는 게 두번째 이유, 세번째 이유는 바로 조선 침략 준비죠. 이들이 1, 2, 3군이었습니다. 후쿠시마 마사노리가 4군... 침공군의 절반이 히데요시 최측근이었고, 이들의 힘을 키워주려는 목적이었다는 거죠.

+) 그러고도 이들이 총대장을 맡을 짬은 아니어서 총대장급은 다 모리 가문과 양아들로 삼은 우키타 히데이에가 됩니다. 모리는 히데요시에게 올인해서 영지를 모두 보장받은만큼 히데요시에게 나머지도 걸 수밖에 없었죠. 이 모리 가문도 "전쟁에 끌려갔다"고 볼 수도 있고, 나머지 가문들 (시마즈라든가) 은 말 그대로 끌려갔다고 봐도 무리 없습니다. ㅡ .ㅡa

나중으로 가면 다 망합니다. 미츠나리와 유키나가는 세키가하라에서 죽었고, 기요마사와 마사노리는 이에야스 편을 들었지만 히데요리에 대한 충성은 그대로라서 토사구팽당합니다. 기요마사는 슬슬 대립각을 세우던 이에야스와 히데요리를 중재했고, 결국 회견을 성사시켰지만 돌아가는 길에 죽습니다. 이에야스가 그를 암살했다는 평가가 많고 조선에도 그렇게 알려졌죠. 마사노리는 오사카 전투까지 살아있었지만 히데요리를 돕지 못 했고, 군량이나 지원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밉보여서 숙청당합니다. 그를 띄워줄 후손도 제대로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결국 이들의 활약은 히데요시가 단기간에 이룬 천하(일본-_-)통일, 그리고 임진왜란과 세키가하라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임진왜란은 삽질한 전쟁이고 한중의 눈 때문에 제대로 다루질 못하니... 그들의 비중이 많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이 더 잘 나옵니다. 히데요시가 키우는 시동들로 말이죠. 기요마사의 아명인 토라노스케, 마사노리의 아명인 이치마츠로 말입니다. 가령 군사 간베에에서는 구로다 나가마사가 어린 시절 인질로 히데요시 밑에서 키워지는데 그들끼리 우정을 쌓고 커서도 친하게 지내는 걸로 나옵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어엿한 무장으로 크고 임진왜란에서 선봉으로 가게 되는데...


공명의 갈림길에서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의 모습. (4분부터) 미츠나리는 히데요시의 죽음을 비밀로 하고 철군을 명령했고 돌아와서야 히데요시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는 거죠. 우리는 죽도록 싸웠는데 얻은 건 없다, 너는 그 동안 뭐했냐, 이렇게 됩니다.

영지는 작지만 히데요시의 최측근이었던 자들, 이들의 무게감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적을 많이 만드는 성격인 미츠나리, 이제 히데요시라는 보호막도 없어졌습니다. 이들의 분노가 미츠나리에게 향하죠. 기요마사와 마사노리는 미츠나리를 죽이려 했고, 미츠나리는 이에야스에게로 도망갑니다. (...) 이런 상황은 이에야스에게 아주 좋았죠. 히데요시의 양아들들이 미츠나리를 역적이라면서 죽이려 든 겁니다. 히데요리 보호를 외치면서, 이들을 명분으로 미츠나리를 치면 되는 거였습니다.

이에야스는 도망 온 미츠나리를 구해주면서 명분을 더 쌓았고, 그의 계획대로 미츠나리는 거병합니다. 고니시 유키나가와 히데요시의 양아들 우키타 히데이에는 미츠나리 편을 들었지만, 가토 기요마사와 후쿠시마 마사노리, 구로다 나가마사가 모두 이에야스 편을 들면서 명분에서 전혀 딸리지 않게 됩니다. 이 때문에 네네는 물론 차차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중립이 됐죠. 일본의 NO 2인 이에야스에게 덤빌 정도로 미츠라니의 영향도 크긴 했지만, 그래도 거기까지였습니다. 이에야스와 맞서려고 NO 3라 할 다이묘인 모리를 끌어들였지만 모리는 적극적이지 않았죠. 미츠나리에게는 이걸 감당할 능력이 없었고, 모리 가문의 쌍두마차인 깃카와와 고바야카와가 전투에서 배신하면서 전쟁은 싱겁게 동군의 승리로 끝납니다. 이렇게 서군은 몰락, 이에야스는 쇼군이 되면서 천하인으로 길을 시작, 기요마사와 마사노리는 위에 적었듯 숙청당합니다.

