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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7/02 07:50:52
Name   뤼야
Subject   사랑 - 롤랑 바르트[사랑의 단상]의 한 구절로 생각해보기


중국의 선비가 한 기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기녀는 선비에게 "선비님께서 만약 제 집 정원 창문 아래서 의자에 앉아 백일 밤을 기다리며 지새운다면, 그때 저는 선비님 사람이 되겠어요." 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흔아홉번째 되던 날 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팔에 끼고 그곳을 떠났다.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중에서 -

왜 일까요? 하룻밤만 더하면 그에게 내려진 일종의 '집행'은 끝나는 셈인데 선비는 왜 떠나버렸을까요?
아흔아홉번째 되던날 의자를 팔에 끼고 떠난 선비를 보며 기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연인들간의 메세지는 대체로 투명하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롤랑 바르트가 인용한 중국의 옛이야기는 이러한 '연인들의 신호의 불투명함'을 극단적으로 부풀려 만든 이야기겠지요. 말하자면 기녀가 선비에게 전한 '기다리라'는 신호의 내용은 선비의 입장에서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백일을 향해 가는 시간동안 기녀의 집 정원 창문 아래서 선비가 전달받은 사랑의 신호는 서서히 붕괴해갔을테지요. 선비는 아마 '나는 누구? 여긴 어디?'하며 회의했을 것입니다.

기녀의 입장에서 이야기해볼까요? 처음에 기녀는 선비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선비를 사랑하게 되려면 그녀에게는 현실의 긴장에서 풀려나(말하자면 선비는 기녀가 생각했던 이상형은 아니었겠죠.) 둘에게 내려진 사랑의 운명을 낭만화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사랑에 빠진 순간 여자는 '나는 너고, 너는 나'라는 화엄론적 명제에 묶이고 마는데, 여자에게 이러한 환몽幻夢의 경지는 거저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홍차넷이 생기기전에 피지알의 질문게시판에 올라오는 수많은 연애에 관한 질문 중 대다수는 '이 여자의 신호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말것인가?'였습니다. 중국의 옛이야기에 나오는 선비마냥 남자는 여자가 보낸 신호를 어려워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지요. 여자인 제가 보아도 난해한 신호가 많았으니까요. 상대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그에게 내려진 선고없는 형벌을 견뎌야 하는지, 아니면 알쏭달쏭한 신호를 밀쳐내야 하는지에 대해 항상 여러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사람의 연애담을 듣는 것은 즐겁습니다. 이제 막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겐 타인의 연애담을 통해 자신만의 판타지를 만들기도 하고, 실패한 연애담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겠죠. 또 이제 연애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기혼자(과연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나 이미 연인이 있는 사람들은 짜릿했던 지난 추억을 회고하는 계기가 되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연인과의 관계를 되짚어 볼 수도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좋습니다. '사랑'이야기니까요. 그럼 이 연애의 희비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롤랑 바르트는 이렇게 처방합니다. [진실과 거짓, 성공과 실패를 떠나 나는 그냥 받아들이며 긍정한다. 모든 궁극성으로부터 물러나 우연에 따라 사는 것이다.(중략) 모험에 부딪혀서도 (내게 우연히 다가온) 승리자도 패배자도 아닌 채로 빠져나온다. 나는 비극적이다.] 다른게 아니고, 그것이 사랑의 문제라면 우리는 언제나 비극적이어야하지 않을까요?

출근은 언제 하려고 이렇고 있는 걸까요? 저야말로 비극적입니다.
뻘글과 함께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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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eloop
    모호한 이야기는 다층적으로 해석되어야겠지만,
    저는 오래전부터 저 이야기를 보면 무조건 \"하루를 남겨놓고 가버리는 기행을 통해 기녀가 자신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기 위해\"로만 해석되는군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로르샤흐 테스트 같군요.
    \'자존심 상해서\', \'시간을 헷갈려서\'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해석도 가능할텐데요.

    연애를 하다보면 여자들이 종종 절벽 위의 꽃을 따오라고 이야기하곤 하죠.
    분명히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때론 시험받는다는 묘한 불쾌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이 운명을 낭만화하는 환몽의 ... 더 보기
    모호한 이야기는 다층적으로 해석되어야겠지만,
    저는 오래전부터 저 이야기를 보면 무조건 \"하루를 남겨놓고 가버리는 기행을 통해 기녀가 자신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기 위해\"로만 해석되는군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로르샤흐 테스트 같군요.
    \'자존심 상해서\', \'시간을 헷갈려서\'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해석도 가능할텐데요.

