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19/04/08 13:21:17
Name   [익명]
Subject   지난주 가까운 친척 어른이 자전거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지난주 가까운 친척 어른이 자전거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갈 때는 ‘자전거 사고로 뇌출혈이 있다’고 들었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기 때문에, 도착 후 응급실에서 의사로부터 ‘사실상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했습니다.

70세에 암투병 중이시던 분이라 그로부터 죽음을 예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전혀 엉뚱하게 볕 좋은 날 외출해 아파트단지 앞 정말 짧은 횡단보도를 보행자 신호에 건너다 사고를 당하신 것이거든요.

(추후 확인된 바에 따르면) 가해자는 만 14세의 중학생으로 도로를 질주해 와 이분을 들이받았고, 피해자는 그대로 몸이 횡단보도 밖으로 날아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고 바깥으로도 상당한 양의 출혈이 생겼습니다. 가해자는 당황해서 곧장 신고를 하진 않고(본인은 특별한 부상이 없습니다) 가까운 자택으로 돌아가 부모를 불러왔으며 그 사이 다른 목격자에 의해 신고가 들어가 거의 사고 직후 응급 이송이 되었습니다.

이송시 의식은 있었으나(동공 반응 있음) 말을 할 수 없었고 피거품을 물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 중에 의식을 잃었다고 하고요.

응급 입원 후 10여분 내에 저희 어머니(피해자는 제 이모님으로 어머니가 동생입니다)가 먼저 도착했고, 저도 30분 정도 지나 도착했으며, 제 도착 시점에 의사로부터 ‘뇌출혈이 심각해 사실상 가망이 없고 그럼에도 수술을 원한다면 당장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다시 이송해야 하는데 이에도 적잖은 리스크가 있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응급실에서 가해자의 부모를 만났는데, 이때 부모는 사고 경위를 사실과 조금 다르게 제게 알려줬습니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를 피하려 방향을 틀었는데 거기 이모님이 계셔서 부딪힌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때만 해도 ‘쓰러진 자리가 나빴나, 바닥에 돌부리라도 있었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다가온 자전거에 치여 몸이 날아가 바닥에 부딪힐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아무튼 가해자 부모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시라, 비용 등 책임 질 사항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이야기했고, 너무나도 불운한 사고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가해자 부모의 연락처를 받고 일단 돌려보냈습니다.

한편 이모 가족으론 아들 한 명이 있는데 병원으로부터 꽤 떨어진 곳으로부터 오느라 이로부터 다시 20분여가 지나 겨우 도착했고, 저희와 상의해 수술을 위한 전원 조치를 요청하기로 했는데요, 그러나 전원 처리에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최소 두어 시간은 넘게 걸린 듯합니다) 그렇게 찾아 간 병원에서 ‘현상황에서 수술은 위험하기만 하다, 입원시키고 보내드릴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식이 없는 이모님께 인사를 드렸고 밤을 새워 병원을 지켰습니다. 그동안 제세동을 한 차례 행했고, 아침에 이제 제세동도 권하지 않는다(몸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고 발생 약 20시간 후 이모님은 숨을 거두셨습니다.

