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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1/30 12:35:32
Name   풀잎
File #1   PXL_20250130_023555688_copy_1330x748.jpg (264.2 KB), Download : 3
Subject   여행을 나서면 집에 가고 싶다.



보스턴 일주일째


보스턴에 와서 이제 슬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네요.

이곳에서  산책 을 가거나 장을 보러 가거나 우리 동네와 다른겨울 찬바람속에 길을 걷다 문득 자주 드는 생각은 아름다운 미, 라는 것이 허상인가 라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왜냐면 눈 내린 캠브리지 칼리지 타운의 아이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찰스강 풍경은 언제가 가본 시카고 트럼프 호텔 맞은편에서 바라보던 미시건 강 풍경 만큼 우와 멋지네가 나오는 풍경이었지만 하루 이틀 생활에 적응되니 "흠 오늘도 다들 불을 켜고 집에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도시가 불을 밝히는구나" 하면서 무미 건조하게 바라보게 되어요.

미 라는 것이 내 마음에 이렇게 짧게 머무르고 바람처럼 휘리릭 사라지는구나 싶어서 미 라는 것은 마음 속에 있는 허상이구나 합니다.

어릴때 깜깜한 외갓집 시골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며 굴뚝에서 모락모락 나는 연기를 보며 생각했는데요.

저 집도 이 집도 다들 다들 저녁밥을 하기 위해 가마솥에 아궁이 불을 지피는구나, 이 고요한 한적한 시골 마을..적막한 시골에 사람 사는 느낌이 드네... 저 집 식구들은 오늘 참 맛있는 밥을 먹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건너편 아파트 불빛을 보니 비슷한 감정의 다들 하루 저녁을 맛있게 먹으려고 저녁 준비하고 하루를 마감하겠지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보스턴의 도시풍경, 얼마전 레잌타호 근처의 눈 내리던 호수, 찰나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눈을 즐겁게 하지만, 실상 생활이 될 때는 그 풍경들이 일상이 되어서 별 감흥을 유지 못하네요.

우린 여행에서 그 순간의 경험을 기억창고에 저장하고 가끔 꺼내쟎아요. 그 순간 함께한 사람들, 이야기들, 행위들, 풍경들..그렇지만 이런 멋진 풍경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지는 않는 듯 합니다만, 아니 이 글을 쓰니 여행지에서의 좋았던 풍경들이 수채화가 되어서 머리속에 재연이 되네요. 이런이런 참으로 맘이란 ..재간둥이네 싶어요.

한편으로는 요즘 아주 자주 드는 생각인데요.

도시나 사는곳의 풍경은 어딜가나 비슷하구나

미용실, 주유소, 집, 이발소, 마켓, 식당, 피자집, 햄버거집
그리고 병원, 그리고 관공서....

시골이나 도시를 가든지 동부의 빨간 벽돌집이든 나무집이든 대구의 아파트 빌딩 사거리, 서울의 마포에서 보든..다 엇비슷해요.

무채색, 주인 한 명 손님 몇 명 비슷비슷...

그러다가 생명감있는 생동감 있는곳은 그 지역의 시장과 마켓입니다. 그곳에서는 왁자지껄 생동감 있고 사람들의 에너지가 넘쳐 흘러요.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지루한 비슷비슷한 풍경속에서

찾습니다. 대자연의 위엄, 인간을 압도하는 풍경들이 어디 가까이에 있나 하고요.

인간이 만들지 않고 대자연이 만들어낸곳은 상상 조차 할 수가 없네 보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곳만이 아마도 나의 마음에 또다른 물결을 만들겠구나 합니다.

동네의 넓은 호숫가 풍경, 대구의 금호강변 산책길,뉴멕시코 흙길, 와이오밍 목장 풍경, 그랜드 캐년 주위의 광활한 캐년들 브라이스 자이언 캐년, 제가 제알 좋아했던 뉴멕시코 가던 길에 들렀던 세도나 국립공원, 사우스 다코타 근처의 블랙 마운틴, 크레이지 호스 인디언 히스토릭 파크...

오늘 건축학을 전공하는 아들 룸메가 아침 등교길에 소파에 앉아서 바깥 찰스강 풍경을 보면서 시리얼을 먹는 모습에 궁금했어요.그 아이는 밤에도 거실 커튼을 치지 않고 늘 환한 야경을 그대로 반사되게 두는데요.

어떤 건축의 미가 그 아이를 사로잡았을까..이 도시의 아침 풍경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어떻게 바라볼까 잠시 궁금했는데요.

아들이랑은 둘이서 하루에 10분은 이야기하나 봅니다.

뭐 먹을래? 뭐 시킬까? 뭐 사올까? 에잉..책이나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글 다 적고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도시의 밤 풍경이든 강 너머 불빛이든 여행지의 풍경은 기억이 되어서 내 마음에 물결을 만드는데 나는 왜 거부하는지,

조용하니 찬 바람소리에 잡염만 많아집니다.
집에 갈 시간이 성큼 다가오는구나 반갑게 느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02-11 16:0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0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이쿠 적고나서 후회하는, 날것같은 글인데 좋게 봐주셔서 고마와요.
보스턴은 너무 추워요. 서부에 계시다 방문하게 되면 추위가 더 사무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추울런지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이제 좀 단련이 된것 같아요. 가끔 한국의 추위가 그립다고 그랬던 제 자신이 무안하지요. 일단 나갈때 빵모자와 장갑 필수구나 그래요. 찰스강변에서 쫄쫄이 바지만 입고 가벼운 쟈켓입고 뛰는 남자분을 보고 놀랐는데, 그 다음에 연이어 그런 비슷한 복장의 여자분도 보니깐 우와^^ 이 추위는 약한 추위구나 싶었어요. 그러다가, 아디다스 신발 신고 동네를 걷는 한국 학생같은 검은 노스웨스트 잠바에 잠옷바지 ㅋㅋㅋ 그런 학생 보니깐, 애틋하고 이 추위는 큰 추위도 아닌가보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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