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0/12/06 13:41:48
Name   [익명]
Subject   회사에서 교육 연수를 나왔는데 양심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회사에서 교육이 있어서 연수원에 나와있습니다.
저 포함 3명(저A,B,C)이서 한 반을 이루어 교육을 듣게 되었고, 조만간 시험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험을 잘치게 되면 인사 고과에 약간의 이득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열심히 공부합니다.
교육은 편하게 분류하면 교양과목과 전공과목(가,나,다) 두 종류가 있습니다.
교양과목은 연수원에서 준비하는 것이고, 전공과목은 각 전공 팀(가,나,다 팀)의 팀장들이 출제를 합니다.

저는 연수원에 들어오기 전에 저희 '가' 팀의 팀장으로부터 팀장이 출제한 전공 문제에 대한 답지를 받았습니다.
답지를 주면서 절대 연수원에 들고가서는 안되고 남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습니다.
알겠다고 하고 받아서 숙소에 놔두고 아직 보진 않은 상태입니다.

또한 저희 '가' 팀의 동료로부터, 교양과목에 대한 요약본을 받았습니다. 교양 수업 간에는 배포하지 않는 족집게 자료였습니다.

연수원으로 가서 인사를 나누다보니,
저 말고 두 분(B,C)은 이전에 다른 회사에서 같이 다니다가, 같이 퇴사하여 우리 회사로 입사한 케이스로, 둘은 이미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셋이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한 날에 그 사람 중 한 명인 B가 저에게 교양과목의 요약본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마 제가 그런 자료를 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저는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양심에 찔려서인지 뭔지 바보같이 사실 저도 뭔가 받은 게 있다고 고백을 하며 본의아니게 속여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둘 다 서로의 요약본을 들고와서 보았습니다.

어쨌든 이런 일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공 과목에 대한 답지를 들고 있는 것은 숨긴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교육의 일환으로, B가 속한 '나' 팀으로 견학을 갔습니다.
'나' 팀의 팀장은 제가 다닌 학교의 동문입니다. 그러나 한 번밖에 인사를 못 드렸던 지라 친분이 얕습니다.
그 선배이자 팀장은 '나'가 우연히 자리에 없을 때, 저와 C에게 지나가는 말로 "내가 자료를 줄게 이 과목은 100점 맞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다 점심 때 '나' 팀장은 B를 따로 불러내어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뭐 얘기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으나,
자료를 주겠다는 그 때 이후로 뭔가 더 진척되는 게 없었습니다. 팀장도 조용하고 B도 저와 C에게 얘기가 없었습니다.
요약본 때의 모습을 봤을 때 "저 사람A도 요약본 자료를 갖고 있더라. 그러므로 '가' 팀의 답지도 갖고 있을 것이다." 라는 얘기가
B와 '나' 팀장 사이에 오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뿐입니다.

그래서 C에게 넌지시 자료에 대한 얘기를 물어봤습니다. 그러니 C는 "B가 자료를 받은 걸로는 아는데.."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다려야 겠네요.." 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여기까지가 상황 설명입니다.
여기서 지금 주말동안 내내 갈등하고 있는 사안을 설명드리겠습니다.
듣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말씀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답지를 애초에 안 받았더라면 모든 게 좋았을 텐데 이미 받아버린 상황입니다.


A,B,C 모두가 느끼고 있을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미 답지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답지를 팀장이 몰래 누군가에게 건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나' 팀장이 B에게 자료를 건냈다는 사실은 거의 A와 C에게 기정사실화 되어 있습니다.
(다만, B는 A와 C가 그 사실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왜냐면 '나' 팀장이 "자료 줄게 100점 맞아라"라고 말할 때 B는 그 자리에 없었던지라.)

제가 우려하는 바는 두 가지 입니다.
1) 시간이 지나서, 제가 그 당시 '가' 과목의 답지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은연중 밝혀져, B와 C가 저를 비겁한 웬수로 생각하게 되는 것.
    (참고로 C는 조만간 저희 팀으로 인사이동 할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큽니다. '가' 팀장은 저희 팀원 중 몇 명이 보는 앞에서 저에게 답지를 건네는 실수를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나중에 저희 팀원 중 한 명이 C에게 그 얘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B와 C는 같이 일하다가, 같이 퇴사하고, 같이 시험준비하여, 같이 입사한 친구입니다.)
2) '가' 과목에 대한 정보를 섣불리 공유하여, '가' 팀장과의 약속을 어기고 입장을 난처하게 하여 '가' 팀장이 저를 웬수로 생각하게 되는 것.
이 두가지를 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안 돌아가는 머리를 최대한 굴려서 생각한 방안은 이렇습니다.
'가' 팀장의 신분은 보호하되, 최대한 B와 C에게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 방법은, 제가 B와 C에게 같이 시간 내서 공부 좀 하자고 모은 뒤에 (교육 간 여유시간이 좀 있습니다.)
"제가 '가' 팀의 일원이다보니 '가' 과목에 대해서는 두 분보다 제가 좀 잘 아는 편이니까 설명을 해드리겠다"고 하며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로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책에서 나오는 내용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콕 찝어주면서 이거는 이렇다 설명을 하는 척 하며 답지에 나오는 문제들을 풀 수 있을 정도로 다 설명해줄 계획입니다.

이렇게 하면 '가' 팀장의 존재는 감추면서도, B와 C가 저를 미워할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한다면 B와 C도 저를 미워하지 않고, '가' 팀장도 이런 사실이 밝혀져도 저를 미워하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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