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2/07/20 16:54:53
Name   Wolf
Subject   코인·투자 손실금까지 변제해주는 게 맞냐?
https://www.fnnews.com/news/202206281813470630

위 기사는 이전에 뉴스게시판에 한번 올라온 기사입니다. 마치 제목은 코인 주식으로 인한 손실금은 개인회생에서 면제해주는 것처럼 적혀있지만 조금 사실과는 다릅니다.


저 기사에서 언급하는, 이번에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에 추가된 조항의 일부입니다.

① 채무자가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발생한 손실금은 법 제614조 제1항 제4호 본문 및 같은 조 제2항 제1호의 “채무자가 파산하는 때에 배당 받을 총액”을 산정할 때 고려하여서는 아니 된다.

기사에서도 초반에 몇줄은 [개인회생 단계에서 코인·주식투자 손실금은 법원이 청산 가치에 반영치 않기로]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만,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회생 절차가 어떤 것인지, 그중에서 청산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한국에서의 회생절차는 개인이나 기업이 과도한 채무 상태에 있어서 버는 족족 이자로 나가거나, 이자비용이 이익을 초과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때(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채무의 일부 조정(또는 법적 권리관계의 조정)을 통해 개인이나 기업이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신청한다고 해서 모든 채무를 조정해 줄 수 없으니 몇몇 기준을 통해서 회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결정을 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인데,

이건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서 청산가치가 더 큰 경우, 회생절차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파산절차를 통해 부채를 정리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채무자의 총 변제금액이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합니다.. 이걸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인 A가 개인회생을 신청했고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현재가치가 2,500원이고 A의 최저 생계비의 현재가치가 500원이라고 가정해봅시다.

Case 1) A가 보유한 자산이 없거나 가치 없을 때
청산가치가 0원으로 A의 현재가치 차액인 2,000원이 크니까 회생을 진행합니다.

Case 2) A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부동산)가 3,000원일 때,
청산가치가 3,000원으로 A의 현재가치 차액인 2,000원보다 크니까 회생을 진행하지 못합니다.

Case 3) A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상화폐 혹은 주식)가 1,000원인데 취득원금이 3,000원일 때,
청산가치 산정할 때, 주식 및 가상화폐는 취득원가로 산정하기 때문에, 청산가치가 3,000원으로 A의 현재가치 차액인 2,000원보다 크니까 회생을 진행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이번에 변동된 내용 대로라면, Case 1, 2 는 변화가 없고, 단지 Case 3만 청산가치를 1,000원으로 보게되어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죠.


A가 회생절차 신청에 성공하든 말든 A가 갚을 수 있는 금액은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갚아야 하는 금액은 변동할겁니다. 회생절차는 그런것이니까.)
A가 벌어들이는 소득 이상을 변제할 수 없는건 회생 절차 이외의 A 개인의 역량 문제니까요.
이번 절차로 인해서 딱히 추가적인 채무가 면제된다는 것 보다는, A가 회생을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 회생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 도박이나 투자손실을 청산가치 산정할 때 인정하지 않은 것은 법리적인 면도 있겠으나 징벌적인 성격도 있었겠죠
(감히 니가 도박을? 주식을?(예전 분들은 주식이나 도박이나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니))

그런데 이자비용이 수입보다 큰 채무자의 채권을 조정해서 새로운 경제활동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회생절차인데
그게 도박같은 반사회적인 것이면 몰라도, 개인 사업에 대한 채무, 기타 지주택이라든가, 기획부동산이라든가 하는 등 투자금의 손실은 조정해주는 반면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대한 손실을 조정해주지 않는 것에 어떤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는지 와닿지는 않습니다.


물론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서 결국 회생을 인정한다는 건 코인, 주식 등을 한 친구들에게 투자손실을 면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투자손실이 1회라도 크게 발생했을때, 회생의 기회조차도 부여받지 못하는 것도 지나치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가상화폐나 주식에 돈 넣었다가 큰 손실을 입어서 재정적인 파탄에 처한 사람들은 갚을 수 없는 채무에 영원히 종속되어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만 하냐는거죠.

