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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8/06 15:27:55
Name   눈부심
Subject   젊은 피를 수혈받으면 젊어질까.
http://www.theguardian.com/science/2015/aug/04/can-we-reverse-ageing-process-young-blood-older-people

수 년 전에 박사과정에 있던 학생인 사울(Saul Villeda)이 쥐를 가지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어요. 젊은 쥐에게는 늙은 쥐의 혈장을, 늙은 쥐에게는 젊은 쥐의 혈장을 투여했어요. 늙은 쥐는 인지능력에서 더 건강해지고 젊은 쥐는 노쇠해 버렸죠.

그 후 7년이 지난 2014년 스탠포드 대학 생명연장연구소의 부원장인 신경학자 위스 코리(Wyss-Coray) 교수가 드디어 젊은 피 수혈실험을 인간에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오는 10월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하는군요. 혈장은 혈액 속에 있는 것인데 이걸 추출하면 약간 노란색을 띠어요. 젊은 사람들에게서 추출한 혈장을 알츠하이머를 앓는 나이 많은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실험을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암은 DNA변형으로 인해 생기고, 심장병은 혈관이 막혀 생기고, 치매는 뇌세포가 손상되면 생기는 질병인데요. 어찌 보면 이게 다 노령화로 인해 생기는 병들이기도 해요. 그래서 노령화를 거스르는 특이단백질이 젊은 인간의 핏 속에 들어 있어서 그게 무엇인지 밝혀낸다면 노령화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역행하게도 만들지도 모를 일이고 따라서 각종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지도 모를 획기적인 발견이 되겠죠. 우리도 뱀파이어처럼 다른 사람의 피를 쫍쫍 빨아먹고 살면 수백 년까지 살 수 있는지도. 부헐.

이 실험이 발전하게 된 계기는 이래요. 쥐실험과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것으로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 한계를 느낀 코리 박사는 혹시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이 생기는 원인이 피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됩니다. 200명의 알츠하이머환자들에게서 혈장을 추출해 건강한 사람들의 혈장과 비교해 봤더니 특정 단백질들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측정됨을 발견했어요. 보통 이미 20세가 되면 그 단백질들이 급격하게 저하된 상태라고 하는군요. 그러다가 더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단백질들이 두 배, 세 배로 불어나 있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도 모른대요.

한편 다른 과학자들은 줄기세포와 노화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죠. 인간의 신체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줄기세포가 필요한데요. 이상하게 젊은 사람들의 몸에 있는 줄기 세포는 열심히 생산적인 역할을 잘 하는데 나이 든 사람의 줄기 세포는 아무 작동을 하지 않아요. 과학자들은 아마 이 줄기세포들이 나이 든 사람들의 몸 속에서 삘을 받아 작동을 해야하는데 그 신호작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했어요. 피는 쉼없이 인간 몸 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데 그 여정 중 어떤 시그널을 받아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즉 시그널의 비밀은 피가 아닐까란 생각에 도달하게 된 거예요.

위스 코리를 위시한 과학자들이 서로의 발견물을 대조해 보고 나서, 혹시 인간의 핏 속에 조직을 재생성하고 뇌기능을 개선시키는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키우고 연구에 박차를 가했죠. 코리가 실험을 해 볼 것을 부탁한 사람이 바로 박사과정에 있던 사울이었고요.

사울은 처음에 쥐 두 마리의 몸을 연결시키는 수술을 해서 서로 피가 돌게 만든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젊은 쥐와 늙은 쥐의 몸상태를 연구했었는데(conjoined mice라고 검색하시면 한 몸이 된 쥐들을 보실 수 있다는) 이 실험으로는 수혈 후 인과관계분석에 애로점이 많아서 그냥 수술시키지 않고 젊은 쥐 50마리에게서 추출한 혈장을 늙은 쥐 10마리에 투여하는 방법으로 선회를 했어요. 그리고 나서 젊은 쥐의 혈장을 수혈받은 늙은 쥐의 뇌 속에 있는 뇌세포(뉴런)을 들여다 보니 뉴런들 사이의 커넥션이 아주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반면에 늙은 쥐의 혈장을 수혈받은 젊은 쥐들의 뇌세포는 미약해졌어요. 뇌가 튼튼해진 늙은 쥐들은 인지력테스트에서 미로찾기도 더 잘 하고 전기충격이 있는 위험한 공간도 잘 피해 다녔어요. 이 팀은 핏 속의 어떤 특정 단백질이 그런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더 집중을 했죠.

이런 실험내용을 2014년에 Nature Medicine에 발표하고 나서 위스 코리박사에게 엄청난 이멜연락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알츠하이머환자들이 젊은 피를 수혈받고 싶어서 박사에게 엄청난 구애를 보냈죠. 억만장자들도 마구 연락을 해 왔어요. 어떤 부자는 어린애들을 원하는대로 지원해 줄테니 수혈 좀 받게 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어요. 물론 코리박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요.

어떤 과학자들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수혈 결과 스태미너가 좋아진 쥐도 있고(트레드밀에서 더 오래 달림 크크) 옥시토신이라는 일명 사랑의 호르몬이 근육재생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는 등 수혈로 인한 노화역행의 실험결과들은 더러 있긴 합니다.

위스 코리박사의 궁극목표는 인식퇴화방지를 꾀하는 핏 속의 특정 단백질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겠지만 현재로선 단순히 어쩌면 혈장수혈로 인해 노화를 거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어요. 말만 들어도 섬짓한 희소식이다보니 박사 자신도 실험에 대한 위험성을 느낀다고 하지만 이미 사회사도 설립하고 할 것 다 했더라는..

사실 젊은 혈장이 좋다고 해도 많은 혈장을 구하는 건 매우 힘듭니다. 전세계 지구인들의 혈장을 다 모아도 세계 1500만 알츠하이머환자들 중 50만 환자들에게 투여가능한 양밖에 모으지 못한대요. 게다가 세계인구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어서 젊은 혈장은 더더욱 귀해지겠죠. 코리박사의 민간회사 팀이 알츠하이머를 앓던 중국의 한 노쇠한 백만장자에게 혈장을 투여한 적이 있는데 그 아들에 의하면 가족들을 못알아 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놀라우리만치 정신이 말짱하셨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알츠하이머랑 아무 상관없는 나이 많은 부자들이 무슨 짓을 할지 상상만 해도 후덜덜하군요. 과학자들의 목표는 몸에 좋은 특정 단백질을 찾는 것이지만 만약 젊은 혈장이 일단 좋더라는 단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을 거라면 상당히 위험한 내용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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