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 17/01/21 09:35:12 |
Name | 지와타네호 |
Subject | 지금까지 했던 삶의 선택들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질 때? |
제목은 저렇게 썼지만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살면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 준적 없고 좋은 친구들도 있고 좋은 부모님도 있고 먹고싶은거 다 사먹진 못해도 근근히 먹고살 직업은 가지게 되었는데 요즘들어 지금까지 살면서 했던 선택에 회의감이 드네요. 저는 기본적으로 변화를 굉장히 싫어하고 그냥저냥 현실에 안주하는 성격입니다. 그런 성격탓인지 20대 중후반밖에 안됐지만 굉장히 안전제일주의적으로, 설렁설렁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소하지만 다음과 같은 것들에 대해 옳은 선택을 한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습니다. 중학교 때 해외 유학을 갈수 있었지만 가지 않은 것, 서울대 뺨치는 의대를 나온 분들이 많은 의료넷에서는 별로 의미도 없겠지만 ^^;; 고등학교때 머리만 믿고 공부하지 않은 것, 그러고 결국 수능을 망쳤을 때 정신 차리고 재수하지 않은 것, 재수하지 않고 갔던 대학도 남들이 '공부 열심히 했네' 할 정도였음에도 대학 못갔다는 자괴감에 대충 살았던 것, 부모님, 친구들 다 아직 어리니까 행시든, 7급이든 준비하라고 했을 때 9급으로 만족한다고 했던 것...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렇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정말 사소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뭔가 제가 인생을 살면서 쌓아온 저 사소한 일들이 쌓여 삶의 방향이 많이 틀어진 것은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 주변 환경 때문에 저런 선택들을 하게 된 것이라면 정신승리라도 해보겠는데 부모님도 다른 거라면 몰라도 공부에 관한 건 돈 걱정하지 말고 다 해보라고 하셨던 분들이고 제 형제가 지금 미국에서 부모님 지원 전혀 없이 박사학위 따러 간 상황이라 정신 승리할 건덕지도 없습니다. 타고난 머리라는 점에서도 역시 의료넷에서는 부끄럽지만 최상은 아니더라도 정말 필요한 게 있을 때 머리가 모자라서 못하지는 않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살았구요. 그런데 결국 제가 9급 공무원을 선택한 것이 제 안전제일주의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아직 나이도 어리고 행시든 7급이든 2년, 3년 실패하더라도 분명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게임 할거 다 하고, 자고싶은만큼 다 자면서도 단기 합격이 가능했던 9급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냥 노력을 하기 싫었던 인간의 변명이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결론은 선택 하나하나는 큰 잘못됨이 아닌데 그것들이 모여서 크게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 어떻게 해야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까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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