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지형이 보수에 유리한 것도 한몫한다고 보네요.
지난 정권에서 언론이 득달같이 달려든 건, 보수 언론이 달려드는 솜씨가 그만큼 징글징글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금 조선일보가 대통령실을 얼마나 우쭈쭈하는데요.
그런 반면 한겨레, 경향이 화력이 있나? 없어 보입니다.
보수지는 화력에 더해, 교묘한 몰아가기를 참 잘한다고 봐요.
교묘한 몰아가기라 함은, 팩트 몇 개를 입맛에 맞춰서 가공해서 특정 주장을 밀어부치는 겁니다.
탈원전이 정말 한국 원전산업을 망가뜨리고 전기료를 올렸나?
저는 팩체를 안 해봐서 모릅니다.
사실 원전산업의 경쟁력과 미래, 현재의 에너지 비용 증가는 차분히 팩트를 따져봐야할 문제이지
산업부의 '신내림' 자료 지우기나 탈원전 욕하기로 '그러니까 망했다'고 몰아갈 문제가 아니지만
보수지는 선거 구호처럼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내 편의 입맛에 맞는 인식의 틀'을 제공하지요.
근데 생각해보니 4대강 사업을 녹조라떼로 몰아간 진보의 솜씨도 좋긴 하네요. (이 역시 저는 진실을 모르겠지만요. 보수지의 말대로 4대강보로 가뭄을 해소할 것 같진 않긴 하지만..)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서든, 정보 유통 구조가 변해서든
산업 자체의 위상이 낮아지고 보수가 한참 뒤쳐졌으니
시장에서 퇴보하고 있다고 봐야하고, 퇴보는 약한 의미의 퇴출이지요.
그리고 인터넷 공짜 뉴스 시대에 언론의 역할은 조회수 끌어모으기이지,
권력감시나 사회적 담론 형성일까 냉소적인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지금처럼 양극화된 한국 사회에서 뭘 기준으로 언론을 평가, 퇴출하나 의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조국 보도는 선동왜곡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조국 일가의 위선을 고발한 당연한 현상일텐데
팩트가 나와도 어차피 정치 진영에 따라 절대 못 받아들이는 게 한국의 현 주소인데...
아무튼 시장에서 퇴출하고 싶으면 소비자들이 기사를 아예 안 보면 되지요.
여전히 조선일보가 1등 신문이고 다들 알게 모르게 권력을 부여하는 건,
한국인의 정신세계가 그 수준인거지 딱히 누구 탓할 게 아니라 봅니다.

일부 동의하고 일부 다르게 보지만 뭐 여기까지 하죠.

참고로 공영방송과 기간통신사 제외한 대다수 언론사도 사기업인데 말하자면 엄청 긴 스토리가 있는 여러 이유로 광고가 안들어오고 협찬이 끊겨서 망하는 경우가 없어요. 새로 생기기만 할뿐. 이건 근데 이 댓글로 제가 막 설명할수 있을만큼 짧은 얘기는 아니고 해서...

정치적 양극화 문제랑 제가 제기하는 언론 역할 문제는 선후관계는 좀 애매한데 우리보다 먼저 그리고 훨씬 더 심한 정치양극화가 나타난 미국의 경우, 이념 양극화는 레이건 정부부터 뉴트깅리치 하원의장이 주도한 신보수주의자 등에 의해 시작됐고 정서 양극화는 뉴미디어 활성화 이후에 심화되는데 폭스뉴스를 제외한 기성 미디어들 특히 권위있는 주요 매체들은 외려 이를 걱정하고 막으려 노력하죠. 우리는 기성미디어가 정치 양극화에 오히려 기여하는 부분도 있어보이고요.

대충 이 정도로 제 의견 말씀드리고요.

님의 좋은 의견에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