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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29 11:01:44
Name   팟저
Subject   잡담
[구밀복검] [오전 12:59] 아까 올렸던 건데... 이 링크 글 보셨나요? 나루세 미키오 관련된 거.  http://whispersandcries.tistory.com/entry/%EC%99%B8%EB%B6%80%EA%B3%84%EC%9D%98-%EC%86%8C%EB%A6%AC-%E2%80%93-%EB%82%98%EB%A3%A8%EC%84%B8-%EB%AF%B8%ED%82%A4%EC%98%A4%EC%9D%98-%EB%B2%88%EA%B0%9C

[팟저] [오전 1:00] ㅇㅇ?

[구밀복검] [오전 1:00] "하지만 내가 본작의 사운드에 있어 가장 훌륭한 성취라 생각하는 것은 이 배기음이 아니다. 본작에서 나루세는 유성 영화 사상 그 이전에 유래가 없다시피 한, 과감한 사운드 실험을 감행한다. 이는 디제시스 내부의 소리와 디제시스 외부의 소리, 혹은 객관적 사운드와 주관적 사운드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며, 여기서 말하는 소리란 중요한 순간마다 갑작스레 화면 위를 유렁처럼 부유하는 피아노 협주곡(다들 쇼팽이라고만 하지 제목은 알지 못하는)에 다름 아니다."

[팟저] [오전 1:01] 음... 읽어볼께요.

[구밀복검] [오전 1:01] "영화 최후반부에 우리는 기적을 맞이한다. 자신의 하숙방에 찾아온 어머니와 서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심하게 말다툼을 하던 키요코가 문득 창 밖을 바라볼 때 마른 하늘에, 정말 그 어떤 전조도 없이 ‘불현듯’ 번쩍이는 번개의 섬광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감히, 이것이야말로 나루세의 가장 나루세적인 모먼트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나루세적 시선의 물리학’이나, 창 밖을 볼 땐 항상 밑을 내려다보던 키요코가 처음으로 믿음을 가지고 정면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로셀리니적 시선의 위치라 말할 수 있다 등 이미지에 대한 얘기는 생략하고) 사운드의 측면에서만 이 순간을 ‘볼’ 때 우리는 천둥 소리 대신 피아노 소리가 다시금 화면 위에 흐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광경을 감싸는 피아노 선율은, 이 순간이 키요코에게 삶에의 태도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긍정적인 푼크툼으로서 작용할 것이라고 우리에게 외친다. 이 다음에 키요코가 엄마와 화해(이 말을 오해해선 안 된다. 여기서 화해란 둘 사이의 간극을 긍정하는 것이지 간극을 억지로 봉합하는 게 아니다)한 후에야 취하는, (나루세적 공감의 운동으로서의) 엄마와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운동은 두 말할 필요 없이 그 푼크툼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한 키요코의 첫번째 실천이다."

[구밀복검] [오전 1:02] http://whispersandcries.tistory.com/entry/%EC%BA%90%EB%A1%A4%EC%97%90-%EB%8C%80%ED%95%9C-%EB%A9%94%EB%AA%A8

[구밀복검] [오전 1:02] 이것도 잘 씀. ㅎㅎ 정작 자기소개는 별로지만...

[팟저] [오전 1:02] ㅇㅇ... 그, 있잖아요. 사실 구밀복검님한테 예전에 보다 진입장벽이 낮았을 바그너 작품이 로엔그린임에도 굳이 지크프리트를 먼저 보여줬던 게, 저 블로거가 나루세에 대해 강조하는 바와 같은 이유에서였거든요. 특히 1막이 그러하죠. 도입부에 전주가 깔리고, 이게 대장장이의 망치질과 자연스럽게 호응하며, 이 망치질은 극중 의도 및 대장장이의 심리 상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그리하여 이야기로만 보면 투닥일 뿐인 지크프리트와 미메의 대화에 팽팽한 극적 긴장을 불어넣지요. 이후 방랑자로 분한 보탄이 등장하며 미메와 문답을 주고 받을 때에도 앞서 쌓여온 긴장이 점차 고조되다가 그게 터지는 지점이 딱, 대장장이의 마지막 질문에, 발할의 왕인 보탄의 창을 대답하며, 마치 스스로 정체를 밝히듯, 땅을 때릴 때 꽈릉하고 천둥음이 치는 부분인데... 참으로 전율적이죠.

[구밀복검] [오전 1:05] 여튼 저 붉은 두더지라는 애, 온라인에서 본 국내 시네필 중 가장 예리하게 영화 보는 거 같아요. 디씨의 mass는 총론은 잘 배웠지만 각론은 통빡으로 때려맞추는 경향이 강했고.