    연애를 하다보면 여자들이 종종 절벽 위의 꽃을 따오라고 이야기하곤 하죠.
    분명히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때론 시험받는다는 묘한 불쾌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이 운명을 낭만화하는 환몽의 경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고도 보여지지만, 때론
    \'날 이만큼 사랑해줄 수 없다면, 차라리 지금 이 남자와 헤어지는 편이 좋겠지.\'같은 식으로 해석되기도 하더라고요.

    마지막 문단에서 바르트가 \'비극적\'이라고 말하는 건 어느 정도는 가치판단이 들어간 말로 보입니다.
    바르트는 우울한 사람이었죠. 여러모로.
    예전에는 저 해석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제 삶의 결이 달라져서 그런지 지금은 잘 와닿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긍정하고, 궁극성으로부터 물러나 우연에 따라 살고, 승리자도 패배자도 아닌 것]
    그것이 설령 연애이더라도, 겸허하고 평온한 것으로 느껴지네요. 비극적이지도 희극적이지도 않은.
    제가 예전보다 덜 우울해졌나 봅니다.
    제가 본문에는 남기지 않았는데(출근 시간에 쫒겨서요...ㅠㅠ) 사실 바르트가 인용한 옛중국의 이야기의 핵심은, 여자인 제가 생각하기에, 신호를 보내는 여자조차 신호의 의미를 잘 모른다는거예요. 왜 백일입니까? 왜 백하루는 아니지요? 옛이야기라는 점에서 백이라는 숫자가 완성수중 하나라는 점만 유추할 수 있을 뿐이지요. 아니면 기녀의 미모가 그만큼 뛰어났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요. 남자의 입장에서는 저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해석 될 수도 있겠군요. 제가 만약 기녀라면... 그렇네요. 떠나는 선비의 뒤통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면서 ... 더 보기
    제가 본문에는 남기지 않았는데(출근 시간에 쫒겨서요...ㅠㅠ) 사실 바르트가 인용한 옛중국의 이야기의 핵심은, 여자인 제가 생각하기에, 신호를 보내는 여자조차 신호의 의미를 잘 모른다는거예요. 왜 백일입니까? 왜 백하루는 아니지요? 옛이야기라는 점에서 백이라는 숫자가 완성수중 하나라는 점만 유추할 수 있을 뿐이지요. 아니면 기녀의 미모가 그만큼 뛰어났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요. 남자의 입장에서는 저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해석 될 수도 있겠군요. 제가 만약 기녀라면... 그렇네요. 떠나는 선비의 뒤통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면서 오래 기억했을 것 같네요. 책속에서 바르트가 \'아름다움이란 찬미와 봉헌 그리고 비평의 대상\'이라 했는데, 한꺼풀 벗겨낸 아름다움이란 누군가의 말대로 무미건조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선비가 99일 동안 깨닫게 된 것은 기녀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무미건조함일지도 모르겠네요.
    구밀복검
    뭐 퍼즐로 상대의 역량을 시험하는 쪽과 퍼즐을 해독하면서 역량을 과시하는 쪽의 상호작용이 자연선택 과정 중에서 시의적 우등함을 확보하는 데에 있어 필수적이었겠지요. 그게 결국 성선택일 테고...

    여러 모로 이성 간 커뮤니케이션의 양태는 퍼즐이 메인이 되는 게임의 양상과 비슷하지요.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게임 제작자와 플레이어의 관계로 등치될 수 있습니다. 제작자는 더 어렵고 복합적인 퍼즐을 제시하고, 플레이어는 더 많은 역량과 자원과 정보를 동원해서 퍼즐을 해독해내면서, 더 깊이 있고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이해와 미적... 더 보기
    뭐 퍼즐로 상대의 역량을 시험하는 쪽과 퍼즐을 해독하면서 역량을 과시하는 쪽의 상호작용이 자연선택 과정 중에서 시의적 우등함을 확보하는 데에 있어 필수적이었겠지요. 그게 결국 성선택일 테고...

