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자기 모든게 경찰 잘못인 것 같은 뉴스가 쏟아지고, 대통령도 112 대응 못한 경찰에 격앙했다는 뉴스를 보고 내내 마음 어딘가가 불편했는데, 오늘 아침 민중의 소리 현석훈 기자가 경찰 입장에서 글을 올려줬네요. 아래에 퍼왔습니다.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pfbid033RV2fxDFdJ3gM73Lwf3JZcApfahfK6784pwWHP2dC23pJqPJedq1gKeoY7Dd36SFl&id=100000841336152

-----
현석훈

“우리는 주말마다 전쟁을 치릅니다. 어쩌겠습니까. 시민 안전이 최우선인데…”
소맥을 말던 마포경찰서장이 웃으며 말했다. 사대문 안에서 자신이 소맥을 가장 잘 만다는 자랑과 함께. 그의 말을 간단히 옮기면 홍대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클럽에서 1차, 인근 주점에서 2차. 계속 만남을 시도하다 남은 무리들이 3차로 자리를 옮겨 재도전, 3차가 끝날 무렵 첫 차가 다닌다. 길에서 잠든 취객을 확인하고 돌려보내는 일 까지 마치면 아침 해가 뜬다.
그는 어디가 붐비고, 시비는 어디서 자주 일어나며 취객들이 단골로 잠들어있는 장소까지 꼼꼼히 알고있었다. 메뉴얼? 관리하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일들이다. 내가 아는 경찰은 절대 무능하지 않았다.
이태원도 똑같다. 미국 독립기념일, 핼러윈, 12월31일 등 인파가 몰리는 날은 정해져있다. 규모도 어느정도 예상된다. 마포서가 홍대를 지키듯 용산서는 이태원을 관리하며 지켜왔다. 용산서와 이태원 파출소 경찰관들은 이태원 일대를 훤히 꿰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노력을 폄훼해서는 안된다.
112 시스템이 붕괴됐다. 안봐도 뻔하다. 콜이 들어오면 기계적으로 이태원 파출소로 출동 지시를 했을것이다. 이태원 파출소에 몇 명이나 있겠나. 11건이 아니라 최소 백 통이 넘는 출동 요청이 있지 않았을까. 2인1조가 두 건을 처리해도 50명과 차량 50대가 필요하다. 파출소에 50명? 무리다. 이태원 파출소는 끊임없이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다. 아마 매번 묵살당해 현장에선 좌절감이 상당하지 않았을까.
경찰 인력이 모자라다는 지적은 대통령이 용산을 점령하면서 끝도 없이 나왔던 문제다. 조직 특성상 우는 소리를 잘 할수 없는 경찰이기에 곡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 뿐이다.
‘신호를 잡는다’고 말한다. VIP가 움직일 때 경찰이 교차로마다 서서 파란불로 신호를 잡아둔다. 한 번에 지나갈 수 있게. 모르긴 몰라도 교차로에 서 있던 경찰이 이태원에 있던 경찰 숫자보다 2~3배는 더 많았을 것이다.
조간에 대통령이 112의 붕괴를 보고 불같이 화를 냈다는 보도가 실렸다. 112를 붕괴시킨건 과연 누구인가? 출퇴근에 매일 700명씩 동원하면서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면.
직무유기, 최소 무능.
내가 아는 경찰은 절대 무능하지 않다. 못믿겠으면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112에 도와달라 요청해보라. 5분 내로 경찰차가 도착한다.
이 시스템을 붕괴시킨 자가 이번 참사의 범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