[팟저] [오전 1:07] 음... 그러고보니 영화는 미술이라던 mass의 총론도, 돌이켜보면 갸웃한 게... 요즘 제가 오페라를 즐기면서 느끼는 게, 분명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면서도 그 방점이 음악에 있거든요. 소위 메트 오페라와 같이 화려한 무대연출로서도 첨단에 있는 건 그냥 오페라가 종합예술로서 아주아주 역사가 긴 장르인지라 그만치 매너리즘이 쌓여서인 거 같고요. 당장 저만 봐도 악보조차 잘 읽을 줄 모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를 감상함에 음악을 중심에 놓고 즐기는 게 아무 문제가 없었거든요. 이를 보면, 오십보백보라고 한들, 오페라보다 영화에 대해 말할 게 약간이나마 더 많을 거 같은데 영화는 정작 미술을 중심에 놓고 즐기는 게 거의 불가능해요. 뭐 제가 그냥 시각적 자극에 별 감흥을 못 느끼는 인간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구밀복검] [오전 1:10] 음 현실의 영화가 이미 시각성을 배제했다고 볼 수도 있을듯. 도구적이라기보다도... 풀어 말하자면, 형식주의와 정반대에 있는 거죠. 여타 구성요소와 긴밀하게 호응하고, 각 요소들(시지각이든, 청각이든, 내러톨로지든)의 위화감과 괴리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이야기.

[팟저] [오전 1:11] 그래서 영화에 대해 생각할 때 요즘 혼란스럽더라고요. 기분이 참 묘해요. 좀 웃기는 말이지만 그 전까지는 종합예술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건지 회의적이었거든요. 오페라를 진지하게 감상하면서 좀 생각이 달라졌지만...

[구밀복검] [오전 1:12] 종합예술이 될수록 종합자에 대한 추궁이 예술 그 자체가 되긴 하는듯.

[팟저] [오전 1:12] 좀 과격하게 말해서, 저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오페라에서 음악을 제외하면 죄다 저급예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나마 극이 그럴싸한 게 바그너나 슈트라우스긴 한데, 걔네도 솔직히 극만 보면 이상해요.

[구밀복검] [오전 1:12] 저도 토스카니 투란도트니 하는 것들 봐도 걍... 이걸 왜 명작이라고 하는 거지 싶긴 하더라고요.

[팟저] [오전 1:12] 신파잖아요

[구밀복검] [오전 1:12]

[팟저] [오전 1:12] 음악 좋으니까 보는 거지... 헌데 무대 위에서 보면 그 신파 스토리에 이입할 수밖에 없게끔 음악이 만들어주거든요. 그래서... 한번 이런 상상을 해봤어요. 종합예술이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관점을 끝까지 밀어붙여 본거죠. 예컨대 토스카에서 철저히 음악, 혹은, 마치 연극이 그러하듯,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가수와 악단의 역량만이 예술일 뿐이고 그들이 전달하는 내용은 예술이라고 볼 수 없다... 근데 이런 해석은 확실히 좀 위화감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그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라는 게 없이 해당 가정 하에 예술이라는 것, 그러니까 형식만 있다면 제가 토스카를 실연으로 보면서 느꼈던 감흥은 굉장히 상이할 수밖에 없었겠죠. 마치 내용 하나 모르고 생소한 언어의 오페라를 음반으로만 들을때처럼요.

[구밀복검] [오전 1:14] 슬라이드 사진쇼 되는 거지.

[팟저] [오전 1:14] 네,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으니까. 이게... 방향성이 한번 잡히면, 그러니까 실연으로 보든 영어 자막 달린 영상으로 보든 하여간에 그렇게 줄거리 전체와 음악의 호응, 그러니까 구밀복검님이 말씀하신 종합자를 한번 훑은 작품의 경우, 그 이후에도 음악만 따로 듣고 즐기는 게 가능하거든요. 아마 독일어나 이태리어를 할 줄 안다면 굳이 그런 게 필요없겠지만요.

[구밀복검] [오전 1:15] 음 근데 영화도 그런 건...비슷하지 않나

[팟저] [오전 1:15] 근데 영화는... 음... 저 뭐냐 종합예술스러움이 오페라 이상으로... 굉장히... 뭐랄까... 으음... 좀 웃기는 이야기인데 인문학도들이 영화에 환장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이게 영화란 장르가 되게... 복합적이에요.

[구밀복검] [오전 1:16]

[팟저] [오전 1:16] 일단 마땅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이렇게 뭉뚱그릴 수밖에 없네. 오페라처럼 음악이라는 강력한 중심이 있거나 그런 게 아니라 굉장히 축이 다양하게 관계해요.

[구밀복검] [오전 1:16] 그래서 창작자와 내레이터가 더 중요해지는듯. 창작자의 취사선택, 종합. 그게 연출이지.

