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0/09/20 19:17:48
Name   rustysaber
Subject   가난해야만하는 사람들
1억 팍팍설이 있습니다. 전체 근로소득자 중에서 상위 2%근처로 아는 저 소득으로 살기엔 팍팍하다는 이론입니다. 맞벌이의 경우에는 연소득 6,000만원씩 벌면 둘 다 모두 근로소득자 기준으로 상위 10% 안쪽에 들어가지만, 그 소득으로는 팍팍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또 다른 정보도 알고 있습니다. 바로 건강보험기준인데, 소득 상위 30%가 연봉으로 3,200만원 근처에서 형성될 겁니다. 거지인줄 알았던 내가 이세계(異世界)에서는 상위 30%? 이런 라노벨적 상황이 진짜로 벌어지고 있는 거죠. (P모 사이트 슬쩍 봄)

객관적인 위치. 이게 참 애매한 말입니다. 특히나 소득과 관련한 이야기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렇다면 먼저 가난해지기 위해서 그들이 어떤 방법을 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그거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건강보험기준은 틀려먹은 것이다.

건강보험은 주 40시간 미만인 사람도 모두 포함해서 거둬버린다. 그리고 짧게 일하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보니 1년에 벌어들이는 모든 돈으로 계산을 하게 된다면 오류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즉, 주 40시간 이상 확실하게 일하고, 이상한 일자리가 아니라 정규직에 취직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본다면 30대 부부 합산 기준으로 연봉 1억은 아주 기본적인 건데 그게 너무 팍팍하다. 당연히 ‘정상’적인 맞벌이 부부라면 둘이 합쳐서 1억나오는 거는 당연한 거다. <= 정말 이렇게 나옵니다.

2. 세후 소득으로 따져야지 왜 세전으로 연봉을 따지느냐

유독 공무원 집단에서 많이 쓰는 월급 공개방법입니다. 외부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다보니, 우리 알고보면 돈 적게 받는다고, 친구들 만나도 1년 원천소득 기준이 아니라 평달에 모든 것이 공제된 기준으로 이야기해서 그거 밖에 못 버냐는 소리를 듣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세후로 이야기하면, 저축성인 공제회나 상조회 등등도 다 빠져나가버려서, 진짜 본인의 가처분 소득을 가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_-;; 9급 대충 5~6년차까진 그래도 적게 버네 소리를 듣지만, 7급과 교사 이상부터는 눈속임이 아니면 그렇게나 받어? 이런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중앙 부처에서 갈리는 5급 이상 사무관들 제외)

3. 가난해져야 하는 이유

  가난해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외부의 질시를 피하기 위해서의 경우는 주로 공무원에 해당할 것이고, 아니면 자기 주변에 공부를 잘 한 사람만 있어서 그들과 비교해서 자기의 상대적 가치를 측정했는데, 우리나라 전체를 보고 판단하면 그게 아니다보니 판단이 흔들리는 것도 있고요.

즉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가난해져야 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자기의 삶이 보통이 되어야하고 표준이 되어서, 그게 보통이고 특별한 게 아닌데 왜 내가 많이 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헤게모니를 쥐기 위함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즉, 우린 특별한 거 아니고, 이건 기본이다. 그 뒤에 자기들에게 어떤 유리한 주장이나 또는 비난을 피하려는 목적입니다.


4. 가난하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

모든 인간이(중략) 그들의 직업, 부, 출신에 따라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서열을 부여받게 되었을 때(중략), 각 계급은 자신들만의 의견, 정서, 권리, 도덕적 관행, 생존 양식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 계급의 구성원들은 다른 집단의 구성원들과 어떤 공통점도 공유하지 않게 된다. 그들 사이에는 공유할 만한 사고방식이나 동질 의식이 없다.(중략) 출생이나 관습에 따라  귀족 계층이 된 중세 시대의 역사가들은 귀조긍의 비극적인 몰락을 형언할 수 없는 슬픔으로 묘사하곤 했다. 하지만 이들은 평민층을 향한 대량 학살과 고문에 대해서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토크빌의 이야기입니다.)

PGR의 밥오멍퉁이님의 모든 생각에 찬성하지 않지만, 가난은 숨고, 인간의 네트워크는 한정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대기업 이상에 돈 잘버는 모임, 전문직들 모임, 중견 및 중소다니는 모임. 대학별로도 다를 거고, 이래저래 아마 섞이지 않을 겁니다. 즉, 숨어버린 사람이 너무 많이 있고, 그들은 이곳과 다른 인터넷 세상에서 놀고 있을 거니까요.

네,,, 우리는 어느 순간 서로 섞이지 않는 계급으로 나누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특정한 집단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위치가 낮게 보이게 되고, 가난하거나 이건 기본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절대 실제가 아닙니다.

예전에 카이스트에서 등록금 차등하여 부과한다고 했을 때, 그거에 못 이겨서 자살한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희가 거기서 낮은 등급인거지, 대한민국 전체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다. 그러니 씩씩해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즉, 위치가 아무리봐도 대한민국 전체에서 대한민국에서는 상위권인데, 주변만 보면서 그렇게 판단하는 거가 안타까웠고, 그들의 걱정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5. 빼앗겨버린 팍팍.

  OECD 기준 대한민국에 대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11%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OECD기준은 일반 은행이나 금융계에서 말하는 대기업의 기준이 아니라, 그냥 고용 인원이 총 250명을 넘는 모든 기업을 대기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꽤 규모가  큰 중견기업도 저기에 다 들어간다는 겁니다.