이건 사실관계라기 보다는 가치관에 더 가까운 문제이니 굳이 깊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서 패스하겠습니다.


결론은 이번 개정이 최근의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투자손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채무 면제는 아니다]라는 겁니다.

물론 채권자 입장에서는 회생절차의 진행이 채무가 법적으로 일부 면제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저 조항이 적용될만한 대부분의 채무자는 아마 더이상 재산 떨어먹을 것도 없을 것 같아 별 차이 없을 것 같이 보이긴 합니다.

이상 법알못입니다.
반박시 무조건 제가 틀렸습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2-07-31 21:0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3
  • 관련 종사자인데 궁금했던 점 간단하고 유익하네요!
이 게시판에 등록된 Wolf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38 기타2023 걸그룹 5/6 5 헬리제의우울 23/11/05 1618 12
1337 일상/생각적당한 계모님 이야기. 10 tannenbaum 23/10/30 2018 48
1336 여행북큐슈 여행기 1 거소 23/10/15 1542 9
1335 역사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알기 위한 용어 정리. 2편 6 코리몬테아스 23/10/14 1792 12
1334 역사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알기 위한 용어 정리. 1편 17 코리몬테아스 23/10/12 2151 27
1333 일상/생각살아남기 위해 살아남는 자들과 솎아내기의 딜레마 12 골든햄스 23/10/01 2498 20
1332 일상/생각나의 은전, 한 장. 6 심해냉장고 23/09/30 1888 24
1331 꿀팁/강좌귀농하려는 청년들에게 (시설하우스 기준) 18 바이엘 23/09/27 2014 8
1330 일상/생각아내는 아직 아이의 이가 몇 개인 지 모른다 2 하마소 23/09/25 2003 21
1329 기타여름의 끝자락. 조금 더 자란 너 7 쉬군 23/09/14 1633 26
1328 과학체계화된 통빡의 기술 - 메타 휴리스틱 13 서포트벡터 23/09/14 2167 26
1327 문학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폴 콘티 골든햄스 23/09/14 1658 19
1326 일상/생각현장 파업을 겪고 있습니다. 씁슬하네요. 6 Picard 23/09/09 2437 16
1325 정치/사회구척장신 호랑이 포수 장군의 일생 3 당근매니아 23/09/05 1798 16
1324 일상/생각경제학 박사과정 첫 학기를 맞이하며 13 카르스 23/08/29 2690 32
1323 영화콘크리트 유토피아 - 각자에게는 각자의 하느님이 6 골든햄스 23/08/27 1837 12
1322 요리/음식내가 집에서 맛있는 하이볼을 타 먹을 수 있을리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24 양라곱 23/08/19 2922 28
1321 일상/생각뉴욕의 나쁜 놈들: 개평 4센트 6 소요 23/08/16 1871 20
1320 경제사업실패에서 배운 교훈, 매출 있는 곳에 비용 있다 7 김비버 23/08/12 2685 28
1319 정치/사회개평이 필요하다 19 기아트윈스 23/08/05 2798 65
1318 체육/스포츠대모산 간단 가이드(수서역~청솔마을 코스) 20 산타는옴닉 23/08/03 1806 19
1317 일상/생각사랑하는 내 동네 7 골든햄스 23/08/01 2014 34
1316 일상/생각우리 엄마 분투기 8 dolmusa 23/08/01 2064 47
1315 정치/사회한국 가사노동 분담 문제의 특수성? - 독박가사/육아 레토릭을 넘어서 24 카르스 23/08/01 2391 15
1314 창작어쩌다 보니 그림을 그리게 된 건에 대하여 61 퐁퐁파타퐁 23/07/25 2848 15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