[팟저] [오전 1:16] 네 그걸 감상자가 알아차리게 해야하고.

[구밀복검] [오전 1:16] 물론 결국은 시각정보, 곧 미술이 필요조건이긴 하죠. 헌데 그 위에 쌓아올리는 걸 보면, "미술이 필요조건이니 곧 본질이야"라고만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음. 도리어 미술은 근간이지만... 음... 때로 하인의 위치에 가고 다른 것들이 상전이 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걸 마냥 졸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 이를 감독이 컨트롤하고, 또 다시 카메라란 이름의 화자가 개입하여 포착하고요.

[팟저] [오전 1:18] 음... 나루세에 대한 저 블로거의 평 있잖아요? 오토바이 배기음까지 읽었을때 "저거 걍 오발탄 이야기 아니냐?" 이랬는데 쇼팽 피협 나오니까 갑자기 버드맨이 되네요. ㅋㅋㅋㅋ

[구밀복검] [오전 1:18] 오발탄 영화 있긴 함ㅋㅋㅋㅋㅋㅋㅋ 별로 볼만하진 않음ㅋㅋㅋ 그리고 쟤 글에 깊은 인상을 느낀 건 배운 애답게 이런저런 어휘, 수사, 비유, 클리셰 동원하는데 난잡하지 않음. 굉장히 잘 컨트롤하고 있음. 디제시스 같은 표현만해도 흔히 쓰지만 저리 일상어 다루듯 정확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은 드물죠. 대개 하나마나하게 쓰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소리의 자유간접화법 같은 표현도 그렇고...

[팟저] [오전 1:22] 음... 지금 계속 읽는 중인데... 사실 댄디즘 어쩌고 할 때도 "어 그러냐..." 싶었는데 번개 이야기 나올쯤 되니 왜 이 글 보여주신지 알겠네요.

[구밀복검] [오전 1:23] 네 댄디즘 부분 좀 이상한데 나중에 정당화되죠. 저도 댄디즘이 뭔 드립치려고 이러나 했어요.

[팟저] [오전 1:23] 음... 확실히 인터넷을 통해 본 한국 시네필 중엔 제일 나은 거 같네요 ㅇㅇ

[구밀복검] [오전 1:23] 근데 저 글이 뽀록이 아닌 게, 다른 영화 글들도 주욱 봤는데 저만치 빡세게 쓰진 않았어도 인식은 정확해요. 정성일 같은 글쓰기하려는 거 같은데 정성일보다 훨씬 낫네요. 정성일은 언제든지 체제 전환 가능한 수사들이 워낙 많아서...

[팟저] [오전 1:25] 정성일은 일단 글을 더럽게 못 씀.

[구밀복검] [오전 1:25] 엘리펀트 같은 경우도 정성일이 제일 먼저 수입해와서 왜 볼링 포 콜럼바인보다 나은지 역설했는데 읽어보면 노잼이고 중언부언이죠.

[구밀복검] [오전 1:26]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26021 이건 토론문이고 http://m.blog.naver.com/cinecall/60002918243 이게 평론.

[팟저] [오전 1:27] 전찬일은 누구에요? "그렇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볼링 포 콜럼바인>쪽이다. 아까 이야기한 동성애 코드, 여성혐오 등은 모두 오해의 소지를 이야기한 것이다. 왜 굳이 이런 오해의 소지를 다분히 남겨놓은 채 영화를 만들었는가. 영화에서 무엇을 생략하고 무엇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썰은 참 뜨악하네

[구밀복검] [오전 1:29] ㅎㅎㅎ 정성일 쪽 보면, 저걸 비롯해서, 읽는 입장에서 배려해주면 알아먹을 소리긴 한데 그걸 하고 싶지가 않을만치 글을 쓰죠.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엄청 대단한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따박따박 맞물리는 필연적인 구조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팟저] [오전 1:30] 지금 평론 보는데 의미없는 수사가 너무 많네요. [정말 무시무시한 영화]이러더니... 갑자기 인물에게 적극 이입해대고 완전 리뷰가 중구난방이네. 제가 보고 느낀 감흥에 취해 횡설수설.

[구밀복검] [오전 1:31] "마이클 무어는 영화적 파파라치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지지할 수는 있지만 미학적 측면에서는 지지할 수 없다. 결과에 대해 원인을 찾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벌어진 사건을 두고 가타부타 말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원인을 설명하다보면 폭력을 설명하게 된다. 설명하는 순간 이 영화는 가짜가 된다. 설명하는 순간 폭력에 굴복하는 것이다. 폭력은 설명하면 안 된다. 그저 거부해야만 할 뿐이다." 이런 부분이 그나마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거.

