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좀 구워본 입장에서..

두툼한 고기는 덜 뒤집고 냉동삼겹같은 고기는 적당히 뒤집고, 양념갈비는 굴리듯이 뒤적거리는게 낫습니다.
불 세기와 불판이냐 직화냐에 따라서 다 다르긴 합니다만..

회식에서 고기를 굽겠다고 가위랑 집게를 잡았다면, 그 순간 만큼은 내 앞의 고기판과 고기는 내 새끼들이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바쁘면 다른 사람들이 맛있는 고기를 먹을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 먹고 나서 고기가 없어져서 슬퍼지지 않도록, 중간에 앞접시로 자기 몫을 잘 빼두는것도 요령이고요.
전 옆사람에게 쌈싸서 먹여달라고 합니다. ㅋㅋㅋ

기본은

1. 육즙이 올라올 때까진 놔둡니다
2. 육즙이 올라오면 뒤집고 반대쪽도 익기를 기다립니다
3. 집었을 때 육즙 줄줄 흐르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왼손에 집게를 오른손에 가위를 들고 자릅니다. 가위는 어설프게 끝으로 자르면 안 되고 깊숙하게 넣어서 잘라야 합니다. 물론 끄트머리가 예리한 건 맞기 때문에 세밀한 작업을 할 땐 유용합니다만 일단 큼직큼직하게 썰 때는 깊숙하게 가위를 넣어아죠.
4. 자를 때는 일단 집은 건 내려놓지 않고 한 번에 다 자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장 아래쪽부터 잘게 잘게 썰어나가면서 끝까지 써는 거죠. 고기를 잘랐다가 내려놓았다 다시 들어올렸다가 이런 비생산적인 짓을 반복하면 굽는 타이밍 엄청 딜레이 됩니다. 그걸 떠나서 여유 없는 하수 티가 나기도 하고.
5. 고기가 가로로든 세로로든 너무 두꺼운데 이거 그냥 길고 가늘게 잘라야 하나요? - 집게로 고기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가위로 고기를 쭉 잘라 양분 혹은 삼분하는데, 완전히 잘라져서 불판으로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 만큼은 끄트머리를 남겨야 합니다. 고기에 치마처럼 트임을 내는 거죠. 그렇게 고기를 둘로 혹은 셋으로 가른 다음 1열 2열 3열 순차적으로 잘게 썰어주면 됩니다.
6. 그렇게 고기 잘랐으면 겉면이 잘 구워지게끔 하나하나 뒤집어 줍니다. 이 단계쯤 오면 쉽죠 이제. 딴 사람들도 이제 지들 먹을 각이 보이기 때문에 알아서 젓가락으로 뒤집어 주는 타이밍.
7. 양념된 고기는 겉에 입힌 양념이 잘 타기 때문에 자주 돌려가며 구워줘야 합니다. 굽는다기보다는 볶는다는 느낌으로.
8. 숯불 같은 것에 석쇠로 구울 때는 기름이 떨어지는 순간 고기가 타기 때문에 기름기 많은 고기는 주변부로 깔고 기름기 없는 고기를 불 윗쪽에 깔아 밸런스를 맞춥니다.
9. 고기 굽기는 먼저 자청하는 게 좋습니다. 한 두 번 굽고 불판 갈 때 즈음엔 다른 사람이 자기가 굽겠다고 나서기 마련인데 그때 못 이기는 척 넘기면 그 다음부턴 눈치 보지 않고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집게 물려 받은 사람이 되려 더 많이 굽게 되지요.

자신 없으시면 고기 사서 집에 있는 프라이팬에다 센불로 구워보시는 걸 추천. 왜 센불로 굽냐면 그래야 압박감이 느껴지니까.. 참고로 프라이팬 뚜껑을 덮어줘야 기름이 안 튑니다. 그렇다고 뚜껑을 팬에 완전히 덮으면 안 되고, 수분이 빠져나갈 틈이 생기게끔 비스듬히 덮어줘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