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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02 15:25:05
Name   세인트
Subject   정상적이지 않은데?
* 이 글은 정말 밑도끝도없이 오랜만에 나타난 (그리고 활동 기간에도 존재감 제로였던) 홍차클러 하나가 자신의 일상에 대해 한탄하며 정말 밑도끝도없이 횡설수설하는 일기장 글만도 못한 글입니다. (적나라하지만 팩트리어트식으로 쓰고나니 매우 속이 쓰리네요) 이하는 독백이라 반말체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음 아무래도 작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내 생활을 보면 분명히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에 와이프 얼굴을 본 게 몇 일 되지 않는다. 잠? 편하게 7시간 이상의 수면을 잔게 지금까지 몇 일 될까나...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아무튼 뭔가 정상적이지 않다.

지금 업체로 이직할 때만 해도, 이 쪽 바닥에서 삼성 현대급 회사라고 들었다. 예전보다 위세는 많이 꺾이었으나, 그 말은 사실 아직도 유효한 것 같긴 하다.
다른 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영업을 해서 우리 일감을 뺏어가고 등등 안 좋은 소식들만 쭈욱 들리는데도 불구하고
이 쪽 바닥에서 전 세계 1, 2위 업체 포함 큰 업체들은 (사실 이걸 업체라 불러야 되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보안을 위해 이렇게 쓰겠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한국의 파트너 겸 correspondent로 되어 있고, 실제로 외부에서의 평도 그러하다.

그리고 같은 계열사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며 본 그들의 모습은, 이전에 사장님으로 계시던 내 부친이야 사장님이셨으니 그렇다쳐도, 일반 사원들까지도
뭔가 여유롭고 능력있으며 괜찮은 대우를 받는, 이전 직장에서는 볼 수 없던 '고소득 인텔리 전문직' 의 향취를 물씬 풍기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이직한 이후로 나는 정말 정말 문자 그대로 과로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느낄 뻔한 적이 벌써 두 번이 넘었으며,
출장을 가서 4일 연이어 거의 한 숨도 제대로 못 자고 일한 뒤에 새벽에 사무실로 복귀하는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사망할 뻔한 전력까지 생겼다.

정말 죽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
'일 많아서 좋겠네요 (주변분들이나 업계분들)',
'너무 빡시게 하는거 아닙니까? 라면서 하나도 안 빡신 거 안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분들 (역시 주변분들이나 업계분들)',
'일 없는것보다 바쁜게 백배 낫다' 는 부친,
'그래도 예전 직장은 몸과 정신 다 힘들었고 돈도 못벌었는데 여긴 월급 잘 주잖아' 라는 아내.

그렇게 놀면서 말할 입장이아니라고...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뭘 써볼만한 시간이라도 있어야지...
이제 밀린 보고서 중에 정말 지금 안 내면 안 되는 것들 간신히 마무리하고 숨 돌리자마자 홍차넷에 들어와서 분노의 키보드질을 시전 중인 내 모습이 너무 처량하다.

내일부터 휴가인데, 솔직히 눈치도 많이 보였다. 금(토일)월화 총 5일(실제 휴가신청 3일) 휴가인데, 이렇게 직장 동료들 눈치가 보일 줄 몰랐다.
인간적으로 나 뿐만 아니라 현장 다니고 보고서 쓰는 이들이 정말 안 죽는게 신기할 정도로 빡시게 구르고 있다.
방금 화장실 갈 시간 참아서 그 시간에 급히 환전해놓고 보니 암울하다. 짐도 싸야하는데... 와이프 보기 너무 미안하다.

이게 이렇게 된 게 다 우리 부친... 아니 오너 일가분들 때문이다. 회사가 실적이 예전만큼 안나온다고, 인원 감축을 해도 너무 했다.