[팟저] [오전 1:32] 네, 차라리 인터뷰에서 떠든 게 훨씬 낫네요.

[구밀복검] [오전 1:32] 저것도 알아먹을 놈들만 알아먹지 아니라면 뭔소린가 싶겠지만요.

[팟저] [오전 1:33] http://whispersandcries.tistory.com/entry/%EC%A7%80%EA%B7%B9%ED%9E%88-%EA%B0%9C%EC%9D%B8%EC%A0%81%EC%9D%B8-%EB%82%98%EC%9D%98-%EC%82%AC%EB%9E%91-%EB%82%98%EC%9D%98-%EC%98%81%ED%99%94-10-2015 이 글도 좋네요. 이야기 자체야 되게 평범하지만, 그리고 그 언뜻 평범해보임을 저 블로거도 인식하여 그저 도덕과 윤리 이야기가 맞다라고 말하고... ㅎㅎ 이처럼 둥글둥글하게 말할 수밖에 없어 안타까워하는 게 확 느껴지네. 결론 자체야 뻔하다면 뻔한데, 그 결론으로 나아가는 사이에 곱씹어볼 것들이 꽤 있죠.

[구밀복검] [오전 1:36] 네. 저도 뭔 올해의 탑텐 선정하며 서두를 저리 길게 빼냐 싶었는데 보니까 잘 썼더라고요.

[팟저] [오전 1:37] 말 나온 김에 떠들어보면... 앞서 오페라 이야기할 때 떠들었던 '방향성' 있잖아요? 모든 예술에는 어느 정도 그런 게 필요하죠. 예술적 방법론만 갖고 예술이 될 수는 없으니까. 물론 살만 루슈디가 있어서 마냥 이렇게 말하기도 좀 그렇긴 한데... 그래서 아주아주 이례적이고 특출난 작가지만...

[구밀복검] [오전 1:37] 세계를 철저히 분해하고 기본 요소까지 내려가 가장 당위적이고 필연적인 형태로 재구축하는 게 결국 예술이죠. 그게 윤리고.

[팟저] [오전 1:38] 으음... 루슈디 생각난 김에 떠들자면, 음... 분명 루슈디도 어떤 윤리적인, 사회적인 지점에서부터 시작하잖아요. 그리고 이게 소설의 소재며 전개 과정이며 나아가며, 일정 시점 지나면 읽는 입장에선 아주 당연하게도 '아 이건 살림 시나이의 신파극으로 가겠구나'하고 또 그게 아주 자연스러운데.... 그러니까 뭐 삼공파일이 좋아하는 자아도피물이 되는 거죠. 골때리는 건 그렇다고 마냥 자아도피물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또 자아도피물로서 읽을 여지도 상당하다는 건데... 근데 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때 자아도피물로 읽을 수 없는 근거들을 속속들이 발견하기 마련이고요. 소재와 형식에서 말미암은 자연스런 방향성을 소설이 적극적으로 거부하여 종국에 가면 "이거 그래서 이놈이 초능력자야 아닌거야?", "초능력자가 맞으면 이건 뭐야 대체?", "초능력자가 맞다는 증거들이 이렇게 널려 있어서 착각물이라고 하기 어려운데...", "근데 그럼 그 초능력을 갖고 한 건 뭔데?" - 아마 교과서적인 독자라면 이런 식의 호흡으로 읽게 되겠죠. 음... 아마 천명관이 한밤의 아이들 읽고 자극 받아서 고래를 그렇게 썼던 거 같기도 하네요. 보니까 루슈디팬이더라고요.

[구밀복검] [오전 1:40] 하긴 두 작품 사이의 영향관계가 쉽게 잡히긴 하네요.

[팟저] [오전 1:40] 근데 고래는 아무래도 루슈디만큼 능숙치 못한 지라. 임철우처럼 "근데 왜 이거 백년의 고독처럼 안 끝나?"라고 찝찝함을 남기고... 음, 어쩌면 저도 한밤의 아이들만 읽었다면 지금처럼 단언하지 못했을수도 있겠다 싶네요. 헌데 악마의 시를 먼저 읽었던 지라 확실히 알 수 있죠. 악마의 시에서는 아예 더 막 나가요. 으음... 참말 기이하고 골때리는 소설임. 아마 그래서 지금까지도 루슈디에 대한 영미권의 논문들이 그토록 쏟아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 얘네들도 읽고 나서 내가 읽은 게 뭔가, 싶은 거지. 만약 루슈디 같은 예술가가 아니었다면 저 블로거처럼, 저 블로거가 말하는 들뢰즈처럼, 혹은 사사키 아타루처럼 생각할법하겠고 그 지점의 인식을 결론으로 삼을수도 있겠죠. 정리하면 [작품들이 지니는 고유성이란 그 예술적 방법론이라고 창작자들은 생각하기 쉽지만, 개별 작품 차원에서는 일점 시점에 이르러선 그 방향이 전도되어 윤리에 봉사하는 순간을 써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러하기에 예술적 방법론 역시 그만한 울림을 갖는다...]쯤 되려나.

