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0/10/05 13:43:56
Name   사이시옷
Subject   나는 순혈 오리지날 코리안인가?
엣헴. 저로 말씀 드리자면 안동 권씨 추밀공파 38대손 4대 장손되시는 사이시옷입니다.
안동 권씨인데 집성촌이 왜 전라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골에 가면 선산도 큼지막하게 있고 집안 사당도 있다 이겁니다.
두꺼운 족보에서 제 이름 석자를 찾아내는 즐거움도 있었죠.
이 정도면 저야말로 순혈 인싸 한국인의 핏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2000년대 후반에 우연한 기회로 북유럽에서 온 기자분의 통역을 해주게 되었습니다. 같이 서울 곳곳을 돌아보며 취재를 다니는데 그가 문득 저에게 묻더라고요.
"한국은 여러 민족이 섞여 있는거 맞지?"
"단일 민족인데?"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연하다 싶은 답변을 했는데,
"그럼 넌 피부가 검은데 왜 저 사람은 하얘?"
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더라고요.

나중에 집으로 와서 생각하니 과연 좀 이상한겁니다. 분명 단일민족이라고 했는데 왜 피부색에 차이가 날까. 혹시 북방계 남방계 하며 한국 사람들 안에서도 외모 구분을 했던 것이 혹시 민족이 다른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 문득 정말 나는 순혈 한국인일까 라는 의문이 피어오르더라고요. 그 당시엔 순혈인지 아닌지 쉽게 확인할 방법이 전무해서 DNA 검사는 못받았지만 나는 순혈 한국인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0년 정도 지난 어느날. 우연히 DNA 인종 검사 키트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홀린듯이 20만원을 투자해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뭐.. 아래와 같습니다.



안동 권씨 추밀공파 38대 장손인 저는 결국 한국-일본, 중국-베트남뿐만 아니라 네팔, 심지어 휘바휘바 핀란드의 DNA도 가지고 있었다 이 말입니다. 돌아가신 집안 조상님들이 들으시면 펄쩍 뛰시겠지만 제가 이 DNA를 누구에게 받았겠습니까.

순혈이라는 것, 순수 한국인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근대에서야 만들어진 허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민족성이라는 유대감을 가지고 뭉치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것일수도 있으나 같은 울타리 내로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도움이 안될수도 있지요.

뭐 그렇다는 거죠. 뭐 그렇다는 겁니다.

휘바휘바.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10-20 10:0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4
  • 휘바휘바
  • 롯데 자일리톨 앞광고 인가요? ㅋㅋ 휘바휘바~
  • 엌ㅋㅋㅋ 휘바휘바!
  • 와 필력 혼모노 씨에씨에
  • 재밌습니다 저도 DNA 검사 받고 싶어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8 일상/생각팬레터 썼다가 자택으로 초대받은 이야기 19 아침커피 20/11/06 6218 34
1027 일상/생각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고 4 아복아복 20/11/05 4235 12
1025 일상/생각미국 부동산 거래 검색 이야기 8 풀잎 20/10/30 5399 12
1015 일상/생각그렇게 똑같은 말 1 머랭 20/10/06 4497 17
1013 일상/생각나는 순혈 오리지날 코리안인가? 50 사이시옷 20/10/05 6423 24
1008 일상/생각나는 대체가능한 존재인가 15 에피타 20/09/23 5529 26
1007 일상/생각가난해야만하는 사람들 53 rustysaber 20/09/20 6704 25
1005 일상/생각어른들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착한 사람 되지 마세요. 27 Schweigen 20/09/07 7607 70
1001 일상/생각타임라인에서 공부한 의료파업에 대한 생각정리 43 거소 20/08/25 8709 82
1000 일상/생각뉴스 안보고 1달 살아보기 결과 10 2020禁유튜브 20/08/18 6067 29
995 일상/생각풀 리모트가 내 주변에 끼친 영향 16 ikuk 20/08/12 5088 30
993 일상/생각설거지 하면서 세탁기 돌려놓지 말자 24 아침커피 20/08/06 6093 49
987 일상/생각천하장사 고양이 3 아침커피 20/07/21 4375 9
986 일상/생각Kimchi Warrior의 탄생 7 이그나티우스 20/07/19 4478 8
985 일상/생각자기 객관화라는 덫 9 necessary evil 20/07/17 5166 17
984 일상/생각한 가족의 고집, 그리고 나의 고집에 대한 고백 자몽에이드 20/07/14 4457 9
980 일상/생각40대 부부의 9급 공무원 도전기 36 4월이야기 20/07/08 7574 51
979 일상/생각집밥의 이상과 현실 42 이그나티우스 20/07/06 5962 46
973 일상/생각자격은 없다. 101 절름발이이리 20/06/22 8570 42
969 일상/생각참 사람 맘은 쉽게 변한다.. 25 whenyouinRome... 20/06/13 6623 49
966 일상/생각공부하다 심심해 쓰는 은행원의 넋두리 썰. 14 710. 20/06/06 5907 32
965 일상/생각흑인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국가 미국 21 가람 20/06/05 6656 68
962 일상/생각슈바와 신딸기. 24 Schweigen 20/05/26 5625 33
960 일상/생각웃음이 나오는 맛 13 지옥길은친절만땅 20/05/17 4559 11
959 일상/생각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에 대한 반성, 무식함에 대한 고백 18 메존일각 20/05/16 6183 4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