물론 전문직도 따로 있겠고, 돈 잘버는 강소나 스타트업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도 잘되는 사람이 많이 있겠지요. 그런데 그들 중 잘나가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대기업 비취업자중 잘나가는 사람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1억 팍팍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보통의 삶을 사는 거다.”
“정상적으로 취업하고, 맞벌이하면 1억은 당연히 하는 거다.”
“내 주변을 보면 저게 보통이고, 더 버는 사람도 많다.”

즉, 자신들의 삶을 표준화시키고자 합니다. 그런데 ... 우리나라 가구 소득기준으로 상위 10%가구면 연소득 1억이고, 이게 40~50을 전부 포함한 개념이라고 본다면... 30대에 1억이면 진짜 진짜 높은 수준일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저런 삶을 살면서 저걸 표준화시키면서 그 아래의 90%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표준 이하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본인들 위치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잡기 위해서, 팍팍함을 빼앗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판단하는 거 아무리 좋다좋다 하여도, 이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기에 이해관계가 걸려있거나,
또는 내가 왜 내 밑에까지 신경써가면서 내 의견을 표출해야하냐고,
또는 높은 위치에서 아래 같은 거 왜 보냐는 식으로
당당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꽤 많이 있어서 놀랄 때가 있었습니다.

결론. 되도 않는 표준화하지말고 명확히 자신의 위치를 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번다고 누구나 잘 사는 거는 아닙니다.  자기 위치정도면 더 벌어야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나정도면 내가 원하는 수준으론 살아야지, 또는 이 정도면 훨씬 더 잘 벌어야하는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SNS를 하두 많이 해서, 그정도 삶이 당연하다고 여기시는지,
아니면 주변에 공부 잘한 사람들의 평범하다고 여기는 삶이 표준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상한 인간들이 있어서 부자의 돈을 빼앗자, 또는 이상한 주장하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그거는 다른 기준으로 그들의 주장을 논파를 하시면 됩니다. 경쟁의 승리나, 아니면 당연한 권리라고 이야기 하시거나, 다른 논리로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 가난하다는 거?? 그건 정말 아니에요.

어찌되었건, 당신들의 삶은 표준이 아닙니다.
꽤 누리고 있어요. 본인이 보시기에 많이 누리고 있지만 별로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생각보다 대한민국에 암울한 사람이 그만큼 깊은 곳에 숨어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잘사는 것처럼 보여도 본인은 그리 못느끼는 거고요.
그거를 생각해주세요.

너무나 길어진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가독성 개판인데... 제가 원래 멍청해서 이정도 밖에 못씁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10-05 21:0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5
  • 인간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 추천드립니다
  • .
이 게시판에 등록된 rustysaber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8 일상/생각팬레터 썼다가 자택으로 초대받은 이야기 19 아침커피 20/11/06 6218 34
1027 일상/생각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고 4 아복아복 20/11/05 4235 12
1025 일상/생각미국 부동산 거래 검색 이야기 8 풀잎 20/10/30 5398 12
1015 일상/생각그렇게 똑같은 말 1 머랭 20/10/06 4497 17
1013 일상/생각나는 순혈 오리지날 코리안인가? 50 사이시옷 20/10/05 6423 24
1008 일상/생각나는 대체가능한 존재인가 15 에피타 20/09/23 5529 26
1007 일상/생각가난해야만하는 사람들 53 rustysaber 20/09/20 6703 25
1005 일상/생각어른들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착한 사람 되지 마세요. 27 Schweigen 20/09/07 7606 70
1001 일상/생각타임라인에서 공부한 의료파업에 대한 생각정리 43 거소 20/08/25 8708 82
1000 일상/생각뉴스 안보고 1달 살아보기 결과 10 2020禁유튜브 20/08/18 6067 29
995 일상/생각풀 리모트가 내 주변에 끼친 영향 16 ikuk 20/08/12 5087 30
993 일상/생각설거지 하면서 세탁기 돌려놓지 말자 24 아침커피 20/08/06 6092 49
987 일상/생각천하장사 고양이 3 아침커피 20/07/21 4375 9
986 일상/생각Kimchi Warrior의 탄생 7 이그나티우스 20/07/19 4477 8
985 일상/생각자기 객관화라는 덫 9 necessary evil 20/07/17 5166 17
984 일상/생각한 가족의 고집, 그리고 나의 고집에 대한 고백 자몽에이드 20/07/14 4457 9
980 일상/생각40대 부부의 9급 공무원 도전기 36 4월이야기 20/07/08 7574 51
979 일상/생각집밥의 이상과 현실 42 이그나티우스 20/07/06 5962 46
973 일상/생각자격은 없다. 101 절름발이이리 20/06/22 8570 42
969 일상/생각참 사람 맘은 쉽게 변한다.. 25 whenyouinRome... 20/06/13 6623 49
966 일상/생각공부하다 심심해 쓰는 은행원의 넋두리 썰. 14 710. 20/06/06 5907 32
965 일상/생각흑인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국가 미국 21 가람 20/06/05 6655 68
962 일상/생각슈바와 신딸기. 24 Schweigen 20/05/26 5625 33
960 일상/생각웃음이 나오는 맛 13 지옥길은친절만땅 20/05/17 4559 11
959 일상/생각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에 대한 반성, 무식함에 대한 고백 18 메존일각 20/05/16 6182 4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