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마음에 1빠를 외치긴 했는데...
이런 좋은 글에 달 댓글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과 그래도 놓칠 순 없어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맴도네요.

혼자만의 여행을 갔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누군가를 찾기 위해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걸었었죠. 사실 그 누군가를 찾아 같이 걷고 싶었으나 결국 끝까지 혼자였습니다. 이건 참 사연이 길어서 댓글로 쓰기는 그렇군요. 크
또 한 번은 진해였습니다. 왜 그런 맘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전역했던 부대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막상 가보니 거의 이십여년이 흐른 뒤였지만 기억속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정말 시간이 멈춰버린 곳 같았습니다.
당시 군무원중 인기가 있었던 김아줌마를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대 앞에서 퇴근시간까지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뤼야님 처럼 (애인과 함께는 아니었지만) 정자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네요. 시간 참 오지게 안가더군요.
목적이 없는 여행의 동반자는 언제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그곳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공간을 포함했었죠.

이런... 또 불쑥 떠나고 싶네요.

목적이 없는 여행의 동반자는 언제나 시간이고, 또한 그곳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공간을 포함했었다... 정말 멋진 말입니다.
시간이 멈추어버린 길안에 들어서서는 내가 살았던 서울의 시간은 무엇때문에 그리 바빴던걸까 의아해지더라고요.
버스정류장에서 일없이 풀잎사귀 만지작거리면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웃다가, 실없는 농담을 하다가(개드립이라고 하죠...)
정말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그곳은 승객이 없어 폐쇄가 된 정류장이었어요.
그 사실을 알기까지 거의 두 시간이 걸렸는데, 버스가 안와도 초조하기는 커녕 재밌기만 하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덧글을 받는 재미로 게시판을 왔다갔다하며 글을 쓰는 건가 싶네요.

리뷰게시판 1등, 1등글에 1등 덧글 서로 축하해주십시다. 흐흐흐
학창시절 1등 밥먹듯 했으면 뭐합니까.
경쟁에서는 늘 밀리고, 경쟁을 하는 것조차 염증이 나서 난 걍 이렇게 살다 죽을란다 하는데요.
심지어는 분명 이 버스는 내가 제일 먼저 정류장서 기다린 것 같은데 막상 탈 때는 항상 골찌거든요.
저는 그저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남의 도움없이 내 힘으로 벌어먹고 살면 됐다 이리 여깁니다.
앞서가는 친구들, 잘나가는 친구들이 부러운가 하면...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저는 저 자신으로 살 수 있는 힘이 있고, 그 길을 알아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올 여름엔 또 다른 곳으로 기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이번에도 지방의 소도시가 될 것 같아요.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는 아니지만 소설\'지하생활자의 수기\' 가 떠오르네요 2×2=5를 추구할수 있는 권리, 세상이 2×2=4 와 같은 정답을 요구할지라도 그것을 버리고 고통과 불행을 사랑할 수 있는 자의식을 가진 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이야기했던.. 소설중 좋아하는 구절을 옮겨봅니다

[한 번 시험삼아 지상의 온갖 행복을 인간의 머리 위에다가 한꺼번에 퍼부어, 행복 속에

풍덩 가라앉아버리게 하여, 그 행복의 표면에 물거품 같은 것이 꾸럭꾸럭 떠오르도록 해

보라. 인간에게 충분하고도 남을 만한 경제적 만족을 주어 실컷 잠이나 자고 꿀떡이나 먹

고 세계사의 영속이나 염려하는 일밖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처지에 놓아 줘 봐라.

그래도 인간은 더러운 고집 때문에 꿀떡이 주는 행복조차도 희생할 각오로 자기를 파멸

시키는 비경제적인 넌센스를 기어이 원할 것이다. 다만 이 분별에 찬 질서정연한 세계에

파멸과 환상의 분자를 혼합시키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터무니없는 공상과 비

천하기 짝이 없는 욕망을 잃지 않으려고, 단지 인간이 인간일 뿐 음표에 따라 연주되는

피아노의 건반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확인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설사 인간이 정말로

피아노의 건반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자연과학적으로 수학적으로 증명되었

다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은 뭔가 이상야릇한 짓을 저지를 것이다. 온갖 파괴와 혼돈과

고통을 궁리해 내서라도 온세계에 저주를 뿌리며 자기는 피아노의 건반이 아니라고 확신

하며 자아를 주장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는 그걸 보증한다.. 왜냐하면 인

간은 설사 자기가 괴로움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인간임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일이란 실제에 있어 그것 한 가지 뿐이기 때문이다! ]

줏대와 자긍의 문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제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제가 조숙한 편이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항상 한박자쯤 느린 사람이었구요.
제도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 내는 것 이외에는 없다면
저는 아마 삶이란 아무가치가 없다 여겼을 것입니다.
제가 아니라도 그런 삶을 살아줄 사람들은 많고, 원오브뎀이 되기엔 제 자의식이 너무 강렬했습니다.
그런면에서 매우 이기적이고 사회적인 책임감도 비교적 약한 편이지요.
이런 제 단점을 잘 알기에 저는 제 안으로만 파고드는 사람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하생활자처럼요. 저도 매우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글 옮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 은 유하의 [바람부는 날은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와 더불어 기존 한국문학 안에서 근근히 이어져온 서정시의 정서를 도발하는 대표적인 시집이죠. 두권의 시집이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와 더불에 80년에서 90년 사이에 가장 많이 팔리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매우 좋아하는 시집들이구요. 독서가로서의 장정일을 좋아하신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저도 장정일 독서일기의 빅팬이에요. 솔직히 기성의 평론가들이 내놓는 평론들이 남의 입을 빌려 자신의 줏대없고 뼈대없는 생각을 지탱하느라 바쁠때, 비평의 언어없이 독서의 순수한 즐거움을 재발견 하게 해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죠. 저는 장정일의 소설도 좋아하는데, 사과씨님 말씀대로 그의 소설은 그렇게 대단치는 않습니다. 그래도 [아담이 눈뜰때]를 얼마나 재밌게 읽었는지 장정일의 책이라면 덮어놓고 보는 편이에요. [지하도로 숨다] 이 시 정말 재밌죠. 흐흐흐 장정일 시와 독서일기를 동시에 읽으신 분을 만나다니!!! 오늘 땡잡은 기분이네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