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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5/11 16:53:08
Name   맥주만땅
Subject   카불 학교 앞 폭탄테러로 최소 60명 사망...희생자 대부분 여학생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7053339

카불에서 폭탄테러가 있었습니다.

카불에서 폭탄테러는 드문일이 아닙니다만, 이번 테러는 여학생들을 노렸기 때문에 더욱 악날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I_V8pBkbL4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은 다시 학교에 등교를 하였습니다.

미국적인 가치는 이루어 진것이 없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칸에서 철군을 선언했습니다.

20년 동안 미군은 아프칸에 개입했지만, 결국 아무런 수확없이 돌아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개선이 될 때까지 미군이 계속 개입해야하는 것일까요?

아래는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의 포스팅입니다.  

https://www.facebook.com/innamsik/posts/4266386486739464


지난 주말 카불 폭탄 테러는 일상의 테러보다 더 참혹했다
올 해 들어 접한 뉴스 중 가장 야만적인 소식이었다.
단순히 85명이 죽고 백 수십명이 크게 다쳤기 때문이 아니다. 시험을 준비하던 여학생들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15살 아래 여학생들이었다. 남녀 학생이 교대로 공부하는 학교에서의 테러였는데 명확히 남학생들 시간을 피하고 여학생들이 모여있는 시간을 노렸다.
하루만에 다시 학교에 모여든 여학생들의 모습을 아래 뉴스 비디오를 통해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10여년전 카불 출장 때, 당시 하미둘라 아민 카불대 총장이 내게 해 준 말이 떠올랐다. 강의실 한구석에서 공부하던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였다.  
"프로페서. 이 아이들은 목숨걸고 공부하러 와요.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이 여학생들에게 달려있어요. 기억해주세요."
참혹한 폭탄 테러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다시 학교에 나온 아이들은 두렵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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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유력한 설은 탈레반 아니면 IS, 현재로서는 둘로 수렴된다.
먼저 탈레반의 짓일까?  
일단 탈레반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시점에 굳이 무리하게 이런 일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이미 장악했고, 올 9월 11일이면 미군이, 그리고 이어 나토군이 전면 철군하게 되어 있다. 탈레반의 집권이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더 이상 과거 (1996-2001) 집권했던 탈레반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제 새롭게 되었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겠노라 강조하고 있다.
일단 이 시점에서 탈레반이 주도적으로 테러를 했다고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탈레반이 옛 탈레반이 아니라는 자기들의 고백에 역설적인 힌트가 있다. 나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부가 바뀐게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바뀐 탈레반'이 아니라, '안바뀐, 아니 더 극렬 보수화된 탈레반'도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죽음이 확인되면서 탈레반의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오마르의 후계자 물라 만수르는 무기력했다. 강온파들이 각자 자기 목소리를 냈지만 만수르는 조정을 못했다. 지역별로 탈레반들은 성향에 따라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만수르 역시 미군의 드론공격으로 죽고, 그를 이은 히바툴라 아쿤드자다는 견제와 균형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2인자로 시라주딘 하카니를, 그 다음으로 모함메드 야쿠프를 앞세웠다.
하카니는 소위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으로 친파키스탄-알카에다 계열의 인사다. 한마디로 과격파다. 미국에 의해 극렬 테러리스트로 현상수배되어 있다. 반면 야쿠프는 온건/중도파로 대외 협상을 지지한다.
특이한 점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야쿠프의 힘이 세졌다는 점이었다. 야쿠프의 뒷배경에는 헬만드주의 아편 재배농과 마약상들이 있다. 한마디로 탈레반 주수입원을 장악한 것이다. 역설적이긴 하다. 마약네트워크로 힘을 얻어 평화협상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니까.
열세에 몰린 하카니는 파키스탄 정부당국과 오랫동안 손잡고 아프간내 파워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평화협상을 주도하는 야쿠프에 밀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심을 잡아줄 탈레반 수장 아쿤드자다가 바이러스에 걸려 중병 (또는 이미 사망했다는 설) 에 걸렸기에 더 초조해졌다는 설도 나온다.
이러한 탈레반내 강/온 균열의 정세를 감안할 때, 현 평화협상을 주도하는 야쿠프 계의 테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하카니 네트워크의 도발로 이번 테러를 해석하는 데는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기본적으로 하카니 네트워크는 민간인 대상 테러 (Violence against soft target) 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술을 택해왔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IS 호라산 (ISKP)의 짓이라는 설.