    여러 모로 이성 간 커뮤니케이션의 양태는 퍼즐이 메인이 되는 게임의 양상과 비슷하지요.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게임 제작자와 플레이어의 관계로 등치될 수 있습니다. 제작자는 더 어렵고 복합적인 퍼즐을 제시하고, 플레이어는 더 많은 역량과 자원과 정보를 동원해서 퍼즐을 해독해내면서, 더 깊이 있고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이해와 미적 쾌감이 양자 간에 오가게 되고, 그러면서 매체와 장르가 발전하고...물론 연애가 그러하듯 현실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어려운 퍼즐에 질색하고 대다수의 제작자들 역시 대중성을 우선하여 퍼즐을 최소화한 채 말초적이고 직관적인 관능에 호소하는 게임을 제작하지만요. 직접 플레이해본 것은 아닙니다만 울티마4 같은 경우에는 게임 내의 퍼즐의 연쇄 속에서 플레이어 스스로 윤리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알고 있는데, 연애는 퍼즐 그 자체인만큼 게임으로 구현될 경우 상상 이상의 미적 지향점을 띨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게임이라기보다는 비주얼 노벨에 가까운 미연시 종류 말고...
    오! 이런 식의 해석도 무척 재미있네요. 그러고보면 사랑이란 끝없이 서로의 심리를 파고드는 심추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요. 자... 오늘은 어떤식으로 애인을 괴롭혀볼까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크크크
    마르코폴로
    저에겐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교훈을 준 책입니다. 당시 스탕달의 연애론을 읽고 사랑에 관한 글을 좀 더 보고 싶어서 구입했으나 반도 읽지 못하고 집 안 어딘가에 버려진 비운의 책이죠. 사랑의 부재에 관한 부분, 떠난사람과 남겨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 정도는 기억나네요. 당시에는 \'번역자, 작가, 나 셋중 한명은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다.사람의 말이 이렇게 안 읽힐수가 있다니\' 정도의 감상이었는데 재도전 해봐야겠네요.
    위에 언급하신 중국 기녀 얘기 같은 경우는 다른형태로 많이 돌아다니는 이야기라서 여... 더 보기
    저에겐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교훈을 준 책입니다. 당시 스탕달의 연애론을 읽고 사랑에 관한 글을 좀 더 보고 싶어서 구입했으나 반도 읽지 못하고 집 안 어딘가에 버려진 비운의 책이죠. 사랑의 부재에 관한 부분, 떠난사람과 남겨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 정도는 기억나네요. 당시에는 \'번역자, 작가, 나 셋중 한명은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다.사람의 말이 이렇게 안 읽힐수가 있다니\' 정도의 감상이었는데 재도전 해봐야겠네요.
    위에 언급하신 중국 기녀 얘기 같은 경우는 다른형태로 많이 돌아다니는 이야기라서 여기저기서 들어봤어요. 시네마 천국의 공주와 병사의 이야기가 대표적이겠네요. 저런형태의 이야기들을 볼 때마다 성철스님일화가 생각이나요. 친견을 하려면 3000배를 해야했다는 이야기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3000배를 하고나면 친견을 하지 않고 돌아 갔다죠. 3000배를 하는 동안 스스로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기 때문이었을거라 생각되는데요. 저 선비도 99일동안 같은 자리에서 의자에 앉아 밤을 지세우며 생각했겠죠. 그리고 스스로 기녀를 떠날만한 답(예를 들자면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 아니었다라는 답일수도 있겠네요.)을 얻어서 떠난것이 아닐까요.
    제가 보기엔 롤랑 바르트에게 문제가 있는 듯 싶습니다.크크크 역자인 김화영이야 불어번역으로는 한국에서 그를 따를 만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카뮈를 번역하면서 [문학상상력연구]라는 비평서까지 낼 정도로 문학에 조예가 깊은 분이거든요. 롤랑 바르트는 위에 Eneloop님 말씀처럼 굉장히 우울한 사람이었죠. 사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구절이 제게도 많았던 책인데, 사랑은 진정한 존재론이 절대 될수 없다 정도의 교훈이 남았달까요?
    마르코폴로
    며칠전 슈테판 츠바이크의 태초에 사랑이있었다를 읽었어요. 본문에서 언급하신 연인들의 신호의 불투명함을 보다보니 소설에서 자꾸 어긋나는 남녀가 생각이 나네요.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한 행동들이 오해를 부르고, 오해는 이야기의 단절을 낳죠. 단절로 인한 관계의 파국이 결국 광기어린 행동으로 나타나는 소설의 결말이 위의 이야기들과 묘하게 겹치네요. 어쩌면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라는 소설의 제목은 제목의 뒷부분에 절망도 함께라는 부분을 생략한 것이 아닐까라는 잡생각이 드네요.
    읽다가 치우셨다니 이 구절이 기억나실지는 모르겠는데 [사랑의 단상]에 이런 구절이 있죠.