지난 한 주는 장례 등으로 정신없이 보냈고, 이제 사후 처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 피해자(70세, 여성)는 중증 암으로 수술 후 1년째 투병 중이었으나 현재는 안정기로 간병인 없이 자택 내 거동이 가능했음.
- 피해자는 사고일 오후 3시경 날씨가 좋고 기력도 많이 돌아왔다 느껴(당일 아침 아들과의 대화로부터) 가까운 시장으로 외출, 약 2~3kg 정도의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서 사고를 당함.
- 사고 장소는 횡단보도 위이고 보행자 신호 중이었음. 횡단보도는 매우 짧은데(15미터 이내로 추정), 정상인 정도의 활동력은 물론 아니었으므로 보행 속도는 상당히 느렸다고 함.
- 가해자(14세, 남성)는 친구와 함께 적어도 백 미터 바깥에서부터 차도를 전력 질주해 피해자 방향으로 달려옴. 피해자 발견 시기를 정확히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친구와 경쟁적으로 달리느라 시야가 제한되었을 듯함. 피해자를 발견했을 때도 감속은 하지 않고 방향을 틀어 피하려 했으나 조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피해자의 몸 중앙으로 향했고 그 결과, 감속 없이 추돌해 피해자의 몸은 그대로 약 1미터 날아가 바닥에 충돌.
- 가해자가 곧장 사고 신고를 하진 않았으나 부모를 바로 불러옴. 여기에는 10분 미만의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 그리고 사고 발생 5분 정도에 목격자 신고를 받은 구급차 출동, 사고 발생 15~20분 정도에 이송 시작. 그리고 사고 발생 10분 정도에 경찰이 먼저 도착. 이때 목격자에 의한 소생술이 실시되고 있었다고 함.
- 응급실로 옮겨졌을 때는 이미 뇌사였던 것으로 추정(제가 뇌사의 개념을 정확히 모릅니다만, 아무튼 확실히 “뇌사”라는 판정을 제 귀로 들은 것은 전원 간 병원에서였습니다. 아들이나 다른 가족이 먼저 진단을 들었을 수도 있을 듯하긴 합니다).
- 경찰에 의해 사고 전말이 담긴 CCTV가 확보되었습니다. 가해자 부모가 처음 이야기한 것과 달리 가해 자전거 진로를 방해한 차량 같은 것은 없었으며 100% 자전거 운전자 과실이 인정됩니다.

대략 이렇습니다.
질문 게시판에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후처리를 위해 확인해야 할 사항이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해서입니다.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텐데, 미성년자이기도 해서 유족 합의가 되면(‘형사처벌 원치 않는다’) 형량이 크지는 않을 거라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들 의견이 중요할 텐데, 일단 제 생각엔 역시 처벌 자체보다는 외아들(30대 초반 미혼 남성으로, 아마도 중하위권 소득의 기술직입니다)에 아버지도 안 계시니 보상이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충분한 보상을 비롯한 사죄(금전적 보상 외에 무엇이 더 있을지 잘은 모르겠지만)를 받아야 할 텐데, 피해자가 노령에 병환도 있었기 때문에 보통 보험 등에서 이런 보상을 산정할 때 주요한 준거점이 될 여명이 낮을 터입니다. 따라서 보상을 요구한다면 (유족의 ‘마음’ 외에) 어떤 준거점에 따라 얼마만한 보상을 요구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두서없이 여타 고려 사항들을 적어 보자면,

경제 사정은 이모님이 생전에 근검절약하셔서(동생인 저희 어머니가 종종 ‘왜 그렇게 궁상맞게 사냐’고 화를 낼 만큼) 아들의 결혼 등 이후 삶을 건사하기에 큰 부족함은 없을 정도인 것으로 압니다. 상속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었는지 잘은 모르는데, 서울 내 작은 평수 아파트가 동생 명의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현재 주거지가 이모님 명의일 수 있는데(전세였나 자가였나 헷갈리네요) 그렇다면 이것은 상속세 대상이 되는 것이겠죠?

장례는 천주교식으로 검소하게 진행, 화장했기 때문에 역시 비용이 아주 많이 든 편은 아닐 듯합니다. 가해자 부모로부터 장례비용 일체 역시 (당연히) 감당하겠다는 메시지가 있었고요.

이모님은 1년 전 난소암 진단을 받고 수술 받으셨습니다. 암 진행이 많이 되어 있었지만 항암 치료가 잘 되어 앞으로 3~5년은 더 살지 않으실까 가족들은 생각했고, 특히 이번 봄부터 그동안 절약하느라 못했던 일들을, 삶을 조금 더 누리겠다고 본인도 다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큽니다.

가해자에게 이번 사건에 해당하는 보험이 있는지 불확실한데, 건너 듣기로는 꽤 보장되는 게 있다고 합니다. 제가 가해자 부모에게 어떤 보험이 있냐고 (지금까지는 묻기가 그래서) 물어보진 않았고요.

* 설마 가해자 쪽에서 이 글을 볼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봐서 좋을 것도 없으니 사흘 정도 지나 본문 삭제하거나 구체 사항을 덜어내는 식으로 편집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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