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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1/03 19:07:32
Name   카르스
Subject   "너 T야?"가 욕이 된 시대…공감의 신화가 교실을 망친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보다 '신뢰'

공감과 경청은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들에게는 필수의 덕목이자 역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실은 상담실도, 진료실도 아니다. 교사는 개별 아이들에 대한 공감보다 전체 학급 아이들의 역동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공감과 경청은 학교폭력 매뉴얼에도 포함되어 있다. 교사는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피해 학생, 가해 학생, 목격 학생 모두에게 공감과 경청을 해 주라는 것이다.

속마음을 털어놓아야 하는 학생들은 그 교사를 믿을 수 있는가, 나에게 공감해 주는가를 따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가해자에게 적용하면 복잡해진다.

공감은 매우 기본적인 것이다. 그러나 공감을 최우선으로 했을 때 빠질 수 있는 가장 큰 딜레마는 '가해 학생에게도 공감할 것인가'이다. 공감이 우선이라면 가해 학생에게도 공감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어야 한다. 가해 학생과 신뢰를 형성하고 가해 학생에게 충분히 공감해주면 가해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모두 실토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공감은 주로 피해 학생에게 적용되고 가해 학생 중에서는 반성이 되는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사실상 상담교사들이 가해 학생 상담을 어려워하는 이유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갖추지 못할 때의 역효과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해 학생들에게 공감은 필수적인가?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공감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이다. 학생에게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 교사가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교사인지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감언이설로 신뢰를 얻고, 어떤 사람은 의사처럼 공정한 모습을 보이고, 또 어떤 사람은 공감을 통해 신뢰를 얻기도 한다. 문제 해결의 의지는 없는 교사가 공감만 해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그저 감언이설이나 늘어놓거나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AI 상담사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동정심에 불과하다.

(중략)

공감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필요한 것은 공감보다는 '상호 신뢰'라고 볼 수 있다. 기계적 공감과 경청을 반복하는 교사를 학생들은 신뢰하지도 않는다.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열지도 않는다.

신뢰는 공감과 경청에서 싹트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의 피해 학생들은 피해의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주는 교사, 즉 사실을 잘 조사하여 진실을 밝혀주고 가해 학생이 잘못을 인정하여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교사를 신뢰한다. 교사들이 학교 폭력 피해를 코로나 전염을 피하듯 예민하게 반응하며 피해 학생을 구출하는 일에 적극적이라면 그 때 신뢰가 생긴다. 이 때 반드시 공감이 필수적이지는 않다.

가해 학생들은 교사가 본인의 감정에 공감해주지 않거나 본인 말에 경청하지 않아서 자기 잘못을 숨기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가해 학생에게 공감과 경청의 자세를 취하면 취할수록 오히려 가해 학생들은 잘못을 숨기고 타인의 탓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대개 가해 학생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고 활용한다. 다음은, 상황 판단이 우선이 아니라 감정을 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경기도교육청(2018)의 <담임교사를 위한 학생 상담 가이드>의 일부분이다.

교실에서 화를 내며 욕설한 학생에 대해:

네가 이렇게 화가 난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선생님이 도와주고 싶은데 같이 이야기 나눠보자. 아 그렇구나! 그래서 네가 많이 화가 났구나.

상식적으로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권, 교사의 수업권, 모두의 인격권을 위해 욕설을 해서는 안 된다. 화낼만한 이유를 들어주는 것이 아닌 상황을 판단하고 멈추라고 지시를 내리고 훈육부터 했어야 한다. 그런 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지 해명의 기회를 주는 정도여도 충분하다. 가해 학생에게 '네 감정은 소중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그러면 가해 학생이 교사를 신뢰하여 스스로 변화하려고 할 것인가. 가해 학생은 비록 자신이 처벌을 받았다고 해도 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정확히 알려주는 교사에게서 신뢰를 느낀다. 적어도 교사인 필자가 만나본 가해 학생들은 공감적 자세를 최소화했어도 교사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반성하고 사과하는 길을 택했다. 피해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법과 도덕, 권리, 타인의 해석 등을 가르치며 학생이 가진 비합리적 신념을 깨는 방식의 접근 등 학생에게 교육함으로써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공감말고도 아주 다양하다. 그러니 교사에게 과잉 공감이 되지 않도록 공감을 무조건적 생활지도 방식인 것처럼 강요하지 말길 바란다.

(중략)

출처: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2024123108334085845

악성 민원을 직간접적으로 야기한, 근래 공감을 중시하는 교육 트렌드에 대한 진보 교육자의 통렬한 비판글.

공감 교육의 주도자들은 이런 걸 보고 "내가 말하는 공감은 이딴 '거짓' 공감이 아니다"고 항변하겠지만, 좋은 이론이 실천으로 오면서 왜곡되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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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이성은 T죠. 이성적인 사회가 되는 게 우선입니다.
4
저같이 mbti를 한 번도 안 하고 취급조차 하지 않으면 T인지 U인지 V인지 W인지 알게 뭔가 싶읍니다 ㅎ...
4
글쓴이 T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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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복구제발ㅠㅠ
공감충들 아웃!! 해결만이 답이다!!!!
2
MBTI가 유행하면서 제일 큰 폐해가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T인게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F 입장에서)

서로 다르니 이해하고 화합해서 살라는 쪽으로 적용을 해야 하는데,
나와 안맞는 사람은 거르자는 식으로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각 형별에 대한 이해도가 없이 4형별 조합만 기억해서 형별을 규정짓는 사람도 너무 많고요.
4
노바로마
너 T야? 라는 말은 사실 농담이상도 이하도 아니긴 합니다. 그걸 과도하게 써먹는게 더 이상한거라고 봅니다.

애초부터 대중심리학인 MBTI에서 T와 F를 편의상 구분했을 뿐이죠. 그걸로 농담이 나온건데 농담은 농담으로 넘어가야죠.

사실 공감과 분석은 모두 고차원의 지능이 필요한 행위에요. 두 능력이 사실 대립관계인게 아니기도 하고, 기사에서 나온대로 교육현장같은 곳에서는 특히 두 역량을 겸비하는게 필요하기도 하고요.
3
자몽에이슬
제가 mbti 과몰입충들에게 매번 하는 말이 있습니다.

T나 F나 공감의 방식이 다를 뿐 T도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이 맞다.
정말 공감하지 못한다면 T들은 오히려 [그래? 정말 안됐네] 라고 건성으로 말한다
1
닭장군
혈액형으로 이짓하던 시절보다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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