    \"이미지의 그 어떤 것도 잊혀질 수 없다. 기진맥진케 하는 기억력이 사랑에서 임의로 빠져나오는 것을, 다시 말해 슬기롭고도 분별있게 사는 것을 방해한다.\"

    연인 사이에 호출하는 상처의 기억은 반드시 그 언어와 연관되어 있죠.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챙기느라 언어를 혹사시키다보면 언어의 반란에 직면하는 아이러니를 맞이하고야 말죠. 한 철학자는 이 이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 더 보기
    읽다가 치우셨다니 이 구절이 기억나실지는 모르겠는데 [사랑의 단상]에 이런 구절이 있죠.

    \"이미지의 그 어떤 것도 잊혀질 수 없다. 기진맥진케 하는 기억력이 사랑에서 임의로 빠져나오는 것을, 다시 말해 슬기롭고도 분별있게 사는 것을 방해한다.\"

    연인 사이에 호출하는 상처의 기억은 반드시 그 언어와 연관되어 있죠.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챙기느라 언어를 혹사시키다보면 언어의 반란에 직면하는 아이러니를 맞이하고야 말죠. 한 철학자는 이 이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성처의 기억은 언어적 연원을 갖지만, 사랑에서 임의로 빠져나오는 기억의 상처는 결코 언어적이지 않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지만, 이 연하디 연한 짐승은 \'사랑의 알리바이\'인 언어를 넘다들다가 결국 기진맥진해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피곤해서 초저녁잠을 잤네요. 늦은 시간인데 새글이 많이 올라왔네요. 저는 아침형 인간이라 이거 쓰고 또 자요. 크크크
    이젠 늙었어...ㅠㅠ
    아... 그리고 마르코폴로님 [사랑의 단상] 마저 읽으세요.
    인간에 대한 물질성이 정신성을 압도하는 우울한 세상에 우울한 롤랑 바르트를 이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
    그냥 두기엔 좀 아깝네요.
    마르코폴로
    언어를 넘나들나가 결국 기진맥진해버린다 는 표현이 참 와닿네요. 좋습니다.
    뷰코크
    왜 99일만 기다렸는가! 에 대한 또다른 시선입니다.

    http://blog.naver.com/masaruchi/220019834029
    와... 정말 과학적이고 역사적입니다. 크크크크크
    파란아게하
    마사토끼 재밌어요, 흐흐.
    몇년전 영걸전1599 때문에 알게 됐는데, 고급병맛계열의 지존인듯.
    파란아게하
    아침에 이 글을 읽고 나가서 한나절 동안 생각을 이리저리 해봤는데
    남녀간의 사랑이란 게 신나게 연애할 동안은 패러글라이딩이고
    착륙 후 닥쳐오는 현실은 2인3각(!) 철인3종 같다는 겁니다.

    활강 중엔 함께 여유로이 내려다보고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다이나믹한 섹스도 하고
    가끔 속도 조절이 안되면 아래로 막 곤두박질칠 동안 겁에 질려 으아악 울어제끼다, 문득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에 두둥실 오르내리기도 하고 뭐 그러는데
    자각하고 있든 아니든 결국은 서서히 땅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으니

    이내 둘이(일부일처제, ... 더 보기
    아침에 이 글을 읽고 나가서 한나절 동안 생각을 이리저리 해봤는데
    남녀간의 사랑이란 게 신나게 연애할 동안은 패러글라이딩이고
    착륙 후 닥쳐오는 현실은 2인3각(!) 철인3종 같다는 겁니다.

    활강 중엔 함께 여유로이 내려다보고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다이나믹한 섹스도 하고
    가끔 속도 조절이 안되면 아래로 막 곤두박질칠 동안 겁에 질려 으아악 울어제끼다, 문득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에 두둥실 오르내리기도 하고 뭐 그러는데
    자각하고 있든 아니든 결국은 서서히 땅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으니

    이내 둘이(일부일처제, 2인 커플 사회를 전제해) 한쪽 씩 발을 내어 묶고는
    현실이란 이름의 철인 3종 경기로 뛰어들게 됩니다.

    비교적 평탄하게 먼길을 사이클로 질주하고
    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할딱대는 물속을 수영으로 돌파하며
    종국에는 작렬하는 태양아래 서로 인내의 바닥까지 보고 보이는 마라톤까지 하게 되는데

    둘 앞에 펼쳐진 그 힘든 과정들이 알고 보면
    사람들마다 코스가 다 다르며 공동의 끝이라는 것도 정해질 수 없어 기록경기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심지어는 (충격적이게도) 골인지점에 들어가는 것, 그게 목표가 아니었더라.