[구밀복검] [오전 1:44] ㅎㅎ 한밤의 아이들 엔딩이 떠오르네요. 1/2/3부 모두 끝맺음이 참 잘 되었음.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할 엔딩은 2부죠. 전쟁으로 다 죽고 "엄마 아빠 ㅠㅠ", "오 인도여ㅠㅠ" 징징거리는 살림 시나이... 근데 3부에서... 그것도 엔딩에서.. 그 전까지 쌓아온 걸 하나하나 가역시키죠. 작품에서 하나하나 써내려간 요소들, 그리고 그에 대응되는 세계와 인류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이것이 개별 어휘와 문장의 호흡 단위로 전환되죠. 참 1부와 2부 엔딩도 놀라웠는데 3부 엔딩은 뭐...

[팟저] [오전 1:47] 음, 사실 근데 악마의 시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 한밤의 아이들은... 물론 정말 좋은 작품이다 싶었지만 놀라움 자체는 크지 않았네요. 아, 정확히 말하자면 놀라긴 했는데 그 놀라움이 한밤의 아이들에 대한 놀라움이라기보다는 악마의 시에 대한 놀라움이었음. "아 내가 악마의 시에서 읽었던 거의 정체가 정확히 이런 거였고 이런 맥락에서 발전한 거였구나..." 네...

[구밀복검] [오전 1:47] 메시의 10세 시절 영상 보면 놀랍죠. 놀라운데 안 놀랍죠.

[팟저] [오전 1:47] ㅋㅋㅋㅋㅋㅋㅋ 뭐 10세 시절은 너무 했고 ㅋㅋㅋㅋㅋ... 네 여튼 덕택에 사고의 틀이 확 깨졌네요. 보통 어떤 예술 장르를 진득이 좋아하다보면 일정한 소재며, 이 소재에 최적화된 주제-방향성이며, 그리고 이를 극대화할 형식이며 이런 것들에 대해 꽤나 고루한 틀 속에서 생각해왔거든요.

[구밀복검] [오전 1:50] ㅇㅇ....

[팟저] [오전 1:50] 이게 그리고... 루슈디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루슈디만큼 능숙치 못해서 그렇지 저런 소설을 추구하는 작가들이 의외로 꽤 있더라고요. 앞서 말한 천명관도 그렇고... 미셸 우옐벡의 소립자도 있겠네요. 사실 갑자기 등장하는 신인류 되게 생뚱맞잖아요? 다만 우옐벡이 깔아놓은 걸로는 그 생뚱맞음이 의도한 게 뭔지 명쾌히 다가오지 않아서 그냥 당시엔 그런갑다하고 넘어가긴 했지만...

[구밀복검] [오전 1:51] 사실 프로 작가쯤 되면 다들 노리는 바는 비슷할듯. 누가 개별 소재에 최적화된, 따박따박 격이 떨어지는 소설만 쓰고 싶어하겠음. 자기들이 천착하는 소재의 수준을 모르는 애들도 아닐텐데.

[팟저] [오전 1:52] ㅋㅋㅋ 그럼 뭐 심란해지는 거죠.

[구밀복검] [오전 1:52] 네, 무슨 죽은 병아리 살려서 닭 만들겠다고 쌩 난리치고... 그러다보니 졸작되는거죠. 결국 갈리는 건 역량 ㅇㅇ. 개념이야 알만한 놈들은 다 알죠. 하긴 그러니 루슈디가 인정받는 거겠지만요. 다들 이것저것 머릿속에 든 건 있고 누군가에겐 훈수를 두고 싶어하는데 정작 지는 할 수 없는 걸 자연스럽게 해내니까.

[팟저] [오전 1:54] 음, 근데 임철우나 은희경이 심사위원으로 고래에 대해 한 말 보면 개념이라고 다 인식하고 있는 거 같진 않고... 사실 일종의 미개척지를 개척하기 시작한 것도 루슈디가 처음인데 제일 처음인 놈이 제일 잘해버리니... 다른 놈들이 이제 루슈디 보고 배워서 "아, 벽이라는 걸 세워서 바람 막으면 살기 좋겠구나"하면서 움막 짓고 있는데 루슈디는 혼자 63빌딩 쌓고 있고...