현장 나가고 보고서 쓰는 실무진이 부산에만 20명 가까웠던 회사가 5명이 됬다.
그나마 1월에 젊은 직원을 하나 새로 뽑긴 했는데, 이 친구는 아직 현장 경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공이나 경력도 다른 파트쪽이라 우리 쪽은 인원 충원이 없다.
그런데 사무실에 앉아서 폼만 잡고 계시는 냥반들은 그 업무마저 영어 전담 직원이랍시고 뽑아놓고 일 넘기고서 현장도 안나간다.
50대 넘어서 갱년기 우울증이 와서 그런건지 그래놓고 보고하러 가면 걸핏하면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린다.

이사님들, 햇빛도 좀 쬐고 바깥활동도 하는게 갱년기 극복에 도움 된데요.
이번에 뽑은 막내직원 말고는 당장 제일 말단인 저부터 내일모레 40입니다. 뭔 얼마 차이가 난다고 현장 안 나갑니까. 맨날 자기들은 건강관리한다는데,
맨날 잠못자고 현장에서 바빠서 굶다가 1~2일만에 한끼 몰아서 폭식하고 (그나마라도 폭식해야되는게 일이 고되다 보니 작게 먹으니 나중에 당이라도 떨어지는지 손발이 후들거립니다) 온 관절에 무리도 이런 무리가 안 와있는 내가 막내라고요 쫌!!

내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건 이런거다.
지금 현장 나가는 직원들이 회사의 매출/수익에 기여하는 바를 우리들끼리 지난번에 주말에 일없을때 밀린 보고서 쓰러 다들 나와서 점심먹으면서 나온 이야기인데, 평균적으로 현장 나가는/그러면서 보고서까지 다 쓰는 직원들이 자기 월급의 6~7배를 벌고 있더란 말씀.
그런데 무슨 경기침체가 장기화니 불황이 길어지니, 환율상황이 좋지 않느니, 일감이 줄었느니 이야기를 하는 경리과/총무과의 의견에 따르면, 이렇게 남자직원들이 정말로 새가 빠지게 죽도록 일함에도 불구하고, 적자는 계속 생기고 있고, 작년(2016)과 마찬가지로 올해(2017)도 연말까지 포함해서 보너스는 0원이 나올거라는 이야기.

이런 3x6. 이건 너무하잖아. 정상적인 회사 아니죠 이거?
모 과장님 의견대로, 돈 벌어오는 사람에 비해 가만 앉아서 이걸 쉐어만 하는 꿀빨러들이 너무 많은건지... 아니면 진짜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하아 아무튼 너무 힘들다 ㅠㅠ




PS: 그리고 아는 사람들이 더한다고, 나의 부친이나 당숙님(모기업 사장님이자 차기 회장님) 스타일 아는 사람들이 더 그래 섭섭하게.
"그래도 세인트씨는 로얄 패밀리잖아, 금방 승진하고 금방 올라가고 할 거 아닌가? 거기다 일도 힘든거 안 시킬거 아냐?"
...집안분들 스타일 아는사람들이 저러니까 지금 장난까냐 3x6 소리가 절로 나온다.
5년 넘게 막내로만 구르다가 이제 한명 뽑았는데 여전히 사내에서 일은 내가 제일 많이 한다고...
로얄패밀리는 개뿔 15년 넘게 집에서 땡전 한 푼 받아본 적도 없고 걸핏하면
'니 인생은 니가 살아라 너한테 한푼도 안주고 이제 은퇴까지 했으니 놀러다닐거다' 라고 말씀하신다구요...
실제로 정말로 안도와주시고 오히려 "쟤는 더 빡시게 굴려/내가 책임질테니 때려도 됨/아무리 이쁜짓을 해도 칭찬안함"
이 콤보를 20년 넘게 학창시절 담임선생님부터/군대있을때 중대장/회사가서 내 상사들한테 맨날 이야기하는 분이라구요...
그리고 정말 키워줄생각이면 37살이나 됬는데 정말 구차해서라도 대리라도 하다못해 주임이라도 달게 해주던가...
업체에서 동기들 전부 과장 차장 달고있는데 혼자 "저기 실례지만 직급이?" 할때 "사원입니다^^" 하는 것도 못해먹겠소 젠장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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