    힘들 땐 멈추고 푸욱 쉬었다 가도 너무도 무방하며
    척척 둘의 발이 맞을 때면 소소한 성취감도 있을 것이라 그저
    알맞는 의미를 서로 부여해주고 즐거이 가는 것으로 충분하더라.

    헌데 남들이 다 그런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 넘어뜨리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같이 묶인 너까지 아프고 힘들게 하는 통에
    이제는 서로에게 어떤것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었는지 도저히 기억할 수 없게 된
    , 슬픈 2 인 3 각 의 철 인 3 종


    으음,
    뉘신지 잘 모르겠으나 일단은 댁이 먼저 나를 좋다 했으니 내가 강자라,
    나랑 한 판 하고 싶어하는 그 간절한 의지 손꼽아 정성껏 확인할 테니
    백일낮백일밤 동안의 고행을 통해 가감없이 증명해주시라
    이건 댁과 나를 위해 크게 의미 있는 일이므로 행여 의심마시고
    홍홍.


    숙제를 내준 기녀 덕분에
    99일동안 사랑의 패러글라이딩을 빙자한 철인3 아니 철학이나 하고 자빠져 아니 앉아 있던 선비는 급기야 몰입의 극에 이르러 문득
    슬픈 2인3각의 가르침을 깨닫고 내 지금껏 얼마나 스스로를 모르고 참진리를 모르고 있었나 그 무상함에
    돌아섰으리라.

    저는 연애를 하는 시기, 선비에 감정이입을 하고 저 이야기를 떠올릴 때가 있는데
    예쁘다, 똑똑하다, 섹시하다 그 무엇에든 조쿠나 앞뒤 보지 않고 나를 던져버린 게
    얼마나 바보같은 일이었나, 내 발을 묶는 순간에야 절감합니다.

    하지만 저는
    모쏠 철학자이기보다 그저 섹스한 활강 한 번이 더 고픈 바보이므로
    얘가 얼마전 도망친 바로 그 기녀인데 아몰랑 존예 패러글라이딩고고 철인3종 함더 뛰어
    늘 그래왔듯 기세좋게 덤벼들어 또한번의 99일 철인3종을 하고 있을 겁니다 매우 기꺼이 하하.

    아니크 그럼 끝까지 버텨서 니 좋다는 패러글라이딩까지 하라고, 이뭐병.
    근데 가만보니 니가 지금하고 있는게 철인3종이 맞나? 아니 철학인가? 뭔가 철학을 빙자한 패러글라이딩같기도 아니 그게 뭔지

    이젠 나도 모르겠구나. 후음. 어차피 생긴대로 살 것, 니 꼴리는대로 하여라.

    - 싸다보니, 좋은 글에 똥을 길게 싸고 갑니다. 죄송.
    크크크크크 파란아게하님!
    저 이 덧글 보고 굉장히 유쾌해졌어요.
    이렇게 재치있게 글을 잘쓰시는데 왜 똥을 싼다고 하실까? 한대 맞을래요?
    정말 재밌게 잘 읽었어요.
    내일 일하다가 일하기 싫어서 잠시 미칠 것 같으면 또 읽어야겠어요.

    현명한 연인이라면, 자신들의 관계에서 \'마음\'을 삭제하고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연애란 [마음의 최대주의]지만, 그 \'최대성\'으로는 사랑의 본질이 증명되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열정은 그 속성상 언... 더 보기
    크크크크크 파란아게하님!
    저 이 덧글 보고 굉장히 유쾌해졌어요.
    이렇게 재치있게 글을 잘쓰시는데 왜 똥을 싼다고 하실까? 한대 맞을래요?
    정말 재밌게 잘 읽었어요.
    내일 일하다가 일하기 싫어서 잠시 미칠 것 같으면 또 읽어야겠어요.

    현명한 연인이라면, 자신들의 관계에서 \'마음\'을 삭제하고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연애란 [마음의 최대주의]지만, 그 \'최대성\'으로는 사랑의 본질이 증명되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열정은 그 속성상 언젠가는 휘발하고야 마는 것이겠죠.
    파란아게하님이 말씀하신 대로 \'추락한 후에 2인3각\'의 연착륙을 성공하려면 열정을 분배하고,
    지속가능한 애정의 형식을 개발하야 마땅하죠.
    그래서 말인데... 역시 연인끼리는 공유하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바보처럼 돌진하는 것! 이것도 필요하죠.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나요?
    죽은 다음에?
    파란아게하님은 정말 젊군요.
    그 유쾌함에 전염되서 오밤중에 미친듯이 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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