[구밀복검] [오전 1:59] 아 이야기하다보니 떠오른 건데. 올해 나온 영화 중 '다가오는 것들'이란 영화가 있거든요. 이자벨 위페르 주연에 미아 한센 뢰베란 감독이 맹근 건데 주인공이 고등학교 철학 교사에요. 예전에 잘 팔리던 철학 입문 교과서가 있는데 지금은 잘 안 팔리고, 멀쩡히 결혼 생활 잘하던 남편은 딴 여자 있다며 이혼 통보하고 자식들하고도 원만하지 않고 삶에 즐거움이 없고 그런 사람이거든요. 그 와중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잘 생긴 운동권 제자가 있고요. 일반적으로 이러면 나이 든 여자의 신파스토리로 흘러가는 게 자연스러운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해서 영화가 마치 다양한 루트가 있는 게임북 같죠. 클리셰 통속극 혹은 일정한 주제-방향성을 갖고 환원될만한 요소들을 여럿 보여주는데 전혀 그것들을 선택하지 않고 하나하나 에피소드의 일부로 다룸. 그냥 그렇게 다 지나가고 새로운 것들이 다가오는 것. 그렇다고 주인공이 무슨 성녀라거나 초탈한 개인, 자아 굳건한 여성도 아니고요. 적당히 속물 근성도 있고 그렇거든요. 헌데 이를 그냥 담담하게 기술해냄.

[팟저] [오전 2:02] 음, 좋네요

[구밀복검] [오전 2:02] 네. 보면서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야기한 부분하고 썩 잘 맞아 떨어지는듯. 살짝 나사빠진 구석이 없잖아 있어 그런 건 아쉽다 싶긴 했지만... 감독 30대 중반에, 소위 새끈한 여배우거든요. 헌데 답지 않게 참 인식이 잘 갈무리 되었고 격조가 있음.

[팟저] [오전 2:05] 네... 사실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 없잖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말씀하신 영화가 충족한 부분의 결핍이겠죠. 방향이 워낙 뚜렷해서...

[구밀복검] [오전 2:05] 네, 지나치게 결정론적임. 빠져나갈 곳이 없죠.

[팟저] [오전 2:05] 영화의 호흡상 살짝만 비틀어줬어도 좋았을텐데.

[구밀복검] [오전 2:05] 뭐 대신 그렇게 결정론적인 구성요소들이 심판을 때리는 맛이 있긴 하죠.

[팟저] [오전 2:05] 예, 매너리즘의 극한을 보여주니까요. 음 그러고보니... 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감독이 근래 냈던 작품 있잖아요. 그 뭐더라... 프랑스에서 찍었던 건데.

[구밀복검] [오전 2:06]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팟저] [오전 2:06] 아, 맞다. ㅇㅇ... 지금 생각해보니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랑 정반대로, 여기에서 결핍했던 부분, 어떤 세계 자체를 그려내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볼때는 왜 저렇게 중구난방일끼 싶었는데... 음... 이건 다른 이야긴데 새삼 평론가란 게 얼마나 힘든가 싶네요.

[구밀복검] [오전 2:06] 네. 방향성으로부터의 이탈과 결정론으로부터의 초극 말이 좋지. 단순한 클리셰 비틀기와 구별하는 게 참 난망한 작업이죠. 설혹 차이를 인식해도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도 난망하고.

[팟저] [오전 2:07]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홍상수가 참 평론가를 편하게 해주는 감독인듯.

[구밀복검] [오전 2:07] ㅋㅋㅋㅋ 뭐 홍상수 영화들이 각각 다 쌍둥이고 그 쌍둥이들을 그려내는 영화니까요. 남자도 여자도 각기 쌍둥이고... 근작도 그렇고...

[팟저] [오전 2:11] 북촌방향은 너무 일찍 나온 홍상수 집대성이 아닌가...

[구밀복검] [오전 2:11] 그 쌍둥이들 사이의 열화, 복사 붙여넣기 하며 생기는 열화들이죠. 그게 옥희의 영화에서 극대화되고요.

[팟저] [오전 2:11] 네 옥희는 그 방향성을 딱 짚어준 거고요.

[구밀복검] [오전 2:11] 음 옥희의 영화는 홍상수가 거의 준비 없이 일이 꼬여서 즉흥적으로 만들었다고 이빨은 까던데... 반쯤은 진실인듯.

[팟저] [오전 2:12] 반쯤이 아니라 그냥 맞는 이야기 같음. 홍상수답잖죠.

[구밀복검] [오전 2:12] 홍상수가 아니라 홍상수 제자가 만들 결말이죠. ㅋㅋ 아, 그리고 저번에 그 이야기했죠? 홍상수의 근간은 아마 르누아르 같다고요. 소재든 형식이든 되게 비슷해요. 물론 의도야 상당히 다르긴 한데...

