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9/12 21:22:50
Name   모기토끼소년
Link #1   https://9gag.com/gag/aDxV0zZ?ref=9g.m.mw
Subject   10년의 서사.
https://9gag.com/gag/aDxV0zZ?ref=9g.m.mw

A로 부터 나를 차단 했다.

10년전 1월 1일 오전 2시, 우리는 xx산을 오르고 있었다. 주변은 어두웠고, 우리는 만취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20대 초,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 a를 처음 만났다. 나는 노상 떠들기를 좋아하고 이상한 짓들을 벌이곤 했는데 a는 늘 그런것들을 들어주고 따라했다.

그렇게 10년전 그 해의 마지막날을 기념 한다며 a를 끌고 xx산을 오른 것이다

그날부터 작년까지, 우리는 자주 대화를 나누고 가끔 우리 둘 만의 미친짓들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서로 함께한  이 시간을 ‘10년의 서사’라고 불렀다.

함께하는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대체 될 수 없는 관계였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a에게 두차레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적이 있다. 한번은 1년간, 두번째는 3년 가까이 연락을 하지 않았다.

둘사이에 문제가 생긴것은 아니었다. 내 개인적인 문제들로 인해(가정 폭력, 조울증) 내 시야가 좁아져 있어 도움을 받기보다  -머저리 같이- 자력구제를 택했기 때문이다.

문제에 허덕이는 3년간, 나는 내 선택이 근본적으로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연락을 취하기 시작해 10년의 서사가 이어질수 있었다.

그러나 그사이 우리 모두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

A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성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A는 후에 이를 ‘정신적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4월, 나는 고백을 했다.
이 친구의 첫 반응은 회피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나는 이 카톡에 대꾸도 하지 못했다.
뭘..?)

3개월이 흘러,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었지만
a는 현재 겪고있는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나눌뿐 기다리고 있던 어떤 대답도 들을수가 없었다.

나는 너에게 무엇이었니?
우린 대화를 나누어야 해.
네가 원하는게 뭐니?
...

나는 초조해 졌고 관계에 과몰입 하게 되었다.
a는 날 다시 회피하게 되었다.

내가 10년의 서사를 깬 것이다.
A에겐  사정이 있을 것이고 a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기다렸어야 했다.

그래서 a를 위해  나를 차단했다.





4
    이 게시판에 등록된 모기토끼소년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265 일상/생각10/22 온가족 설악산 다녀왔습니다. 7 큐리스 22/10/24 2300 24
    9781 댓글잠금 정치10/5 서초동집회 하늘에서 찍은샷 35 비오는날이좋아 19/10/05 5973 14
    8322 오프모임10/9 한글날 번개 : 낙성대 차이나당 18시 46 알료사 18/10/04 6392 11
    1127 음악10000 Maniacs - Peace Train 4 새의선물 15/09/30 6514 0
    7896 영화100년 전 할리웃 액션 연출 수준 7 구밀복검 18/07/20 4118 8
    3618 문화/예술100억 짜리 애니메이션이 쥐도 새도 모르게 개봉되는 이유 13 Toby 16/08/31 4732 4
    2550 IT/컴퓨터100점 이상의 단어를 찾아서. 8 April_fool 16/04/05 7242 4
    2543 IT/컴퓨터100점짜리 단어를 찾아서. 29 April_fool 16/04/05 13885 11
    10512 정치100프로 연동형 받았다면... 17 8할 20/04/18 4755 1
    2626 정치104명 중 몇 명이 살아남을까? 14 Raute 16/04/16 4229 1
    10036 기타10년 이상 사용한 냉장고/김치냉장고 내일까지 무상점검 신청하세요 2 다군 19/11/28 5669 1
    12157 IT/컴퓨터10년 전 책 "자바스크립트 핵심 가이드"를 읽고 12 ikuk 21/10/11 3983 8
    8488 일상/생각10년 전쯤 썼던 시 세편입니다. 2 hikicomori6 18/11/08 3266 4
    5960 일상/생각10년만에 학회복귀 감상 8 집에가고파요 17/07/16 3729 3
    8213 일상/생각10년의 서사. 4 모기토끼소년 18/09/12 3601 4
    6155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1 9 호라타래 17/08/24 3576 18
    6157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2 11 호라타래 17/08/24 3760 16
    6166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3 8 호라타래 17/08/25 3757 17
    6183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4 6 호라타래 17/08/28 3591 17
    6218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완 16 호라타래 17/09/02 4133 22
    11832 게임10년전에 썼던 얼왕 탱킹팁 11 헬리제의우울 21/06/30 5571 0
    8065 게임10년전에 이스포츠 대회를 진행했던 잡설 #1 9 Leeka 18/08/17 3878 1
    14436 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759 12
    15007 일상/생각10분만 하기 6 큐리스 24/10/30 540 5
    9793 오프모임10월 11일 금요일 석촌 7시 맥줏집 번개 45 트린 19/10/07 4334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