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0/11/22 02:12:46
Name   [익명]
Subject   26살 되서야 사회성을 기르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싸였고, 혼자서 취미를 즐길 때가 많았습니다.
대학 올라와서도 동아리나 동호회 두어 개 참여했지만, 거기 안에서도 늘 겉돌았어요.
사람들과의 교류는 제한적이었고, 가끔 만나 수다떠는 단계 이상으로 넘어간 사람이 없었습니다.
서로 디스박으면서 웃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왜 저리 못 될까..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 덕에 제 사회성 수준은 끔찍합니다.
마이너한 취미와, 학술적인 주제에 몰두하고, 24시간 내내 이런 주제로 머리가 가득 찬 인간이 되었죠.
취미생활과 대학원->학자/연구원이라는 커리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사람들이랑 어울리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되어서야 이런 저질사회성 그대로 가면 큰일나겠다는 위기의식을 가졌고,
가족과 (몇 안되는) 친구, 지인들에게 SOS를 요청했습니다.
여럿에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좀 충격적입니다.

1. 대화할 때 단어 선택을 너무 논문 보듯 격식 갖춰서, 문어체로, 현학적으로 한다. 또래랑은 말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매사에 학술적인 주제에 몰두한 부작용인가봐요]
2, 남이 말할 때 잘 듣질 않는다.
3. 밥을 쩝쩝대면서 먹는다.
4.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5. 목소리 톤이 어색하다.  
6. 확실한 개성은 있지만, 1.-5. 때문에 개성이 눈에 안 띠고 타인이 보기엔 비호감으로만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7. 다른 사람이 타인과 지내는 동안 너는 25년동안을 집에서만 혼자 있었다. 꾸준하게 높은 강도로 개선시켜야 한다.

... 저도 스스로의 문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6번. 제가 흔한 쓰레기 민폐남까지는 아니어서 이상한 애를 넘어 비호감으로 인식될 줄은 몰랐거든요.  

물론 저도 노력은 합니다.
우선 예전보다 사람들을 한 10배는 자주 만나려 노력하고요(바쁘지 않다면 못해도 1주일에 한 번은 밥약을 잡을 생각입니다)
말할 때 의식하면서 내뱉는 말을 조절하려 하고,
또 경청하려는 태도를 갖추려 합니다.
쩝쩝대면서 먹는 건 의식하고 고치려 합니다.
걸음걸이도 발을 안쪽으로 돌리는 식으로 바꾸려 하고,
목소리 톤도 아는 사람에게 발성법을 배워서 고치려 합니다.


하지만 이미 사회성 개선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닌지 후회도 듭니다.
다들 모여서 매일같이 술 먹을 나이도 이제 곧 지납니다. 다시말해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죠.
대학원 생활은 사실상 반직업이라 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이미 타인과 사회성 차이가 많이 벌어져서 얼마나 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코로나19로 만남에 제약이 생겨 더 그렇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질문은 크게 셋입니다.

1. 제가 사회성을 향상시키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향상이 가능하더라도 약간만 가능한 게 아닌지 걱정됩니다.

2. 일단 제 목표는 "연애를 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사회성을 개선"하는 건데, 이 목표가 실현 가능할까요?
(모솔인데, 흔히 이야기하는 '이 때까지 연애 못하면 평생 못하는' 경계값의 나이라 더 불안합니다. 몇 년 내로 못하면 진짜 평생 못할 것 같거든요.)

3. 위에 제가 써둔 노력에 더해서,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따로 해야될 게 있나요?


비슷한 고민을 해봤거나, 비슷한 처지었던 지인을 두신 분들의 답변을 특히 환영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520 기타4년 반만에 다시 연락한다면 미친 걸까요? 15 [익명] 20/11/28 3133 0
10518 기타숫자 큰 디지털 손목 시계 추천 가능하실까요 4 [익명] 20/11/28 3230 0
10514 기타무슨 일 있는걸까요? 5 [익명] 20/11/27 2928 0
10509 기타어떤 의자를 구매해야 될지 고민중입니다. 도와주세요!!! 11 노네임 20/11/27 6492 0
10506 기타지갑 질문입니다 1 김치찌개 20/11/26 2953 0
10503 기타삼십대 중반의 연애와 돈에대한 고민 15 [익명] 20/11/25 4502 0
10502 기타귀찮은 친구의 카톡. 어떻게 얘기해야할까요? 30 [익명] 20/11/25 7099 0
10500 기타아싸가 인싸가 될수있을까요? 18 [익명] 20/11/25 3187 0
10489 기타26살 되서야 사회성을 기르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39 [익명] 20/11/22 11576 0
10484 기타[사진없음X]그리마(돈벌레)의 생존과 번식능력에 관한 질문입니다 7 오리꽥 20/11/20 4755 0
10481 기타50대 초반, 남자 선물 추천해주세요! 10 安穩 20/11/20 4883 0
10474 기타오른손 > 왼손 마우스 써보신 분? 22 메존일각 20/11/19 2812 0
10472 기타착한 아이 증후군 극복 방법 있을까요? 13 [익명] 20/11/19 3858 0
10471 기타이 기억들은 잊을 수 없을까요? 30 오구 20/11/18 3862 3
10463 기타쉐어형 청년주택 어떻게 생각하세요? 11 [익명] 20/11/17 4586 0
10457 기타직장에서 다들 가면 쓰시나요?? 16 [익명] 20/11/16 4566 0
10451 기타비아그라나 시알리스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지요...? 3 [익명] 20/11/14 3400 0
10443 기타유튜브 채널 추천 부탁드립니다. 33 토비 20/11/13 5280 0
10439 기타평일 낮에 놀 수 있는 친구를 어디서 구해야 할까요? 5 똘빼 20/11/13 3835 0
10436 기타듀오백 vs 이케아, 책상의자 추천 부탁드립니다! 13 시뮬라시옹 20/11/12 6974 0
10432 기타카카오톡 기프티콘 관련 질문인데 4 고양이수염 20/11/11 3587 0
10431 기타차량 구매 질문입니다 11 한썸머 20/11/11 3964 0
10429 기타감정원 시세 보는 법 질문 올립니다. [익명] 20/11/11 2740 0
10425 기타임차인 내보내기 질문 하나 올립니다. 8 [익명] 20/11/10 3075 0
10424 기타와플메이커 쓰시는분들 추천부탁드려요! 1 쉬군 20/11/10 4403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