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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9/06 08:53:53 |
Name | 저퀴 |
Subject | 액트 오브 어그레션 리뷰 |
제가 기대하던 RTS가 하나 나왔습니다. 여러 장르 중에서 RTS를 가장 좋아하다 보니, 어지간하면 신작 RTS는 다 해보는 편인데요. 특히나 워게임 시리즈를 좋아했던 편이라서 유진 시스템즈에 거는 기대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매우 실망스럽군요. 액트 오브 어그레션은 두 가지 RTS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이 작품이 정신적으로 계승하려 했던 액트 오브 워고, 등장 진영부터 해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액트 오브 워를 이름만 바꾼 수준일 정도로 비슷합니다. 또다른 하나는 개발사의 전작인 워게임 시리즈인데요. 게임에 쓰인 엔진부터 워게임에서 쓰였던 아이리스줌 엔진이고, 그래서 인터페이스부터 상당히 워게임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더군요. 우선 캠페인은 오늘날을 기준으로 봐도 평균 이하고, 우후죽순 RTS가 쏟아져 나왔던 옛날과 비교해도 질적으로 떨어집니다. 레벨 디자인은 아마추어 모드보다 못하고, 심지어 구성도 노골적인 튜토리얼에 불과합니다. 그러면서 난이도는 한번 판단을 잘못하면 다시 시작해야 할 정도로 고약하죠. 그렇다고 캠페인의 줄거리라도 가까운 미래의 현대전을 흥미 있게 풀어냈으면 모르겠는데, 유치할 정도로 부족합니다. 세 진영의 개성을 발산하는 것도 실패했습니다. 경제 위기로 낙후된 미군, 세계 위기를 막기 위한 키메라와 그걸 조장하는 카르텔까지 진영마다의 배경 설정은 뛰어납니다만, 그것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걸 게임에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것도 실패했고, 그저 세 진영 간의 개성을 늘리는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진영 간의 개성이라 하면 고작해야 이 진영은 유닛이 비싸고, 저 진영은 탄탄하다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단점은 인터페이스에 있습니다. 유닛 단축키조차 잘 안 보이는 글씨 크기와 보병은 확대하지 않으면 무슨 종류의 유닛인지 구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시가지에서 온갖 보병이 섞이기 시작하면 따로 제공하는 전략 시점으로 봐야만 구분할 수 있죠. 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RTS 특유의 극복하기 어려운 상성 관계를 고려하면 바보 같은 구성이죠. 거기다가 음악은 단조롭게 1~2 가지만 반복될 뿐이고, 유닛들의 발사음이나 피격음은 워게임보다도 부족합니다. 확대하면 기관단총이 사람 몸통만한 모델링은 더 언급할 필요가 있나 싶고요. 기본적으로 액트 오브 어그레션은 옛 세대의 RTS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게임입니다. 워크래프트1이나 C&C에서 유지되었던 건물 배치의 제한이나 수없이 다양한 유닛 간의 전술 싸움보단 병참선을 유지하고 병력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전략 단계를 중요시하죠. 전 그래서 액트 오브 어그레션이 별로였습니다. 이미 그레이 구가 액트 오브 어그레션과 비슷한 방향을 꿈꾸며 나온 RTS였는데, 전 그레이 구도 매우 지루하게 생각했던 사람이거든요. 둘 다 개발진들은 RTS에서 매크로가 장르의 정체성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전 매크로는 독창적인 개선책이 없다면 플레이어가 전혀 느낄 수 없는 수준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매크로 밖에 남지 않은 RTS는 그저 누가 더 빨리 기지 건설해서 병력 생산해서 자원 남기지 않는가 밖에 남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번뜩이는 전술은 전혀 기용되지 않고요. 그저 플레이어는 마치 AI처럼 지겹도록 기지 확충하고 병력만 생산하면 될 뿐입니다. 그러니 오늘날 그나마 살아남은 RTS는 매크로를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예 기초적인 매크로를 모두 말살한 렐릭이나 공허의 유산에 와서는 시대에 순응하여 매크로 축소, 마이크로 확대로 돌아선 블리자드가 그렇습니다. LOL이나 도타2로 대표되는 MOBA(ARTS) 장르조차 매크로가 사라진 RTS의 파생형이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고요. 제가 액트 오브 어그레션이 발표될 때부터 원한 건, 액트 오브 워를 요즘에 어울리는 RTS로 만들어주길 원했지(이왕이면 후속작을 기대할 수 없는 C&C도 대체해주면 더 좋겠고요.), 좋게 봐줘서 액트 오브 워에서 제자리 걸음인 RTS를 원한 게 아닙니다. 그럴거면 훨씬 잘 만들어진 옛 RTS를 하고 말죠. 액트 오브 어그레션은 그저 옛 전성기의 RTS를 다시 만드는 게 왜 시간 낭비인지 가르쳐주는 훌륭한 예에 속합니다. RTS를 좋아하지 않는 유저들은 물론이고, RTS 팬들조차 이런 구닥다리를 원하지 않아요. 특히나 그게 지루하고 반복적인 매크로 싸움에 치중한 RTS라면 이미 그레이 구에서 거부 의사를 밝힌지 오래고요. 뿐만 아니라, 전작에 쓰였던 엔진을 전작과 이 작품의 차이도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구현해버린 부분은 게임 화면 쳐다보는 것부터가 짜증나게 만들 정도로 형편 없습니다. 차라리 옛 C&C를 다시 플레이하는 게 훨씬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전 곧장 레드얼럿3를 플레이했는데, 레드얼럿3가 훨씬 낫더군요. 특히나 최근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실사로 연출되는 캠페인은 액트 오브 워도 영향을 받은 부분인데, 액트 오브 어그레션은 저예산(기본적으로 게임 가격부터가 60달러가 안 됩니다.)이다 보니 아주 조잡하더군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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