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8/09 06:16:46
Name   눈부심
Subject   Psychogeography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들 위주로 이어 나갈 건데 저도 처음 본 것들이라 잘은 몰라요.

기사를 둘러 보다가 이런 아티스트를 접하게 되었어요.
http://www.vanityfair.com/culture/2015/08/dustin-yellin-art-brooklyn-utopia 

생소한 어휘들이 많아서 정말 집중이 안 되는군요. 이럴 땐 과감히 읽는 걸 포기하고 유툽검색 들어갑니다. 미국 아티스트들의 메카인 뉴욕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등장인물은 Dustin Yellin이라고 하는 현대미술가예요. 콜로라도 대자연을 친구 삼아 자란 덕분에 자연에 대한 애착이 많은 더스틴은 전형적인 자연을 모티브로 삼는 예술가는 아니에요. 더스틴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배설물 따위로 보일 자연의 결과물들, 인간생활의 결과물들에 대해 남다른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가지고 흥미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뛰어난 재주가 있습니다. 세계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신기하게 생겼거나 누가 버린 물건들을 주워 오기도 하고 산업쓰레기를 스튜디오에 가져 오기도 하죠. 그치만 그의 창작물들은 결코 소박하지 않아요. 그의 작품은 한 눈에 봐도 인적, 물적자원이 무지하게 많이 들어가게 생겼고 규모도 큽니다. 그리고 삶을 사는 방식도 소박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요. 마리화나도 하고 파티도 즐기는 듯 하고 돈 되는 쪽으로 머리도 잘 돌아가는 듯 합니다. 무엇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들쑥날쑥 끓어오르는 걸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정신사나움이 엿보여요. 예술가 아니었음 잘 나가는 스타트업기업의 CEO라도 되었을 법한 비상함도 있고요.(기사 사진에서 누드로 등장한 모습을 보세요. 저건 계산된 일탈이란 데 오백원 겁니다. 일단 시선과 호기심을 확 끈다는). 그가 강의하는 동영상을 하나 잠깐 봤는데 집중력이 떨어져서 말을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전개해서 들쑥날쑥하더라고요 프하. 한 가지 맘에 쏙 들었던 건 상당히 창의력이 넘치는 작품을 두고 이런 저런 의미부여를 위해 화려하게 언변을 구사하는 일이 없이 어쩌다 생각해낸(by accident) 작품이란 말을 자주 하더라고요. 

이 사람의 작품을 유툽으로 보다가 그의 예술이 지닌 주제가 psychogeography 시리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위키를 들여다보니 안 읽은만 못하게 두리뭉실 써놨더군요. 더스틴 작품의 특징은 3D 콜라쥬의 모습을 띤다는 건데 유리의 단면 하나하나에다가 연속적인 페인팅을 하기도 하지만 잡지 쪼가리, 각종 잡동사니를 붙여서 입체적인 작품을 완성해 내기도 합니다. 아직은 그의 작품이 왜 psychogeorgaphy를 표방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게 뭐냐면 정제되지 않은 도시의 구석구석을 마치 날개를 달고 꿈꾸듯 돌아다니며 인간의 흔적을 엿보는 것이랄까요. 견고한 건축기법과 제도사회의 법과 질서를 담고 있는 도시 안에서 목격되는 인간 개개인의 삶의 배설물 같은 흔적들을 음미하는 영역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이건 제맘대로 해석이라는..


유툽에서 '거리'라든지 '도시의 거리'라고 검색하면 같은 제목의 음악만 잔뜩 나오고 psychogeography라고 할 만한 동영상은 전혀 안 나와요. 어쩌다, 타향살이하는 사람들에게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킬 1시간짜리 서울 도심 구석의 거리가 음악과 함께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예쁜 영상은 맨흙을 만지는 느낌의 pychogergraphy가 아닐 거예요.

정확하게 psychogeography라고 검색을 하면 이런 영상이 나옵니다. 도시가 수영장인 듯 둥둥 떠다니다가 가까이 조명해 보는 화면은 별다를 것 없는 인간의 모습이거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지만 인간이 만들어 놓은 흔적이거나, 인간이 만들어 놓은 구조물에 남은 자연의 흔적이죠.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기둥에 길게 늘어져 있는 비 내린 후의 땟물. 누가 심어놓은 꽃들. 담벼락에 놓인 곰돌이 인형. 쉬지 않고 지나치는 사람들. 주차된 차들. 달리는 차들. 뭐 하나 특별할 게 없는 영상인데 이 화면들을, 마치 관음증에 걸린 외계인이라도 된 것처럼 들여다보고 있으면 새롭기도 합니다.   


이런 영상도 있어요. 영상으로 보여주는 psychogeography는 카메라기법이 중요한가 봐요. 다 흔들흔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43 음악Suzanne Vega - The queen and the soldier - 폴 크루그만이 사랑한 가수... 6 새의선물 15/08/07 5293 0
    744 여행금일여행기 13 박초롱 15/08/07 6782 0
    745 기타일본 옥션 피규어 구매기...(겸 루팡 3세 이야기) 6 시부야린 15/08/07 8265 0
    746 음악Dr. Dre 15년만에 신곡 발표 6 까페레인 15/08/08 4578 0
    747 음악Fairport Convention - Fotheringay 2 새의선물 15/08/08 4350 0
    748 문화/예술음악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 9 뤼야 15/08/08 6380 0
    749 영화영화 속에서는 스타...현실은 개차반(?)... 7 Neandertal 15/08/08 6782 0
    750 정치대통령 담화문과 소설 속 한국사회 23 마르코폴로 15/08/08 4551 0
    751 꿀팁/강좌[원팁원샷(2)]음식사진으로 내 블로그 이웃, SNS 친구의 위를 자극하자 11 난커피가더좋아 15/08/08 6688 0
    752 음악Fabrizio de Andre - Il Testamento di Tito 4 새의선물 15/08/08 4511 0
    753 IT/컴퓨터안드로이드 Certifi-gate 보안 이슈 확인 어플이 공개되었습니다 10 Leeka 15/08/09 5313 0
    754 문화/예술Psychogeography 9 눈부심 15/08/09 5113 0
    755 영화무더위에 시원했던 사이다, <베테랑> 보고 왔습니다. 20 한아 15/08/09 5674 0
    756 일상/생각아이고 의미없다....(2) 2 바코드 15/08/09 3682 0
    757 생활체육동아시안컵 최종전이 진행중입니다. 5 별비 15/08/09 4350 0
    758 영화[계층/네타] 러브라이브 극장판을 보고 왔습니다. 1 西木野真姫 15/08/09 4437 0
    759 음악Bruce Springsteen - Youngstown 6 새의선물 15/08/10 5513 0
    760 기타압구정 CGV 템퍼 시네마 체험기 13 Toby 15/08/10 25131 0
    761 정치한국의 씁쓸한 사망 사유 23 Leeka 15/08/10 8891 0
    762 정치MBC '여왕의 꽃' 편집기사, 급성 뇌경색으로 사망 4 한아 15/08/10 4698 0
    763 IT/컴퓨터윈도우 10을 드디어 깔아봤습니다. 16 Leeka 15/08/10 6791 0
    764 기타실용성이냐 스타일이냐? (Model T vs. LaSalle) 5 Neandertal 15/08/10 4817 0
    765 일상/생각가입 인사, 그리고 이별 이야기 주저리 17 줄리아 15/08/10 4850 0
    766 정치지뢰 사고에 대하여 20 빛과 설탕 15/08/10 5929 0
    767 음악일본노래 5 헬리제의우울 15/08/10 431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