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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 15:52:13
Name   쉬군
File #1   KakaoTalk_20201005_102322318_03.jpg (124.4 KB), Download : 20
Subject   30개월 아들 이야기


같은 제목으로 언젠가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글 내용은 생각보다 별거 없을거 같습니다. 그냥 30개월동안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일들을 한 번 정리하고 싶었어서 글을 쓰는거라...

예전부터 탐라에서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아들(황구)는 뱃속에 있을때부터 부모 애간장을 많이 태웠습니다.

2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받았던 스트레스와 슬픔은 이제 기억도 안나고,

뱃속에 있을때도 태반이 안올라 온다거나, 목에 탯줄이 세바퀴나 감고 있어서 분단위로 태동 체크를 해야했다거나.

그러다가 예정일이 1주일이나 지났는데도 나올 기미가 안보여서 유도분만 날짜를 잡았더니 예약 바로전날 양수가 터진다거나 등등이요.

태어나기 전부터 하루하루 걱정 투성이였어요. 당연히 첫 아이라 더 예민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태어나서도 부모 걱정은 사라질줄 몰랐습니다.

황달이 심해지기도 하고, 양 다리가 휘어 있어 수술을 해야하는거 아닌가 걱정도 했었고..(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였지요)

그런데 걱정과는 다르게 뒤집고, 기어다니고, 일어나고 걷는것도 빠르고 발육도 평균보다 월등히 높아서 '아 이놈이 속썩인 만큼 잘 커주는구나..'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대충 16~17개월쯤이였나...그때부터 지금의 걱정이 시작됩니다.

황구가 호명반응도 안되고 무발화(옹알이나 말을 전혀 안하는)에 자폐아동들에게 보이는 증상들이 보이기 시작하는거예요.

덤덤한척 했지만 참 많이 속상했고 와이프도 자책하면서 많이 울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호명반응은 많이 좋아졌고, 저나 아이엄마, 할머니의 관심을 갈구 하기도 하며, 가족들이 하는 말(단어인지 문장인지 모르겠지만)을 알아듣기도 하구요.

말이 아닌 행동이지만 자기가 필요한거(아이스크림이라던지..아이스크림이나 과자..)에 대한 의사 표현도 꽤 많아졌습니다.

요즘은 공룡은 이름을 말하면 직접 가서 가져오거나 손가락으로 가르키기도 하네요.

물론 아직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사회성, 집중력이 아주 많이 부족하고 말을 전혀 하지 않는데다가 자폐의심이 되는 행동은 여전히 조금씩 보이고 있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이정도면 애기들은 정상이라며 인정안하시지만...)

지금도 저나 와이프나 많이 속상하고 가슴 아픕니다.

또래 다른 아이들이 쫑알쫑알 부모님들이랑 대화하고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고 있는걸 보면 부럽기도 하구요.

그러다가도 그래도 아프지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는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뭐 그런 하루하루입니다.

발달이 늦은 아이에 대해 찾아보다 보니 Late Bloomer 라는 단어가 있더라구요.

다른 행동들이 다 정상이지만 말이 늦는 아이. 황구도 그냥 그런 아이중 하나이고 나중에 더 활짝 피어 시끄럽게 많은 말을 해주길 기다립니다.

횡설수설 주절주절 글쓰다 보니 마무리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황구 뿐만 아니라 황구랑 비슷한 모든 아이들이 하루빨리 엄마 아빠를 외쳐서 부모님들이 행복한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10-20 10:0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7
  • 좋은 일들만 있을 거에요.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춫천
  • 화이팅


황구야 화이팅이다 힘을내
1
그런 날이 올 겁니다. 그 날까지 힘내시길 바랍니다!
2
공부맨
최근에 읽은 책
생각의 해부 - 사이먼 배런코언 - 4챕터 추천드립니다.
1
엄마곰도 귀엽다
황구 귀여워 오구오구
2
제 사촌동생이 되게 느렸어요. 그래 애기 때는 고모 속을 많이 썩였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턴 아무렇지 않더라고요. 저랑 7살쯤 차이나는데 고모네에 군대 간다고 인사차 들렀더니 이 망할 놈이 지 노는 거 좀 방해했다고 제게 쌍욕을-.- 오냐오냐 곱게 자란 막내 초딩이었거든요. 지금 그때 얘기 하면 되게 부끄러워함ㅋㅋㅋ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성격은 엄청 좋아서 인망이 좀 있나 보더라고요. 고생해서 돈 벌고는 친구들이랑 노는 데 다 쓴다고-.-... 멍청이.

황구도 시간 쪼꼼 지나면 욕도 쬐꼼 하고ㅋㅋ... 친구들이랑 놀러도 잘 다니고 할 거예요.
2
사나남편
저희 아들도 많이 느립니다. 힘내시고 화이팅입니다..
2
근데...고놈 참 진짜 잘 생겼네요! ㅎㅎ 건강하게 잘 클겁니다. 힘내세요!
2
세인트
쉬군님도 황구도 행복과 사랑만 가득한 일만 있길 기원합니다 진심이에요.
2
슈퍼디럭스
제가 아이일 때, 정확히 몇살인지는 모르겠는데 많이 어렸을 때입니다. 애가 야밤에 티비를 틀어놓고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있고, 평상시엔 말도 잘 안해서 자폐인 줄 알고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동심리치료하는 병원에 며칠 치료를 받다보니 얘는 멀쩡한 아이인데 입원시켰냐고 엄청 혼나셨다고 말씀하신게 기억이 나네요.
2
산세베리아
눈이 겁내 초롱초롱한데요!
의식이 빡 살아있음!
크게될것같아요ㅎㅎ
2
경계인
잘생겼네요. 부럽습니다!
2
넘넘 귀여워요!!!
2
김치찌개
귀여워요^^
그리고 힘내세요!
2
키티호크
힘내세요. 제가 아는 분 아이도 7세때 말 터져 지금은 대단해요
2
Love Letter Aid
괜찮을 겁니다. 화이팅이에요!
2
얼그레이
힘내세요 귀요미 잘 클거에용
2
소원의항구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끄럽게 구는 날이 올겁니다!!
2
지옥길은친절만땅
쓸말인지 모르지만 영아원에서 사회복지사 실습하고 그 뒤로도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제가 주로 했던 것은 병원갈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생후 2년이 안됐을때 장애가 걱정되는 애들이 많았는데, 3년, 5년이 지나서 보니 다들 건강해졌습니다.