이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IS 소행이라는 설에 좀 더 마음이 간다. 아프가니스탄 동부 쿠나르 지역을 중심으로 2015년부터 IS의 활동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들중 일부는 사우디와 수단 등에서 넘어온 구 무자히딘-알카에다 출신 지하디스트지만, 다수는 탈레반에서 IS 로 개종 (?) 한 이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규합된 조직이 IS 호라산 (Islamic State Khorasan Province, ISKP) 이다.
기본적으로 탈레반은 국내 권력 투쟁을 목표로 한다. 국경 밖으로의 확산을 기도한 적이 없다. 반면 당시 IS는 이슬람 칼리프 국가, 나아가 제국 확장을 선포했다. 탈레반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여기에 매료되었다. 이슬람 다와 (Dawa, 선교)는 이교도들을 멸절시켜 다룰 이슬람 (이슬람 세계)를 건설할 때 사용되는 도구라고 믿었다.
이후 시리아 라까와 이라크 모술을 거점으로 했던 IS가 약화되고 결국 2019년을 기점으로 형해화되자, 오히려 변방에 속했던 IS 호라산 (아프가니스탄 북부지역,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크스탄 일부지역을 포괄하는 말) 이 활발해졌다.
카불의 공권력은 IS를 소탕할 힘이 없었다. 대도시를 제외한 교외 지역 대부분을 탈레반에게 내어준 카불 정권 아니던가. 작년 IS 호라산 우두머리 제거에는 실패했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은 굳건하다. IS는 아프간 산악지역에서 해방구처럼 기반을 쌓았다.
이제 9월 11일 미군이 철군하게 되면 탈레반이 다시 전면에 나설 것이다. 가만히 보니 IS의 눈에는 탈레반은 변절한 종파다. 미국과 협상을 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겠다는게 IS 시각에서는 말이 안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IS는 바로 지금이 노선 투쟁을 선명하게 보여줄 적기라고 보지 않았을까? 시리아와 이라크의 IS 본부가 무너지고 뿔뿔이 흩어져서 일종의 프랜차이즈 테러그룹으로 산개한 상황이다. 그 중 ISKP는 나름 견고하게 자리잡아왔다. '제국의 무덤'인 아프간을 IS 부활의 터로 삼고 싶은 욕심은 혹시 없었을까?
이념이 하이브리드로 진화하면 더 극렬해지기 쉽다. 탈레반에서 IS로 넘어갈 정도면 거의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꼴통이라 보면 된다. 지난 20년동안 미군과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을 바꾸겠노라 전쟁했지만 결국 이슬람이 이겼고, 그 승리의 땅에 이제 IS가 통치의 깃발을 꼽겠노라 나서고도 남는 놈들이다.
가뜩이나 팬데믹의 4차 확산으로 가난한 이슬람권 국가의 고통이 점차 확연해지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무슬림권 젊은이들이 다시 FTF (해외 무장전투원 지하디스트) 가 되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제2의 무하지룬 (이주자)을 꿈꾸면서 말이다.
이를 위해 IS가 몸을 풀고, 이 잔인한 테러를 통해 세계의 외로운 늑대들에게 자신들이 다시 나타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보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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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바이든 행정부의 9.11 철군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연 가능할까? 이 보도에 나오는대로 탈레반의 복귀가 기정사실화되고, 그 탈레반이 자신들의 말처럼 환골탈태한 탈레반이 아니라 옛 이념과 가치를 추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물론 예정대로 철군을 추진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끝간데 없이 쏟아부어야 하는 20년 전쟁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 을 기약없이 끌고 갈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 국면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미국의 힘을 시현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미국은 탈레반이 IS와는 다르다고 믿는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만큼은 국제 테러 확산 조직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에만 국한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레반 집권기 아프가니스탄은 미국과도 나름 사이가 괜찮았다. 삐그덕거리더라도 나라 안에서만 지지고 볶는 조직이라면 크게 국제정치적 부담도 아니다. 결국 철군 후 국내 문제를 조정하는 메카니즘을 미군이 아닌 다른 형태로 만들면 된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다자의 틀이든, 아니면 동맹의 틀이든.  
암튼... 마치 오바마 시절 피봇투 아시아를 선언하고 중동에서 병력을 전면 철군하려던 차에 아랍스프링이 터져서 한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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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치의 엄혹한 현실... 뭐 이런 말 다 떠나서. 탈레반과 IS 나는 정말 싫다. 그리고 아무리 겉으로 변했다 이야기해도 잘 못믿겠다.
교리를 내세워 사람을 억압하고 차별한다면, 심지어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한다면 그건 종교가 아니다. 종교의 탈을 뒤집어쓴 사탄이다. 종교 이념을 내세워 미래를 짓밟으려는 이들이 심판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 밝은 여학생들이 자기 꿈처럼, 의사도 되고 우주인도 되길. 그래서 후일 이 동영상을 보며 이 시대를 힘겹게 이겨냈음을 담담하게 회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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