[팟저] [오전 2:14] 제가 그림은 잘 몰라서...

[구밀복검] [오전 2:14] 아 영화 감독 르누아르 있어요. 그 화가 르누아르 아들내미 ㅇㅇ

[팟저] [오전 2:17] 그... 아까 구밀복검님께서 한창 '다가오는 것들' 이야기하실 때 말하려다가 만 건데요. 음... 시네필들은 어떤 점에선 다들 저 블로거, 그러니까 붉은 두더지처럼 될 수밖에 없겠다 싶더라고요. 저게 정상이다 ㅇㅇ...

[구밀복검] [오전 2:18] ㅇㅇ?

[팟저] [오전 2:18] 그니까 방향성에 집착하는 게 당연하겠다고요 ㅇㅇ 극의 내적 방향성이건 외부의 방향성이건...

[구밀복검] [오전 2:18] ㅇㅇ...

[팟저] [오전 2:19] 그니까, 예컨대 저 블로거가 영화를 보는 관점이 영화 장르 속에서야 나름의 의미값을 지니는데 소설로 오면 아주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되잖아요. 근데 이게 단순히 매체 역사의 차이일 뿐인가 의문이 들고, 어쩌면 매체 자체가 가진 꽤 본질적인 차이가 아닐까...

[구밀복검] [오전 2:19] 아아 형식으로부터 유래한 거다? 음... 가설은 세워봄직하네요.

[팟저] [오전 2:19] 일단 소설은... 으음, 근데 필연적인진 잘 모르겠네. 근데 여하간에 소설은 모든 서사 예술을 통틀어서 가장 분석적이고 중심 환원적인 장르고 반면에 영화는 굉장히 종합적인 동시에 중심이 없는 예술이죠. 그래서 든 생각이, 루슈디 같은 작가가, 그러니까 중심 있음에도 중심 없음으로 나아가는 게 소설로는 나올 수 있고 또 당연하다면 당연한 발전방향일 터인데 과연 영화의 경우도 그러할까 싶더라고요 으음... 이거 내가 영화를 본 게 없다보니 예로 들 게 마땅찮네...

[구밀복검] [오전 2:22] ㅇㅇ...

[팟저] [오전 2:25] 그... 당장 저 블로거가 리뷰했던 나루세라는 감독 음악 이야기를 봐도 그런 게... 사실 종합자에 대한 인식, 그러니까 내포 저자에 대한 인식이 소설에서는 하나도 안 대단하잖아요. 화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ㅇㅇ... 아 근데 주변에 소설 읽는 새끼들 중에 저런 걸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는 놈이 잘 없긴 하니까 말하기가 망설여지는데... 여하간 현대에 문학장에 있다고 스스로 말할만한 놈이면 내포 저자에 대해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그게 자연스럽고. 뭐 영화도 마찬가지라면 마찬가지일텐데 소설의 경우 보다 이게 용이하죠.

[구밀복검] [오전 2:28]

[팟저] [오전 2:28]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소설의 화자에 대응될만한 대리인이 뚜렷치 않죠. 혹은 대리인들이 굉장히 많거나요. 당장 저놈이 이야기한 사운드라던지, 카메라라던지...

[구밀복검] [오전 2:28] 그래서 영화에서는 내포 저자 이론 적용을 아예 부정하는 입장도 상당하더군요.

[팟저] [오전 2:28] 아 그래요? 근데 도리어 그래서 더 영화에 적절한 이론 아닐라나. 왜 반대하지.

[구밀복검] [오전 2:29] 그니까 내포저자, 화자, 청자, 내포독자의 나열이 선명하게 되지 않는다고 의식없는 영화냐, 그건 아니다, 라는 식의 의견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

[팟저] [오전 2:29] 아... 근데 뭐 그거야 워낙 당연한 이야기라... 사실 제대로 되먹은 작품일수록 내포 저자-화자-청자-내포 독자 사이의 대립은 선명하지만 구분은 모호하겠죠. 애초에

[구밀복검] [오전 2:30] 네, 다만 영화의 내레이션 방식 자체가 화자가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인 문학과는 상이하다는 입장인듯. 영화적 내레이션에 대해 이런저런 이론화도 시도하는 거 같던데...

[팟저] [오전 2:30] 보면 붉은 두더지같은 시네필들이 의외로 PTA나 이냐리투에 대해 별로 비중을 두어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문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은데.... 그러니까 너무 문학적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구밀복검] [오전 2:31] ㅇㅇ 네, 그럴 수 있을듯. 설혹 PTA의 경우 "내 취향은 아니지만 대가니까 존중은 한다"라는 애들도 이냐리투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경우가 상당하고...