조금 느린 것이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황구는 건강하게 보통아이로 잘 자랄것입니다.
2
파란아게하
황구야 얼른 커서 삼촌이랑 수다떨장
2
세인트루이스
정말 좋은 부모님 만난거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팅!!
2
세상의빛
건강하게 잘 자라면서 쉬군님께 큰 기쁨이 될겁니다. 황구 파이팅~
1
아이들 자라는 게 다들 제각각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재밌게 놀아주시다 보면 잘 자랄 겁니다
1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근무했을 때 생각이 납니다만..
이런 이야기 드려도 될 지 모르겠으나 자폐증상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얼른 병원가보시는게 좋습니다.
자폐는 호명반응은 물론이고 눈도 안마주치고 장난감 하나로 30분을 넘게 놀아요.( 하나의 장난감 같은 놀이 30분은 의심해볼 법 하지만 로봇과 자동차 등 놀이변형이 무한대인 장난감은 제외입니다. 그건 그냥 좋아하는거에요. 어린이집 근무할 때 아이가 활달하고 좋은데 자동차 장난감만 2시간 가지고 놀아서 처음에는 놀랬는데 변신놀이하다가 경주놀이로 바뀌고 다시 또 역할놀이로 가면서 놀... 더 보기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근무했을 때 생각이 납니다만..
이런 이야기 드려도 될 지 모르겠으나 자폐증상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얼른 병원가보시는게 좋습니다.
자폐는 호명반응은 물론이고 눈도 안마주치고 장난감 하나로 30분을 넘게 놀아요.( 하나의 장난감 같은 놀이 30분은 의심해볼 법 하지만 로봇과 자동차 등 놀이변형이 무한대인 장난감은 제외입니다. 그건 그냥 좋아하는거에요. 어린이집 근무할 때 아이가 활달하고 좋은데 자동차 장난감만 2시간 가지고 놀아서 처음에는 놀랬는데 변신놀이하다가 경주놀이로 바뀌고 다시 또 역할놀이로 가면서 놀이를 바꿔서 안심했어요)
근데 만3세 이전에 가서 조기 치료 받으면 여타 일반인과 다를거 없이 자랄 수 있어요. 오히려 집중력이 뛰어나서 평균보다 더 똑똑해질 수도 있구요.
그렇지만 내 애는 아닐꺼야 하면서 시간 끌면 돌이키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마음이 정말 안좋으실 거 압니다. 근데 아이를 생각하면 꼭 한번 확인해보시는게 좋습니다.
만약 자폐가 아니라 완벽주의 성향이면 기다려줄 수 있고 자폐라면 얼른 치료해서 자폐를 고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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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담인데... 제 동생도 말을 유치원 갈 때 까지도 못했어요. 완벽주의성향이 있어서 발음이 완벽하고 정확하게 될 때 까지 말을 안하더라구요. 기저귀도 초등학교때 까지 찼어요.ㅋ 나중에 말 할 때 물어보니까 찔끔찔끔 흘리고 실수하는게 싫다고 했었어요. 그놈의 완벽주의가 뭐라고... . (이런 애들 나중에 공부 잘합니다)
그니까 너무 걱정되시면 가서 확인만 해본다는 생각으로 가시는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면 아이들도 압니다! 불안해하지 마시고 다녀오시고는 행복하게 지내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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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2
저는 어릴 떄 ADHD인줄 알고 엄마가 미술심리치료 데려가더라구요;-;
알고보니 지금은 장애로 판정받을 수도 있는 이해능력 장애였던 거 같아요..
근데 이것도 책 많이 보고 누군가가 쉽게 설명을 해주면 이해력이 늘더라고요.
그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막 얼굴 어둡게 가지 마세요!! 아이들이 영향 받거든요!
그냥 재미있게 아이 재미있게 놀리고 온다는 생각으로 아동 심리센터 가서 확인해보러 다녀오세요!
1
아! 이미 자폐검사는 받아봤습니다 ㅎㅎ
발달센터도 다니고 있는 중이구요.
검사소견으로는 약간의 자폐증상이 의심되지만 너무 어린나이라 그럴수있다고 했고 그 후에 센터를 다니니 호전되고있다는 의견이시더라구요.
센터도 선생님들이랑 논다는 생각으로 다니는데 점점 좋아지겠죠. ㅎㅎ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건강하고 행복할 일만 남으셨네요!!
축하드려요!
의심은 보통 아닐 때 많이 이야기 합니다. 특히 주 양육자랑 눈 마주침을 잘 하면 더더욱이 아니에요!
아드님 똑똑하고 순하게 크겠네요!
많이 놀러다니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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