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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10/07 13:54:24수정됨
Name   길을 잃다..
Subject   도쿄6대학야구리그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 탐라에 [프로]야구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썼던지라 좀 그렇지만, 어제 펼쳐진 동대 vs 케이오의 야구 경기를 보고 생각난 김에 끄적거려봅니다. 일본 고교야구의 성지로 코시엔구장이 있다면, 대학야구에는 진구구장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펼쳐지는 *도쿄6대학야구리그(이하 6대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다른 인기종목들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예전처럼 대학 진학을 선호하지도 않고, 고교야구처럼 부활동을 바탕으로 한 생활체육도 아니라 야구의 나라 일본에서도 대학야구의 인기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고교의 운동부 활동은 종목은 다를지언정 많은 학생이 공유하는 학교생활의 메이저한 부분이라면, 대학의 운동부활동은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엘리트 선수들만의 리그라 일반학생들과 괴리가 좀 있죠.

일본 대학야구는 전부 27개 지역리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리그 수준으로는 토오토東都대학야구리그가 가장 높게 평가 받고 있습니다만 6대학이 여전히 대학야구의 대표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전통과 일반인에게도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대학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겁니다. 게다가, 주말의 도쿄의 진구구장에서 개최 된다는 점에서 다른 리그에 비해 관전 접근성이 좋은 것도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리그의 기원은 와세다-케이오의 야구대항전(이하 *소케이센早慶戦)에서 시작되는데, 양교간의 라이벌 의식이 격화되며 벌어진 각종 불상사로 인해 1906년 잠시 중단되었을 때, 메이지대학이 양교와 각각 별도의 대항전을 개최하기 시작하며 리그가 태동됩니다. 뒤이어 호세이, 릿쿄, 도쿄대학이 순차적으로 합류하면서 1925년 지금의 6개교 체제가 완성됩니다. 이는 일본 최초의 야구리그로 여겨지며,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스포츠 트로피인 덴노하이(天皇杯)가 야구에서는 프로나 전국대회 우승팀이 아닌 이 6대학 우승 팀에게 수여되게 됩니다. 이렇듯 일본 프로야구 성립 전부터 치루어진 리그이기에 일본의 야구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치어리더라던지 경기전후 응원콜 교환, 초창기 일본 프로야구의 승점제 등이 6대학의 영향입니다. 또한, 현재까지도 응원에 사용되는 많은 곡/콜 등이 6대학에서 기원하여 타 대학야구리그뿐 아니라 다른 종목으로까지 확산됩니다.

리그의 이름대로 와세다, 게이오, 메이지, 호세이, 릿쿄, 도쿄의 총 6개 대학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많은 대학야구리그가 1,2부 혹은 3부까지의 하부리그를 포함하는 구성으로 축구리그처럼 승강전이 펼쳐지는 반면 6대학은 리그 성적에 상관없이 6개 대학의 고정으로 펼쳐집니다. 덕분에 강등의 걱정없이 진구에서 뛸 수 있으며 이는 팀 전력 구축에도 도움을 주게됩니다. 많은 선수들이 6대학의 지명도와 진구구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대학야구의 성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입시를 치뤄 도쿄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리그는 춘/추계 매년 2회 개최되며, 춘계우승팀은 전국대학 선수권 대회에, 추계 우승팀은 메이지진구대학야구대회에 리그 대표로 출장하게 됩니다. 고교야구가 도도부현별 지방대회를 거쳐 코시엔구장에서 펼쳐지는 전국대회로 이어지는듯, 대학야구는 각 지역리그를 거쳐 진구구장으로 향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야구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진구구장이 꼽히게 됩니다. 그런 진구구장의 주말경기를 6대학리그가 독차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진구구장 건축당시 6대학에서 공사비를 상당부분 부담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총 10경기의 풀리그를 치루게 되는데, 각 대학간 선공-후공의 2시합씩 치뤄 2승을 하는 팀이 승점(勝ち点) 1점을 가져가게 됩니다. 만약 1승1패가 될 경우, 월요일에 추가경기를 통해 승점의 향방을 가립니다. 토/일 이틀간의 연전 혹은 월요일까지의 3연전에서 2승을 거두려면 확실한 선발투수가 2명이 필요한데, 선수층이 빈약한 도쿄대는 가끔씩 1승은 올릴 수 있을지언정, 승점을 획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종종 승리를 거둠에도 최하위를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죠. 총 10경기의 리그를 다 치른 후 가장 많은 승점을 획득한 팀(승점이 같을 경우 승률이 높은 쪽)이 리그의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는데, 승률까지 동률일 경우 별도의 우승 결정전을 치루게 됩니다. 선수의 졸업이 있는 학생리그 특성상 매년 선발 로스터가 크게 바뀌기 때문에, 절대 강자의 출현은 쉽지않고(절대 약자는 동경대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릿쿄를 뺀 4개 대학이 약 40회씩 고르게 우승횟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1년째가 되는 내년부터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정규 리그는 시즌(춘계5-6월, 추계9-10월)중 주말 오전-오후에 한경기씩 펼쳐집니다. 매치업 순서는 항상 바뀌지만, 리그의 기원이었던 소케이센은 항상 리그 최종전에 배치되며 단독경기로 치루어집니다. 리그 최고의 흥행카드인덕에 유일하게 공중파에서도 중계가 되는 경기가 소케이센입니다. 2010년 가을리그에서 소케이센이 우승결정전으로 치뤄지게 되었고, *한카치 피버와도 맞물려 당시 일본시리즈의 시청률을 상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춘/추계 정규리그 외에도 리그 시작전에 약 한달간 오픈전을 치루는데, 이때 타대학 리그, 사회인 팀 등과 교류전을 갖습니다.

소케이센을 제외하고는 매진될 일이 거의 없어(소케이센도 가끔?) 현장에서 쉽게 표를 구할 수 있고, 도쿄 시내의 진구구장에서 펼쳐지니 혹시 시즌 중에 도쿄에 가게 되었는데, 할 일이 없다!!! 하시면 한번 쯤 들러서 구경해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선택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티켓 가격은 1,3루의 응원석에 앉으시면 1000엔입니다. 응원가 모르셔도 무방합니다 ㅎㅎ 다만, 학생복을 입고 소리를 지르는 응원단 문화는 조금 이질적일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응원단장이 앞에서 뭐라고 뭐라고 외치는데 타이밍 맞춰서 "소오다!"만 외치면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UCKxaEz8jY
https://www.youtube.com/watch?v=ONZcp7yQrYQ

* 공식홈페이지: https://www.big6.gr.jp/index.php
  중계방송: https://baseball.yahoo.co.jp/baseball_univ/
*소케이센早慶戦은 흔히 비교되는 연고전과 다르게 별도의 스포츠이벤트가 아니고 각종 대회에서 와세다-케이오의 매치업이 벌어졌을 때 소케이센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케이센이라고 하면 야구경기를 지칭합니다.
*2006년 코시엔 명승부의 주인공이었던 사이토 유키가 와세다에 입학하면서 리그에 주목도가 전국적으로 올라갔던 현상. 사이토 유키가 마운드에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모습이 주목을 받아 한카치(손수건)왕자로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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