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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1/15 16:23:21
Name   나호토WTFM
Subject   한국정치의 혁명! 선호투표제가 결선투표제보다 낫다
친구들과 회식을 하려는 데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생선회, 삼겹살, 그리고 치킨.

다수는 생선회집을 가고 싶어 합니다.
단순다수결로 장소를 결정한다면, 회식장소는 횟집이 될 것입니다.
그쵸?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한 친구가 자기는 절대 생선을 못먹는다고 합니다.
모임에는 절대 빠질 수가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민을 가지 않는 이상 말이죠).
이 친구는 회식자리 내내 불만이 가득할 겁니다.

생선을 못먹는 이 친구는 삼겹살이나 닭에는 별 거부감이 없습니다.
그런데 또 돼지고기는 절대 안먹는 친구가 있습니다.

결국 치킨만이 남습니다.
치킨은 단순다수결에서는 생선회에 밀려 2위지만,
대신 절대 못먹는다는 사람이 없어서
다시 말해 2위표를 많이 받아서,
이날 회식장소로 치맥이 최종 선정됩니다.

***
선택지에 선호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선호투표가 단순다수결보다 나은 점은 이런겁니다.
단순다수결에서는 다수가 횡포를 부려 원하는대로 메뉴를 결정할 수 있지요.
대신 소수는 소수라는 이유로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네거티브 효용이 발생합니다).

선호투표는 "최대다수가 만족"할만한 해법을 찾아 줍니다.
회를 극호하는 사람들도 양보하고,
삼겹살을 극호하는 사람들도 양보하고 해서,
누구나 좋아하는 닭으로 타협을 보는 거지요.

이 방식을 따르면 과반 이상이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전체적으로 볼때 효용이 더 커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결선투표제도 이런 장점을 갖고 있긴 합니다만,
선호투표제가 장점이 더 많습니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선호투표제에서 승자를 결정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이러합니다.  

1차 개표에서 절대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있으면 바로 당선되고 선거는 종료됩니다.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2차개표로 넘어갑니다.
최저득표자는 탈락하고, 그가 받은 표들은 2순위 후보자에게로 재배분됩니다.

이 과정을 과반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겁니다.

첫째, 결선투표제와 비교해서 1번의 선거로 결선투표제의 효과를
다 누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요.

대신 순위를 매겨야 하니 복잡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선거를 두 번하는 것보다 복잡할까요?
대한민국 유권자의 교육수준을 보건대,
선호투표는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후보가 난립할 경우 *순위까지만 매기는 간소화 대안도 있음).

둘째, 국민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정당성도 강화됩니다.
대신 1차개표에서 1위 득표자가
이후 낙선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 앤 아버 시장선거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선거를 진 후보가 위헌신청을 냈습니다.
마이너리티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표가 한 번더 카운트가 되었기 때문에,
평등투표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거지요.
결과는 합헌판결이었습니다.
평등선거에 위배된다면 호주를 비록해 유럽 선진국들이
이 제도를 채택할 리가 없겠죠?

셋째, 회식자리의 사례에서 이미 설명했다시피
민심이 보다 합리적으로 선거에 반영이 됩니다.
소수인 다수의 횡포로 선거결과가 좌지우지되지 않고,
과반 이상의 지지표현으로 승자를 가려내기 때문입니다.

넷째, 사표심리가 사라져서 정직한 의사표현이 가능합니다.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선거때만 되면 갈등합니다.
이 당을 찍으면 내가 싫어하는 정당 후보가 당선될텐데...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집니다.

정당들 사이에서도 후보단일화를 하자 말자 다툴 필요도 없어집니다.
오히려 다수정당은 비슷한 성향의 소수정당의 환심을 사야
선거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소수정당의 발언력이 커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수정당은 2순위 지지를 댓가로 자당의 정책을 메이저정당이
채택하도록 교환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선호투표제하에서는 사전에 교통정리를 하지 않더라도
진보는 진보끼리, 보수는 보수끼리 자연스레 뭉쳐지게 됩니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정당을 죽이기 위해
온갖 흑색선전을 일삼는 현재의 독한 정치는
선호투표하에서 오히려 패배로 가는 첩경입니다.
보다 건전한 정치문화가 확산될 것입니다.

