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6/02/08 21:50:35
Name   [익명]
Subject   고과는 좋지만 이직을 고민중입니다
신상보호 차원에서 익명으로 쓰는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기간은 4년 정도 되었는데, 최근들어 이직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질 않아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씁니다.

입사 당시 2명(저와 현재 팀장님)이었는데 업무량이 너무 많았습니다. 한국본사와 해외 8~9개 계열사 법무를 2명이서 전부 커버했는데, 첫 3년간은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9시에 퇴근했습니다. 평일에는 정말 눈 뜨면 출근, 퇴근 직후 씻고 바로 자는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었는데, 열심히 한 덕분에 정규직 전환이 되었고, 정규직 전환이 되면서 연봉이 좀 인상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 2년, 3년을 미친듯이 일하니 그룹사 업무도 맡게 되었고, 나름 인정 받으며 회사를 다니고는 있습니다. 고과도 좋았고, 재작년에도, 그리고 작년에도 연봉 인상이 꽤 되었습니다. 올해도 연봉을 더 올려준다고 합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에는 팀원이 2명이었는데, 작년 8월에 1명, 바로 한 달뒤인 작년 9월에 1명을 더 뽑아 현재 총 법무팀 인원이 4명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작년 8월, 9월에 새로 입사한 팀원(4년차 여자변호사 1명, 14년차 남자변호사 1명) 두 명의 사수가 되어, 이분들의 업무를 꼼꼼히 감수해주는 동안 제가 많이 지치고 내적 동기를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분들 업무를 감수해주면서 머리속에는 "나는 입사하고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는데, 깨지면서 배우고,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물어봐서 업무 파악하고 그랬는데, 내가 왜 이분들을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지?", "새로 입사한 14년차 남자 변호사는 왜 신입보다도 일을 못하지? 팀장님은 이런 폐급을 왜 나한테 계속 달라붙어서 도와주라고 하지?", "나는 내 업무 + 2명의 감수업무까지 하느라 바빠 뒤지겠는데, 새로 온 둘은 왜 태평하지?", "왜 아직도 나만 제일 열심히 일하지"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듭니다.

한 2주 전에는 그룹사 회장님이 저와 다른 부서 2명을 언급하며, 이 프로젝트 완료하느라 고생 정말 많았다고, 수고했다는 격려의 이메일을 본사 사장님과 경영진, 저의 팀장님을 넣어서 보내오셨습니다. 저도 그룹사 회장님 격려, 칭찬 이메일은 처음 받아봐서 얼떨떨 하기도 하고, 그래도 뭔가 그 동안 제가 고생한 걸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도 되고 보람도 느껴졌습니다. 팀장님은 그룹사 회장님이 팀원을 칭찬하는 이메일을 받아서 너무 신나하셨고, 저에게 고생 많았다는 말씀을 하시며, 다른 팀 팀장들에게 회장님 이메일을 보여주며 팀원 자랑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뒤 오히려 더 현타가 왔습니다. 내가 너무 열심히 일했구나...

저는 건설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싶어 틈날때 주말에 공부도 많이 하고, 건설관련 자격증도 따고, 나중엔 건설중재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 커나가는 비젼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팀장님은 내가 스스로 개같이 노력하고 공부해서 깨우친 지식과 노하우를 워라벨 중시하는 여자신입변호사와 물경력 쌓아온 14년차 남자변호사에게 왜 전수해주라고 하시지? 저녁에 회식하자고 팀장님이 제안하면 똥씹은 표정 짓는 여자신입변호사, 여자변호사 담당 건인데 팀장님이 좀 도와주라고해서 사실관계 확인을 도와주려고 다른 팀 부서 부장님과 회의주선해서 까다로운 질문 대신 해주고, 또 다른 팀 팀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러 가려고 하니, "이거 이렇게 까지 해야되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내가 왜 공을 들이고 있었지.. 많은 현타가 옵니다.

여러 좋은 회사들 채용공고가 떴습니다. 다만 건설회사들이 아니라서, 건설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싶었는데 그걸 버리고 다른 분야의 훨씬 이름 있는 회사로 이직하려니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주말내내 고민은 되네요. 제가 이직한다고 하면 팀장님이나 회사 다른 사람들도 놀라기는 할텐데, 그런건 별로 신경쓰이진 않습니다. 고민이 많은 밤입니다.

(팀장님과는 거의 3년 반 동안 둘이서 죽어라 일 쳐내고, 같이 미친듯이 일해왔어서 관계도 좋고, 팀장님께서 저를 많이 아껴주시고, 커리어 발전과 연봉인상을 위해서도 많이 신경써주십니다. 대화도 자주 나누고요. 다만 최근에 제가 "이제 신입분들 감수한지도 6개월여 되었으니, 이분들 책임하게 계약검토 건들 내보내라고 하겠다. 이분들도 이제 알아서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하고, 신입들을 잘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니 뭔가 "어? 왜 그 동안은 시키면 다 잘하다가 이제 안하겠다는 말도 하네?" "변했네?" 뭐 이런 생각도 드실거고, 저에 대한 기대(사수로서 팀의 전체 역량을 위해 신입들의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도 조금 내려놓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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