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반대했다는 사람들도 요즘 국면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현하며 검수완박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당시의 검수완박 추진이 시기상 정무적으로 좋지 않았을 뿐 그 자체가 틀린 얘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때의 검찰과 지금의 검찰은 별로 변한 게 없거든요. 그냥 그 폐해가 더 명징하게 드러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요. 민주당이 정권 잡았을 때 정권에 대한 편파적 수사를 이유삼아 검수완박을 급하게 추진하면 설득력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 개혁은 국민의 대다수가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를 공감할 때 추진할 수 밖에 없고 정권 초기에 하지 않으면 결국은 좌초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지난 정권은 실기했고 예정된 실패의 길을 걸었습니다.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검찰이 마녀사냥식 수사를 확대하면서 힘을 더 키워갈 때 적절한 제어가 없었고 오히려 내심 즐기기까지 한 게 패착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검찰이 정권에 대한 수사로 칼의 방향을 바꾸었을 때는 이미 늦었던 거고요. 그때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데, 다음 정권에서도 내란세력 청산이라는 과제가 있어서 검찰개혁도 같이 한다는 건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