다섯째, 이미 이야기했듯이 제3후보 딜레마가 사라집니다.
안철수도 더 이상 후보사퇴압력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정의당의 심상정이나 노회찬도 마찬가집니다.
오히려 이 후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문재인이 손길을 내 밀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랄프 네이더가 표를 갈라 먹어서 앨 고어가 낙선하고
조지 부시가 당선되는 희대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버니 샌더스도 선호투표제가 있었다면 무소속 독자후보로 출마했을 것입니다.

여섯째, 유권자 입장에서도 보다 풍부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사표가 사라지고, 내 표는 선거결과에 무조건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싫어하는 후보를 의사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정당은 유권자의 반감을 줄여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말은 새누리당이 호남을 무시하는 기존의 선거전략을 버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단순 다수결에서는 어차피 표가 안나오니 포기하고 오히려 적대시하는 게
이득이었다면,
선호투표제에서는 2순위라도 받기 위해 호남민심을 공략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전국을 상대로 득표캠페인을 벌이는 게 유리해집니다.

결국 선호투표제는 분열적인 선거가 아니라, 보다 통합적인 선거로
성격을 달리하게 될 것입니다.
게임이론의 개념을 빌리자면, 제로섬 게임에서 윈윈이 가능한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전환됩니다.
정당도 정당끼리 협력을 해야 하고,
유권자도 두루두루 살펴야 합니다.

선호투표제가 인종갈등, 지역갈등이 심한 국가에서 통합효과가 있다는
실증적, 이론적 연구가 이미 존재합니다.

선호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덴마크에서 소수자들의 비중에 걸맞게
소수자 국회의원들이 배출되고 있다는 실증적 연구는 고무적이기도 합니다.
단순다수결을 채택하는 미국의 경우,
흑인 상원의원은 가뭄에 콩나듯하고
동양계는 아예 없지요.

***
결선투표제는 선호투표제만큼 이런 장점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당장 단일화 문제만 보더라도,
3등은 예선탈락이니, 2등을 만들기 위해 또 단일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결선투표제는 투표를 두 번해야 하는 번거러움뿐 아니라
유권자가 선호를 표시하는 데 있어서도 불충분합니다.
2등을 만들기 위한 사표심리가 또 작동하기도 합니다.

당장 선호투표제를 이번 대선에 도입하면
실무적으로도 결선투표제보다 훨씬 수월하게 실행가능하고,
위헌논란도 훨씬 덜할 것입니다.

꼭 이번 대선이 아니더라도,
차기 대선, 차기 총선에서 선호투표제를 도입해서
한국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 이글을 작성하는 데 참조한 문헌을 소개합니다 ***
1. The global spread of preferential voting. https://devpolicy.crawford.anu.edu.au/pdf/staff/ben_reilly/breilly8.pdf
가장 많이 참조한 논문으로 선호투표의 장점에 대해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호주사람이라 약간 호주산 국뽕느낌이 나긴합니다)

2. The political representation of ethnic minorities. http://journals.sagepub.com/doi/pdf/10.1177/1354068807088125
최근 이민자가 급증한 덴마크에서 이민자 출신 당선자들이 인구비중에 걸맞게 나오더라, 그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한 논문입니다.

3. Ethnic groups in conflict / Donald Horowitz.
인종갈등, 지역갈등, 부족갈등 문제를 분석한 책입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대충 열살이 되면 자기 지역 출신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향토의식(?)을 체득한다고 합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저자는 선호투표제가 그룹간 적대를 완화시켜준다고 이론적으로 사례를 들어가면서 논증합니다.



3
  • 설득되어 버렸다.
  •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일치해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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