+) 이 때 큰 활약을 한 게 구로다 나가마사. 근데 아버지 간베에는 (당시 출가해서 조수이如水로 이름을 바꿉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상선약수)는 노자의 말에서 따 왔고, 한 때 크리스찬이어서 성경의 여호수아와 비슷한 발음이라서 그랬다 합니다) 전쟁이 길어지는 동안 규슈를 장악해 천하를 노리려 하고 있었다 합니다. 근데 너무 쉽게 끝나 버렸죠. 나가마사가 이에야스가 악수해 줬다 하자 "왼손은 (안 죽이고) 뭐 했냐?"라고 했다고 합니다. 뭐 진짜인진 모르구요

세키가하라에서 주인공으로 쓰기엔 미츠나리밖에 할 수 없고 그나마 패했죠. 나머지는 이에야스의 도구로 쓰였구요. 이러니 주역으로 나오기 힘들죠. 그래도 세키가하라 과정에서 있었던 각각의 살아남기 위한 행동들을 다룰 땐 좀 나오긴 하죠. 가령 고니시 유키나가는 미츠나리에 대한 의리의 사나이로 나옵니다. 혹은 기요마사와의 라이벌 의식도 나오죠. [숙적]이라는 소설에서 둘을 다룬다는군요. 미츠나리와 기요마사, 마사노리의 관계도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사이가 안 좋을 수 있고 살면서 사이가 나빠졌을수도 있으니까요. 코에이라든가 (...) 한국에도 나온 여러 소설들에서는 미츠나리를 좋게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츠나리도 얼마든지 나쁘게 다룰 수 있죠. 군사 간베에에서는 미츠나리가 여러 무장들에게 한 것을 모함 내지 자기편만 챙기는 걸로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미츠나리를 죽이려 한 이유로 유키나가가 기요마사를 철수 과정에서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모함한 게 큰 이유로 나오더군요. 사실 여부는 확인 안 해 봤습니다.
지금 방영중인 사나다마루에서는 기요마사가 미츠나리를 찾아가서 술주정하면서 자기 속마음 얘기하고 하는 걸 보면 처음엔 친했는데 갈수록 멀어지는 걸로 다루려나 봅니다.

코에이에서는 참 파격적으로 나옵니다. -_-a 기본적으로 義의 사나이 미츠나리가 기본인데 전국무쌍에서 참 어마어마한 짓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기요마사, 마사노리와의 관계를 세 바보(삼바카)로 해서 투닥투닥하지만 정말 친했는데 의견 차이로 안타깝게 ㅠ_ㅠ... 이렇게 하고 있죠. 대담합니다. 기요마사랑 마사노리가 그냥 숙청당한 게 아쉬웠는지 오사카 전투에 도요토미를 지키기 위해 참전하기도 하구요. (...) 여기에 신장의 야망 창조에서는 고니시 유키나가가 서양 옷 입고 나오는데 미츠나리 편을 드는 이유가 상인으로서 계산을 한 결과라고 (...);; 아무튼 여기서는 임진왜란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예 안 나오고, 그냥 이 세계관에서는 임진왜란이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뭐 이런 식입니다. 얘기는 길게 했지만, 일본에서 임진왜란의 끝은 히데요시 측근들의 분열과 이에야스의 시대를 알리는 장치입니다. 의미 없는 전쟁에서 죽도록 고생하다가 얻은 거 없이 돌아왔다... 이 정도죠 뭐 ㅡ.ㅡa

=================================================================

사실 일본 내에서 돈 벌려고 만드는 건데 제대로 다루긴 힘들겠죠. 외교 문제도 크니까요. 제가 본 것보다 못 본 게 훨씬 많겠지만, 아마 진지하게 임진왜란을 다루는 건 거의 없을 겁니다. 뭐 그래도 잘 했다 이런 건 없다는 게 다행이죠. 히데요시의 잘못이라는 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니까요.