[팟저] [오전 2:32] 사실 저도 그런 의문이 들었던 게... 어렴풋 이냐리투나 PTA같은 문학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과 그 반대편에서 저런 시네필들이 말하는 영화들 사이에서 어떤 게 진정한 영화인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거든요. 근데 둘 중 무어라고 딱 말하기가 애매하긴 하던데...

[구밀복검] [오전 2:33] 음, 앞서 말한대로 취사선택 자체가 영화인듯.

[팟저] [오전 2:33] 처음에는 시네필들이 워낙 떠들기도 하고 제가 영화를 잘 모르기도 해서... 시각적인 접근과 같은 비문학적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는 영화들이 더 본질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었는데요. 한편 지금은, 그러니까 앞서 떠오른 이야기라는 걸 계속해보자면, PTA나 이냐리투스러운 게 좀 더 영화답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답다? 내가 말하고도 좀 이건 잘못된 표현이고... 발전적이다? 으음... 이게 맞는 건가? 하긴 그래봐야 히치콕이나 야스지로도 안 본 입장에서 이렇게 사고실험하는 게 좀 뜬구름 잡는 이야기긴 한데...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영화라는 매체에서 좀 당연하게 상정할법한 영역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구밀복검] [오전 2:34] 네 개척지란 말이죠. 정복지는 아니지만요.

[팟저] [오전 2:34] 그래서 시네필들이 죄다 물고 빠는 게 옛날 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음, 근데 정복지일라나?

[구밀복검] [오전 2:34] 뭐 그 위에 빌딩을 세울수는 있을테니까요.

[팟저] [오전 2:34] 아니 근데 그 성격상 빌딩을 올리는 게 가능할라나요? 음... 하긴 당장 이런 상황에서 유의미하게 언급할만한 영화들을 아무 것도 안 봐서 뭐라고 말하기가 난망하네.

[구밀복검] [오전 2:37] 근데 참 비평적 차원에서 잡음이 계속 늘어나긴 할듯.

[구밀복검] [오전 3:48] 음 나중에 보시라고 일단 생각나는 것들 끼적여보자면 아마 오페라적 종합의 쾌감과 가장 유사한 게 영화 매드맥스가 아닌가 싶네요. 지극히 작위적이고 아귀도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그 서사가 있기에 시각적 요소들이 활력을 띠고, 다시 저 시각적 요소를 자극하는 건 실연성이죠.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황무지에서 CG를 최소화한 액션을 눈 앞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그리고 애초에 매드맥스가 순수 시각 예술이라 할 수 있는 무성영화를 겨냥하고 만들어졌다는 것도 그렇고요. 물론 매드맥시는 실제로는 순수 시각 영화만은 아니고 청각도 있고(무성 영화도 BGM 활용이 있지만) 서사도 있고 대화도 있지만... 헌데 그렇다고 누가 매드맥스를 보고 무성 영화의 속류화냐 아류물, 퇴보 등의 이야기를 하겠음. 도리어 종합이고 완성이지.

[구밀복검] [오전 4:01] 음... 일전에 시각적 요소와 문학의 결합 이야기를 나눴던 적 있잖아요. 현실은 한국의 웹소설이나 라이트노벨처럼 지극히 저급한 방식으로 시각 요소를 활용하는 만큼 별 참고할 게 없긴 했지만... 여하간 그 당시에 팟저님은 각 예술 매체가 환원적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단언하셨는데, 하지만 이런저런 예를 들면서도 딱히 확신을 못했던 게 그 때문이었거든요. 영화를 비롯한 비디오 아트 전반이, 방금 말씀하신 문학적인 영화의 사례가 그러하듯 마냥 그리 말할 건지 의문이 들어서요. 해서 전 결론 내리는 걸 잠시 미뤘었고요. 물론 이때 종합이란 게 앞서 말했듯 굉장히 통속적인 속성을 띠기 마련이고 그딴 건 퇴보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팟저님 입장에 아예 공감을 못한 건 아니었지만요. 여튼 뭐 감독의 취사선택이 보여주듯 그게 영화의 확장성이며 본질이고,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에 유입되지 않나 싶어요. 뭐 대개는 그냥 해리포터나 마블 히어로가 재미있어서겠지만... 그런 것에도 일말의 여지가 있고 또 문이 될 수 있겠죠. 단순히 통속적이라서가 아니라 그 통속성이 본질성과 다른 영역에 있는 게 아니란 거죠.

[구밀복검] [오전 4:05] 여튼 매드맥스는 조지 밀러가 그런 의식은 없었겠지만 부지불식간에 오페라에 다다른 영화긴 한듯. 종합성으로서 말이죠. 정작 뮤지컬 영화들이 오페라에 도달하는데 늘 실패하는 것과 달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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