그 외에도 임진왜란에 참전한 다이묘들이야 많죠. 이들이야 뭐 흑역사로 묻어버립니다. ㅡ.ㅡa 어차피 이런 무장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기엔 인지도가 딸리구요. 그나마 인지도가 높은 게 고바야카와 다카가게, 시마즈 요시히로 정도입니다.  다카가게는 아버지 모리 모토나리 시절로 나오는 게 낫지 따로 주인공으로 나올 것 같진 않고, 시마즈 요시히로는 좀 문제죠. 규슈 구석에 있지만 인기는 많거든요. 근데 얘기할 때 임진왜란을 뺴놓을 수가 없죠. 간베에는 그래도 반전을 내세워서 다뤘는데 요시히로는 후반부긴 해도 직접 싸운 인물이니.

+) 한국엔 정발 안 된 드리프터즈라는 만화에서 그의 조카로 세키가하라에서 그 대신 죽은 시마즈 토요히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시마즈에 원한을 가진 자를 만나자 우리 가문은 그런 원한을 늘 샀다며 조선도 언급합니다. (...)

2019년이 요시히로가 죽은 지 400년 되는 해라 이 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얘기는 또 있더군요. 그 외에도 배신의 아이콘 도도 다카토라도 주인공할까 했는데 역시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고 합니다. 뭐 여기에는 전국시대의 주요 인물에 비해 이 둘의 인기가 딸린다는 점도 한몫 하겠죠.

그럼 이상입니다 '-')/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5-02 11:47)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7
  • 빅재미
  • 제가 역덕이란 소리를 듣는것은 이분의 글 때문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61 체육/스포츠10의 의지는 이어지리 다시갑시다 22/12/31 2686 6
1279 정치/사회한국인과 세계인들은 현세대와 다음 세대의 삶을 어떻게 보는가 7 카르스 23/02/15 3962 6
1290 의료/건강70일 아가 코로나 감염기 9 Beemo 23/04/05 2511 6
1385 정치/사회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7 Leeka 24/04/11 4856 6
68 정치/사회‘메르스갤’로 대표되는 인터넷 여성주의에 대한 몇 가지 고찰 134 삼공파일 15/09/07 8861 7
80 기타gentlemen and ladies는 왜 안 되는 걸까?... 8 Neandertal 15/09/30 6126 7
83 역사사도 - 사랑치 않으시니 서럽고, 꾸중하시니 무서워서... 7 눈시 15/10/08 6125 7
102 꿀팁/강좌홍차를 저렴하게 구입해보자 (딜마) 22 관대한 개장수 15/10/28 12337 7
117 기타연말, 연초에 선물하기 좋은 와인 30 마르코폴로 15/11/24 8458 7
125 문학인문학, 그리고 라캉 다시 읽기 85 뤼야 15/12/04 9090 7
126 경제Negative world(마이너스 금리 시대) 4 MANAGYST 15/12/07 8459 7
132 문화/예술[스압] 미드 시트콤 추천 30선★ 34 얼그레이 15/12/20 11167 7
152 의료/건강산후우울증에 대한 소고 21 Obsobs 16/02/12 6727 7
153 과학왜 최근에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등 많은 유명인들이 인공지능을 경계하라고 호소하는가? 47 절름발이이리 16/02/12 9611 7
170 일상/생각일상 속의 차별: EBS와 CBeebies를 중심으로 13 기아트윈스 16/03/13 6201 7
142 요리/음식탕수기 제작기 28 Toby 16/01/11 8649 7
162 철학/종교매너의 진화 11 눈부심 16/02/28 7600 7
211 일상/생각아버지는 꿈꾸던 시베리아의 새하얀 벌판을 보지 못할 것이다. 4 원더월 16/05/30 5185 7
172 일상/생각아빠와 알파고 7 nickyo 16/03/18 5946 7
178 사진봄, 그리고 벚꽃 (10장) 14 다시한번말해봐 16/03/29 6775 7
189 역사일본 창작물 내에서의 임진왜란 16 눈시 16/04/22 7602 7
195 역사시빌 워 - 미국 남북전쟁 (2) 10 눈시 16/04/26 7132 7
248 일상/생각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술사기 17 이젠늙었어 16/08/11 9072 7
250 기타반사 21 기아트윈스 16/08/14 5670 7
277 역사러일전쟁 - 상제는 황제를 도우소서 14 눈시 16/10/06 5506 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